<구토> - 쓴이:류 현무. 프롤로그 그는 머리를 긁고 있다.나를 태어나게 한자. 그는 공포감에 떨고 있다.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그는 추수를 생각하고 있다. 맑은 가을 하늘아래 넘실거리는,풍요의 수확을 생각하고 있다. 무엇을 그리 도 바라는 것일까?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게으름 뱅이인 그가 누런 곡식을 바라다 볼수 있는 것 은 땀흘린 농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곡식을 탐을 내고 있다. 땀흘리지 않은자.불쌍한자.자신이 불쌍한 자임을 그도 시인하고 있다. 그러기에 퇴폐와 향락이 그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는 불쌍한 자이다. 어리석지 못하기에 슬픈자이다. 포기하지 못하기에 슬픈자이다. 그는 하늘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다. 그의 가슴에 갯바위 마냥 고독이 있는 한,지울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파도마냥 내가 함께 할것이다. 하얀 인어 공주의 환상과 함께. 그는 나이다.나는 그의 생각을 알 수 없다.그는 나를 본적이 없다.우린 만난 적도 없다.그가 나의 생 각을 더욱 열심히 한다면 어쩌면 꿈에서 나를 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는 나를 알 수 없으리라. 그는 단지 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될 른 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서로의 외로운 길을 지켜 볼 것이다. 그는 나의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나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 줌으 로서. 뜨거운 커피 한잔의 분위기에 취해 커피 중독의 그는,담배 연기의 푸른 그림자에 매료돼 담배 중독 자인 그는. 돈 몇 푼의 향락과 잡일에 나를 멀리 할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진통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만이 그가 영원히 나를 잊지 못하게 할수있다. 영원한 설래임으로 기다릴 수 있는 해와 같아 질 것이다. 그는 조금후면 담배를 떨리는 손으로 쥐고 나를 생각할 것이다. 나에게서 돈과 명예를 바라고 마지 막 자존심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루어낸 세계는 삐뚤어 졌으며 그것만이 가장 바르게 보이는,조왕신의 칼 ,그 칼로 배져 낸 두께 오센티의 오이 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멈춰 있 는 동안 그는 담배를 피웠고 화장실에 다녀 왔다. 그는 나에게 그는 젊으며 잘 생겼고 여자 친구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그는 분명히 젊다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왔지만 복학생이고... 그러 나 그가 잘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아직 총각- 여자와 잔 적이 없다는 것뿐이다. 머리가 좋은 것 같고 (이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가 강요 했고) 건방지며 썩은 먹이를 찾아다니는 하이 에나와 같이,발정기의 고양이 같이 여자를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만날 여자도 없이 거리를 배회하다 가 그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의 모든 일 들이다. 이제 그는 나의 이야기를 적을까 생각 중이다. 프롤로그의 양이 너무 적지 않을까 그는 걱정하고 있다. 그는 나의 이야기로 모든 것을 얻으려 하 고 있다. 그러기에 기존의 장편소설의 에필로그 양을 만들려고 한다. 더 이상 그의 소설을 망칠려면 그는 계속해서 그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언제까지나 나의 이야기고 그는 성공 을 위해 그만둘 것이다.(알고 보면 그도 똑똑 하므로) 제 1부 바다 제 1장 - 갖고 싶다. 그는 나의 앞에서 천진하게 웃고 있다. 바보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나는 그의 조서를 천천히 훓어 보았다. 류현무. 나이:24세. 전과:없음. 직업:xx대학교 법과대학 4학년. 가족관계 부:사망 모:사망 여동생:사망 내가 이쯤을 볼쯔음에 그는 하품을 하고 있다. 그것도 소리를 내어서...나는 한심한 생각이 들기 시 작했다. 지금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마당에 하품따위를 하다니...대학교육까지 받은 놈이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어떤 사람앞에 와 있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는것인가?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한 단면이다. 이것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모두다 유추해 낼수 있다. 감히 검사앞에서 범죄자가 하품을 한다는 것은 대학교육의 형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내기 할래요? 현무가 말을 꺼내었다. 이런 놈을 보았나. 이것은 검사에게 불법을 부추기는 행위가 아닌가? 내기는 법으로 엄히 금하고 있는 범죄가 아닌가? 무슨 내기? 나는 순간적으로 그말을 하고 후회를 했다. 순간적으로 말을 받다보면,순간적으로 내 가 아닌 말이 나오고,품위가 없어지고,신용이 없어지고,더군다나 위엄이 없어진다. 지금이 그런 케이 스이다. 그렇다.방금의 질문에 나는 속았다. 나는 지금 범죄자에게 속은 착하디 착한 순진한 검사이 다. 그러나 똑똑하고 유능한 검사이다. 내가 몇명을 죽였는지 당신이 맞추면 가장 유명한 검사가 되게 해드리죠. 무슨 파염치한 범죄자 따위가 나를 가장 유명한 검사로 만들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소리다. 도무지 대학물을 먹은 놈들 은 말을 너무 어렵게 해서 탈이다. 지금의 것도 배후의 함축된 의미를 도무지 알수가 없다.민초들을 보아라.얼마나 소박하게 얘기를 하는가? 나의 검사생활에서의 활력소,액기스,민초들의 생활과 말투 들...죄를 짓는 것도 소박하기 짝이없는 폭행이나 상해가 전부가 아닌가? 더군다나 그들은 나의 앞 에서 고분고분하며 묻지 않아도 술술 잘도 얘기를 하는 것이아닌가?그런 사람들이 도움이되지 이런 놈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묘한 감정의 교차들,유머러스한 이중적 의미의 언어구사.완벽한 논리적 일관성. 이런 것들은 조서를 꾸미는 일을 더욱 힘들게 만들뿐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고등교육 을 받게 하는 것은 사회의 혼란을 조장할뿐이다. 그것은 황구에게 경찰견 훈련을 시키는 것과 마찬 가지이다. 엉뚱하게 마약을 찾을 일은 드물고 밥상머리에 앉아서 짖고 있는 개를 양성할 뿐인 것이 다. 대여섯쯤은 죽였다는 말투구만. 현무란 놈이 웃었다.나는 현무란 놈의 대가리를 치고 싶어서 미칠뻔 한것을 가까스로 참았다.검사생 활 이제 2주하고도 3일째에 이런 놈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대개의 경우 검사앞에서는 뭔가 잘 못한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 상례이다. 감방을 몇번갖다온 놈들이 그것이 체질이 되었고,이제 들어갈 놈들도 보고 들은 것이 있기 때문에 표정은 무조건 조금은 경건하고 조금은 후회의 표정을 짓기 마 련이다. 더군다나 검사라면 지나가는 봉사도 인사를 하고 지나가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오늘의 이 놈은 달랐다. 이놈은 교양이 안되어 있다. 아니 교양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눈치의 문제이자,인간 의 본성에 관한 문제이다. 이놈은 애정이 부족하게 큰 놈이 분명하다..그래 고아가 달리 고아이랴. 배운것 없고 가진것 없고 그저 그렇게 살다가 어쩌다가 대학이란 곳을 가진 머리가지고 한번쯤 들 어가 본놈이 분명하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모르는 놈이다. 그래 너 잘났다. 너같은 놈 은 무조건 사형이다. 애라 그래 나의 권위에 도전한 네놈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내가 너같은 놈의 하품을 구경하기 위해서 뼈를 깍는 공부를 한줄아느냐.네같은 놈들이 여자와 희희낙낙거릴때 나는 소외감을 느끼며 도서관에서 온손에 흐르는 식은 땀을 닦고 있었다. 네놈들이 인생을 탓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때 나는 도서관의 짠밥을 핥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내가 있다. 그리고 오늘 의 네가 있다. 나는 조서를 근성으로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 단어에 눈알이 커지는 것을 느 꼈다. 아니 품위있는 내가 눈알이라는 과격하고 파렴치한 단어를 쓰면 안되지...치정에 의한 살인. 놀라움에 그의 눈을 보았다. 그도 나를 보고 있었다. 순간적인 것이었지만 그의 눈을 본 것이다. 그 렇게 나쁜놈 같지는 않은 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서를 계속 들여다 보았다. 글자가 도무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세상에 어떻게 살인을 할 수가 있을까?. 내가 세상물정에 잘 모르 는 탓일 것이다. 이놈은 분명히 살인을 했다. 그래 그럴줄 알았다. 지금 생각을 해보니까 네놈이 처 음 여기에 들어올때부터 네놈이 살인자의 인상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는 눈치 챘었다. 비록 나의 지 성이-엄청난 자비를 가진 나의 지성이 용인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나의 감각은 너에게서 피비릿내 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평소와 달리 낮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을수가 있을 수 있는가? 보통의 경우라면 점심먹고 2시간은 언제나 처럼 책상에 앉기가 무섭게 낮잠의 유혹에 빠져들고는 했지 않는가. 사법시험의 긴여로를 거친 나의 몸이 드디어 편안한 쉴곳을 찾아,드디어 습관화가 되고 있었는데...오늘은 왠지 낮잠이 잘 오지 않았다. 정신이 날카로와 지는 것이 안절부절 못했던 것이다. 어제 내리 20시간을 잔 이유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멀리서 부터 살인자의 냄새를 맡 았기 때문인 것이다. 빨리 적응을 하는 나의 천재적 순발력이 드디어 검사생활도 배테랑급으로 적 응을 해낸 것이다. 하하 기뻐해야 할일이다. 나는 완벽한 검사인 것이다. 나는 나의 직감을 믿어보 기로 하고 너를 본다. 드디어 너의 모든 곳에서 느낌이 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어본다. 눈을 감는다. 너의 모든 곳에서는 범죄인의 인상이 풍기고 있다. 롬부로죠가 한 말이 그렇게 틀린것 같지도 않다. 생래적 범죄인.네놈은 아마도 소뇌가 정상인보다도 큰 범죄인일 것이다. 사형을 구형 해서 내놈의 머리를 해부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롬부로죠를 다시 한번 확인 할 것이다. 조 서를 대강 훑어보고서는 이놈에게 몇년을 구형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이놈은 초범이라서 사형을 구 형해도 사형이 떨어질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내 앞에서 하품까지 한 놈이다. 생긴것도 얼마나 범죄 인 같이 생겼는가. 이제는 숫제 콧물까지 닦는다. 네놈에게 줄 휴지따위야 없다. 그런데도 이놈은 허락도 받지 않고 이 위대한 영감님의 피같은 휴지를 마구잡이로 빼서 쓴다. 그것도 얼마안되는 나 의 사재를 털어서 산 향수휴지인데.. 거의 천원을 주고산 휴지. 나는 휴지를 뺏아 들었다. 현무란 놈 이 조금은 치사하다는 듯이 본다. 그래도 네놈따위에게 줄 휴지는 없다. 너의 그 더러운 수의소매자 락에나 닦아라. 너무 더러워 네놈의 콧물이 장식품처럼 보일것이다. 불쌍한 자식 그래 수의한벌 사 입을 돈도 없는 놈이 사랑따위는 왜했냐. 관에서 나눠준 수의는 정말로 불결하다. 네놈의 범죄와 어 울린다는 생각이 퍼득든다. 그래 네놈의 운명은 네가 개척했다. 무기정도 때릴까도 생각했지만 네놈 은 그걸로는 안된다. 판사가 뭐라고 해도 기소편의주의,검사독립의 원칙,그밖에 옛날에는-그리먼 옛 날도 아닌 겨우 2주 3일전에는- 알고 있었던 갖가지 원칙들에 의해 너는 사형이다.누가 뭐래도 할 수가 없다. 감히 네놈이 이 영감님의 앞에서 하품을 한 것 만으로도 사형이다. 아 졸립다. 이놈의 일을 대강 끝내고 잠이나 자야겠다. 정다방의 미스김하고 농담이나 하면 이제 하루가 또가고 그러면 월급날이 온다. 월급은 왜이렇게 기다려 지는 것일까? 몇푼되지도 않는 월급을 받아서 언제 나는 행복해 질수가 있을까? 다 때려 치 우고 변호사나 할까? 아냐 이 짓으로 인맥 혈맥부터 만들어 놓고.. 그리고 요즈음 변호사도 잘못하 면 굶어 죽는수가 있다고들 한다. 수억원대의 수임료를 받아먹으면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것 들이..아마도 검사들의 대거 변호사 진출을 막으려는 헛소문일꺼 같다.아니 혹시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나마 고정수입도 없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엄마가 결혼사업을 한창진행 중인것 같은데...한탕해서 편히 살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엄마가 잘할수 있을까? 내가 개입을 해야 할 까? 나의 가치를 너무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는데..중소기업정도로는 안된다. 적어도 재벌의 장녀 정도는 되어야 한다. 형제가 드물고..무남독녀이면 더욱 좋고...그렇지 않으면 나의 이때까지의 노력 이 너무 아깝다. 아직도 내 앞의 놈은 가지 않았구나..지겨운놈 사랑따위는 왜해서..너같이 으리한 놈이 법을 알아서 무엇에 쓴다고... 검사나리 그것 틀렸는데요... 어쩔시구리...나는 내앞의 살인자를 쳐다본다. 이놈이 감히 검사가 하는 일에 이래라 저래라 한다. 그래 너같은 놈이 죽여 주겠다. 너같이 간이 배밖에 나온놈은 내가 아니 라도 스스로 무덤을 파겠지만,그래도 하늘과 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나니까 곱게 죽여주겠다. 단지 10분정도의 고통으로 너를 영원한 편안으로 안내해 주겠다. 딴대가서 죽으려고 아무리 발악을 해도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경건해야 할 죽음이 너무 소란스럽고 너무 밝은 분위기 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자고로 죽음은 한두사람의 증인과 조용하고 조금은 어두운 곳이 좋다. 약간 의 곰팡이 냄새도 나는...너는 정말 행운을 타고 난 놈이다. 나같이 훌륭한 검사가 어디 또 있는지 아느냐?엉뚱하게 징역 25년 이런 식으로 실형을 받아 버리면 그날로 밝은 세상은 쫑이다. 고통의 연속인 삶이 더욱 큰 고통의 연속이 된다. 나는 참으로 양심적인 사람이다. 너무 순박한 것이 탈이 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나는 부끄럽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세상에서 자랑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안다. 나도 배운사람이다. 배운사람의 가장 큰 특징,훌륭하다는 것.나는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다. 왜 그리도 내 눈을 빤히 쳐다보는가? 기분이 나쁘다. 그래도 용서를 한다. 너는 죽을 몸이고 나는 살아 서 그때가지 열심히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먹고 있을 것이다. 먹는 것과 숨쉬는 것. 인간에게 주어진 참으로 중요한 일이 아닌가? 너는 그것도 끝이다. 인생이 끝이다. 죽은 시체에 누가 먹을 것을 주는가? 고아인 네놈은 젯밥도 못얻어 먹겠구나. 불쌍한놈. 하품을 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고시내 주는 대신에 너에게 순잔이라도 기울일수 있었는데,아니 나의 재산을 낭비하지만 않았 어도 무기정도일 껀데,아니 결정적으로 나에게 건방진 소리를 하지만 않았어도 더욱 오래 숨을 쉴 수가 있었을 텐데....그는 나의 공소장의 일부를 손으로 짚고 있다. 감히 이 하늘 같은 영감님도 때 가 탈까봐 손을 씻지 않은 손으로는 만지지 않는 공소장을 감히 만지다니 나는 그놈의 손을 치웠 다. 그놈은 다시 그 손으로 코를 딱는다. 그리고 다시 휴지를 빼내서 코를 푼다. 이제는 코푸는 소 리에 사무보는 아가씨가 인상을 찌푸리며 이쪽을 쳐다 보았다. 이제는 겨우 몇원짜리 휴지한장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전쟁이다. 개새끼. 나같이 배운사람이 참으로 입에 올리기는 힘든말이기는 하지만 한번쯤 너같은 놈에게 써보고 싶었다. 나의 눈은 공소장을 보고 있었다. 그놈의 개새끼가 가 리킨 곳으로...그리고 나는 놀라고 말았다. 아니 조금은 쪽팔림의 눈빛이 흘렀는 지도 모른다. 그래 서 그의 눈을 보았는 지도 모른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 지를 알고 있다는 듯 이 그는 나의 모든 행동을 알고 있다는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얼른 그의 눈에서 공소장으로 나의 관심을 돌렸다. 잘못했다가는 차장검사가 끙소리를 내며 나에게 한번쯤 재고를 해보라는 소리 를 들을뻔 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쪽팔림이다. 그런 소리를 다시 듣는다면 나는... 천지 신명을 부르고 불타는 듯한 석양을 뒤로 하고 저 경복궁 무량수전의 배흘림 양식의 기둥이 받 치는 석까래에 목을 메고 자살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작열하는 태양,부서지는 파도,귓전을 때리는 바람과 함께, 태종대 자살바위에서 뛰어내려 음울한 귀신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그런데 이 놈이 나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다. 전번에 공소장을 잘못 써 같을때의 차장검사의 얼굴은 그야말로 흑빛이었다. 그는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갑자기 차를 마시자고 했다. 그리고 몇장의 공소 장을 들고 왔다. 그렇게 학문을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럽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었는 데...허허허...부끄럽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학설을 들고 나온 공소장이 몇개가 있는데 한번 읽어 보 세요. 그리고 제가 선약이 있어서...될수 있는한 빨리오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실텐데 제가 시간을 뺏 는 군요. 몇시간 쯤 있다가 공소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았으면 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바 보 같은 놈, 공록을 파먹는 돼지야,또 얼빠진 얼굴로 미쓰리나 미쓰 김하고 히히 낙낙거릴 것이 분 명하면서 나 이 검사님을 감히 기다리게 하겠다는 것인가? 에라 나쁜 놈아,너 같은 놈이 차장검사 를 하니까 우리나라의 발전이 형광등앞의 파리꼴이지. 그러도록 하십시요. 오히려 미천한 저의 공부까지 신경써 주시니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닙니다. 그리 고 나는 그의 방을 빠져 나왔었다. 걸어다니면서 무언가 그것도 글이 쓰여진 무엇인가를 보는 것은 참으로 멋있는 일이다. 열심히 공소장을 쳐다보며 걷는 나를 다들 흘끔흘끔 쳐다보며 간다. 나는 개 의치 않고 걸었다. 멋있는 일은 뭔가 홀로인듯한 느낌을 받으며 하는 것이,남의 이목에 무표정한 것 이 진정 멋있는 것임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발밑에 계단이 나타났다. 사실 공소장따위를 열심 히 쳐다본다고 해도 어디 월급이 더 나오는가? 2시방향에 치마짧은 아가씨가 있다. 다리가 무척이 나 쎅시하다. 나는 무언가 생각할 것이 있는듯한 표정으로 그 짧은 치마의 아가씨를 쳐다 보았다. 아뿔사! 아줌마였다. 요즈음은 아줌마들이 더 짧은 치마를 잘입는단말이야. 짜증.이제 한 두달간은 재수없이 지내겠구나. 어디가서 푸닥거리나 할까? 유일한 낙인 아가씨들 치마보는 낙도 저런 아줌 마들때문에 산산히 부서진다. 나의 보호본능은 공소장으로 향했다. 더이상 아줌마를 본다는 것이 짜 증을 일으키게 했다. 짜증은 삶에 스트레스로 작용을 하고 암이나 정신질환,치질에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즉,몸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검사님의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인류를 위해 서도 올바른 일이 아니다. 걸으면서도 혹시 또 아줌마를 볼까봐 공소장에 거의 머리를 쳐박고 걸었 다. 그러다가 번개불이 눈에 번쩍하고 튀었다. 검찰청에 전봇대가 있어서도 아니었다.무심결에 훑어 본 공소장은 그야 말로 경악이었다. 나의 서식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어떻게 된것일까? 나는 완 벽한 서식을 추구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것은 나의 서식과 완전히 달랐다. 그래 나는 놀고 있었다. 완전히 놀고 있었다. 그렇다. 삼개월전에 서식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당 시 연수기간이 거의 끝났고 임용을 눈앞에 두었었기 때문에 그것에만 정신을 쏟고 있느라고 서식을 배우지 못했다. 다음에 배우지 하다가 잊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삼개월전의 서식을 들고서 차장 검사의 면전에 들여다 민 것이다. 나의 얼굴은 지금도 그생각만 하면 화끈 거린다. 그런데 오늘의 실수는 어떻게 된것인가? 그날 이후 나의 서식은 틀린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검사가 왔을 때 나의 서식을 보여주었다는 말을 들었지 않는가? 그래 오늘의 실수는 내 실수가 아니다. 이것은 이놈이 건방졌기 때문에 나의 완벽에 흠이 생겼다. 이성을 잠시 잃었을 뿐이다. 그래 감기약을 먹은 탓이다. 잘먹지 않던 감기약을 먹은 탓에 나의 이성이 잠시 그 독한 마이신에 억눌려 있었다. 그래 이것은 내가 아니다. 내가 잠시 감기약에 취해 있을때에 나에게 남아 있던 육체가 잠시 실수를 한 것 뿐이다. 그래 그것이다. 이것은 육체의 잘못이다. 내가 아니다. 나의 정신은 바르고 깨끗하다. 그 러기에 속기가 쉽다. 나는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것은 내 이성이 한 일이 아니다. 요즈음 너 무 악마들만 상대를 해 왔기 때문이다. 악마들,강간범,폭력범,절도범,사기범,공갈범,살인범,과실치사 범,점유이탈물 횡령범,강간치상범,무고범,강도 강간범,강도 치상범,강도 치사범,강제 추행범,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죄 위반범,간통범,집회와 시위에 관한 죄 위반범,등등..그리고 얼빵한 미수범들,삽입 도 제대로 못하는 강간미수범,설탕으로 사람을 죽일려고 덤비는 살인미수범,시체에 칼꼽은 살인미수 범,자기 지갑떨어뜨리고 빈지갑 턴 절도 미수범(학설상 기수라는 설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긴 하지 만),자기 아버지 지갑털고 자수하는 친족 상도례도 모르는 얼빵한 놈들,이런 등등의 악마하고 지내 왔기 때문에 나의 정신이 놀랐는 지도 모른다. 바다 낚시나 한번 다녀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답 답한 마음이 시원해 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의 이 바르고 착실한 이성이 더 깨끗해 질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내일의 월급날이 지나도 아니다. 그 돈으론 아버지 어머니 종합검진을 가시 게 해야 한다. 언제쯤 검사의 월급이 올라 갈까? 눈이 시리도록 바다를 보고 배가 터지도록 회를 먹었으면 좋겠다. 스쿠버 다이빙도 배워보고 싶다. 그 비싸다는 전복도 따고 그 비싸다는 돌돔도 잡 고 배가 터지도록 아버지 어머니에게 먹여 주고 싶다. 골프장회원권도 있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부 는 날에는 수 천만원짜리 골프채를 들고 예쁜 케디를 사서 골프를 쳤으면 좋겠다. 골프를 치는 것 이 아니라 행복을 칠 것이다. 넘실대는 파란 하늘을 보지 않을 것이다. 쭉쭉 뻗는 하얀 공을 보지 않을 것이다. 하늘 따위야 어찌 되건 좋다. 공따위야 어찌 되건 좋다. 그런 건 다음에 보면 된다. 날 들은 얼마든지 있다. 값으로 따져봐야 얼마 하지 않을 것이다. 바람에 날리는 캐디의 치마를 볼 것 이다. 그것이야 말로 값진 것이다. 망사에다 까만색이면 좋을 것이다. 아니 하얀색에 망사라면 좋을 것이다. 비칠것이다. 차폐물에 의한 노출...아!@...눈앞이 번쩍 거린다. 아니,아니다. 노 팬티면 더욱 좋을 것이다. 까짓것 돈만 있으면 캐디의 팬티쯤이야 사고 말지. 아! 돈이 넘쳐 났으면 좋겠다. 너무 흥분한 나는 침을 흘리고 말았다. 침을 딱았다. 그때까지 현무란 놈은 눈을 감고 있었다. 무엇을 그 리도 생각하는 것일까? 덕분에 침을 흘린 치부를 남에게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까짓 놈의 공 소장을 쓰는 것보다야 그것이 정말로 행복일 것이다. 이런 쓰레기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놈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다. 어디서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어떤 유명한 형사정책 의 어떤 유명한 학설에 의하면 법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불법이 있고 형법이 있으면 범죄자가 있다 는 그런 참으로 유명하고 올바른 학설이 있다. 그래 바른 말이다. 범죄자를 없애기 위해서는 형법을 없애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정의는 없다. 범죄자를 피할 길은 이런놈이 없는 상류로 가는 수밖에 없다. 집밖에 나오지 않으면 이런 놈을 볼일이 없다. 집에 경비만 잘되어 있으면 이런 놈이 들어올 일도 없다. 전화 협박따위야 걱정도 아니다. 자동응답기가 걸러 줄 것이다. 돈만 있으면 보 디가드가 있다. 자식들이 놀이터 가는 데에도 따라가 줄 것이다. 나는 정말 인간답게 살 각오와 준 비가 되어 있다. 나만큼 생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도 드물고 나만큼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 는 사람도 드물다. 그런데 돈이 없다. 이것은 정말로 비극이다. 이것은 사회의 모순이다. 이렇게 쥐 꼬리 만한 돈을 받아서 언제 요트를 사고 언제 별장을 사고 언제 골프장 회원권을 사고 언제 마누 라를 얻으라는 말인가? 지금 같아서는 왠만한 카페하나 갖고 있는 놈팽이보다 신세가 더럽다. 젠장. 젠장.젠장...그리고 젠장. 인상을 쓰고 있는 나에게 그가 한마디를 건냈다. 사랑을 해 보셨습니까? 나는 입을 꾹다물고 어금니를 꽉깨물었다. 기분이 그렇게 나쁠수가 없었 다. 류현무.그가 하필이면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사형을 구형한다는 내용을 옮겨 적고 있을 때에 그런말을 꺼냈기 때문이기도 했다. 류현무,그가 모든 것을 다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사랑 한 번 못해본 사람을 꾸짖는 것 같아서 이기도 했다. 어쨌건 그말을 들으면서,그리고 그날부터 나의 일들은 꼬이기 시작했다. 제 2장 - 과거의 창 응주는 창으로 바깥을 보고 있었다.안개마냥 비가 내리고 있다.손님도 오지 않는다.휴식.요사이는 많 은 여유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몸은 더 늙어 버린것 같다.가끔식 밀려오는 우울은 손님이 없을 때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빨리 일요일이 왔으면 했다.낚시나 같으면 했다.파란 파도를 여유있게 볼수 있는 것은 역시 낚시가 제격이다.맨손으로 바다에 간다는 것은 지겹기도 할뿐만 아니라 사람 들도 이상하게 보기 때문에 별로 유쾌하지가 않다.낚시대를 한개만 드리워도 왠지 호탕한 성품의 남자가 된 것 같고 지겹지도 않고 눈이 아리도록 바다를 볼수가 있어서 좋았다.응주는 담배를 피웠 다.창밖에 비를 보았다.그날도,이런 비가 내리던 날이 었다. 마을에 광대가 온대여. 응주는 방학을 맞아 시골에 내려와 있었던 참이었다.답답한 시골 생활에 무 료하던 그로서는 써커스나 볼까고집을 나섰다.조잡한 천막안에서는 난잡하기 말할 수 없는 써커스 가 행해졌고 그저 무료하기만 했던 방학의 기억에 불쾌라는 새로운 단어가 새겨 졌다.막걸리를 홀 로 한되박을 먹고 얼큰히 읍내서 돌아오다가 그는 한가족을 보았다.비가 내리는 시골길에 몇개의 이불보따리를 들고서 천천이 걷고있는 그들을 보고선 불쌍하다고 생각했다.만삭이 된듯한 아내와 검은 수염이 덮수룩한 응주 또래의 젊은이 였다.느린 속도로 가고 있는 그들을 추월하자니 머슥고 그들에 뒤쳐져 가자니 지켜웠다.그들도 아마 성삼마을로 가고 있는 듯했다.아니면 성삼동을 지난 웃 성삼으로..익은 얼굴이 아닌 걸로 보아 이곳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은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아마 야밤도주를 한듯한데 이런 촌골작으로 와서 무엇을 할려는 것인지... 이 우산..쓰십시오. 응주는 우산을 아낙에게 권했다.스물이나 되었을까?작은 키에 주근깨가 났긴했 지만 아직 피지않은 꽂봉우리처럼 상당한 미모의 여자였다.그여자는 남편인듯한 남자의 눈치를 살 피고 우산을 받으려 들지 않았다.남자는 갑자기 그 굳은 듯한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아낙은 흔퀘히 우산을 받아 들었다. 고맙습니다. 그남자는 그말 한마디를 하고는 묵묵히 걷기만 했다.응주는 빠른 속도로 가 버릴려고 하다가 그냥 같이 걷기로 맘을 먹었다. 어디 사시는 도련님인가요? 그남자가 물었다. 성삼요 성삼이 여기서 가까운 모양이죠? 십오분쯤만 더 걸으시면 됩니다.날도 저물텐데 저희집에서 유숙을 하시고 가도 되는데..어디까지 가세요? 그들은 말이 없었다.비장한 눈빛이었다.무엇을 떠올렸을까? 아낙의 눈빛은 남자의 모습만을 따라다 님을 됨을 응주는 놓치지 않았다. 조용히 있던 아낙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남편되는 사람에게 뭔가를 물었다.그러나 응주로서는 무슨말을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남편되는 사람도 역시 조용히 뭐라고 했다.우리나라 말이 아니 었 다.일본말인것 같았다.응주로서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누구인가 무엇때문에 이런 시골길을 걷는가?심심함에 멈춰있던 머리가...,아니 호기심이,갈증에 헐떡이던 호기심이 물을 본 것 같았다. 성삼이란 곳에서 먹고 살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럼요 놀고있는 땅도 수십마지기가 넘고 빈집도 꽤 있어요. 응주는 자신의 집에 일손이 모자라 상당량의 전답이 놀고 있음을 기억했다. 저같은 왜지인도 받아 줄까요?아는 분도 하나 없는데..? 그럼요. 응주의 답변에 그남자는 눈빛이 무거워 졌다.응주는 깨달았다.이남자는 농사꾼이 아니다.농 사꾼이라면 그가 농사를 지어본적이 있다면 저 손이 저렇게 희지않을 것이다.그의 아내도 마찬가지 이다.그의 아내의 손은 응주가 보았던 어떤 여자의 손보다도 희고 길었다.더군다나 농토가 있다는 말을 농사꾼이 듣는다면 아이를 찾은 어머니처럼 희열의 눈이 되었을 터인데 그는 응주의 말에 촛 점을 둔 그런 눈빛을 가졌다.즉 너무 쉽게 답변하는 응주의 말을 불신한 눈빛을 보였던 것이다. 걱정마세요,적어도 저의 집에 놀고 있는 농토도 10마지기 이상이니까요.그리고 전 이래뵈도 서씨가 문의 10대장손이자 독자에요.제가 뱉은 말을 저의 아버님이 헛되게 하는 고집따윈 부리시지 않을 거에요. 그제서야 그 남자의 눈빛이 부드러워 졌다.미안한 듯이 그 남자는 묵묵히 걸었다.응주의 집 까지 따라오는 것으로 보아 응주와 그와의 계약은 성립했다. 그렇게 해서 한 가족이 성삼이란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가장 류 설빈.설빈의 나이는 응주와 같았 다.응주는 만삭이 다된 설빈의 아내의 핑계를 대고 매일을 설빈의 집에 갔다.설빈의 집은 응주의 집 에서 10분의 거리.그렇게 매일을 찾아 갔지만 응주의 아버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가까운 병 원이래야 읍내에 있는 돌팔이 의사 한명이 운영하는 것 뿐인데 그것도 2시간 남짓을 걸어가야 했기 때문이다.오히려 응주를 약간은 자랑스러워 하시는 눈치였가.박초시라도 찾아와서 술을 한잔 하시는 때에는 여지없이 그말을 꺼내시곤 했던 것이다.그 덕에 응주는 설빈에 대해서 꽤많이 알게 되었다. 설빈을 처음본날 생각했던 것처럼 그들은 야밤도주를 하였다. 그것도 일본에서 한국으로...설빈은 꽤 굉장한 집의 장남이었고 동경대학 법학부를 다니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아내의 이름은 로사 리쿠르.동경제1학부생이었다고 한다.제1학부생이라면 고등학교중에는 최고의 학교.그들 은 벚꽃놀이를 갔다가 만났다고 한다.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베고 부모님의 반대.사랑의 도피.그리고 응주의 만남.마치 소설 같다고 응주는 생각했다.듣고 듣고 또 들었지만 응주는 자꾸만 그얘기를 들 려달라고 조르곤 했다.로사는 아직 한국말을 못해서 답답해 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응주와 설빈이 얘기를 할때면 질투의 눈빛을 보내곤 하였다.그리고 마치 한국말을 알아 듣기라도 하는 듣이 옆에 다소곧이 앉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듣는 척하곤 했다.그러나 얘기 따위를 알아 들을 리 없고 단지 설빈의 목소리를 듣고 설빈의 웃음소리에 기뻐했고 설빈의 모습을 쳐다 보는 것 만으로도 연 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설빈의 눈이 응주의 말을 쫒고 있을 때에도 로사는 연신 설빈에게 사랑 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로사를 본게 아마 작년 봄이 었지.일본사람들은 벚꽂을 좋아하는 민족이라네. 그러나 벚꽃이 라는게 그리 오래 피어 있는 꽃이 아니기 때문에 벚꽃이 피는 기간은 축제의 분위기에 온 나라가 들 끓는다네.나도 봄에 취해 꽃놀이를 갔다가 로사를 보았지. 그때는 하얀 벚꽃 같았는데.. 설빈은 연민의 눈빛으로 로사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로사의 눈은 설빈의 눈빛을 읽은 듯 슬픔의 눈빛 을 띄고는 연세 맑은 눈물을 떨어 뜨렸다.설빈은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로사에게 뭔가의 말을 했다. 로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고 설빈은 로사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로사는 설빈의 품을 파 고 들었다. 아내는 좀 감정표현이 심하지.. 설빈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응주를 의식한 듯이 부끄러워 했 다.그러나 대부분의 한국남자가 그러하듯이 밀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설빈이 그도 좀 개방적 인것 같았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응주는 눈코 뜰세 없이 바빴다.설빈에게 찾아가 얘기를 듣고 노느나고,그리고 그들의 소꼽장난을 보느라고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다.잘못하다가는 다음 학기는 유급을 먹을지 도 몰랐다.응주로서는 그것은 불쾌한 일임에 분명했고 지금 그가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즉 공부를 하고 있음은 그 불쾌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그에게 지겨운 공부에서 벗어날 핑계를 제공해 준 것은 설빈이였다.설빈의 아내인 로사 리쿠르가 진통이 있다는 것이 었다.앗!재수야.응주는 가방을 싸 들고 집을 나왔다.감나무집 할머니를 부르러 갔다.자신은 을쩡거리며 물만 끓이면 될 것이다.그리고 도 지겨운 공부에서 벗어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은 아버지에게 어느정도의 평가를 받고 유급을 당하더라도 그렇게 험한 꾸중을 듣지 않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설빈은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되 는 친구인가?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예상은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아이를 받아주던 감나무할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던 것이었다.그는 감나무 집에 도착해서야 그 사실을 깨 닭았다.이런 벌써 십여분을 허둥대며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설빈의 아내는 홀로 죽음과 삶의 강을 헤엄치는데.응주는 발길을 돌렸다.설빈은 뭔가 이상한것을 눈치채기는 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 지 않았다.워낙 어두운 밤이었던지라 설빈의 인상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불안에 한컷 찌부 린 얼굴이었을 것이다.설빈의 집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혼절을 했는것 같았다.응주로 서는 어쩔도리가 없었다.부딧혀 보는 수밖에는..감나무집 할머니가 그러하듯이 설빈이에게는 뜨거운 물을 부탁했다.방에 들어갔다.설빈의 아내가 있었다.조용히 홀로 산통을 견디고 있었다. 도대체 이여 인은 산고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인가? 응주는 가방을 일단 풀어 보았다.집으로 내려올때 자랑삼 아 가져온 갖가지 의료용구들이 있었다.그러한 의료용구가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을까?응주는 비록 본과3학년 이었지만 도무지 아는 것이 없었다. 부딛혀 보는거야.까짓것. 응주가 흠뻗 땀에 젖어 방 을 나올때에 마치 후광처럼 아이의 울음 소리가 설빈의 집을 가득채 웠다. 설빈아 물좀... 응주가 매우 피로한 듯이 꺼져가는 소리로말했다.설빈은 약간은 얼떨한 표정으로 약 간은 기쁜듯한 표정으로 부엌으로 달려 갔다.그리고 대아에 가득 뜨거운 물을 가져 왔다.응주는 고 개를 저었다.힘이 전혀 없는 표정이었다. 시원한 냉수좀.. 설빈은 그제서야 마실물을 청했음을 알고 바가지 가득 찬물을 가져 왔다.벌컥벌컥 응주가 물을 마셨다.갖가지 상념이 그의 머리속을 가득 메웠다. 이것이 새로운 세계를 접했을 때의 인간의 마음이구나.새로운 세계.내가 그토록 갈구해왔던 세계에 첮발을 내디뎠을 때의 마음.그리고 첫발치고는 성공적이야. 응주는 문득 아이의 목욕을 잊고 있음을 알았다.대야에 가득한 물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고 있었다.응주는 자신이 마시던 물을 부었다.손가락을 넣어 보았다.미지근 한 것이 알맞았다.방안에는 로사가 들어오는 응주를 보고선 앉 으려 하였다. 안돼요 안돼 응주는 큰소리로 말했다.로사가 흠찟 놀랐다.응주는 손을 가로 저었다.로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냥 누웠다.목욕을 시키는 응주에게 문밖에서 설빈이 물었다. 들어가도 되나? 설빈은 방을 둘러 보았다.혈흔이 가득했다. 잠깐만. 응주는 아이를 로사옆에 눕혀 주었다.귀여운 사내아이 였다.로사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응주는 방안을 치웠다. 들어와도 돼. 설빈은 기쁨을 그얼굴에서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아니 기쁨을 감출 이유조차도 없었 다. 고마워. 설빈은 응주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긴. 응주는 로사를 보았다. 어머니는 저리도 강한 것인가? 응주는 로사가 입에 물고 있던 가죽 이 베게 머리에 있는 것을 보았다.벗꽃무늬가 새겨진 것이었다.로사는 저것을 입에 물고서 조그마한 신음 소리도 흘러내 보내지 않았었다.뿐만이 아니 었다.응주는 거의 아무런 일도 한 것이 없었다.로 사가 모든 것을 했던 것이다.응주는 이미 아이의 머리가 나올때 부터 제 정신이 아니 었다.응주가 배웠던 것보다 더 갑작 스럽고 더 동물적으로 아이가 나왔기 때문이었다.그런 응주가 로사에게 오 히려 짐이 되었을 것이다.책을 펴 보았지만 도무지 출산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허둥되며 청진기 를,폼으로 들고 있던 청진기를 로사에게 떨어뜨리기 까지 했으니...로사가 설빈에게 뭐라고 말을 했 다.응주는 로사가 자신의 말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자신의 이름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었다.응주는 가슴이 갑자기 뛰었다. 멍청해진 사이,심장이 머리에서 뛰었다. 로사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데.. 로사는 머리맡의 가죽을 응주에게 내밀었다.그리고 무어라 하였 다. 시집올때 로사 어머니가 준 것이래.대대로 물려져 왔던 것이래..감사의 뜻으로 전하고 싶대. 응주는 로사의 가죽 조각을 받아 들었다.받지 않으면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가 진것 없는 그를에게 자신은 이토록 많은 것을 받았는데 그자신은.천석 꾼의 아들인 그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함에 서러 웠는지 모른다.비참해 졌는지 모른다.응주는 새벽차로 서울로 향했다.방학은 아 직 일주일 정도 남았지만 그전에 올라가 공부를 더해야 겠다고 생각했다.아니 그들의 얼굴을 더 이 상 본다는 것은 그자신의 자존심이 용서를 하지 않았다. 응주가 고향을 다시 찾았을 때에는 성삼마을도 많이 변해져 있었다.새마을 사업이다 뭐다해서 사람 들의 사는 모습도 얼굴도 모두 밝아져 있었다.세상이 이렇게 갑자기 밝아질수가 있는 것인가?겨우 4년이 지났을 뿐인데.다시는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그들에게 뭔가를 해줄수 있을 때까지는 그러나 그가 내려올수 밖에는 없었다.그들에게 지금에도 뭔가를 해줄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그의 아버지가 절실히 그를 불렀던 것이다.그의 집도 이제는 그렇게 부농이 아니었다.그저 초라한 늙은이가 낡아 져가는 집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응주 자신이 그의 집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없다.몇년만을 참으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 문이다.이제 농사는 지나갔다.도시의 시대가 왔다.그리고 응주는 도시에서 상위의 사회를 영위할수 있는 지위를 이미 차지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더이상의 미련따위도 이곳에 남겨둔 것은 없다.마침 설빈이 찾아왔다.아버지가 집문서를 내 왔다.그리고 땅문서도. 응주.왜 안왔어. 좀 바빴어.아이는 잘크지? 그럼 누구 손에 이끌려 태어났는데..! 응주는 호탕히 웃었다.설빈도 호탕이 웃었다.계약은 쉽게 끝 났다.이미 설빈이 만들어온 계약서에 도장만을 찍으면 되었기 때문이다.대충 응주가 훓어 보았지만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그저 가격이 제대로 되어 있었고 설빈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라는 것 만으로 응주는 계약을 했다.이제 이곳엔 응주의 땅은 한뼘도 없다.이곳의 수십 마지기의 땅 대신에 서울에 몇십평의 집과 병원 하나를 가지게 될 것이다.이제 다시는 이곳에 올 이유도 없을 것이다.종중산은 그냥두긴 했지만 설빈이 관리를 해주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내 집에 오라구 아이 엄마가 보고 싶어해.그리고 ...상의 할 것도 있구 설빈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 졌다.그러나 금방 밝은 표정을 짓고는 사라져 갔다. 설빈이네 말이다.부지런 해서 재물도 모았다만.큰아이가 바보야.네가 가서 좀 봐주도록 하렴.불쌍 해. 응주는 얼굴이 흑색이 되었다.혹시 아이를 받을 때 잘못한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저녁이 다가 올려면 서너 시간은 있어야 했다.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묘를 둘러 보러 갔다.묘는 꽤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설빈이 관리를 이렇게 했다고 한다.논일 밭일을 하고 이런 잡일 까지 어떻게 다 해낼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내려오다가 문득 잡초가 우거진 곳에 볼 록하니 올라진 무더기 땅덩어리를 보았다.울산네 딸아이의 무덤 이었다.응주가 사랑했던 여자.웃으 면 엷게 보조개가 패이던 여자.얇고 짚은 눈섭이 치켜 올라 갈때면 응주의 마음이 허공을 맴돌곤 했었다.그여자가 저기 잡초들과 함께 누워 있는 것이다.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모양이 었다.불쌍하다. 설빈에게 저 무덤의 관리도 부탁해야 겠다.설빈의 아버지의 걸음이 울산네 딸아이의 무덤 앞에서 멈추었다.대강 잡초를 뽑았다.응주는 가만히 있었다. 난 네가 의대에 갈때 애받는 의사가 될 걸로 생각했다.그러나 반대하지 않을 작정이었다.변변한 의 사하나가 이 시골작에 있었다면 그애가 이렇게 잡초속에 뒹굴지 않았을 것을.. 잡초가 대강 뽑히자 작은 무덤하나가 울산네 딸아이의 무덤옆에 놓여져 있었다. 응주의 눈에서는 눈물이, 맑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응주는 잎술을 꽉 깨물었다. 눈발이 날리는 그날밤. 만삭의 그아이를 문밖으로 내치신 것은 아버님 이었습니다. 그의 눈은 무덤 에 고정된체 또박또박 한마디씩 말을 이었다.마지막 한방울의 눈물이 그의 눈에 걸려 있었다. 감정 이 격하게 타오르자 눈물도 더이상 흐르지 않았다. 응주 아버지의 주름진 손이 떨리고 있음을 응주 는 신경쓰지 않았다.오히려 그말에도 여전히 풀을 뽑고 있는 저 손이 증오 스러웠다. 철부지의 불장난을 그냥보고 있어야 했다는 말이냐?지금의 너라면 그런 짓을 할수 있겠느냐?나는 너를 안다.너는 나의 분신이니까. 사돈에게 잘보이기 위해 나의 땅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 응주는 화가 나서 견딜수가 없었다.홀로 산을 내려가려는 응주의 머리를 아버지의 말소리가 강하게 때리고 있었다. 나는 너의 애비다.널 안다.나의 땅도 역시 투자를 위해 너에게 주는 것 뿐이다.그정도의 여자라면 가문에 영광을 가져다 주겠지! 몇십마지기의 땅은 문제도 되지 았겠지. 가문의 명예... 응주 아버님 은 거기서 말을 그쳤다. 응주를 보았다. 엉뚱한 길로 가버리고 있다. 내버려 두었다. 찹찹할 것이다. 자신도 약간의 후회가 가슴에서 응어리졌다. 천천히 땅만을 보며 산을 내려왔다. 응주는 언제나 그 렇듯이 집을 찾아 올 것이다. 응주는 길을 가리지않고 걸었다.아버지의 능글맞은 비웃음 소리가 귓전에서 거친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벗어나고 싶었다.그러나 벗어 날수 없었다.은지가 죽던 그날밤,편안함을 벗어버릴 용기를 가 지지 못했던 그날 부터, 자신의 부의 편안함을 이겨내지 못한 그 순간부터, 이기적이고 옹졸해져 버 린 자신을 가장 사랑하게 되면서 부터, 자신으로 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왜 그날 아버지의 다리에 붙들려 용서를 비는 것 대신 은지를 따라가지 못했을까? 그래 그날 나는 아버지의 다리를 붙잡고 은지를 외쳐대었지만...실상은 나를 버리지 말라고 말했는지 모른다.은지의 뒤를 쫒아 지금도 그녀에게 갈수는 있는데..바보 같은 생각을.. 나는 살아 있고 그녀는 죽었다.지금은 그것이 중요하다.또다른 사랑을 지금 찾았지 않은가? 은지에게 용서를 비는건 내가 늙은 후에 그리고 내가 죽은 후에 해도 늦지 않아. 응주는 어느새 눈익은 산마루에 올라와 있음을 알았다.마을이 온통 눈아 래에 펼쳐져 있다. 어린시절 곧잘 오곤 했던 곳이다.이곳에서 은지와의 사랑을 나누기도 했었는데... 멀리 서울을 향한 아스팔트 길이 보였다.노을이 지고 있었다.설빈의 집에 찾아가기로 했음을 기억했 다. 설빈과 술이나 한잔하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짜피 이런 기분으론 집으로 간다는 것도 싫었다. 노을이 거의 졌기 때문에 산을 내려 오기가 쉽지 않았다.약복깃이 가시 나무에 걸려 짖어지기도 했 다.설빈은 이미 상을 차리고 기다리고 있었다.로사는 이미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시골에서 썩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밥을 물리고 한잔의 술이 돌았다. 우리 아이좀 봐줄래?뭘잘못 먹었는지 말도 못하고 나가 놀지도 않고..남들이 바보라고 놀리지만... 설빈은 포기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마지막의 희망으로서 응주를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응주는 기뻤 다.이제 그들에게 뭔가를 해줄수 있을 것이라는기대 때문이었다.아이를 찬찬히 진찰을 했다.외견상 으로는 도무지 잘못된 것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단지 말랐다는 것이외는 너무나 완벽했다.건강한 시 골아이와는 달리 너무 살결이 희단 것도 특이한 점이었다.또다시 응주로서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을 알 수 있었다. 난 피부과의사라네..이아이는 내가 알고 있는 이상의 전문의를 필요로 하네.내 소견으로는 지극이 외견상으로는 정상일세.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럴꺼야. 뭐 정 걱정된다면. 서울의 내 친구에게 한번 보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에게 소개장을 하나 써 주겠네. 응주는 날려쓴 외국어로 [병명불명] 이라고 썼다. 그리고 그 밑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추신란에 정성껃 봐주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썼다. 그것을 받아든 설빈은 희망을 가진 듯 기뻐하며 마구 술을 따랐다. 어느 의사가 환자를 정성껃 봐 주기 않을까?응주는 또한번 그들을 속이는 것 같아서 민망했다. 설빈은 알고 있었다. 그 내용을..법 학을 했던 그로서는 라틴어도 약간은 필요에 의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기뻤다.자신에게 희망 을 주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응주의 진지한 모습을 그리고 그렇게 까지 하고도 미안한 표 정을 감추지 못한 응주의 마음이 고마왔다. 응주가 술을 깨었을 때에는 설빈과 로사는 이미 밭일을 나간 뒤였다. 머리맡에는 꿀물과 아침요기가 놓여져 있었다.쪽지의 글자는 엄청난 달필의 설빈이 글 씨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재능이 아까왔다. 이런 촌에서 땅이나 파며 살기에는 그의 날개가 너 무나 컸다. 로사라는 여인을 위해 이미 날개를 잘라버린 것일까?그의 눈에서는 왜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이 넓은 세상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일까? 숨기고 사는 것일까? 응주로서는 알수 없었다.그 가 작은 연못속의 연어라면 설빈은 넓은 우주를 떠다니는 유성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유성에는 날 개 따위는 필요 없었고 로사라는 별에 정착해서 긴 여행을 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도.그런 설빈을 응주가 이해할수 없음 조차도, 응주는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응주는 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날은 맑고 바람도 그리 불지 않는 따스한 가을날이었다.설빈의 아이 가 마당에서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젖먹이 딸아이는 로사가 업고서 밭을따위를 갔는 모양이 었다.로사란 여인은 도대체 어디까지 강하려 하는 것인지 응주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나의 아내도 로사처럼 될수는 없는 것인가?같은 여자인데. 응주는 상념에서 벗어 나려는 듯이 짜증썩인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가로 저었다.머리를 움켜 줘었다.머리가 선 것을 의식 한듯이 머리를 양손으로 누르 며 쓰다듬었다.그리곤 몇마디의 작별인사를 적어 두고서는 아이의 옆으로 갔다.아이가 무엇을 그리 고 있는지는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삭정이를 좌우로 흔들며 마당을 온통 어지럽히고 있었다.언제 부 터 이렇게 장난을 시작한지는 몰라도 마당이 온통 아이의 손을 거친 것 같았다.응주는 아이의 이름 을 물었다.아이는 쪼그린 채로 응주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그리고 한숨을 쉬고는 다시 자신의 일을 몰두 했다.응주의 발자욱을 다시 삭정이로 지우며..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이는 응주의 발자욱을 다 알 수 있는 듯이 응주가 온 길을 차례로 삭정이로 끍었다.그리고 마당의 가장 구석에서야 장난질을 멈추었다.마치 대작을 완성한 듯이 마당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보았다.응주도 마당을 보았다.마당을 다시 매끈하게 만들려면 일손 깨나 들겠구나라고 생각했다.응주는 아이에게 걸어 갔다.아이의 대작 을 망치고 싶지 않아 아이의 손이 닿지 않은 귀퉁이를 밟으며 아이에게 갔다. 그림을 완성했으면 서명을 해야지. 응주는 그말을 한 자신을 약간을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아이는 말도 못하는 천치가 아니던가.말귀를 알아 듣는데도 서명이란 말따위를 알턱이 없을 텐데.아니나 다 를까 아이는 말을 못알아 들은 듯 마당만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웃었다.웃으면서 눈물마져 흘렸다.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다.응주는 오늘 서울로 떠나야 한다는 사실과 싸야할 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닳았다.피로하기도 했다.고개운동을 하다가 감나무를 보았다.설빈네 집의 감나무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개구장이 처럼 주위를 살피며 웃었다. 아무도 없었다. 아이 밖에는. 손을 비볐다. 손이 닿을 만큼의 높이는 아니 었다.감나무에 올라가 본지도 꽤 오래 된듯 했다. 양복을 벗어 담에다 걸치고 감나무를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예전만큼 날렵하게 오를 수는 없었다. 보기보다는 감나무가 꽤 컸다. 다리도 약간씩..약간씩.. 후들후들 떨렸다. 큰가지 외에는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았 다. 더이상 오를려 다가는 감나무가 부러질것 같았다.마침 가까운 가지에 감이 있었다. 아이에게 하 나를 줄까 생각했다. 아이를 보았다. 아니 아이 따위는 그의 시야에 들어 오지 않았다.전율이 그의 입술에서부터 발가락까지 흘렀다. 몇번인가의 전율을 경험했다.전율이 도무지 멈출것 같지 않았다. 침을 삼켰다. 또한번의 전율이 침과 함께 뱃속을 흐른다..눈을 찔끔거렸다. 또한번의 전율이..머리가 곤두선다. 운보의 세필이,김기창의 세필이 한폭의 산수화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끍적 거리 던 아이의 삭정이가 산등성이에서 보이는 성삼을 그리고 웃성삼을..그리고 서울로 뻗어있는 아스팔 트 위 하늘에는 용이 또아리를 틀며 날고 있었다.그리고 낙관처럼.설빈의 달필로 현무라고 찍혀져 있었다.응주는 나무에 매달린채로 한참을 그림을 쳐다 보았다.도대체 누가 저아이더러 바보라고 하 였던가?이른바 천재가 아닌가?이제 5살이 된아이가 글을 쓰다니 그리고 저런 산수화를 저렇게 큰 캔버스에 그려내다니.아이가 조르륵 돌아다니며 그림을 지우기 시작했다. 현무야 잠깐만. 응주는 고함을 질렀다. 아이는 물끄러미 응주를 올려다 보았다.응주는 황급히 감나 무에서 내려 왔다. 저런 대작이 지워지다니 응주는 아까워서 견딜수가 없었다.조금만이라도 건지고 싶었다.삼분지 1쯤을 내려 왔을때 그가 잡은 가지가 딱 소리를 내며 부러 졌다.그는,그의 머리는 지 면을 향해 곤두박질을 쳤다. 현무는 조르르 응주에게 달려 갔다.현무는 어른이 넘어지는 것을 처음 보았다.현무는 잘 넘어졌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바보라고 했다.쪼그리고 앉아서 응주를 현무는 쳐다 보았다.피가 조금씩 그의 머 리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현무는 응주를 흔들었다.응주는 실신한듯 꼼작도 하지 않았다.머리를 돌 렸다.뾰족한 돌에 머리를 박힌듯 피가 흐르고 있다.현무는 상처를 헤집어 보았다.매우 신기한듯한 표정이다.2cm정도가 찢겨져 있었다.현무는 다시한번 응주를 흔들었다.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꼬집었 다.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 가슴에 귀를 가까이 대었다. 웅장한 심장소리가 들렸다. 현무는 시무륵한 표정을 짓는다. 재미 없다는 듯이 삭정이를 든다. 피가 흥건히 마당을 한켠을 메우고 있다. 삭정이 로 찍는다. 냄새를 맡았다. 코를 벌렁인다. 아무런 냄새도 맡지 못했다.그래도 그는 더러운 냄새를 맡은 것 처럼 인상을 찌프린다. 삭정이 끝에 이번엔 피를 최대한 뭍인다. 그래도 피는 별로 많이 묻 지 않는다. 다시 최대한 많이 묻혔다. 이번엔 냄새를 맏지 않는다.벽에다 묻인다.조그마한 돌하나를 다 붉게 물들이고 싶은 모양이다.몇번인가를 삭정이에 피를 찍어 벽에 묻인다. 삭정이를 버린다. 마 당을 뛰어다닌다. 많이 패인듯한 곳에선 쾅쾅 땅을 밟는다. 작은 발로는 이큰 마당을 전처럼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았다.그래도 그는 계속 해서 마당을 뛰어 다닌다.고함을 친다. 아 나 어 가 아닌 그 런 소리를 낸다. 높고 쾌활한 웃음이다. 그는 문득 부엌 옆으로 간다. 거기서 그는 쓰지 않는 듯한, 맺돌을 굴리며 온다.마당을 온통 맺돌을 굴리며 논다.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부릉 이라고 한번만 소 리를 내었다.대강 마당이 전처럼되고 현무가 맫돌을 제자리에 갖다둔 후에야 로사가 참을 준비하러 집으로 왔다. 폭풍처럼 로사의 비명소리와 한무더기의 사람들의 혀차는 소리가 지나가고서야 동생 계영이가 자신 의 가슴에 앉겨 있는 것을 알았다.현무는 계영이를 때리거나 하지 않았는데 엄마는 계영이를 현무 에게 맡기지 않았다.계영이는 현무의 동생이다.현무는 동생이 태어나면 한민이 처럼 업어주기도 하 고 기저귀도 갈아 줄려고 했다.옆집 한민이는 현무에게 지 동생을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단 한번 아 주 한순간 한민이의 등에 업혀있는 아가를 만진적이 있었다.하얗고 말랑말랑 한것이 느껴졌다.단 한 번뿐이 만져 보지 못했지만 현무는 평생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그런데 지금 현무의 품안에는 작고 조그마하고 한민이의 동생보다도 더 귀여운 동생 계영이가 그의 품에 있는 것이 었다.계영이를 마 루에 눕혔다.사실 계영이를 그렇게 앉고 있을 만큼 현무는 힘이 세지 못했다. 오빠가 커서 힘이 더 세지면 많이 안아주께,계영아. 말을 아주 간만에 하는 듯이 처음에는 가래가 목에 걸린듯 머뭇 거렸지만,그리고 소리도 아주 작았지만 현무는 아주 유창하게 말을 했다.현무는 손가락을 아이의 볼에다 가져갔다.그러다 문득 자신의 손을 보았다.온통 까맣게 때가 끼여 있었다. 현무는 흠찟했다. 계영아 오빠는 손을 씻어야되,그렇지 않으면 박테리아나 대장균 같은 병균이 계영이 한테 병을 옮 겨,그렇게 응주 아저씨의 책에 쓰여져 있었다.응주 아저씨의 책은 재밌어.두번째 생일이 되면 계영 이도 그책을 봐도 되.오빠가 보여 줄께.아빠도 그건 용서 하실꺼야.아빠는 책을 가지고 노는 것으론 바보라고 그러지 않아. 현무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었다.대청을 폴짝 뛰어 올랐다.그러다 정강이 가 마루에 걸렸다.곡그라지고 말았다.정강이를 보았다.피가 약간 베어 나온다.현무는 울지 않았다. 엄마는 마음이 약해.피좀 나는 것으론 응주 아저씨는 안죽어.사람은 심장이 멈춰야 죽는데.근데 그 아저씨 심장은 옆집누렁이 소리가 난다. 현무는 아이의 볼에 손을 가져 갔다.드디어 현무는 아이를 만져 볼수가 있었다.계영이는 차가운 얼 음과 같은 살결을 가지고 있었다.하얗고 차가운 고드름을 만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고드름과는 달리 물이 묻지 않는 깨끗한 고드름이었다.손을 떼고 현무는 손가락을 들여다 보았다.차가운 기운이 금세 하늘로 날라가 버렸다. 제 3장 -그늘속으로- 한민이는 잔디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이제 그에게는 대학이 끝나간다. 무엇을 하였던 것인지 자신을 후회하고 있다. 논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다. 남들에게 나서서 무언가 할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할수 있는 것도 없었다. 무조건 취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고아 그것이 그를 따라다니던 멍에 였다. 남들처럼 부모님의 어리광을 피우며 살아야 했을 나이 에 그는 돈을 벌고 있었다. 남들처럼 공부를 하고 있어야 했을 때,그는 지친 몸을 쉬게 할 잠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28년을 지낸 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대학의 생활이 지나간다. 그는 대학을 가기 위해 지금까지 모아 왔던 돈을 모두 쏱았다. 그리고 알량한 대학 졸업장한장을 받았다.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인지 그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무조건 막노동이 아닌 것이라면 해야 겠다고 생 각을 했다. 막노동을 피하기 위해 기껏 들어온 대학이 아니던가? 사람들이 지나간다. 아니 연인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별종이다. 적어도 한민의 눈에 비친 그들은 그 러하였다. 한민도 연애라는 것을 해볼려고 엄청노력을 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도무지 연애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그들은 어떻게 여자를 사귀는 것일까? 알수가 없었다. 한민은 한없이 그들을 부러워했다. 한민이 할수 없었던 많은 것들중의 하나가 바로 연애였 다. 한민은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해본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한민은 여자를 사귀지 못했 다. 여자는 이상한 동물이었다. 그토록 잘해주는 한민이에게는 왜 여자가 접근을 않는 것일까? 한민 스스로도 그것은 하늘의 별이 떨어지지 않는 것같은 영원히 풀지 못할 것 같은 수수께끼였다. 한민은 팔베개를 베고 눈을 감았다. 자신의 대학 생활도 끝이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로 할일이 없는 오늘은 기분만이라도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한민은 뛸뜻이 기뻤다. 자신의 이름이 당당히 적혀져 있었다. 무려 17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 시험 에 합격을 한 것이다. 자기 자신도 어떻게 그렇게 붙을 수 있었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의 이름 과 수험번호가 적혀 있는 이상 그는 이제부터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잡지인 어덜터리 의 기자인 것이다. 그러나 한민은 잘모르고 있었다. 어덜터리 는 3류 잡지임을... 그가 생활해온 공간에서의 문화수준에서는 어덜터리 외의 잡지는 접해보지를 못했었기 때문이다. 한민이 첫출근을 한지도 3달이 지났다. 그는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을 했다. 으흠. 으흠,,. 가게집 아저씨가 사진을 보면서 연신 감탄을 하고 있었다. 침까지 반짝이며 입가를 흘렀다. 짐을 배달하던 한민이 들여다보던 잡지를 기웃거리자 가게집 아저씨는 눈을 부라린다. 너 얼만큼 배웠냐? 가게집 아저씨의 목소리가 사뭇 엄숙하다. 국민학교 나왔는 데요. 한민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은 국민학교도 4학년인가를 마칠쯔음 고아원을 뛰쳐 나왔으니 국민학교를 다마친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짓말을 않는 것을 철 칙으로 여겨온 한민이 여기서 거짓말을 한것도 없었다. 국민학교 4학년때 학교를 나오지 않았던가. 짜식, 수준이 낮은 눈으로 이런 잡지를 보면 잡지의 수준이 떨어진다.어여 니일이나 해. 가게집 아저씨는 다시 잡지를 보고 있다. 한민은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다. 사실 가게집 아저씨는 고등학교 까지 나온 아저씨이다. 더군다나 슬쩍 훔쳐보니까 책은 고급스럽게 칼라로 표지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책재목도 어덜터리 라고 영 어로 된것이었다. 무슨뜻인지는 잘 몰랐지만 괭장히 훌륭한 책같았다. 더군다나 한국말로 어덜터 리 밑에는 영어로 또 뭐라고 적혀 있었다. 나도 저책을 볼만큼의 수준만 되어도 좋을텐데 한민의 공부에 대한 정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할때 까지의 정열은 그를 주야 독경의 길로 몰아 넣었고 오늘 바로 그 어덜터리 의 잡지의 기자가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 게는 지금 실망이외에는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기자란 사람들은 3류 소설과 디스코텍, 카바레, 창 녀촌을 섭렵하며 놀다가 deadline 바로 전에서야 타이들을 하나정해 열씸히 써대기 시작한다. 몸 잃고 돈뺏긴 강남의 모주부 자살 제비의 길,하드 트레이닝의 생활 제비생활 이렇게 한다. 제 비 그들 정력의 비밀 꽃뱁에게 당하고 쇄고랑찬 어느 제비의 얘기 제비 이제 강남을 뜬다. 첫날밤 예쁜이 수술로 자신을 갖는다. 썬텐 하다 강강당한 어느 여대생의 독점 인터뷰 여대생 중절이 늘고 있다. 여대생 성형수술의 현재 본드마시는 청소년 줄고 있다.-풍요해진 청소년 아 편과 헤로인에 몰려 사이비 교주에 속아 몸뺏기고 돈날리고 딸까지 갖다 바친 미망인의 이야기 결혼않는 여자들이 늘고 있다.-즐기며 살지 결혼은 왜해! 매주 들어가는 기사는 대충 이쯤의 내 용들이 전부이고 가끔 들어가는 것들로는 식이요법-그것도 대부분은 정력을 강조하는 것들이지만- 이 잡지의 기사였다. 사진도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벗을려면 벗고 입을려면 입지 왜 꼭 가리긴 가렸는데 사람 간질나도 록 정말보고 싶은 것은 안보여주느것인가. 정말 인쇄비가 아까웠다. 정말 이상한 것은 한민이 속해 있는 잡지의 일주일치 판매부수가 왠만한 시집 1년치를 훨씬 뛰어 넘는다는 것이다. 한민이도,그도 이잡지의 기자인 이상 그런 기사를 써야 할수 밖에는 없었다. 솔찍히 한민으로 서는 상당한 진통을 격을 수 밖에는 없었다. 그는 그런 부분에는 참으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민은 술에서 깨었다. 시계는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속이 쓰렸다. 그동안은 정말 방탕한 생 활의 연속이었다. 모처럼 사귀게된 훈식선배의 조언에 따라 텍으로 까페로 열심히 기사를 쫒아 다 녔기 때문이다. 도대체 선배들은 어떻게 그돈들을 감당하는 지가 사실 궁금했었다. 그러나 훈식선배 의 뒤를 3달간 쫒아 다닌끝에 알수가 있었다. 거물급의 사진을 찍고 기자증을 보이면 순순히 돈이 굴러 들어왔다. 독한 놈을 만나서 순순히 돈이 굴러오지 않으면 마누라를 찾아간다. 그러면 마누라는 얼씨구나 돈을준다. 마누라되는 사람은-앞에 서는 깍듯이 사모님이라고 굽실거리지만-대신에 더큰 돈을 만진다. 사진을 가지고 간통죄로 고소를 하면 그야말로 앉아서 코푸는 것이다. 변호사의 선임료하나 안들이고 라면 하나에도 포함되있는 세 금으로 소송을 치루고 위자료를 챙기면된다. 까짓 수십억을 울궈내는데 기만원짜리 공증증서 하나 만 작성하면 끝이다. 독한 마누라는 공증증서의 사례비도 남편의 앞으로 돌린다. 그래도 마누라도 남편마냥 독한 *가 있어서 남편마냥 짠지인 수가 있다. 그러면 수개월을 들인 노력이 헛되이 물거 품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달의 생활은 형편없어진다. 그야말로 라면한개로 한달을 보내야 할때도 있다. 사실 월급이라고 나오는 것은 자동차 할부금도 제대로 감당을 못할 지경이었다. 한민은 사실 저번주에 큰 것을 한탕했다. 이렇게 나가면 조만간에 집도 사고 장가도 들수 있지 않 을까 생각이 들정도 였다. 그러나 쉽게 번돈은 쉽게 나간다. 받은 돈의 절반이 이미 술값으로 나갔 기 때문이다. 한민이 요새 얼굴이 좋은데. 같이 좀 좋아보자고.. 현태선배가 흘러가는 말로 정문일침을 찔렀다. 한민은 요즘 잘나가고 있었다. 스스로도 이직업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베테랑급도 1년에 한번 잡기 힘들다는 거물급을 이번달에도 벌써 2건을 해치우고 입을 딱았기 때문 이다. 한민은 다시는 선배들의 술을 퍼먹이는 꼴은 없었다. 세상은 냉혹한 것이다. 정보는 돈을 주고 샀 다. 잔챙이의 정보는 돈을 받고 팔았다. 정에 이끌려 내주는 정보는 신빙성도 없었고 정보를 받는 입장에서도 구걸받는 것 같아서 싫었다. 자본주의는 이것이 좋다. 돈을 받는 사람은 죄인이다. 돈을 주는 사람은 왕이다. 한민은 사람의 심 리를 잘알게 되었다. 돈은 이름이 쓰여져 있지 않다. 손위에 있을 때에만 그것이 자신의 돈인 것이 다. 공짜로 아무리 퍼먹여 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사례는 정확히 한다. 그러면 그 돈을 보고 정보가 굴러 들어온다. 현대는 정보의 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한민은 스스로 최첨단을 달린다 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두움,아무도 없는 침묵. 잠속에 파묻힌 소음. 졸고있는 여명. 자동차 핸들에 턱을 괴고 러브호텔을 지키고 있던 한민은 시계를 보았다.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이번주 deadline이 오늘 이었음을 깜빡 했었다. 집으로 가서 데이터를 뽑아야 한다. 방의 불을 켰다. 30평짜리 아파트의 불 은 홀로 따각 소리를 내며 불을 밝혔다. 가방을 던지려다 말았다. 너무 무거워서 자신의 몸을 돌아 뒤통수를 쳤다. 그래도 손을 놓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돈줄 portable컴퓨터 였다.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비리를 찾아 다닌다. 그리고 잠복의 시간이 많았다. 그러면 그는 일주일에 한번 제출하는 기 사거리를 정리한다. 절반의 상상과 절반의 거짓말로 대충기사를 쓰곤했다. 이번에 제출할 기사는 무 엇이 좋을까 제목들을 훝어보았다. 전번에 비중이 있는 기사를 제출했으니까 이번주는 그저 가쉽거 리나 제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동남아 섹스관객이 몰려온다. 이기사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의 컴퓨터에는 이런류의 이야기가 벌써 삼십여편이 메모리 되어 있었다. 가끔, 돈을 내놓지 않는 졸부 들의 욕이 기사화되기도 했고 그런 기사들은 사실감과 현장감넘치는 사진이 깃들어지기도 했다. 물 론 눈엔 새까맣게 리본은 달아 누군지 모르게 했지만 벌거벗은 몸은 적나라함,그자체였다. 더군다나 기사를 읽어보면 그것이 누구라는 것은 대충짐작이 가게끔 섰으므로 사회에서 매장이 되는 것은 시 간 문제였다. 한번은 목사인 k씨가 윤리위원회에 제소를 한적이 있었다. k요놈은 돈을 긁어 보아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한푼도 쓰지 않고 자신의 치부만을 하고 있었다. 원케 정계에도 돈을 많이 뿌 려놔서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한민이 그렇다고 물러날리도 없었다. 바로 기사화 해버렸다. 목사로 서는 돈 기천을 아끼려다가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할 것을 우려했다. 아니 그 목사가 사회적을 매장 을 당할 이유는 없었다. 이미 그 목사는 이단으로, 사이비로 찍혀 있었다. 다만 그에게 그런 기사가 나면 신도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문제 였다. 때문에 정당화의 요소가 필요했다. 그것은 윤리의 문 제가 아니었다. 윤리의 문제라면 자신이 스스로 떳떳하고 평소에 덕망을 쌓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한민의 기사가 가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k목사의 경우는 이도 저도 아니니 법의 정당화가 필요한 것이었다. 당신은 어떤 근거로 그러한 기사를 썼는가? 윤리위원회의 위원장의 물음이었다. 옆에는 k목사와 그의 신도들이 한민을 죽일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민은 당당했다. 몇가지 k목사님께 묻고있는 것이 있는데 물어도 되겠습니까? 한민은 위원장을 쳐다보았다. 위원 장은 k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k목사의 고개가 약간 끄덕이자 위원장의 고개도 끄덕였다. 한민은 목사를 쳐다 보았다. 징그럽게 웃고 있었다. 하기사 사기전과 5범인 네놈이 말로 누구에게 지겠느 냐,말로는 자신이 있다는 소리구나. 알았다. 그러나 사기는 네놈만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라. 그렇도록 하시요.그러나 상대가 목사님임을 잊지 마십시요.그리고 될수 있는 한 빨리 끝내십시요. 징계문제로 빨리 들어가고 싶으니까... k목사님,당신은 신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한 적이 있습니까? 한민이 오히려 k목사를 취조하듯이 물 었다. 하나님의 종이 그런일을 어떻게 할수가 있습니까? 저는 항상 하나님의 종으로서 항상 가난한 이웃 과 함께 했습니다. 저의 신도에게 물어 보시면 당연히 알것을 왜 저에게 물으십니까. 더군다나 교회 가 받은 헌금은 거의가 다 고아들과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k는 그 특유의 호소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의 신도들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아맨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민은 신도들을 유심히 보았다. 제일 앞쪽의 열심히 아맨을 불러대던 사람을 기억해 두었었다. 명찰의 이 름이 김 말순 이었다. 그래 네놈이 걷어 들인 돈이 작년에만 15억 8천만원 그중에 고아들에게 간 돈은 600만원 남짓했다. 그 600만원도 아까워서 아직어린 고아들의 화대라고 생각을 했느냐. 밤마다 능욕을 불태울때 겨우 중학교 1,2학년들은 너의 짐승같은 배밑에서 울음을 울었다. k목사님은 신도의 딸들을 욕보인적이 있습니까 한민은 능글맞은 당당함으로 맞서고 있었다. 아니,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함부로...우리모두 회계합시다. 사탄의 무리에게서 우리를 구원하소서. k의 지방투성이인 배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증언석이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한민은 그것이 너무도 우스워서 고개를 푹숙였다. 그리고 숨을 죽여가며 웃었다. 그러나 너무나 열을 받은 k목사는 그런것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하였다. 뭐라고 잘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꽤오랫동안 지끼고 여기저기 서 할랠루야,아맨등이 터져 나오자 열이 식은듯, 자리에 앉았다. 수위가 증언석을 똑바로 할때 현무 는 그재서야 고개를 들었다. 웃음을 완전히 가시지는 못해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그래 불경스러울 것이다. 감히 너따위가 어찌 신도의 딸만을 건드렸더냐. 그딸의 어머니까지 건들지를 않았더냐. 목사님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첩이 둘이나 되십니까? 현무의 마지막 질문에 목사는 호탕히 웃었다. 좀전에 너무 흥분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식을 한모양이었다. 요즘에는 물질만능의 풍조가 만연해서 저같은 가난한 목사에게는 애 4딸린 과부도 시집을 오지 않 으려 합니다. 그런데 어찌 첩을 둘수가 있겠습니까. 형제여 나의 무죄가 입증이 되었습니까? 지금이 라도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면 여죄를 묻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자신의 속에 들어있는 사탄을 좆아 내고 하나님을 섬기겠다는 약속을 하시기만 하시면요 완전한 자신의 승리로 들떠있는 k를 보면서 현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간음을 한것이 너냐? 너의 속에 또아리 틀고 있는 사탄이 그런 것이 지, 그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벅벅 긁어 모으고 있는것이 너냐? 너의 머리속에 기생충마냥 살 고있는 사탄이 그러는 것이지. 호텔부페에서 시작한 아침이 점심보신탕 저녁 뱀탕, 룸싸롱으로 이어 지는 향락의 생활이 어디 길읽은 양인 네가 하는 것이냐? 네놈벳속의 지방질에 누워있는 사탄이 하 는 것이지 목사님께서는 5분도 되기전에 세번 자신을 부정하시는 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그 기사의 K목사가 당신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제가 기사화한것은 바로 저사람입니다. 한민은 증인을 불러내었다. 달동네에서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는 k목사였다. 제가 그랬습니다. 저는 1주 전에 목사직을 그만 두었습니다. 한민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계속해서 사탄의 꾐에 빠져 있었을 것입니다. 한기자덕에 회계하고 이제 고아들을 위해서만 살아갈까 합니다. k목사님, 용서해 주십시요. 달동네 k목사는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연기를 아주 잘했다. 위원장도 더 럽은 k목사도 멀거니 달동네 k목사의 눈물을 앞에두고 무어라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기자는 앞으로 이런 오해가 다시는 없도록 공인으로서의 품위를 갖는 표현을 하도록 하시요. 한민의 위원회는 이렇게 끝났다. 징계위원회가 끝을 맺자 한민의 속에서는 두달의 고생이 날아간데 대한 아까움이 있었다. 그러나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고아를 살리는데 돈기천 쓰는 것이 징계에다가 손해배상청구를 당하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 같았다. 후회는 없었다. 달동네 k목사같이 평생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한번쯤은 좋은 일을 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어찌 한민이 기천쯤을 훌륭한 일에 쓰는 날이 있을줄 자신인들 상상을 했던 것일까? 목사의 자격을 박탈당해서 어떻게 합니까? 제가 손을 좀써 볼까요? 한민은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 난 아이의 간호를 하는 k목사의 눈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정말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닙니다. 전 이 아이의 생명과 바꾼 목사직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목사자격보다는 한 생명 이 더 귀중한 것이니까요. 사실 목사한답시고 아이들을 너무 굶주리게 한것이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하나님에게 접근하는 것은 목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공부 시키는 것이라고 이번을 통 해 깨닭았습니다. 다 하나님의 뜻이겠지요. 한민은 못내 그 눈을 잊지 못했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서도 잡지사로 오면서도 그눈을 잊지 못했 다. 잡지사로 오자마자 한민은 두가지의 일을 했다. 꼬투리를 잡아두었던 모목사에게 압력을 넣어 달동 네 k목사의 자격을 살리는 것이 먼저였다. 그리고 같은 k로서 더럽은 k목사가 섭할까봐 자신이 찍 어둔 사진들을,이른바 사탄이 벌리고 다닌 일들의 사진들을, 아맨소리가 가장컸던 아줌씨의 주소로 부친것이다. 그 사진들은 징계위원회에 제출을 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집단은 묘한 것이어 서 비논리의 세계가 아니었던가? 남들이 다 믿는 것을 부정하는 집단 그것이 종교,특히 사이비 집 단의 특징이다. 남들이 아는 것은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더럽은 k목사가 합성을 한것입네 한마 디만 해버리면 끝인것이다. 한민은 그 집단을 움직이는 방법을 안다. 골수분자를 찾아내어서 그에게 비밀을 심어준다. 그것은 그집단의 신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민은 수신인의 이름을 김 말순 이 라고 적었다. 한민에게 있어서 이름을 가지고서 주소를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당신속에 있 는 사탄을 위해서 소포를 부치면서 한민이 생각한 것이었다. 제 4장 -법정변호인- 어이쿠 이런 나쁜놈을 보았나.이런놈은 사형보다 더한 극한 처분을 해야 하는 건데요...그렇찮습니 까? 차장검사가 나의 구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붙여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밀리 면 안된다. 엉뚱하게 어디를 간다던가 하는 핑계를 대고 돌아왔을때,그의 의도되로 모든 것이 풀려 있는 것은 나에게 너무 비참한 일이다. 오늘은 버틴다. 승진이 늦어져도 그것의 결정적인 이유가 오 늘에 있다고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사치,허영심,이런 것들의 결정체인 사랑을 논하면서 더러운 치정에 의한 살인을 한 놈을 내손으로 죽이지 않는다면 이시대의 정의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놈 한놈 죽인다고 정의가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지만 kant의 정언명령에 따 르면 내일 지구가 멸망을 해도 이런놈은 죽여야 한다. 나는 성스러운 십자가를 매고 적의 탱크에 돌진할 것이다. 나의 인상은 줄곧 연습한 그대로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 차장검사도 나의 인상을 한 번 힐끔보더니 도장을 꽝꽝 찍었다. 그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아 나의 승진이 이대로 날아가서는 안된다. 그런 나쁜놈의 목숨과 나의 승진을 바꾸는 것은..음..예를 들자면.. 여배우와의 저녁식사약속을 개미똥구멍을 한번 핥는 것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두번도 아닌 한번과... 저 오늘 저녁에 약속이 없으시다면... 어이쿠,뭐 좋은데 아는데라도 있으신가? 그의 얼굴은 약간은 접대용의 얼굴을 하고 있다.꾸미고 있 다. 그래서 그는 늙은 여우이다. 그리고 나같은 젊은 용병을 잘다스리는 늙은 여우이다. 늙은 여우 란 별명은 누가 붙여준 별명도 아니고,내가 부르는 별명도 아니고,단지 내가 속상할때 맘속으로 외 쳐되는 별명일뿐이다. 좋은 별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도 많이 불러봤지만 오늘 부르니까 왠 지 시원하고 친근감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많이 부르게 될거라는 필링이 왔다. 나도 당신의 밑에 있 은지 2주하고 3일이 다 되어 간다. 나도 여우는 아니지만 얼쭈 여우에 가깝게 되고 있다. 무엇이든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차장검사님에게 제 아내될 사람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여자 보는 눈이 없어서요...아버님같 은 분이시고... 또 탁월한 심미안을 갖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장검사님의 뜻대로 하고 싶습 니다. 그 말에 차장검사는 껌벅넘어간다. 그의 눈은 금새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이 정말로 기쁨에 넘쳐나고 있다. 바보 같은 늙은이. 사랑따위에 속아서 가진것 없는 여자와 결혼을 해 버린 칠푼이. 출세를 멀리하고 냄새나는 청렴을 낙으로 여길수 있었느냐. 아니다. 내가 아는한 당신은 아니다. 겨 우 하루 하루를 살아갈뿐. 겨우 25년의 정열과 땀이 당신의 얼마안되는 월급이 되어서 아이들의 밥 값으로 들어가고 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런 것들은 필부들이나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르 다. 우리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동안의 희생을 강요받아 왔지 않은가? 나는 말 할 것이다. 당신의 삶을 강하게 부정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내가 다시 미래의 내가 되어서도 나는 과거의 나를 당신의 모습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의 모습은 나약하고,당신의 모습은 비굴하고 당신의 모습은 역겹기 까지 하다. 그러나 지금의 당신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가 빗나간 화 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의 양심을 찌르고 당신의 이상을 찌르고 당신의 그리움을 찌르고 당 신의 우정을 찔러서 당신이 나를 키우게 할 것이다. 물론 나도 비굴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비굴은 내가 느끼는 것이다. 당신은 나에게 당신의 과거를 보여줄것이다. 당신의 과거에서 당신이 이루지 못한 세계로 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그 과정에서 당신에게 나는 약간의 자랑도 할 것이다. 나의 아 내가 얼마나 큰 재력가의 딸인가하며,얼마나 몸매가 좋은지 하며...얼마나 이쁜지도...하하나... 공판은 그럭저럭 끝이났다. 류현무란 놈은 참으로 불쌍한 놈이다. 그는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하는 데도 불구하고 국선변호인은 선처만을 고집했다. 국선변호인은 제대로 공소장도 읽고 오지 않음이 분명했다. 류현무는 똑똑했다. 국선변호인을 바꾸고자 했다. 그러나 바꾸어도 마찬가지 였다. 변호사 가 없을 수는 없었다. 3년이상의 법정형일경우 국선 변호인을 꼭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없이 하였다면 류현무가 사형까지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불행히도 사선변호인을 선임 할 만큼의 거액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공판이 진행될수록 현무의 심경에 변화가 왔다. 죽음에 초 탈한듯 했던 그가, 류현무가 살고자 했다. 그는 자신을 배반한 여자의 곁으로는 가고 싶어하지 않았 다. 그의 공판이 계속될수록 그런 그의 울부짖음은 처절해 졌다. 그는 어떤 변호인이 말을 해도 듣 지 않았다. 공판에서 그들의 말을 막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변호를 스스로 하고자 했 다. 그는 자신의 형량을 낮출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다. 자신의 변호는 그가 법에 대해서 아는 이 상,어떤 변호사들보다 나았다. 그는 임의적 감경사유를 주장했다. 그의 말들은 논리적 일관성이 있 었다. 증거가 없는 것들은 과감히 부정을 했다. 절차에서 공판을 늦출수 있는 것들은 철저히 써먹고 자 했다. 제척,기피를 신청하고자 했다. 그러나 국선변호인들은 빨리 이 공판을 끝내고 꿀들이 가득 한 곳으로 가고자 했다. 때문에 현무의 공판이 있는 날은 그들의 싸움으로 법정은 소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사체를 먹었다는 증언이 나왔을때 그것은 절정을 이루었다. k는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증인 이었다. 그는 현무가 사체를 먹고 있었다는 증언을 해왔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부검때에도 그렇게 사체를 먹은 결과따위는 애초부터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오기로 사형을 구형하기는 했지만 나자신 도 류현무의 형기는 기껏 7년 정도로 잡고 있었다. 그는 감경의 사유를 폭넓게 갖고 있었다. 초범이 고,주위로 부터의 평판도 아주 좋았다. 사랑에 눈이 어두워 배신한 여자를 엉겹결에 죽인,그렇고 그 런 대학생의 사랑싸움이었다.그러나 k가 나타남으로써 사건은 달라졌다. k는 현무와 같은 집에 세들 어 사는 아줌마였다. 오래 같은집에 산 까닭에 현무를 잘알고 좋아하기까지한 순진한 아줌마였다. 그렇게 현무에게 불리한 말을 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국선변호인인 A가 사건을 터트려 버렸 다. 국선 변호인도 엉켭결에 화가나서 한 일이었지만 그것은 되돌릴수가 없었다. 조용히해 지금 증인석에는 k가 있어.저 아줌마가 불면 너는 인육을 먹은 파렴치범이 되어버려... 그 한마디로 장내는 찬물을 끼얹어 버린것이 되었다. 시간이 정지해 버린것 같았다. 변호사에게 악을 쓰던 현무도,현무에게 불리한 말을 할까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말하던 k도 정지해 버렸다.그 말을 한 국선변호인 A도 나도 장내의 모든 사람들도 판사들도 자신의 생에서 10초정도의 시간이 정지하고-밖에서는 바람이 불고 차들이 빵빵거리고 눈발이 흩날렸지만- 다시 웅성거림이 일기 시 작하고 급기야 경악으로 변했을때 부터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독주는 시작되었다. 증인k는 공판몇시간을 계속해서 침묵했다. 그리고 다음날도 침묵했다. 법정모독죄와,허위증언에 대 해서 상세히 강의를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공판 도...내가 국립과학연구원의 검시결과를 들고 와서 피해자의 손가락에 이빨로 인해 살점이 떨어져 나갔음을 거증했을때에 그녀는 단 한마디를 했다. A는 변호사 아닌가요 현무총각을 위해서 있는...그런 사람이... 믿고 현무를 위해서 해준 말이었는 데.. 아무리 현무가 단지 반지를 빼내기 위해서 였다고 주장했지만,나는 강도 살해죄로 죄명을 바 꾸었을 뿐이었고,자신이 선물한 것을 그녀의-더럽다는 표현을 한-손가락에 두고 있을 수는 없다는 말에,나는 소유권이 그녀에게 있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법적으로 확인을 해주었을 뿐이었다. 그때부 터 공판은 속전 속결로 들어갔다. 인육까지 먹은 파렴치범에게는 집중심리제라는 정의의 칼이 준비 되어 있는 것이다. 일주일만에 공판이 끝나고 삼개월도 되기전에 삼심까지 끝내버렸다. 1심에서는 예외적으로 사형이 선고 되었고-물론 인육을 먹었다는 것이 확대보도 된것이 큰역활을 했고,2심에 서도 사형.상고는 기각되었다. 제 5장 -봄의 시작- 학교구경은 나랑 같이 할 수도 있지 않니 꼭 혼자서 해야겠니? 응,엄마,혼자서 하고 싶어,잘 생긴 사람이 말을 걸지도 모르고... 그 소녀는 웃는 모습이 맑았다. 너무 늦으면 안된다. 엄마 인 듯한 사람은 빽을 옆구리에 딱 붙이고 서는 걸어갔다. 빽에서 열쇠를 꺼내서 차를 타고는 소녀에게 여유에 찬 웃음을 보내고서는 사라졌다. 현무는 담배를 물었다.문옆의 계단에 앉았다. 무엇을 하는 여자일까? 담배 맛이 쓰다고 생각했다.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성미는 화장실을 찾았다. 남자 화장실 밖에 없었다. 이를 어쩌지, 성미는 몸을 떨었다. 성미는 여 자 화장실은 2층에만 있음을 몰랐다. 벌써 두방울 정도는 팬티를 적시고 있었다. 에라,될 때로 되 라. 성미는 남자 화장실로 달려 갔다. 문을 꼭 잠그고 서는 청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내렸다. 후유 성미는 한숨을 쉬었다. 쐐 소리를 내는 것이 부끄러웠다. 괄약근을 조절했다. 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생각할 수 있는 시 간이 좀더 길어졌을 뿐이다. 몸을 떨쳤다. 휴지를 갖고 있지 않는 탓에 마지막 한방울이 떨어질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천천히 팬티를 올리고 청바지의 지퍼까지 올린 후에 다시 한번 옷 매뭄새를 확인했다. 빼져 나온 옷도 없었고 지퍼는 잘 잠겨져 있다.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려다가 잠바의 모자를 썼다. 문을 조심 스레 열었다. 사람은 한 명 뿐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나오다가 눈을 들었다.그 사람은 성미를 주시 하지 않았다.열심히 물줄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고개를 다시 숙이고서 화장실을 나오는데 성공했다. 몇달이 지나서야 안 일이지만 그때 물줄기를 열심히 구경하던 사람은 바로 교수님이었다. 근엄하기 로 소문난 정교수님. 승미는 정교수님을 뵐때마다 그때의 근엄한 용변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성미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고개를 들었다. 자판기 앞에 커피한잔은 물고 커피 석 잔을 든 남자가 있었다. 새로 한잔을 뽑으려던 순간에 성미와 눈이 마주쳤다. 성미는 순간 웃음을 멈추었다. 그 사람은 인상을 쓰고는 로비쪽으로 가버렸다. 성미는 다시 웃음이 새기 시작했다. 남학 생이 간 반대 쪽으로 난 문으로 법대를 벗어 났다. 현무는 기분이 나빠졌다. 입학식날부터 선배란 사람들로부터 커피 심부름이나 하고 그것으로 그치 지 않고 여자로 부터 조롱이나 당하고... 선배란 사람들과 동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커피를 돌렸다. 집으로 가서 자고 싶다. 현무의 입이 커피잔에서 해방된 순간 중얼거린 말이었다. 현무는 새로운 얼굴이 있음을 알았다.동문 선배 같았다. 며칠간 감지 않은 듯한 부스스한 머리 그러면서도 깔끔한 옷차림,이지적으로 이글 거리는 눈매,그러면서도 웃음을 띤 여유 있는 얼굴. 사시 준비의 긴 여로가 아니면 결코 생길 수 있는 풍모가 아니 었다. 나도 사시 준비를 오래하다 보면 저런 외모를 가질 수 있을까? 현무로서는 회의적 이었다. 인사해라,4반 이었단다. 수라라고 4반,깡패선생 반이었다. 나는 찬식이라고 1반이었다. 이렇게 현무의 일생을 바꾸어놓은, 아니 오히려 수라의 인생을 더 많 이 그리고 더 완전히 바꾸어 놓은,가장 친한 친구인 수라와 현무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석양이 떠오르고 있다. 해는 따가운 이를 드러내어 유혹하고 있었다. 새초롬한 아가씨와도 같이 웃 고 있었지만 여름의 그녀를 알고 있다면 누구도 속지 않았어야 했다. 쥐의 드러낸 내장의 물까지도 마시는 그녀는 봄에만 아름다운 아가씨일뿐 결국은 여름의 폭음에 져버리고 짜증을 내고 미쳐서 파 리와 모기와 거머리들을 달고서 피에 굶주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입학식을 마친 교정엔 덜 취한 가로등이 눈을 떴고 하늘이 돌고 있다. 땅은 장단을 울리는 상쇠처 럼 맴을 돌고 돌도 이슬도 우라질 세상 마져 따라 돌고 있었다. 선배님께서 주신 피같은 술 감사히 마셨습니다. 뭐라고? 억지트집에 현무는 다시 사발에 술을 받았다.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이것만 넘기 면... 현무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막걸리 한 병이 들어가는 사발은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마시면... 선배님.. 뭐라고? 선.. 이, 새끼가 아그야 이리오너라 욕을 퍼붓는 한 선배를 막으며 더 높아 보이는 선배가 다시 술을 권했다. 목도 마르까이 한잔 받고.. 사발의 술을 다시 먹으며 현무는 생각했다. 이것만 넘기면 대학이 펼 쳐 진다.대학이.. 차라리 억지를 부리는 아이들에 둘러 싸여 있는 것이 더욱 나을 지도 모른다. 아 무런 거리낌도 없이 나는 허무한 하루를 오늘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예전, 구름 마져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시절 즐기는 내가 없는 시절로. 별은 미쳐 돌아가고 있 다.내가 도는 것인가.너가 돌고 있는 것인가.돌고 있는 하늘을 돌고 있다고 보는 내가 술이 취한 것 인가 안 취한 너가 취한 것인가. 열 한 시가 넘어선 하루는 고요하다. 나의 분노를 받아 들여야 할 밤은 숨소리 조차 죽이고 있다. 골목 여기 저기에 인간의 형상을 한 쓰레기 더미에선 인간의 악취가 풍기고 차들은 눈에 불을 켠 야수 마냥 밤의 유혹에 포효하고 있다.현무는 기우뚱 거리며 어두워진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고함 쳐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아는 노래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웅얼 거릴려고도 했다. 가 사는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술이 목을 불태웠다. 갑자기 어지럽다고 생각했다. 답답하다고도 생 각했다.빨리 집에가서 누웠으면 하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누워서 잠이나 잘것을 잘못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오늘이,이 술이 깨고 나면 다시 술을 찾아 돌아 다닐 것이다. 남들은 술이 취하면 엉 뚱한 생각을 한다는데 그는 술이 취해서야 바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술을 먹는지도 모른다. 목에서 슬픔이 치받았다. 삼켰다. 슬픔이 목에 붙어 버렸다. 구토를 했다. 젠장 구토와 함께 눈에 걸려 버린 눈물을 훔치며 혼자 중얼 거렸다. 으슥해진 골목의 한 귀퉁이에는 씁쓸한 냄새의 구토물이 끈적이며 흘러 내리고 있다. 현무는 구토 물들을 보았다. 사막을 가르는 모래와 같다고 생각했다.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이 머리를 태우고 있 다.물한모금을 마시고 싶었다. 눈앞이 흐려진다.모래가 눈에 들어간 것 마냥 눈이 따갑다.구토물들이 흐르고 있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가.무엇을 그리워 하는 것인가?무엇을 위한 몸짓인가?이것이 노 스텔지어의 손수건인가? 특정된 것,혹은 특정되지 못한 것. 이 더러운 세상에서 어느것하난 깨끗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살수 있도록 그것을 현무는 구토라 했다. 현무는 그것을 뒤로하고 걸었다. 현무 는 구토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구토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딜레마라고 말 할수도 있었지만 어쨌건 좋았다. 현무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요 싫어하는 것은 싫어하 는 것이다. 평생에 있어 그놈의 구토만 없었다면...하고 생각을 한적도 있었지만. 오늘 현무의 하루는 즐겁게 시작했다. 아름다운 여자가 그의 옆에 있었다. 주머니도 넉넉 했다. 하 늘은 푸르런 봄의 시작이었다. 현무는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하늘은 그야말로 밝음 이었다. 이렇게 밝은 날은 그에게도 오랜만이 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와서야 알게된 아름다움 중에 하나가 밝은 세상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밝은 날인것이다. 운이 좋았다. 현무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온 두가지를 한꺼번에 가지게 되 는 것이다. 아름다운 봄날과 아름다운 여인... 신천 고수부지에 가지 않았던들 그의 하루는 아주 밝은 날로 영원히 기억 되었으리라. 그리고 아름 다운 날로,추억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사건은 봄의 생명들이 피어나는 날 어느 죽은 한 생명 때문 에 벌어 졌다. 성미라 했다. 그녀의 이름은...흔한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그렇게 흔하지 않은 미인이 었다. 포장마차에 들어섰다. 그녀는 우동을 먹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가면 포장마차에 한번 가 보고 싶었다고 했다. 시처럼 그렇게 낭만이 서린포장마차에서는 앉아만 있어도 즐거운 가슴저림을 느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부직포빛깔을 받은 그녀의 얼굴은 밝은 베이지 빛이었다. 현무 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포장마차가 아니더라도 이 여인과 있다면 언제나 즐거운 가슴저림을 느낄 수 있을거라도 생각을 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세상에 또어디에 있을까?. 뚝의 포장마차에서는 조용한.소름이 끼치도록 조용한 음악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 놀고 있었고... 성미와 현무는 벤치에 앉아 조용한 대화와 봄과 그들의 희망을 즐기고 있었다. 성미는 어땠는지 몰 라도 현무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를 알수가 없었다. 단지 중천의 해가 기울어 가로수 나무꼭대 기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을 즐겼다. 고수부지의 어느 벤치에 앉았다. 조용하고도 어색한,만남의 즐 거움을 한껏즐겼다. 현무는 말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은 유모어 감각이 뛰어난 남자를 가장 좋아 한다고 잡 지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별로 할말을 찾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체 할말을 생각했다.아무런 말도 떠올리지 못했다. 성미도 말이 없었다. 둘은 그렇게 침묵하면서, 그침묵을 즐기고 있었다. 현무는 바 닥을 열심히 보았다. 할말이 생각났으면 했어였다. 바닥은 파란 잔디가 나 있었다. 그 속에 양지를 받고 있는 죽은 쥐 한 마리를 보았다. 한가로이 바 람이 쥐의 털을 쓰다듬고 지나 갔다. 아찔한 유혹이 일어 났다. 언제든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 과 같은 이 느낌과 이 향기를 맡았던 것 같았다. 언제 였던가?...기억이 날듯 날듯 하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흐릿한 파란 잔디위에는 그 실체가 드러나 있었다. 잔디에 마치 스프링처럼 조 용히 방울들이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아주 조용하고도 머리속에 든 전기처럼 순간적으로 아찔한 현 기증이 일었다. 뜨듯한 매끄러운 그의 분신이 될 뻔 했던 음식물들이 천천히 잔디를 미끄러 졌다. 아마도 성미라는 그 아이는 차분히 손수건을 내주었고 무어라 용기를 북돋우는 말을 한 것으로 기 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환각과 같이 흐릿하고...눈물이 고인 눈으로 본 것은...구더기 한 마리가 쥐의 눈으로 현무를 보고 있었다. 성미와 약속한 시간이 다와 간다. 오늘은 또 무엇을 하여야 하나 현무는 그것이 가장 걱정거리 였다. 무엇을 하여야 하나. 볼링은 내가 잘 치지를 못하고 당구는 여자와 치기는 좋은 오락이 못되 고...유원지를 어슬렁거리자니 깡패가 많아서 불안하고. 그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술을 먹 는 것 그것이야 말로 여자와 함께 할 가장 좋은 것이 아닌가. 현무는 현명한 결정에 스스로 만족 하고 두 주먹으로 탁자를 가볍게 치며 미소를 지었다. 순간 성미가 문을 열고 들어 왔다.화사한 봄옷 차림 이었다. 뭐 좋은 일 있니? 성미가 앉으며 물었다. 좋은 일은..그저.. 뭘 드시 겠어요? 잽싸게 레지 아가씨가 주문을 강요하는 턱에 현무의 다음 말은 잘려버리고 말았 다. 커피 둘 주세요 성미는 현무의 습관들을 뻔이 알고 있었다. 커피에 담배,그리고 술. 현무는 아마 그런 것들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 집에서 잠을 잘 것이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기 위하여 학교에 오 고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법대를 오고 술을 마시기 위하여 사는 것이라고 현무는 입버릇으로 말했 다. 현무가 주머니에서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내 놓았다. 시계? 목걸이? 반지? 승미는 검지 손가락으로 선물을 눌러보았다. 머리를 오른 쪽 왼쪽으로 돌려 가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풀러봐. 현무도 미소를 지었다. 나이든 사람처럼..금반지네. 승미가 겸연쩍어 그런말을 한다고 현무는 생각을 했다. 반지를 꼈다. 맞니? 승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다. 승미가 쪽지를 들더니 펴 보려고 했다. 현무가 말렸다. 집에가서 봐. 쑥스러운 말일꺼야.그런거.. 현무가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승미는 장난기어린 눈으로 현무를 보며 미소 지었다. 놀러가자. 어디갈건데. 몰라. 날이 너무 따뜻해. 그래,그러자. 승미는 가방을 들고 현무는 계산서를 들었다. 현무가 계산을 하는 동안 승미는 화장 실로 갔다. 승미는 화장실에 들어오자 마자 쪼그리고 앉아 쪽지를 펴 보았다. [사랑은 금과 같아서, 오래 간직할 수록 줄어들지만, 그래서 더욱 빛깔은 영원합니다. - 현무 -] 선배 우리집에 놀러 갈래요? 성미가 커피솦계단을 내려오면서 한 말이었다. 현무는 기뻤다. 이제 집에 당당히 찾아가는 건전한 이성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성미가 애써 말리는 것에도 불구하고 현무는 용돈을 탁탁털어 좋은 음료수 선물세트를 샀다. 옛부터 남의 집에 찾아가는데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엄청나다고 생각을 했다. 백평이나 되는 듯이 집이 컸다.개도 컸다.나무도 컸다.냉장고도 컸다.하다못해 그집은 젖가락 마져도 컸다. 그러나 그의 손에 들려진 음료수선물세트 는 너무나 작았다. 어머님은? 아마 오늘은 안 오실꺼야. 현무는 돈의 위력에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그리고 죽음직전의 개가 그러 하듯이 사정을 했다.성미의 배위에...성미를 그렇게 거칠게 다룬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고 마지막 이었다.성미는 묵묵히 때로는 신음 소리로 현무를 받아 주었다.그러나 그런 성미가 현무는 징그러웠다.성미의 목을 지긋이 눌렀 다.목이 갸날팠다.성미는 현무를 안았다.차갑고 부드러운 성미의 가슴이 그의 몸에 닿았다.현무는 성 미의 몸위에 무너졌다.성미의 머리칼이 현무의 코끝에 닿았다.냄새가 좋았다.손을 뻗쳐 만졌다.부드 러웠다.현무는 손을 오그렸다.그의 손톱에 때가 끼여 있었다.갈증이 났다.참을 수없는 갈증이...성미 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그러나 그러지 못했다.그의 손에 손톱에 때가 싫었다. 나 물좀 줄래 현무의 목소리는 보통보다 더 톤이 낮았다.성미는 부엌으로 갔다.냉장고를 열때 성미 의 몸이 한꺼번에 파란 빛을 발하였다.현무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팬티가 꺼꾸로 였지만 그냥 입 었다.옷을 다입고서야 성미가 맥주를 들고왔다.안주까지 준비해서...현무는 그날 냉장고에 있던 20여 통의 맥주를 다 먹었다.성미도 술이 취했다.현무는 잠든 성미를 두고 그집을 나왔다. 밤바람이 매우 찼다.한시간 쯤을 걸었을때 그는 신천고수 부지에 와 있었다.어제 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아니 오늘만 없어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성미를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성미를 보 고 싶다.성미가....이렇듯이 성미가 보고 싶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그러나 그는 생각과 달리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그는 깨어 있었으나 기절해 있었다.갈증이 났다.신천의 물이 흘렀다.검은 물위로 달이 흐른다.박쥐 몇마리가 현무의 주위로 쇳소리를 내며 지나 갔다.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성미가 보고 싶었다.그저 성미가 보고 싶었다.갖가지 화가나기 시작했다.화가나서 미칠 것 같았다.귀뚜라미 소리에도 화가 났다.달빛이 너무 밝은 것에도 화가 났다.떨고 있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날이 추웠다.그는 신들린 사람 마냥 떨었다.떨다가 그렇게 떨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웃 음소리도 떨렸다. 젠장 현무는 다시 성미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성미의 집에 도착할 무렵엔 해가 뜨고 있었다.그리고 성 미의 집앞에는 성미의 어머니가 벨을 누르고 있었다.현무는 몸을 감추었다.벨을 울린지 한참이 되어 서야 문이 열리고 성미의 어머니가 사라 졌다.링컨 콘티넨탈은 문앞에 세워진 체로 였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현무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성미를 보고 싶었지만 웬지 학교에 갈수가 없었 다.그는 새벽 일찍이 집을 나와서는 버스를 탔다.그리고 버스의 종점이 있는 곳에서 그의 도보는 시 작이 되었다.맑아서...하늘이 맑아서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걸을때마다 새가 울때마다 하늘이 반짝 였다.적당한 쉴 곳.텐트를 칠 만한 곳을 찾으면 그는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다.그렇게 자지 않으면 성미가 보고 싶어 미쳐 버릴 것 같았다.성미를 보러 학교에 갈것 같았다.밤늦게 그는 잠에서 깨어 집으로 향했다.한동안.로사아 나나 이후엔 하지 않았던 박제도 다시 시작했다.그러나 성미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질 않았다.오히려 빗속에서 느끼는 갈증마냥 심해만 갔다.7일 째 되는 날 현무는 성미를 보러 학교에 갔다.학교란 곳은 누구나에게 그렇듯이 묘한 안정감을 주는 곳이다.가진 것 없 는자,소외된 자에게는 특히 그렇지만.현무에게선 학교는 숭앙의 대상 이었다.하루라도 학교를 오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다.그런 현무에게 일주일 만에 찾아간 학교는 이상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수 업은,오늘의 수업은 전공형법이 10시에 있었다.현무는 3시간이나 남아 있는 수업시간까지 도서실에 서 잠을 청했다.깔큼했다고 생각했다.그의 꿈은 기억은 잘나지 않았지만... 수업시간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들어 오지는 않았다.성미의 뒷자리에 조용히 가서 앉았다.성미를 놀 라게 해주고 싶었다.교수가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 되었다.지루하다고 생각했다.한시간 짜리였지만.현 무의 머리속엔 수많은 낱말들이 가득차 있었다.그러나 정작 해야할 말을 찾지는 못하고 있었다.지루 한 수업이 끝나고 성미가 일어섰다. 이제 현무를 발견하고는 기뻐할 것이다. 성미와 대화를 나눌수 있다고 행복한 상상에 빠져든 사이 성미는 현무를 발견하지 못한체 앞만보고 걸어간다. 성미의 모 습이 사라지고 있다. 많은 학생들틈에 새처럼 친구와 재잘거리며 성미가 문을 빠져 나가고 있다. 현 무는 성미를 부를려다 말고 발걸음을 빨리해서 성미를 쫓아갔다. 성미야. 성미는 현무를 보았다. 현무씨의 모습이 저만큼 보였다. 현무씨가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 이다. 성미는 친구를 보았다. 친구는 알겠다는 듯이 웃고는 가버린다. 성미는 현무를 기다린다. 현무 가 천천히 걸어온다. 그가 드디어 자신의 영역안에 들어온다. 그의 모습을 볼수 있고 그를 만질수 있고 그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다. 생에서의 최고의 행복...현무씨를 만날수 있는 것이다. 정말 오랜 만이었다. 현무의 얼굴에서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넓게 펴진 얼굴의 어느 곳에서도 그의 조 그마한 웃음을 감출장소를 찾지 못했다. 웃음이 너무나 진솔한 것이었기에... 현무씨. 성미가 조그맣게 뇌아렸다. 성미는 웃는다. 현무의 모습이 밝다. 하늘이 밝다. 하늘을 본다. 태양이 강하게 자신의 눈안에서 부 서진다. 눈물이 찔끔난다. 무슨말을 할 것인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그저 사랑해요 란 말만을 하 고 싶다. 사랑해요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이,어떤대상에 대한 지칭도 없이,현무씨를 보고,현무씨와 눈을 맞 추고서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성미는 그말을 할수가 없었다. 현무씨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현무씨가 자신을 보고 웃는다. 하얀 이빨이 눈부시다. 성미의 얼굴이 화끈 거렸다. 그래도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싶다. 현무씨의 품에 안기어,마치 물속에서와 같이 편 안한 현무씨의 품에 안기어서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보고 있더라도,누가 옆에서 자신들 을 쳐다보고 있더라도,그들 몰래 현무씨의 귀에다 조그맣게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싶다. 조그맣고 귀여운 성미가 가방을 꼭껴안고 자신의 옆에서 걸어가고 있다. 길고 윤기있는 머리가 허 리까지 출렁이고 있다. 하얀 얼굴에선 태양이 부서진다. 현무는 눈이 부셔서 성미를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훔쳐보고 훔쳐보고 먼산을 쳐다보았다. 성미의 연약한 어깨가 자신의 옆구리를 쿡쿡 치고 있다. 성미의 어깨가 부서질것 같다. 껴안고 싶다. 으스러 질듯이 안아서 성미가 영원히 자신의 것 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리고 사랑한다 라고 외치고 싶다.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사랑한다 라고 외치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성미가 자신의 것이 된다면 그렇게 외치고 싶다. 모든사람이 다 들어서,성미를 어떤 남자도 쳐다보지 않고 말도 걸지 않고 단지 여자들만 존경의 눈초리도 바라보 게 된다면 사랑한다 라고 외치고 싶다. 지킬수 있다면.어떤 대상으로 부터라도,성미를 슬프게 하는 어떤 대상으로 부터라도,성미를 지킬수 있다면 사랑한다 라고 외치고 싶다. 현무는 성미를 내려다 보았다. 성미가 자신을 쳐다 보았다. 눈이 촉촉했다. 자신의 담배에 찌든 노 란 눈을 생각했다. 자신이 부끄러웠다. 먼산을 보았다. 성미도 저산을 보았을까 생각했다. 성미는 바 닥을 보며 걷는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온통 내얘기가 된다 면 사랑한다 라고 외치고 싶다. 아니 그 많은 생각들 중에 일부라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 으로 자신을 생각해 준다면 사랑한다 라고 외치고 싶다. 누가 들어도 상관없다. 누가 듣지 않는다 도 상관없다. 단지 성미만이 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한번만 웃어주면 된다. 행복은 거기에 있을 것 이다. 밥 먹으러 가자. 현무의 첫말이었다.러브로드를 걸으며 현무는 그말이 아니었는데 하고 생각 했다. 첫말은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잊어버린,그 성미를 위해 준비한 아름다웠던 말은 결코 밥먹으러 가자 는 말은 아니 었다.입속의 고기를 삼켜 버린 듯 뒷끝이 서운 했다.성미는 고개를 숙인체 따라오고 있었다.현무는 말을 할려고 애를 썼다.입안에서만 맴돌뿐,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성미역시 말을 않았다.현무는 빨리 어디 들어가서 앉았으면 했다.학교는 지겹도록 컸다.모든 수업을 다 빠졌다.둘은 많은 술을 마셨다.그리고 많은 눈 맞춤을 했다.그러나 대화는 그리 많이 하지 못했다.성미가 춤추러 가자고 했다.현무는 만들어낸 웃음을 보였다.피곤함을 느꼈다.현무의 품안에는 성미가 있었다.그토록 찾았던 성미가 바로 그의 품에 잇는 것이다.성미는 꽉 조여 오는 현무의 포옹을 뿌리치려 하였다.현 무는 더욱 꽉 조였다.성미는 뿌리치는 것을 멈추었다.현무는 느슨히 해주었다.성미는 잠자코 있었다. 노래가 끝나려 하였다.현무는 으스러 질 듯이 성미를 껴안았다.성미는 뿌리치지 않았다.현무는 어떤 살아온 날들보다도 행복했다.어떤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도 .... 키스보다도,이때까지 겪어온 어떤 순간 보다도 영원히 되었으면 했다.성미의 생각 따위야 어찌하건 좋았다. 그저 이 기쁨이 계속 되었으면 했다.그러나 노래가 끝났다.둘은 어느새 성미의 집앞에 있었다. 엄마는 오늘 안 오실꺼야. 성미가 기어 들어가는 소리를 내었다.어깨가 떨렸다.현무에게 기대었다. 울고 있었다.성미를 꼭 껴 안았다.새끼 고양이 같았다.성미는 뼈까지 부드러웠다.연약한 뼈가 휘청 굽는 것 같았다.껴안고만 있기에는 지겨웠다.현무는 키스를 했다.아니 하려고 했다.아마 했을 것이 다.성미의 어머니가 링컨 콘티넨탈을 타고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제 6장 물내리기 드디어 유명한 검사님이 되시는 구만.. 차장검사가 싱글벙글 웃는 낮으로 나를 반겼다.대통령이 엄 벌명령에 혹시 내가 거부를 하지는 않을까,내심 걱정을 하던 그였으므로 당연한 행동이었다. 현무는 그렇게 사형을 받지 않았어도 되었다. 사건이 꼬일려니까. 부녀자 강도강간범이 사회의 물의를 일으 켰고 사회의 여론은 들긁고 있었다. 대통령도 어쩔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가 사법부에 감히 관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막되먹은 짓인지를 몰랐는지는 알수 없지만...아니 알았다고 해도 정치인으로써 의 그정도 쑈맨쉽은 발휘를 해야 했다. 핫라인.그것이 없었던 들 판사들도 그렇게 쉽게 사형을 선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앓던이가 빠진것 같이 그는 후련해 하고 있다. 나는 그가 듣지 못하도록 조 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자네 한숨을 벌써 쉬는가? 내일이 장가가는 날인데...하기사 미리 한숨쉬는 것을 연습해 두는 것도 좋아. 그는 웃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오글조글 나고 있다. 그는 그렇게 창을 보고 있다. 창에서는 눈발이 날리고 있다. 갑자기 류현무,그의 생각이 나서 나는 머리를 흔들어 버렸다. 나와 그의 묘한 인연이 싫었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것이 잘한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때마다 나는 머리를 흔드는 버릇이 생겼다.현무는 아마도 감방에서 죽음의 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죽음.젊은 한 생명의 죽음을 나는 바라보아야 한다. 나는 그에게 있어서는 사신이었다. 법이라는 쪼겐한 낫을 들고서 그에게 죽 음을 알린 것이다. 아주 쉽게, 몇개의 조문은 그의 생살부였으며 나는 사자였다. 나는 신이 아니다. 물론 전지 하지만 전능하지는 않다. 그렇다. 나는 신이 아니다. 그의 죽음을 알기는 하지만 그의 생 사에 이제는 관여를 할수가 없다. 죽음. 나는 고개를 흔든다. 물론 나는 그의 교수형따위를 볼 시간 도, 보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언젠가 그의 죽음의 소식을 듣게 될것이다. 그러면 내가 그의 곁에서 교수형을 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것이고,그의 죽어가는 눈빛이 나의 뇌리에 박혀 버릴 것 이다. 그러나 이것은 처음으로 한 일이기 때문에 그럴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죽음 을 재촉하고 죽이기 위해 나의 과거 시간들이,노력들이,지식들이 사용될지는 알수 없는 것이다. 그 러고 보면 이 직업도 그렇게 좋은 직업만은 아니다. 단지 허리에 권총을 차는 것 만으로 멋있다고 생각을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그 시절에는 작은 꿈이 있었다.그리고 사법고시의 일차에 합격 했을 때의 기쁨...오히려 지금의 나보다도 더 행복한 시절이 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사람은 과거의 회 상을 즐기며 사는 것이기는 하지만,지금의 나는 너무 불행하다.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 다. 이렇게 스산히 눈발이 날리는 거리에서 만나서 따스한 차집에 앉아서 얘기를 나눌수 있는 사람 과,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 핏기 없는 하얀얼굴에 목소리 가 좋고,또 약간은 성깔도 있는 그런 여자 였으면 좋겠다. 물론 배운것이 있는 여자가 좋다. 얼빵한 여자는 정말 싫다. 여자는 자고로 머리속에 든것이 많아야 한다. 엉뚱하게 내가 얘기하는 것 하나 하나를 설명을 해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악몽이다. 여자는 자고로 아이를 키우고 사회생 활을 않더라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그것은 어떤 배운 여자에 대한 선입견일지는 몰라도 나는 공부를 많이한 여자가 좋다. 그래도 나보다 똑똑하고 생에 대한 이해가 폭넓은 여자를 보지는 못했 다. 어느정도 나의 수준에 맞는 여자는 없을까? 선을 본 여자들은 모두 얼빵한 것이 바보이다. 내가 얘기를 하면 웃을줄도 모르고 내가 끌고가는 이미지를 듣지도 않는다. 단지 말을 끊고 어색한 침묵 을 만들어 버린다. 나를 알고 있는 여성동무는 없다. 나를 알아주는 여성동무도 아직 없었다. 물론 나를 계속해서 만나면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여자를 계속 해서 만난다는 것은 시간과 돈과 인생의 낭비이다. 나는 나의 직감을 믿기로 했다. 그것이 가장 빠 르고 절실한 아내를 얻는 방법이다. 직감.이번의 여자에게 꼭맞는 말이었다. 나의 직감을 믿어야 한 다. 내일이 지나면 나의 아내가 될사람인 그여자에 대한 나의 직감을 믿어야 한다. 그렇게 첫인상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만날수록...그리고 몇번인가 이여자에게 버림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 는 생각속에서 진정,이여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미련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 을 했다. 나의 자존심이라고도 생각을 했다. 아니면,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일지도 모른다고 생 각을 했다. 어쨌건 좋았다. 누구나 그런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잃어 버렸을 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며 그리워 하며 환상을 키워가며,좋은 추억이라며 사는 것일뿐이 다. 모든것은 환상일 뿐이다. 어차피 환상이라면 그따위 것은 쫓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되었다. 끝 난 일이다. 이여자는 돈이 많다. 우하하하하....어떤 생각을,이 여자에 대한 생각을 해도 나는 좋다. 물론 그런 생각들의 거의 모든 것이 돈과 연결이 된 것이었지만 어쨋든 좋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아내가 될수 있는 자격이 있다. 나는 거리를 무작정 걸었다. 이럴때 찾아갈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조심을 해 야한다. 진정한 의미의 친구를 가진적도 가질려고 노력도,가질수 있는 기회도 갖지 못했지만, 지금 은 친구라고 불릴수 있는 사람이 한시간쯤 동안만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무어든 이야 기를 하고 잊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미래를 검토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미래에 대한 나의 모습은 이미 방구석에 처박혀서 정리를 하고 또하고 또 정리를 해보았지만, 말을 한적도 검토 를 한적도 없다. 내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은 순철에 불과하다. 불순물이 들어있는.잘 부서지고 잘깨어져 버리는 순철에 불과한 것이다.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고 나의 대답을 통해 달구고 무두질 을 하여 단단하고 깨끗한 탄소강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친구가 없었다. 언제쯤,생기겠지만,그 렇게 빨리 생길것 같지는 않다. 내 미래의 구상에는 아직 친구가 없다. 도무지 친구라는 개념을 정 리하기도 힘들다. 눈이 내린다. 갑자기 소주를 한잔을 하고 싶었다. 술이라야 맥주반잔도 잘 먹지 않는 내가 갑자기 소주를 먹고 싶어한 것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얘기할수 있는 그런 배운 것 많은 친구가 내 아 내였으면...그래 이여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것이 나의 구도중 가장 큰 행운이 될것이다. 비록 현 실의 변수들에 묶여서 침묵할수 밖에는 없었던 결론들 중의, 가장 잘된 구도이다. 그래 결정했다. 나의 구도는 이것이 될것이다. 돈과 학식이 많고 충분히 분위기도 살릴줄 아는 아내.그런 아내와 부 와,권력과,여유를 즐길 것이다. 하하하.완벽해...그러나 불현듯,나의 머리속에는 통속드라마가 그렇듯 이,바람을 피우고 머리는 비어있고,얼굴은 화장을 떡칠한,그리고 안개마냥 돈을 가지고 있는,나에게 전혀 쓸모없는 비극을 가져다줄 여자인지도 알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정말로 술을 먹어야 한다. 오늘 잠은 술이 만들어 줄것이다. 나는 잠을 잘수가 없는 기분이어야 한다. 그런데 굉장히 졸 립다. 이것은 아니다. 내일 장가가는 사람이 잠이 온다는 것은. 일단 포장마차에 가서 술을 한잔 걸 쳐야 한다. 그리고 아는 사람,친근한 사람을 찾아가서 그집에서 자기로 하자. 그래 자고로 내일 장 가가는 사람은 잠을 잘수가 없다. 자서도 안된다. 잠을 잔다는 것은 법적으로는 적법이지만 인륜에 어긋나는 것이다. 나의 발걸음은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다. 겨우 석잔을 마셨을 뿐인데도 발음이 잘 안 되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을 앞에두고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정신도 말짱한데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해서 술취한 사람으로 오인을 받기는 정말로 싫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들어가야 한다. 숙 직을 하고 있던 몇몇 경찰관이 나를 보고는 정신을 못 차린다. 껌을 씹고 있는 내모습에 약간은 기 분이 상할지도 모르지만,후에 나쁜 이야기들이 돌지도 모르지만,그래도 나는 내일 장가가는 사람이 다. 서장을 부르려는 전화를 나는 막았다. 서장을 불러서 무엇을 하자는 말인가? 나는 차장검사의 집을 찾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물론 발음이 정확하기는 했지만 약간은 평소의 나의 말빠르기 보다 는 느리다는 것을 차장에 얼굴을 박고서 느꼈다. 백차의 차장은 차가웠다. 크리스 마스를 앞선 눈오 는 날의 저녁,나는 차장검사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의 한시간 이상을 가서야 차장검사의 집이 되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구차하게 살지는 않았다. 얼마나 알뜰히 살았는지 알것 같았다. 차장검사 는 반갑게 나를 맞았다. 물론 나는 몇일전 부터 준비를 해 두었던 해구신 한통을 들고 갔다. 결혼주 례를 마치면 줄까도 생각을 해 봤지만,주례가 끝나면 수제 양복이나 한벌 해 주자는 아내의,엄밀히 말하면,아내가 될사람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물론 나의 오늘 방문에서 술에 취해서 간다는 예정 따위야 없는 것이었지만,그래도 약간은 명랑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것이다. 평소의 나의 조용하고 예 의 바른 모습이 아닌,약간은 인간적이고 약간은 명랑하고 밝은,사람을 찾아오는 사람의 모습이 될것 이다. 나의 뜻대로 되었다. 모든것은 나의 의도되로,밝고 명랑하게..워낙 깨끗이 살아온 사람이라,손 님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나오고 불이 온방에 켜지고 왁자지걸한 방안이 되었다.방 세칸에 정원이 넓은 아담한 집이었다.큰딸아이는 고개를 숙인체로 흘끗 나를 보고는 엄마를 도우러 부엌으 로 갔다. 은근히 미소를 지우고 있는 나의 옆에는 장남이라는 검무틱틱하고 사납게 생긴 사내아이 가 조심스레 앉아있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다.나는 계속해서 배실배실웃으며 이것 저것을 훑어 보았다.차장검사도 사람이 반가운 듯이,연방 나의 눈길을 따르고 있었다. 술상이 나왔다. 몇마디의 인사치레가 가고 오고,선물이 가고...약간은 어두운 감이 들었는데...딸아이가 무슨 말인가로 완전히 사태를 변화시켜 버렸다. 술에 취한 흐릿한 눈으로 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나의 곁에 있다 는 것 뿐이었다.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에 맑고 검은 눈이 유달리 튀어 나올것 같은,내가 본적이 없 는 아름다운 여대생이었다. 미생물학과 3학년. 몇마디의 얘기를 나눠보니까,달랐다. 뭐가 달라도 달 랐다. 단지 직감으로 말로 표현할수 없는 기품이 있었다. 이름이 바다라 했다. 한자식으로 해 뭐라 고 한 것 같은데 너무 맑게 웃어서, 너무 밝게 웃어서, 내 머리속이 부셨기 때문에, 다음말은 밝게 잊혀져 버렸다.모든 말들은 바다에 묻혀 버리고. ...나는 바다의 방에 누워있었다. 바다가 사라진 방 에...바다가 자리끼를 들고 왔다. 나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손을 뻗쳐 그녀의 눈을 만져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수가 없었다. 나의 이성은 굳게 나를 묶어 놓고 있었다. 나는 몸을 반쯤 일으켰다. 그 녀의 눈이 반짝이며 웃었다.혹시 눈에 눈꼽이 끼지 않은가 걱정이 들었다. 그녀가 나의 눈꼽을 보고 웃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눈꼽을 닦지는 못했다. 그녀의 앞에서 눈꼽을 떼고 싶지는 않았다. 팔을 눈에 가져갔다. 이것이 그녀에게는 졸리는 나의 모습으로 보이기를 바랬다. 그 리고 나는 팔뚝으로 눈꼽을 닦았다. 눈꼽이 다닦여져 나갔으리라는 생각에 나는 눈을 떴다. 그러나 그녀는 나의 곁에서 멀어져서 불을 끄려 하고 있었다.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하려고 했 다. 조금만 더 있어달라고,나가지 말라고 아무얘기나 들려달라고...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고 눈물이 나올것 같은 웃음만이 나왔다.바보같다고 생각을 했다. 이런 일들은.그녀가 사라져간다. 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술에 취한 나의 몸은 제대로 발음이 나오지 않았다. 예? 그녀는 문을 연체로 그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나에게 물었다. 눈이 부셨다. 전화좀. 그녀는 웃었다. 그녀의 조용한 발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반질거리는 나무거실의 조용한 발 걸음을 느낄수 있었다. 차장검사와 식구들은 모두 잠이 들었는 모양이다. 조용하다. 그녀의 발걸음 만이 식구들을 깨우기 싫은듯이 조용히 그리고 천천한 걸음으로 울리고 있다. 그녀의 소리가 들리 지 않았다. 언제 그녀의 발걸음이 들릴지 나는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그래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 다. 나는 바다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불을 켰다. 방은 조그맣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바다의 품속 도 그러할 것이다. 나는 쟈킷을 벗었다.그리고 넥타이도.양말도 벗었다.양말에서는 아주 고약한 냄새 가 나고 있었다.부끄러웠다. 이 발을 가지고 나는 이런 밝고 깨끗한 방을 유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의 발냄새를 맡으며 내일이면...바다가 잠을 이룰거란 생각이 들었다.나는 물잔에 물을 가 득부었다. 방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아마 그녀의 향기일 것이다. 물에서 까지 꽃내음이 나고 있다. 나는 눈을 감았다.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하얀다리가...그녀의 하얀목이...붉게 칠한 립 스틱이...까만 눈동자가,먼곳을 보고 있다.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하얀 허벅지가...나는 눈을 떴다. 그녀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곤 나를 보고선 미소를 지었다.나는 바다를 안았다. 그녀의 손에서 전화기가 떨어졌다. 외마디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방을 울리고 있다. 온 식구가 깨어 날지도 몰랐 다. 식구들이 모두 우리를 본다고 해도 그때까지만이라도...잠시만...나의 허전한 가슴을 잠시만, 채워 줄수 있도록... 이대로 있었으면 했다. 순..헉... 자기 마음대로야. 나는 숨이 거칠어 질때의 그녀의 눈을 기억한다.여자란 흥분을 하면 남 자를 유혹하는 동물이라는 상식이 깨어진 것도 그것 때문이다.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뜨던 그녀의 모습을 나는 증오따위로 기억한다. 그녀는 딱딱한 팔로 나를 거부하며 나를 허공속으로 밀어버렸다. 나의 팔은,온몸은,힘이 빠지며,절망속으로 주저 앉아 버렸다.내가 눈을 떴을때는 그녀는 없었다. 단 지 닫혀진 방문에서 형광등불빛이 차갑게 흘러내리고, 바닥에는 전화기가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시계처럼 움직이다가 멈춰버리고 말았다. 왠일이세요? 한껏 평화로움을 느끼며 손톱을 다듬고 있던 미쓰신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 나를 쳐다 보았다. 별일아냐.서류 정리좀 할것이 있어서.미쓰신 포장지 이쁜 걸로 석장좀사와. 미쓰신은 돈도 받지 않 고 나가 버렸다.나는 구치소로 전화를 했다.서둘지 않으면 결혼시간이 되어 버린다. 결혼까지는 이 제 3시간이 남았다. 이번에 물내리는 전문가 들어온것 있지?.왜 그 골절전문가..자해 공갈단에..그래.그래.그놈.이번에 2 번째 들어온 놈..빨리 보내..급히.. 나는 팔을 걷어 보았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팔정도로는 결 혼을 연기할수가 없을것 같았다. 문득 되퇴부를 만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아찔함을 느꼈다. 얼마면 되겠어. 4범이 이제 서서히 사태를 파악했다는 듯이 삐짝하게 앉기를 시작했다. 돈따윈 벌면 되잖습니까? 얼마나 낮춰줄까? 전 결혼한지도 얼마되지 않고.. 그래 얼마를 원해? 검사님도 성질도 급하네.한 6개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적어도 10년은 구형을 해야되 그게 어려운 거유? 한마디면 되는데... 나쁜 자식.더러운 자식.졸열한 자식.남자가 전문가 근성이 있어야지.하여튼간에 전과자는 믿을 놈들 이 안되.안아프게 한다고 해놓고 이렇게 아프게 물을 내리다니.다음에 들어오기만해라.그때는 적어 도 20년은 썩을 각오를 해라.이나쁜놈아.이더러운 놈아. 아니,지금 결혼이 문제요? 얼마나 박복한 딸을 두었으면 결혼식날 신랑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 져.말이 심하긴 뭐가 심해!이따위 결혼은 끝났어.다시는 당신들과는 상종을 안해.전화끊어.사위될사 람이 다쳤는데 코빼기도 안보여.끊어.시끄러워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고통에 정신을 잃 었었는 모양이다. 정신이 드니.이분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다. 나는 안경을 썼다.전과4범인 주제에 의리는 있어서 정신이 잃은 나는 병원까지 데려왔는 모양이다.그냥 도망을 쳤어도 되었을 건데...그래 기분이다. 너 는 기소유예다.이제 모든 것은 나의 계획대로되어 간다.이제 바다와 결혼하는 것 만이 남아있다.하 하하.역시 세상은 노력하는 자를 위해 존재를 하는 것이다.하하하. 먹고자고 먹고자고 4달이 흐른뒤에야 나의 행보는 가능해 졌다.거의 쉬어본 적이 없이 뛰어온 나의 생에서는 가장 무료한 4개월이었다.그리고 드디어 깁스를 풀고 나의 사랑을 찾아가야 겠다고 생각 을 한날.나는 밀린 일에 1달이상을 파묻혀야 했다. 젠장.그리고 다시 1달을 감기몸살로 초죽음이 되 었다.그래도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빨리 끝내고 바다를 보고 싶었다. 빨리 끝내고...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떴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지나갔을 때에 한통의 전화를 받고 나는 외출을 했다.오랜 만에 보는 태양이 붉다고 생각을 했다. 눈빛이 달라졌군요.좋은 눈빛이에요. 현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팔은 어떻게 된거야? 그의 왼팔은 잘려나가고 없었다. 시간이 조금 필요했어요.팔한개와 나의 4달을 바꾸었어요. 무엇을 할려고? 진실을 밝히려고요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 지를 몰랐다.그리고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설마 나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밝히는 것은 아니겠지. 당신은 알지 못해요.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나의 생은 끝이 나있었어요...나에게 있어 진실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오래전,그때 까지일 뿐이에요. 그래 나는 그가 하는 말을 알수 없었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묵묵히 들어 줄 뿐이었다. 단지 그의 죽어가는 몸을 빌려 나의 희망을 얻으려 하고 있을뿐이니... 그사람은 행복해 하는가요. 아마도....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서도 그가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어째서 오신거죠.안오실걸로 생각을 했는데...당신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 만...미움의 변질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무는 어색한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정말로 오실줄은 몰랐어요. 그리곤 미소를 지었다. 나도 확인하고 싶었다.버림받은 사람의 모습을... 그럼 전 아니에요.그리고 당신도 아니구요.당신의 눈빛도 나의 눈빛도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여요. 그래요.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어요. 나는 그에게 청첩장을 보여주었다.일주일전 아침 출근과 함께,나 에게 건너진 차장검사딸의 결혼 청첩장을...그는 청첩장을 봉투에서 완전히 꺼내지도 않은 채 청첩 장인것을 확인만을 했다. 역시 그랬군요. 한숨을 쉬고는 나에게 다시 주었다. 전이만 가봐야 겠어요.내일쯤이 아마 그날일거에요.내가 잠시 빌렸던 숨을 멈추는.아마 재수가 좋 으면 모래일지도 모르죠.그래도 당신은 숨을 쉬고 있겠죠.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죽으면 아무 생 각도 못할것 같아요.그게 슬퍼요 나는 육중한 철문을 뒤로하고 걸었다.차안에서 한숨을 쉬고 시동을 걸었다.그리곤 시동을 다시 꺼버렸다.안주머니에서 청첩장을 꺼내었다.차장검사딸의 결혼식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생각하느라고..시계를 보았다.들은 바대로라면 지금쯤 결혼식을 하고 있을것이 다. 청첩장을 봉투에서 꺼내었다. 바다의 이름을 확인하고 싶었다.그녀의 이름이 무었이었는지를 알 고 싶었다. 이제 남의 사람이 될것이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었다.그 러다 문득 쪽지하나를 발견했다.현무가 남긴것 같은...지금도 그쪽지가 바다의 것이라고 믿고 싶은, 바다가 차장검사 몰래 넣어둔 것이라고 믿고 싶은...그런 쪽지가 들어있었다. [나를 어둠으로 밀어넣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 이부 아프지 않고는 달리 생각할수 없다. 제 1장 그는 무료해 했다. 그것이 그의 삶의 방식인 것을 알지도 못한체.. 벗어나고 싶어했다. 현무는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들어서 그는 낙엽을 괜실히 세게 밟았다. 썩어버린 낙엽들은 소리조 차 죽어간다. 문 옆의 계단에 앉았다. 그가 항상 앉는 곳 이젠 그 누구도 그의 생각을 가로 막을 수는 없다. 그는 홀로 인 것이다. 현무는 가게로 갔다. 소주를 샀다. 오늘같은 날은 소주를 먹지 않으면 안될 것 같 았다. 소주를 들이켰다. 그래도 가슴속은 후련해 지지 않았다. 안주라고 해봐야 새우깡 한봉지가 다 였다. 소주한병을 채 못마시고 현무는 술에 취하고 말았다.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무엇을 그리도 생 각을 하는것일까? 하늘은 왜 나 같은 사람을 만들고서도 썩게 만드는 것일까. 짐짓 훌륭한 생각을 하는 듯이 보이 던 현무는 오랜 생각 끝에 한마디를 허공에 대고는 했다. 신은 없다 한참을 다시 침묵하던 현무가 하늘에 한 대답이었다. 이렇게 결론을 짓고 장윤덕비의 벽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어눌함을 간직한 듯. 울듯이 웃고 있는 이런..그의 얼굴은 다듬고 다듬은 듯 반질거렸지만 결코 좋은 얼굴이 못되었다. 그의 머리칼 역시 짧게 잘라 무스를 함큼 칠하였지만 결코 좋은 머리가 되지도 못했다. 현무는 눈을 떴다.지방대의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그가 오랜시간 잠을 잤음을 알았다. 그는 담배를 빼물었다. 굉장한 최신의 터보 라이터로 손을 약간은 떠는 듯이 불을 붙였다. 길게 한 모금을 빨았 다. 그는 담배 중독자 임에 분명했다. 그의 옆에는 식은 커피가 놓여져 있다. 그는 조금남은 커피를 마셨다. 담배를 깊숙이 빨아 폐가 터질듯했다. 한숨을 쉬었다. 마치 고뇌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 중얼거리듯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을로 간다.생을 짊고 노을로 간다....노을로 간다...노을로... 그는 일어 섰다. 피할 수 없는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 했고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강의를 들어야만 했다. 어떤 흥 미도 없는 강의, 따분하기만 했고 잊혀질 듯 하면 떠오르는 악몽만을 가져다 줄 뿐이었다. 수업을 모두 빠졌지만 어째건 또 하루의 강의가 끝났다. 하루가 끝났음을 쇠잔한 정신에 알려야 겠다고 생 각했다. 어디로 가서 또 한잔을 하여야 하나 발길은 어느 이름모를 술집으로 향했다. 그는 항상 혼자 술 을 먹었다. 아니 항상이랄것 까지는없었다. 여자하고는 곧잘 함께 술을 먹었다. 그러나 혼자서 술을 먹는 것을 더 좋아했다. 거의 매일을 일부분은 분위기에,나머지 일부분은 술에 취해서야 비로소 하 루를 넘길 수 있었다. 어려운 삶. 지겨운 사랑. 가혹한 운명. 그런 선전문구가 생각 났다. 이렇게 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일어 나면 또 한번의 술주정으로 후회할 것이다. 슬픔은 술에 젖을 때 간혹 딱딱한 결심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지도 모른다. 연약한 마음 을-사실은 굉장히 강한 이기심에 의한 평가이긴 하지만,그로서는 만족할 수 없을 때 술에 의해 한 순간 만족 하는 것인지 모른다. 잊어버리려 한다면 그는 잠을 잤어야 한다. 현무에게 있어 기억의 실마리중의 하나가 엄마에 대한 기억 이다. 엄마의 모습. 도무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머니의 표정에 대한 기억이다. 슬픔을 간직한 얼굴도 아니었고 원망을 간직한 얼굴도 아 니었다. 어머니는 무엇을 생각하셨던 것일까. 현무는 잘 기억 하지 못한다. 잊어버리고도 싶고 현무 가 본 것들은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익히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자신의 것을 잃기 싫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많은 해서는 안될 것을 하며 살아간다. 싫어지면 잊고 기억의 한구석으로 밀어버리려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감당할 수 없는 가슴의 아사로움과 절망으로 울음 없는 슬픔을 견디어야 했다. 때로 엮마살이 붙었다고도 자조했다. 엄마를 찾는 고아처럼 결코 찾을 수 없는 그리운 것을 찾으려 하기도 하였다. 기억의 저편,갈등의 어느 한순간에 머리에서 떠올라 현무를 오락실로,술집으로 밀어 넣어 버리고선 사라져 버리는 고통은 대학의 어느 계단에서 고개를 떨구고 침울한 노을을 보곤 하 는 어두운 아이로 현무를 만들어 버렸다. 홀로,홀로 하는 모든 것들은 현무에게 안정감을 준다.둘이 란 것은 후회란 말로 현무는 아직 이해하고 있다. 둘은 눈을 주시해야 한다. 그의 눈이 분노로 불타 던가,짜증의 눈이라면 현무자신의 고통을 숨긴 체 웃어야 한다. 그것도 그의 짜증으로 혹은 분노로 현무의 가슴은 상처를 받고 힘 잃은 다리는 빨리 쉴 곳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쉴 조그마한 공간 마져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때문에 현무는 비를 좋아한다. 비가오지 않은 날은 침울해한다. 비가 오는 날은 삶에 찌든 미소라도 짓는다. 비가 오면 조용하다. 사람의 흔적은 씻기고 추억은 흐 른다. 현무가 쉬는 법대의 계단은 아무도 없고 현무는 고통을 씹을 수 있다. 씹고 씹어 현무의 것이 될 즘엔 해는 지고 어둠은 내뿜은 담배연기를 한숨으로 이해 한다. 쉴 곳을 비로써 찾는다. 일어섰 다. 어디로 갈것인지도 정하지 못했다. 단지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답답해서 터져 버릴 것 같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지 못한체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지 못한체... 그래 이것이 삶의 본질 이다. 그러나 날고 싶다. 날고 싶다. 날고 싶다. 푸른 하늘이어도 좋다. 어두운 하늘이어도 좋다. 눈 이 아리도록 바람을 맞으며,벌벌떨리도록 바람을 맞으며,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빨리 날고 싶다. 날 고 싶다. 날고 싶다. 난다는 것은 자유이다.한없이 날을 수 있는 자유.한없이 곤두 박질할 수 있는 자유.높이 날아야만 한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있을리 없고 있을 수 없는 미지의 끝을 찾으려 한 다면.그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다.헛된 생 일수 밖에 없 다.어느덧 시내로 나와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시내를 홀로 걸었다..담배를 피워 물었다. 지겨운 삶 은 아쉬울 것이 없다. 단지 ... 어깨를 부딪혀오는 사람에 그는 생각을 멈추었다. 떠났으면 좋겠다. 또 하루를 보낼 이유가 없는 곳.미워할 것도 없고 용서할 것도 없고 배불리 먹을 돈을 위해 비굴해져야 하는 삶도 없는,하늘은 언제나 온유한 미소를 짓게 하는 땅. 알아주는 이 없 어도 취해 고함 쳐도 길게 늘어진 하늘은 나를 반기리라. 착취의 땅 비굴함을 강요하며 피를 빨고 있는 아스팔트,한기가득한 이곳엔 썩은 찌꺼기를 먹는 벌레만이 가득하다. 치워라 하늘이여,인간에 지배받는 하늘.인간이 건만 나는 너의 지배를 받는다. 피를 빨리기 위해 배 워 왔고 울어 왔고 지겨운 노동을 행해 왔다. 피를 빠는 거대한 거머리 던져 준 풀뿌리를 씹으며 나는 살과 머리의 골수를 파 먹혀왔다. 살을 찌우기 위한 돼지처럼 순결을 강요 당했고 결국 또다 른 피를 빨기 위해 나의 아이가 선택 당할 것이고 씹다버린 껌을 허기를 달래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주워 씹을 것이다. 행복이란 느껴보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느낄 수 없을 것이기에 고통중의 고통을 ,또한 행복을 느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행복이라 배워 왔다. 당신 인가 나의 행복을 가져간 사람이 당신인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사람이. 단물이 조금만이 라도 남겨진 껌을 줍기 위해 또 거리를 쏘다니고 있다.칼빈은 검소를,석가는 자비를 예수는 사랑을 행복이라 하였던가.나는 말할 것이다...우리는 환락에 빠진 광견이라고... 사람이 술을 마신다는 것은 그만큼 술을 만들어 내는 놈이 있다는 뜻이다. 이십 일을 기다린 후에 나의 친구는 소주 한잔을 마셨다. 어린 시절 숱한 비난의 눈으로 보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해버리 고 아까운 그의 순결을 흘려 버리고 말았다.흘러내려온 더러운 피 때문인가. 그에게서도 나에게서도 어느 한 순간에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그림자로 시달려야 한다. 태초에 지겨운 삶의 한구석에 서 한 여인을 만났다면 나 또한 연연한 순결 따위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 이 순리가 아니라면 하늘은 구름을 쉽게 용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친적 없는 발걸음은 또 한번의 절망을 걷고 있고 똑같은 인간들 중에서 가만히 그의 위에 존재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알 수 있 을 것 같다.학습 이론에 의하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학습했다.심지어살인 에 대해서 까지.결정적 기회가 없음을 기뻐해야 한다.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를-하다못해 전쟁이라도 일어 나기를 매일 기 다렸다.그러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경험한 적이 없는 일 ,경험 해보고 싶은 일들이 일어나기 를 기다렸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그사이에 한학기가 다시 끝났다. 현무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피의 순수함을 이야기한다면,그녀를 잊을 수 없음에 버려야 했음을. 담배연기에 흩어진 그리움만이 친구 를 찾고 있었다.차가운 연기와 함께 피가 그의 목을 타 올랐다.눈을 떴다. 소주병이 그의 주위에서 굴러 다닌다. 또다시 장윤덕비에 누워 있는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나무 옆 에 섰다. 나무야 나무야 무럭무럭 자라라 서서 볼일을 보다가 반짝 거리는 물체를 발견했다. 취한 눈을 찡그렸다. 만년필이었다. 현무는 만년필을 줏어 들었다. 누군가 흘린 것 같았다. 비싸 보이는 만년필이었다. 뽑아 들고서 만년필의 촉을 보았다.촉이 부러지거나 하지는 않았다.촉에는 'iridium'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알지도 못하는 금속 알수도 없는 금속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면 아마 신쭈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성미를 생각했다.알지도 못하는 사람,알수도 없는 사람. 그녀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렇게 촘촘히 풀향기 짙은 길을 걸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이렇게 잠시 슬픔에 잠겨 볼수도 없었을 것이다.파도치는 해변을 찾아 돌을 버리듯, 그렇게 그녀를 잊자고 하지 않았던가.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그 낙엽을 다시 찾지 않듯, 그녀를 잊자고 하지 않았던가. 피워버린 담배의 연기를 뿜어대며 그연기가 사라지듯, 그녀를 머리속에서 사라지게 하자고 하지 않 았던가.... 사랑하였지만. 어둠속에서,봄에 젖은 달빛에서 홀로 가슴앓이 하던 사랑이었지만,하얀 꽃잎이 흩날 릴때 만나서 다시 꽃들이 흩날릴때를 기다리며 한 사랑이었지만,베일 앞에서 더운 광야의 바람아래 서 신기루 처럼 사라져간 사랑이었지만,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버렸던 사랑이 아니었던가. 현무에게 있어서 갈 길은 멀다.온길 보다,가야 할 길이 더욱 멀다.지킬 수 없는 것은 버려야 한다.지키기 어려 운 것을 얽매이게 만든다.그렇게 생각했다. 위대해 질려는 자는 인생이 헛되다는 가장 인생의 기본적 본질을 잃어 버린 자이다... 그것은 예속 이다. 바보이다.다만 자신의 세계관이 자신이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질 뿐이다.보지 못했던 것을 보 게 되고 자신이 알지 못한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고 스스로 그런 세계의 아름다움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한숨을 쉬었다. 하늘을 보았다. 매서운 봄바람이,파란 하늘이 흐른다.세상은 파란 싹을 퍼트린다.누 구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그는 이미 자살을 결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손에는 왜 소주병이 반쯤 비워진 체 들려 있는가? 안주도 없이 이미 비워진 반 병에 애착은 남아 있는 것인가? 그의 걸음은 왜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가? 바람이 찼다. 구월이지만....긴 장마끝의 태양은 그녀를 믿지 않는 모든 사람을 비웃고 작렬하다 사 라 졌다. 가을은 마치 그의 가슴처럼 허전해서 일까? 그의 주머니처럼 비워 있다. 오층의 창을 통해 옥상으로 기어올랐다. 연약한 그였지만 술기운에 금방 올라갔다. 마치 프로처럼.. 대학의 노을도 거의 져가고 있다. 불켜진 학교는 마치 홍등가 같았다. 건물아래쪽에선 데이트를 즐 기는 숱한 사람들과 풀벌레들...도서관에선 몇 안되는 취직자릴 차지하기 위한 불의 축제가..또한 구 석에선 젊음을 논하며 사랑을 논하며 젊음을 사랑을 잃어 가는 무지의 지성인들이..그는 여기 죽음 의 골목에....술이 거나하게 목을 타고 열을 발산했다. 노래소리가 들린다. 한 소녀가 부르는... 그녀는 아마도 한껏 혼자임을 즐기는 모양이다. 우라질. 혼 자임이 뭐 그리 즐거운가 ..아니다.혼자라면 그리 세상이 서럽지 않을 것이다.우리가 느끼는 홀로됨 의 비애,서글픈 충돌,어설픈 존재의 그리움도 없었을지 모른다. 조용히 따라 해보았다. 별로 듣기 좋 은 소리가 그의 입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그는 엄청난 음치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다. 조용히 그 냥 듣기로 한 듯 그는 목소리를 죽였다. 안전 막대도 없는 옥상이라 그의 자세는 흐트러지고 앉았 다. 고개를 옆으로 기우니 2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마도 과방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는 수의대 생 인 듯 했다. 노래는 멈추고 소녀의 침묵... 하늘의 별이 참으로 맑다고 생각했다. 어두움에도 그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가득차 오는 듯 했다. 이미 기대를 읽어버린지 오래 되었는데.. 참으로 오래간 만에 느껴보는 기쁨이구나.. 싸늘한 한기를 느끼고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동녁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의 한쪽다리는 허공을 딸랑거리며 흔들렸고 몸의 5분의2이상이 옥상을 벗어나 있었다. 섬찟했다. 안 죽고 이런 식 으로도 살아남는구나..나는.. 그는 일어서서 세상을 향해 한줄기의 배설을 했다. 시원했지만 갈증이 더 심하게 났다. 어떻게 이곳을 내려가야 할지 그로서는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올라 왔던 곳이 어 디인지도 알 수 없었고 그쯤 이라 생각되는 곳 역시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 는 잠겨 있었다. 위험을 막기 위해 막아놓은 것이 지금의 그에게선 위험을 부추기고 있었다. 담배부터 한대 피우고 생각을 할려고 그는 앉았다. 그러나 담배는 이미 주머니에 없었다. 담배는 더 이상 그의 시달림에 못 이겨 자살을 결행했던 것이다. 갑자기 그는 웃음이 났다.주체할 수가 없었 다. 밥 먹다 터져 나오는 웃음처럼 그는 커다란 개란 무침 모양의 가래를 웃다가 튕겨 내었다. 가래 는 검게 오염되어 바닥을 스멀거리며 흘렀다. 가래를 보니 또다시 웃음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가 래대신 선홍색 피가 목을 타고 나왔다. 그의 웃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누운 체.웃음소리.... 해가 떠오르고 있다.해 떠오르는 광경을 본지도 현무에게는 오랜만 이었다.그는 항상 늦잠을 잤다. 그의 말로는 불면증이라 했다.새벽이 다가와서야 지친 몸은 깨어있는 정신을 잠시 쉬도록 강요하곤 했던 것이다.밤에 그는 모든 것을 한다.화장실을 가고 세수를 하고 술을 먹고 밥을 먹는다.깨어있는 것은 살아가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밤이다.밤을 특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돌아다닐 곳이 없기 에 아무도 홀로임을 방해하지 않기에 만든 웃음을 보일 필요가 없기에.. 피곤하지 않아서 였다.그는 밤에는 깨어 있는다.낮아 획득한 전유물..벌,나비,개미,재수가 좋은 날은 새.이렇게 호주머니에 가득 담겨져 온 그의 획득 물들은 열심히 그의 손에서 태어 났다.포르말린의 냄새가 그의 방에선 항상 베여 있었다.그는 많은 종류의 새를 키운다.그리고 일부분의 새들은 그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그때 그 일이 없었다면..그렇게 많은 새들이 죽지 않았어도 되었을 건데....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다.비가 안개 마냥 시야를 가린,소산한 가을 이었다.그는 홀로의 여행을 하 고 있었다.온몸은 젖고 땀은 하얗게 오르고 입에선 하얀 김이 오르는 흐릿한 날이었다.그는 길을 잃 었다.산 중턱을 두 시간 이상을 헤매고 있었다.산을 끝까지 오르려는 생각 따위야 처음부터 없었던 그 였지만 내려갈 생각 또한 하고 있지 않았다.그는 동굴을 찾았다.해가 질 것 같았지만,더 이상 앞 으로 갈 수가 없었을 것 같았지만 그는 발정기의 고양이 처럼 뭔가를 찾고 있었다.그리고 예상치 않았던 동굴을 찾았다.동굴.사실 동굴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움푹 산허리가 패인 곳이었다.마치 거대한 바위하나가 그 오랜 침묵을 깨고 가버린 자리와 같은 ..오래전에 생긴 듯이 파란 생명들이 진퇴를 거듭하여 노란 건초가 깔려 있었고 칡이 비를 가리고 있었다.현무는 텐트의 후라이를 칡위 에 덮었다.이제는 한방울씩 떨어지던 비 조차도 떨어지지 않았다.추위는 가시지 않았다.갈아 입을 옷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보았다.물 한방울이 얼굴로 떨어 졌다.그는 유리 조각에 눈을 맞은 것 마냥 고통스러웠다.고개를 흔들다가 노란색 새를 한마리 보았다.어디 민가에서 도망친 것인지,혹은 야생의 새인지는 알 수 없었다.맑은 눈으론 현무 따위는 외면 한 체...또 다른 날개를 찾는 듯 했다.현무는 몸을 일으켰다.새는 현무를 의식한 듯 몸을 움츠렸다.새는 비에 흠뻑 젖어 떨고 있었다.현무는 손을 뻗어 새를 잡았다.질식할 것 같았다.따뜻했다.조금씩 조일수록 새는 날아가려 하지 않았고 그 심장 소리가 손으로 전해왔다.현무는 기쁨이,기쁨에 전율했다.하나의 생명 이 아름다운 한 생명이 그의 것이었다.눈물이 흘렀다.머리가 쭈삣하고 섰다.입을 맞추었다.한번도..그 의 생에서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사랑,이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다.소유...한번도 아무것도 소유해보 지 못했던 그에게 이것이 바로 최초의 소유 였다.그는 단숨에 산을 내려 왔다.길을 어떻게 찾았는지 는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그의 더러운 방안에 축축한 채로 멀거니 서있었다. 더 이상의 따스함도 없었다.더 이상의 고동소리도 없었다.사랑,소유,모두다 날아가버리고 말았다.무 엇 때문에 난 사랑했다고 하였던가 무엇 때문에 난 소유한다고 하였던가? 새의 고개를 세웠다. 그 러면 살아날 것 같았다. 몇번을 다시 세웠지만 그때마다 새는 고개를 축 늘여뜰였다. 테이프와 잔가 지 몇개를 구해다가 목을 받였다. 나아졌지만 뭔가 모자라는 것을 느꼈다. 다음날, 도서관의 문이 열기를 기다려 책을 찾았다. 책방을 뒤지기도 했다. 그리고 찾아낸 책은 박 제에 관한 책이었다. 집으로 곧장가지는 않았다. 몇가지 물건을 산뒤에 현무는 자취방에 들어갔다. 어두운 미소를 지으며..현무는 새를 박제했다.그렇게 하는 것이 소유 즉 사랑의 완성에 근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노란새의 이름을 로사라고 부르기로 했다.로사가 다시 태어나기 까지는 2달이 걸 렸다.진한 포르말린에 취해 두 달을 로사와 보내는 동안 현무는 로사의 뼈 하나 하나의 모습 뇌의 모습 힘줄과 근육 날개 깃 하나하나의 모습과 특성은 물론 신경의 이음까지도 훤히 알 수가 있었 다.로사를 매일 보았다.로사의 속모습을 그리고 하나라도 잊은 것이 있으면 그녀의 몸을 열고 포르 말린을 치고 다시 봉합을 했다.그에게 그것이 가장 사랑에 가까 왔다.로사를 완전히 알게 되자 현무 로서는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은 욕망을 버릴 수 없었다.다시 한번 로사의 따스함과 심장 소리를 그 칭얼대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새롭게 그는 사랑에 몰두 할 수 있었다 단돈 이만원에...로사보다도 화려하고 소유에 대한 가책,떳떳이 대가를 지불한 죽음을 앞에 두고 그는 다시 한번 집착을 할 수 있었다.내장이나 뇌 신경 따위야 어쨌든 좋았다.화려한 깃털을 보존하는데 힘썼다.불과 7일만에 그 는 나나를 소유하게 되었다.심장의 박동소리도 손에 꼭 죄여오는 생명의 느낌도 없었다.단지 그 큰 부리로 피가 날 정도로 손가락을 물린 것 외엔..어떤 느낌도 없었다 7일만에 그는 또 하나의 소유를 했다.나나를 밀어 로사 옆에 두는 순간. . . . 로사의 눈을 뚫고서 조그마한 생명하나가,흐물대며 현무의 눈을 쳐다 보았다.현무는 목을 타고 오르 는 음식들을 쏟아내었다.뱉었다.눈물이 흐릿한 정신으로 세상을 비췄다.포르말린을 그때의 비 마냥 뿌려 되었다.살충제를 그때의 바람처럼 뿌려 되었다.의자를 밀어 책상에서 약간 떨어진 상태에서 로 사를 보았다.흐물거리던 생명체가 열심히 달아나려 했다.책상위로 떨어져 나의 구토물 위에 떠올랐 다.현무는 눈물을 훔쳤다.로사도 나나도 그의 구토물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나의 소유 이었던 아니 나의 일부분이 될 뻔했던 3가지가...로사 나나 그리고 나의 음식물이...하얀 벌레 한 마리에 의해 뺏 겨져 버렸던 것이다.현무는 알코올을 조심스레 주위로 부터 뿌리기 시작했다.차츰 중간으로..로사를 나나를 그리고 한마리의 하얀 기생충에겐 알코올을 뿌리지 않았다.그에게 너무 갑작스런 죽음을 주 는 것은 나의 소유에 대한 그의 반감에 대한 나의 대답이 되지 못한다.천천히 냄새도 빛깔도 소리 도 없이 망각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그에게 아니...나의 소유가 될 뻔했던 모든 것들이 빛을 발하 며 사라지도록,방의 불을 껐다.파란빛을 발하며 로사가 사라지고 있다.노란 눈물을 흘리며...날개짓이 시작되었다.노란 날개가 파득이며,다시 노란 날개짓이,,,파란 하늘을 동경하며 로사가 파랗게 사라진 다. 나나는 불과함께 쪼그라 들며 나의 시선을 받지 못했다.하얀 벌레는 공포를 파랗게 발하며 검게 변 해 버렸다.현무는 그의 구토물을 다 태우기 위해 책상과 그의 책 일부를 태웠다.그리고 불길이 잡혔 을 때 아주 오래전에 잃어 버렸던 파란 유리 구슬 한 개를 찾았다.그는 유리 구슬을 로사라고 부르 며 입속으로 넣어 버렸다.뜨거웠던 구슬에 혀를 데였음인지 그는 근 한달간을 침묵하며 지냈다. 현무 그가 다시 한번 잠에서 깨었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그가 이제 자는 곳은 난간의 끝이 아닌 건물의 한중앙 이었다. 피식 웃었다.햇볕에 얼굴이 부셔 졌다.이미 형법 수업시간은 끝이 났으 리라..내일의 물권 시간도 아마 들어갈수 없으리라...살아 나간다해도...피곤해서..갈증이 났다.갈증이... 아마 잠들기 전에도 그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포기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의 갈증은 참을 수 없을 정도 였다.물탱크를 열었다.파란 물탱크엔 물이 넘실된다.엄청난 물이다.사다리 에 기대어 물을 마실수가 없었다.물탱크 위로 올랐다.다리가 떨렸다. 바닥이 미끄러웠다. 미끄러질뻔 했다. 거의 업드리다시피 했다. 물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는 예전엔 그도 잘 알지 못했다.마치 거 대한 어둠의 입처럼 불쾌한 염소 냄새를 뿜었다.소주병을 가져와서 물을 담아 먹었다.반병의 소주는 이미 밤이 먹었고 그 냄새만이 소주병에 짙게 풍겨져 났다.손수건에 물을 뭍쳐 세수를 했다.입이 텁 텁했지만 참을 만했다.아래를 내다 보았다.삼오사오 짝을 지어서 밥을 먹으러 가는 사람들의 머리가 검었다.태양이 따가웠다.쉽게 뜻모를 미소가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그는 그늘로 가서 누었다.현무의 머리칼이 검었다.얼굴이 따가왔다.님도 몰라 본다는 가을 햇살이라던가? 소주병을 쥐어 물을 마셨 다.갈증은 가시지 않고 배가 차왔다. 멍하니 땅을 보았다. 현무의 시선이 머물었을 때 나비 한마리 가 바람에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아주 작은 호랑 나비 였다.가을의 나비는 여름 나비에 비해 몸이 작다.호르몬의 영향이라 했다.같은 나비라도 높은 기온에서 크면 커진다고 했다.그래서 열대지방의 나비는 대체로 크다고 한다.현무는 손을 뻣쳤다.나비는 날지 못했다.날개가 부서져 있었다.가을이 다 지나가는데 나비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현무는 바람을 막아 주었다.말린 입을 뻗쳐 현무의 손을 핱았다.그러다 다시 입을 말았다.현무는 나비에게 자유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나비를 바람이 심 한곳으로 가져 갔다.손가락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물탱크에 올라서서 하늘에 손을 뻗친,그 손끝엔 나비를 맨 현무를 누군가 보았다면 아마도 제사장이나 하늘의 벼락을 기다리는 그리고 그 벼락의 힘에 의해 무한한 힘을 발휘할 초인을 떠 올렸을 것이다.그는 스스로를 어떻게 지각했을까? 입김을 불었다.조그마한 입김에도 날아갈것 같은 나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현무는 피곤했다.훅 불었다. 나비는 떨어지지 않았다.홀로이고 싶었다.손을 제대로 두고 싶었다.훅 아주 세게 불었다.침이 손가락 에 묻었다.나비는 떨어지지 않았다.침을 바지에 닦았다.그제서야 나비는 바지에 부딪혀 떨어져 나가 고 날았다.바닥에 곤두박질 하려다 날고 날고 날고...다행히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나비는 바람에 날아 가 버렸다.프렉탈 기하학 처럼 어지러이 선을 그리며 현무의 머리속에서 사라져 버렸다.물탱크 위에 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현무는 배가 고팠다.속이 쓰렸다.무언가 먹고 싶었다.무언가....어제도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술 이외에는...현무는 문으로 갔다.약간 어지러웠다.혹시 문이 열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문을 비틀어 보았다.딱 소리와 함께 문은 쉽게 열렸다.아주 쉬웠다.아주.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우 뚱 거렸다.마치 2시간짜리 내기 당구에서 후루꾸로 이겼을 때처럼.그는 내려왔다.당당히.옥상에서... 그는 사람을 죽일만큼 모질지를 못했다.처분할수 있는 자기 자신일지라도...바보 같다고 생각했다.자 기 자신을...사람은 그의 사고의 틀에 의해 지배 받는다는 것을 그는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옥상의 문은 옥상에 잠금 버튼이 있다는 사실을 그는 회피한 것이다.항상 옥상문은 잠겨져 있다는 고정관 념으로 타인조망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의 사고의 폭은 국민학생 보다 못할때가 있구나... 1층의 자판기 앞에서 백원짜리 한개와 10원짜리 2개를 다 넣구서 또 하나의 10원짜리를 넣고 있을 때.엄밀히 말하자면 그 십원짜리가 삼분의 이쯤 들어 갔을때..그는 한무리의 술렁이는 사람들의 모 습을 보았다.현무는 십원짜리 두개를 더 넣구선 약간을 망설였다.콜라를 먹을지 사이다를 먹을지 아 니면 환타를 먹을지...그는 과감히 빠른 속도로 환타를 찍었다.빠른 선택은 후회를 줄인다고 그는 항 상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그는 환타를 들고선 한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누가 싸우 는 것 같기도 해서..재미 있을 것 같았다.사람들이 둥글게 서 있는 곳을 약간은 비집고...그가 본 것 은 수라 였다.피투성이의...현무는 중앙으로 갔다.운동권인 Q선배가 수라의 머리를 손수건으로 감고 있었다. 어떻게..?엠..블런스는? 엠블런스는 부르러 갔다.옥상서 뛰어 내린 것 같다. 현무는 수라의 가슴에 머리를 대었다.뛰던 심장이 멈추었다. 완전히 멈추어버렸다. 현무는 심장맛사 지를 시작했다.그리고 인공 호흡을...다시 심장에 가슴을 갖다 대었다.아직도 심장은 뛰지 않았다.심 장 맛사지를 했다.그리고 인공 호흡을...그렇게 수차례를 하고나니 현무의 이마는 온몸은 땀과 피로 범벅이 되었다.엠블란스가 왔다.수라를 싣고 현무도 Q선배도 엠블란스를 탔다.인공 호흡기를 수라의 코에다 대었다.수라가 숨을 쉬는 것인지 인공 호흡기의 기계 동작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수라의 웃음소리...특이한.숨을 들어 마시며 내는 짧은 핫,핫핫,하핫,,그의 얼굴은 온통 주름이 지고... 경대의 노을도 빨갛게...피가 흐른다...수라의 머리에서...끈적한 그리고 마치 안경알처럼 맑은 골수가 흐른다...현무는 떨며...수라는 홀로 인데...현무의 손은 신들린 것 마냥 떤다.왼손으로 떨림을 막으려 하지만 두 손은 한꺼번에 떨려...가슴에다 묻고 몸을 쭈그렸다.서러운 눈물에 모든 것은 어두워지고.. 현무가 눈을 떳을 때는 병원 벤치에 누워 있었다.Q선배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일어 섰다.잠시 기절 을 했었던 것 같았다.약간은 어지러웠다.손을 보았다.덜 딱인 핏자욱이 남아 있었다. 수라 홀로 중얼 거렸다.현무는 사방을 둘러 보았다.응급실로 뛰어 갔다.널버려진 사람들.그중에 수 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안내에게로 갔다. 방금 들어온 응급환자는 어떻게...? 수위복을 입고서 안내를 보는 사람이 돋보기를 낀체로 올려다 보았다.그리고 뭔가를 찾는 것 같았 다.누군가 현무의 어깨를 잡았다.Q선배 였다.뛰어 다녔는지..땀이 송글 송글 맺혀 있었다.그가 이끄 는 데로 갔다.수라의 어머니와 아버지와...그의 동생이 와 있었다.내가 들어가자 또 다른 파도가 밀 려 온 것 처럼 모두가 흐느껴 울었다.현무는 멍청히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았다.술에 취한 것 처럼 목운동 하듯이 고개를 천천히 흔들다가 하늘을 보았다.눈을 감았다.현무의 머리는 지면을 향해 곤두 박질 했다. 제 2장-의진이 수라의 죽음으로 학교는 일단의 열풍이 지나갔다.수위 아저씨가 파면을 당하고 2층 이상의 창에는 보호망이 쳐졌다.현무는 거의 매일을 술로 보냈다.수라의 무덤에 가서 죽도록 머리를 조아려 용서 받고 싶었다.현무는...만일 문뒤의 그늘에서 공상따위를 하지 않았다면 수라를 만났을 것이다.그리고 수라와 함께 술한잔을 통해 그의 목숨을 살렸을지도 모른다.목숨을...현무는 갑자기 마시던 술잔을 떨어 뜨렸다. 피식 비웃었다.자신을...그때 처럼...현무는 지쳐 가고 있었다.수라와의 술자리가 예상외 로 조금 길어지고 있었다.5시 였다.수라가 힘없이 몇일을 살아가던 수라가 술을 먹자고 한 것은.보 통 수라와의 술자리는 한두시간으로 그치고 대개는 노래방이나 당구장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었다. 그날은 달랐다.도무지 자리를 바꿀 분위기가 생기지 않았다.수라는 열심히 술을 먹었다.벌이 사이다 를 마시듯 소리없이,덩치에 맞지 않게,꾸준히 마시고 있었다.현무로서는 걱정이 되었다.내일 성미와 의 데이트를 위해 아껴둔 만원짜리들이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지.현무의 걱정은 쉽게 해소가 되었 다.수라가 왕창 술값을 내었다.조용했다.할말이 있다는 것을 현무로서는 알수 있었다.술값의 부담도 없어진 이 시점에서 무엇을 망설이랴?현무는 찻집에 가자고 했다.물론 큰소리로 차 값은 내가 내 께 라고 선심을 썼다.수라는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택시를 타고선 가버렸다.현무는 약간은 불안했다. 혹시 수라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담배를 빼물었다.석달간을 술로 살았더니 오른쪽 갈비 뼈가 아팠다.혹시 간이 너무 나빠진 것이 아닐까?걱정이 되었다.자판기 앞에 갔다.학교안의 자판기 보다 2배로 비쌌다.현무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100m만 뛰어가면 학교 였지만 지금 그로서는 100원을 아끼는 것 보다도 카페인을 채우고 싶었다.커피가 따스했다.향이 좋았다.어디선가 진한향수 냄새가 났다.근처에 샤낼 향수를 쓰는 여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현무씨 아니세요? 현무는 뒤를 돌아 보았다.수라의 기분을 맞추어 준다고 마신 술이 꽤 취해 있었 다.눈이 흐릿해서 누구인지를 알수가 없었다.약간은 찡그려 보았지만 알수가 없었다.약간을 멍청히 보다가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 아,네! 누구인지를 알게 되자 눈도 정상으로 돌아 온 것 같았다.수라의 여자친구 였다.몇번인가를 수라 지원을 위해 수라와 같이 만난 적이 있었다.상당한 키에 긴머리,힙선이 드러나는 청바지를 즐 겨 입는 여자,화장술이 능란해서 맨얼굴을 노출시킨적이 없는 여자,사실 수라의 친구이긴 했지만 상 당히 현무도 성적으로는 매력을 느껴 왔었다.단지 수라의 여자친구라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마음의 벽을 쌓고 자신을 지켜 왔을 뿐이었다.지금도 현무는 입안가득 침이 생겨서 커피를 약간 마셔 침을 삼켰다. 저 커피 한잔 사주세요. 현무는 뇌아렸다.나는 지금 수라를 위해 커피를 마시러 간다.11시가 다 되 어 가는 레스토랑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얼어 죽을 놈들,이시간에 공부를 하지 무슨 얼어죽을 커 피람...나는 22년만에 이런 시간엔 처음인데..그것도 친구를 위해. 구석으로 갔다.수라의 주변 사정을 물어 보고 싶어서였다.걷는 모습도 상당히 선정적이었다.걸음하나까지 이 여자는 연구를 한것 인가? 전 커피요.. 현무는 어깨를 으슥였다.그리고 현실로 돌아 왔다. 저도 같은 걸로요.. 탁자위에 놓아둔 자판기 커피가 머슥었다.현무는 단숨에 커피를 마셨다.너무 커 피가 달다고 생각했다.은은한 맛도 없다고 생각했다.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까지 현무는 침묵했다.의 진이란 여자는 그렇지 못했다.꽤 말이 많다고 생각했다.이렇게 할말이 많은 사람이 옆에 있으니 수 라는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성미는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았다.성미와 현무는 말을 거의 비슷하게 했 다.때문에 둘이 만나서 헤어질때까지 말한 것들을 일기장에 적으면 한장을 넘지 못했다.수라는 행복 할 것이다.적어도 일기장에 쓸 것이 많을 테니까... 수라한테 요즘 무슨 일이 있나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난 다음에 현모가 입을 열었다.커피가 쓰 다고 생각했다.자판기 커피에 익숙한 그로서는 찻집 커피는 덜 달고 더 썼다.그녀는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이집의 커피는 참 맛있어요.그죠? 현무는 커피를 내려 보았다.조금은 화가 났다.그것이 물음에 대 한 답인가?인상은 굳어 졌다.커피를 마셨다.정말 맛있는것 같기도 했다.다시한번 맛을 보고 싶었다. 의진씨가 뚤어져라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싫었다.경멸하고 싶었다.그래서 참았다.침을 한번 삼켰다. 수라씨랑 헤어 졌어요.수라씨가 얘기 안해요?얘기 한줄 알았는데 약간은 황당하다는 듯이 장난기 에 떠있는 듯한 분위기가 절반은 줄었다.그래도 장난기 어린 눈은 여전 했다. 우리 얘기를 했어요,그리고 헤어지자고,헤어질 때보니까 수라씨도 매너 있어요,약간은 아깝지만... 약간은 상기 된 듯한 눈으로 의진씨가 쳐다 보았다.현무로서는 우리 얘기 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같았다.그리고 의진씨와는 우연히 만난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현무는 뛰쳐 나가고 싶었다.수라 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다. 샤넬향수만 아니었어도... 현무의 머리 속에는 그말이 가득 차 있었다.그날도 지원을 나갔다.술을 먹는 자리 였다.수라도 몹시 취했고 의진씨도 몹시 취했었다. 수라는 취해도 의진씨 생각만 했다.택시를 잡아 의진이를 바래다 주는 것을 부탁했다.의진씨는 수라 씨 걱정을 했다.결국 사랑이 담북담긴 시선을 보내며 수라가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현무는 수라의 시선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나도 저런 시선을 성미에게 보낸적이 있었던가?회의적 이었다.묘한 미소 를 지었다.씁쓸함 그리고 미안함이 어울어진 그런 표정 이었다.택시를 타고 가면서 의진씨는 현무의 어깨에 묘한 자극을 주었다.기대고 그냥 자는 것이 아닌..작은 새끼 고양이처럼 비벼 대었다.긴 머리 칼이 현무의 얼굴을 간지렵혔다.팔꿈치가 현무의 허벅지를 지긋이 눌렀다.의진씨가 장난을 치고 있 음을 알수 있었다.밀쳐 버리거나 하는 짓을 하지 않았다.창밖을 보며 도착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 것이 그녀의 물음이라면 이것이 바로 현무의 대답이었다.현무는 사실 아무런 느낌도 가지지 않았다.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의진씨는 수라의 것이다는 생각은 이미 현무의 잠재이식을 지배하고 있 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이상하게도 묘하게 마음이 열려있었다.주체 할수 없을 만큼...그 주체할수 없음이 묘한 향기 때문이란 걸 현무는 알수 있었다.긴 겨울이 끝나갈 무렵처럼,포근한 향기에 나른 한 오후처럼,파릇이 돋아나는 풀들을 갑자기 본 것처럼,따끔거리는 가슴을 주체 할수 없었다.향기가 호흡을 막고 있었다.문앞이었다.초인종을 누르려다 쓰려지려는 의진씨를 힘껃 안았다.현무는 가슴에 묻혀 버렸다.눈을 감았다.부드럽고 언제적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이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오래 전부터 이 여자를 사랑해 온것처럼 키스를 한 것 같았다.약간의 패팅도 한 것 같았 다.의진이의 패팅은 굉장히 격렬했던 것 같았다.귀에난 이빨 자욱이 3일간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그 때는 무엇을 하고 무슨말을 했는지 현무는 죄의식 없이 다 기억하고 있었다.흐릿해져 버린 건,성미 를 본 순간 엄밀히 말하면 성미에게서 샤낼향수를 맡은 순간이었다.성미는 항상 샤낼향수를 썼다.그 날 맡은 냄새는 샤낼향수 엄밀히 말하자면 성미의 냄새 였다. 자신이 그렇게 모진말을 여자에게 할수 있을지는 현무 자신도 알지 못했다.그것도 매우 여러번을.또 한 그렇게 소름끼치는 말을 여자에게서 들을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신을 포기하지 않겠어 요.. 이말만을 남기고 그녀는 빨간 훼라리를 타고 가버렸다. 현무는 오랜동안을 거리를 쏘다녔다.수라에게 전화를 하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수라를 만날려면 내 일이 되어야 한다.내일 수라가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면 모래가 될 것이다.모래는 수라의 집이라도 찾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오늘은 전화 만이라도 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를 위로 하려함이 아닌 자신을 위로 하려고 조그마한 용서의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용서가 아니라면 자신을 합리화 할수 있는 근거라도 받고 싶었다.욕설,핀잔,혐오.이런 말들을 듣는다면 마음은 조금 편안해 지리라 생각했 다.전화를 드는 순간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현무는 전화를 끊었다.샤낼향기가 어디선가 또 풍겨지는 것 같았다. 현무는 미친 듯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모두들 현무를 알고 있는 모두들 놀랐다.현무가 공부를 열 심히 한다는 것도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단지 현무가 법대 로비에 찌그러져 담배를 피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누구는 현무가 학교를 그만 두었다고 했다.누구는 현무가 유학을 갔다고도 했다.현무가 죽었다는 소문도 돌았다.현무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수라의 모습이 떠 올라 참지 못할 것만 같아서 였다.책만을 보았다.읽고 또 잃고...읽고 잃을려고 하였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았다.다시 그는 술 을 마시기 시작했다.한잔은 죽어버린 친구를 위해 한잔을 친구를 죽인 자신을 위해...그리고 또 한잔 은 훼알래와 함께 식어버린 그의 첫사랑을 위하여... 그날은 몹시도 추운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방학이 중반을 접어들었고 성미를 본지도 꽤 되었다.현무 는 성미의 집앞에서 서성 거리는 날이 많았다.현무는 성미의 전화번호를 알지 못했다.성미의 전화번 호를 물어본 적이 한번 있었다.그때 성미는 웃었다.그리고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현무는 전화번 호를 소중히 간직 했다.그 전화번호는 성미가 직접 적어준 것이었다.파란색의 글자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이렇게 아름답게 글자를 쓰는 사람은 마음도 아름답겠구나 생각했다.술이 몹시 취한 어느 날 현무는 울었다.성미를 몹시 보고 싶었다.성미의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 이름 하나로 보 고 싶다고 느꼈다.단지 그 이름의 사람이 보고 싶었다.그녀의 물이 곱게 빠진 청바지도 보고 싶었고 어울리지 않는 쉐타도 보고 싶었고 그녀의 잘못된 스트레이트 파마 머리도 보고 싶었고 약간은 귀 여운 주근깨도 보고 싶었고 꺼다란 쌍꺼플진 맑은 눈도 보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그녀를 볼수가 없 었다.보고 싶다고 다 본다면 사랑은 그렇게 가슴 찡한 것이 아닐수도 있다고 자신을 달래며 잠이 들었다.반은 힘든 생에 취해서 반은 독한 술에 취해서...그렇게 잠이 든 이튿날 그는 얼룩져 볼수 없 게 된 메모지를 발견했다.전혀 알수가 없었다.그녀의 전화 번호를...메모지에 생생히 적혀 있을 때에 는 그의 머리 속에서도 생생이 기억이 나서 몇번인가 전화를 걸었던 적도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기 억이 나지 않았다.도무지 무슨 글자 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한참을 메모지를 쳐다 보았다.눈물에 얼룩이 진 것인지 침에 얼룩이 진 것인지 구토물에 얼룩이 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몇일을 그렇게 홀로 앓다가 마침내는 포기를 하였다.학교에서 보기를 기다리고 전화 가 오기를 기다렸다.그렇게 전화를 않고 현무는 사랑을 하였다.그날은 성미가 보고 싶어서 미칠 것 만 같았다.성미의 어머니를 보고 싶지 않아서 링컨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날은 몹시 추웠 다.손가락 마디 마디가 얼어 붙어서 녹을 것 같지 않았다.내복을 입지 않은 자신을 후회하기는 처음 이었다.내복을 입지 않은지도 그는 꽤 오래 되었다.중학교 2학년때 친구에게 놀림을 받은 이후로는 입지 않았다.내복을 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대학 들어와서까지 몇벌인가를 가을만 되면 샀다.그 러나 한번도 입은 적이 없었다.날이 추울 것 같으면 그는 내복을 꺼낸다.그리고 무엇인가를 생각 했 다.한참을...그리고서는 흡족한 표정을 짓고는 밖으로 가버렸다.그렇게 그는 내복을 입지 않았다.링컨 은 그날 집을,성미의 집을 떠나지 않았다.현무는 밤이 새도록 성미의 집 근처에서 쪼그리고 있었다. 그가 확인하고 본 것은 링컨이 뜨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현무는 다음날 그다음날 끄끙 알았다.앓는 도중에서 성미를 찾았다.눈물이 빰을 흘렀다.눈물이 차가와 싫었다.밤은 싫었다.밤이 되면 더 아팠 다.몸보다도 마음이...성미는 무엇을 하는지 연락이 통 없었다.현무는 초조히 병치레를 했다.결국 성 미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현무는 어느새 학교에 와 이었다.약간은 콜록 거리며 비실 거리며...법대 의 건물도 이제 부셔지고 있었다.새로운 건물을 짓는다고 했다.수많은 날들을 보내온 법대가 무너지 는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보고 있었다.먼지가 많이나는 까닭에 몸이 더욱 좋지 못했다.몇번인가의 심한 기침을 했다.가슴에서 부터 구토를 할 것 같았다. 꾹꾹 거리며 구토를 했다.운이 좋게도 몇방 울의 피가 섞인 가래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가래 위로 담배재가 떨어 졌다.단지 그가 담배재라고 생 각했을 뿐 사실은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조금씩 조금씩 눈이 떨어지고 있다.현무는 하늘을 쳐다 보 았다.구토로 생긴 눈물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눈물을 훔쳤다.하늘은 눈물을 닦은 눈으로도 흐릿했 다.한줄기의 바람과 함께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뜨거운 오탱국물을 한꺼번에 마신 것 처럼 가슴이 아사로왔다.현무는 어느새 버스에 앉아 있었다.하교길의 아이들이 한무더기 타서 버스는 갑자기 분 다웠다.조그마한 중학생 하나가 현무의 옆에 섰다.현무는 가방을 받아 줄려 했다.소녀는 고개를 잘 래잘래 흔들었다.찰랑거리는 단발머리가 귀엽다고 생각했다.성미가 생각 났다.성미를 보고 싶었다.왜 성미가 보고 싶은지 그로서는 알수 없었다.성미는 훨씬 키가 크고 머리칼도 긴데...버스를 내렸을 때 에는 눈이 복스럽게 내리고 있었다.싸래기 눈은 이 함박눈이 다 덮어버려서 아주 오래전부터 함박 눈이 내린 것 같았다.성미의 집앞에서 현무는 우뚝 섰다.현무는 그 이름을 뇌까렸다.페라..아.리..그는 그 단어를 천천히 되 씹었다.그날 링컨 콘티넨탈 대신에 훼...알리..가 서 있었다.빨간색의 그녀의 말 대로라면 훼라리가.. 현무는 성미를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의진이가 무어라고 말을 했던간에 변명을 하고 싶었다. 아니 변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미는 곱게 커왔다. 그런 성미에게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아니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그것 이 성미를 위해,약간이라도 그녀를 위한다면... 현무는 사실 용기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그러나 그것이 옳다는 생각이,옳은 것은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현무는 멍청히 맞고 있는 자신이 그고통을 이겨낼 수 밖에는 없듯이,성미 의 집을 들어 섰다. 성미네 우편함에는 몇개의 우편물이 꽂혀 있었다. 현무는 들어가면서 대강 이름 들을 보았다. 성미에게 편지가 한통와 있었다. 발신인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분명히 남자의 글씨체 였다. 현무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성미가 나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현관까지 왔다. 현관 유리에 성미의 그림자가 보인다. 현무는 얼른 편지를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성미를 만나지도 않을채 집 을 나왔다.왜그랬을까? 현무는 뜯어보고서 내일 갖다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편지가 성 미를 만나야 한다는 당위에 더욱 정당성을 부여 할것이다. 그리고 그 정당성은 현무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아니 아마 질투였을 것이다.질투 분명히 그거 였을 것이다. 현무는 셋방에 누워 한참을 편지를 보았다. 약간의 양심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무는 보고 싶 은 욕망이 그 양심을 확연히 넘어서고 있음을 알았다. 손이 이미 편지를 뜯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 치 미끄러진 자전거에서,생생히 넘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구경할 수밖에 없듯이 그렇게 편지를 뜯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성은 살아 있어...뜯은 표시가 안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해를 하기위해서..나는 그녀의 모든거시 알고 프다. 그리고 나는 용서 할 것이다. 아니 더욱더 사 랑 할 것이다. 그녀의 모든 것을... 편지를 읽으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자신을 알지 못했다.그리고 그 담배재가 바지위로 떨어지는 것도 알지 못했다. 현무있냐? 수라의 목소리 였다.현무는 얼른 편지를 감추었다.수라는 의진이 사건을 이제는 이해해 주는 듯 했다.그 사건이 지난지도 벌써 2달이 지났으니...그리고 그사건으로 둘이 술도 엄청 같이 먹 었다. 그 사건으로 둘은 더욱 친해진것 같았다. 뭐하고 있냐? 수라가 어질러진 방을 대강 치우며 말했다. 세상에...성미한테 연예편지가 왔는데..우스워서.. 수라는 인상이 약간 굳어졌다. 아마도 의진이 사건 이 기억난 듯 했다. 글쎄말야 무슨 글이 그따위냐..완전 삼류소설..그게 뭐지..응..무협지...그보보면 왜 초반부분에 별이 어쩌고...그것 배낀것 같더라...우스워서.그리고 글씨는 또 왜그리.. 웃는라고 현무는 수라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때굴때굴 구르며 웃는 현무는 수라가 이미 나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웃음을 멈추고 보니 수라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짜식,정의로운 것 하나는 알아 줘야 한다니까. 현 무는 약간 멋적게 머리를 긁었다.훔쳐보질 말것 그랬다고 생각했다.편지를 풀로 붙였다. 내일은 아 무도 몰래 편지를 갖다 줘야지... 수라와의 접촉빈도가 줄었다. 수라와 크게 싸운것이다. 의진이가 직접적인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의 진이의 일이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까짓 남의 편지를 훔쳐본 일로 화를 내고 주먹까지 날아 올수가 있는 일일까? 현무가 납득 할 수 없는 핑계로 수라의 응어리가 표출되었지만 하여간 화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무는 수라를 만나고자 했다.아니 우연히 만났으면 했다.그 렇게 갑작스러운 고통이라면 오히려 용기가 날지도 모른다고 현무는 생각을 했다.몇번인가를 전화 를 할려고 생각을 했지만 전화를 걸지 못했다.학교에서도 수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후배들의 입 을 통해 무너져 가는 수라의 소식들이 들렸다.어디에서 보았느니,술에 절여 살드라느니,수업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둥,마치 영장받은 휴학생마냥 살더라고 했다.현무로서는 화가나서 견딜 수가 없 었다. 그토록 사랑한다면 왜 잡지 못하고 그토록 사랑한다면... 현무도 몰래 뛰어나온 말이었다.그리고 그말에 갑작스레 모든 것이 자신없어 졌다.성미를 본지도 꽤 되었다고 생각했다.손가락으로 날자를 짚어 보았다.벌써 성미를 못본지도 한 달이 되었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수라에 신경을 쓰느라고 성미에게 신경을 못쓴것 같 아 미안 했다.아니 미안 한것도 사실 없었다.현무는 계속 성미를 생각했다.어렴풋이 성미와 의진씨 가 만나는 장면이 머리속에 떠올랐다.아마도 의진씨는 그 당돌함을 여지없이 발휘했을 것이고 성미 는 배신감과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른다.현무는 성미를 볼 자신감이 없었다.그러나 그 공 포감보다도 성미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우세했다.그러나 학교에서 성미를 볼 수가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된일인가.모두 사라진 것인가.학교가 낮설게 느껴졌다.그는 멍청히 앉아 저물어 가는 노을을 쳐다보았다.멍청히 보고 있으려고 노력도 해보았다.그러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 질것 같았 다.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아무것도.단지 일어서야 한다는 마음에,그 조바심에 잠시 그를 잊을 수가 있었다.일어서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같았다.일어서면 또다시 갖가지 상념들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무엇을 결정해야 할지 그는 정하지 못했다.단순한 사고의 전환 으로 그는 딜레마에서 벗어났다.그의 생을 보는 시각이 그러했기 때문이리라.갑자기 그는 소유를 생 각했고 소유만이 항상 그의 마음을 편안히 했었다.그는 이제 미쳐버리지 않을 것이다.결정을 했다. 그가 가야할길.이른바 남지는 않을 것이다.사람들은 공부만이 남는 것이라고 한다.그러나 그에게 공 부는 이미 물건너간 소일뿐이다.그는 결정을 한다.일어선다.그러나 미치지 않는다.새로운 관념의 덩 어리가 그의 머리속을 스멀거리며 헤집는다.그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머리를 가벼게 끄덕인다. 너무 왼쪽으로 기운 것 같아서 였다.마치 구토를 끝낸것 처럼 머리가 상쾌해 지는 것 같았다.바람이 차서 상쾌 했다.노을이 최절정을 이루어서 좋았다.어디가서 구토를 한번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참 기로 했다.이미 음식물 들이 식도끝까지 올라온 것 같았지만 삼켰다.너무 기분이 좋으면 우울이 따 라다니기 때문에. 놀이지는 푸름이 동네를 덮을 땐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참아야 했다.그가 배운 올바른 것은 그것이었다.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그 모든 것을 참아야 했다.가난이 그에게 준,참 을성이 바로 그것이었다.이성의 덧 그것에 철저히 망가지기 까지는 그것이 행복이었다.더 이상 이성 이 앗아갈게 없어 질 때 까지는... 기억하는 여자의 모습은 성미 너로 고정되어 있다고나 할까? 다 른 여자를 사귈 때마다 만남을 세 번을 지속하지 못했다.재미있게 놀다가,거머리가 팔에 붙어 피를 빠는 것을 갑자기 발견한 것 같은 느낌.항상 그런 느낌이었다.전화가 걸려 오는 것도 싫어 일어나 자마자 학교로 가선 밤늦게야 집에 들어가곤 했다.그는 비를 보았다. 소녀도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 비.조금이라도 맞으면 죽을 까봐.죽는 것보다 더한 머리칼이 빠질까봐.어린 시절의 추억이 없음이리 라.무더운 날 현무의 아버지의 삽질은 비가와도 그치지 않았다.오히려 더 행복한 표정이셨던 것 같 다.우는 듯 당신의 볼을 타고 내리는 비에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초연함이 있었다.왜 일까?그는 담배 를 피웠다.해가 질려는 듯 했다.비에 어지러진 연기의 한 조각이 그의 얼굴을 가렸다.파란 담배의 연기처럼 구름이 흘렀다. 현무씨아녀요, 우체국엔 웬일이에요. 편지부쳤어? 의진이의 목소리였다. 현무는 조금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금새 자신은 표정을 찾았다. 응,간만에 편지좀 썼어. 현무는 멋적은 듯이 웃었다. 아이 좋아라. 어디로 부쳤어. 자주좀 부쳐주지 그동안 현무씨 편지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의진이 는 못내 좋아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의진이는 현무의 편지를 좋아했다. 현무는 편지를 자주 쓰 지 않았다. 쓰고 싶을때,못내 그리운 감정이 복받쳐 가슴을 움켜쥐어야만 할때 편지를 썼다. 그 대 상은 성미였다. 그러나 성미에게는 편지를 부치지 않았다. 다만 의진이라는 이름을 써 넣었을 뿐이 었다. 학교로 갈거야.항상 그렇듯이. 현무는 바쁜듯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어디 약속있어? 없으면 우리 얘기좀 해요 의진이가 눈웃음을 쳤다. 미안,급한 약속이 있어서 의진이는 못내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감정을 숨기는 연습을 전 혀 하지 않은 탓이다. 현무는 그런 의진이를 뒤로하고 도서관의 자기 자리로 왔다. 의진이에게 편지 를 한장 쓰기 위해서 였다. 제 3장 그를 올가맨 과거는 그의 전부였다. 그가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자신을 버리고 산 까닭이다. 서 응주는 읽던 신문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찢어진 신문의 여기저기에선 대통령의 사진이 얼굴이 여기저기 붙어서 허느적 거린다.과거였다면.그리고 누군가 보았다면 국가원수 모독죄로 물고를 치루 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이제 점심시간이 끝날 것이다.그는 식사를 하지 않았다.항상 그러하듯이 그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그 시간에 그는 신문을 읽고 책을 읽고 생각 을 한다.한시간이 채 못되는 시간에 그는 이 좁은 진료실에서 벗어나 환상의 여행을 열심히 해낸다. 그의 하루 진료는 8시10분에 시작해서 7시10분에 끝이 난다.하루의 절반이상을 이좁고 창하나 없는 진료실에서 보낸다.그런 그에게 점심시간은 마음의 위안이 되는 유일한 시간이다.그는 일요일도 평 일과 같이 진료한다.신혼초의 아내는 성화를 부리기도 했지만 쉰고비를 넘긴 그에게 더이상 아내는 일찍 퇴근을 요구하지 않는다.오히려 늦은 퇴근을 반기기도 한다.그는 시계를 본다.진료시간은 10분 이 남았다.언제나의 버릇처럼 그는 진료 개시종을 누른다.간호원의 식사가 늦는 날은 거의 없다.간 호원도 그의 버릇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창이 없어 비가 오는 지는 알수 없지만 손님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장대비가 내리는 모양이다.오늘 그는 또다시 다짐을 한다.신문을 읽지 않겠다고...그는 점심시간에 신문을 읽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다짐해 왔다.좁은 세 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로서는 신문은 넓은 공간을 접하게 해주는 유일한 샛길이었다.그러나 차츰 그의 신문에 대한 정열은 증오로 변해가고 있었다.그리고 차츰,신문을 보지 않으려는 형태로 변해갔 다.그러나 점심시간이 되면 신문을 구해오게 되고 몇줄을 읽고는 분노에,증오에 찢어 버리곤 했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단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기라도 한듯 신문을 찢었다.오늘 그는 우울증 을 껵는듯 했다.비가 와서 인지도 모른다.대지의 풋풋한 먼지 냄새가 그의 폐를 가득 누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알수 없었다.그는 일어선다.간호원들은 간만의 휴식에 잡담을 하고 있다.그를 보자 그들 은 갑자기 떠들다 들킨 국민학생같이 고개를 떨구고 조용하다. 오늘 이만하지.삼일간 휴가를 다녀오도록. 간호원들은 놀란다.기쁨이 그들을 간지럽힌다.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응주는 진료실로 들어간다.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긴다.집에가서 모처럼 아내와 놀아주어야 겠다고 생각한다.아마 아이들과 노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아이들과 놀러가지 않 은지도, 지난 추석때이후로 가지 않았으니 두달은 되었구나.하고 생각한다.사실 추석때는 놀러 간것 이라고 엄밀히 말할수는 없었다.시골에 성묘를 하러 갔다왔으니.그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그도 노 는 것은 참으로 오래간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무슨 일이라도 계신지...? 나오려는 응주를 최닥터가 부른다.간호원들도 불안한 듯이 쳐다본 다.아마도 갑잓스러웠나보다. 단지 쉬고 싶어서,나도 늙었나봐,자내도 몇일 쉬고 월요일에 보세.임시휴가라고나 할까.자내도 내밑 에 와서 휴가를 한번도 보내지 못했지 아마,이번 기회에 좀 쉬도록 하세.그리고 김 간호원 병원 앞 에 임시휴진이라고 붙이는 것 잊지 않도록.사과의 말씀도 넣고...모두 즐거운 휴가를 보내도록.. 응주 는 조심스레 계단을 보았다.아무도 없다.병원에서는 간호원들의 웃음소리가 쉴세없이 들려온다. 최 닥터의 함성소리가 꽤 크게 들려왔다. 괘심했다. 그래도 참았다. 그도 약간은 쓴미소를 짓는다.계단 을 다섯계단씩 뛴다.금방 계단을 내려왔다.거리는 비가 내린다.차까지 뛰어간다.양복엔 송긍송글 물 방울이 붙는다.차안에 들어와서 그는 실내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세월의 흔적이 지나 간 듯했다.예전의 젊은 모습은 결코 아니다.한숨을 쉰다.그러나 미소는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땡땡 이 치는 국민학생처럼 약간은 두려운 마음도 있다.그리고 국민학생처럼 잊자고 다짐한다.병원은 얼 마든지 있다.내가 아니라도 많은 의사가 있다.특히 피부과는 목숨과는 거리가 멀다.나의 젊음을 바 쳐 왔으니 삼일쯤의 자유는 당연하리라.그의 미소는 집에서 완전히 부서졌다.집은 텅 비어 있었다. 가정부 아줌마도 없는 것 같았다.그에게는 열쇠따위는 없다.한번도 아무도 없는 집을 온적이 없었으 니,열쇠따위가 소용된 적이 없었다.일단은 차고를 통해 현관까지는 갈수 있었다.먼저 반긴 것은 설 빈이었다.딸 의진이가 붙여준 이름이었다.사실 응주로서는 개이름을 강아지의 사투리인 강생이 라 고 붙이고 싶었다.의진이가 펄펄 뛰었다.아들놈도 그랬다.응주는 홀로 개 이름을 강생이라고 불렀다. 개는 처음엔 혼동을 일으킨듯 했지만 지금은 강생이라고 불러도 곧잘 쫒아온다.개는 풀어져 있는 상태여서 물을 묻힌 발로 응주에게 기어 올랐다.마당이 잔디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진흙목욕을 했으리라.현관은 여지 없이 잠겨 있었다.유리창을 깨고 싶었지만 경보장치를 설치했단걸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개와 노닐었다.강생이 목욕을 꽤안한듯 몸에서 냄새가 나고 있었 다.개목욕도 안시킬만큼 아이들이 바쁜 것인가?아이들은 언제나 되야 돌아 올 것인가.세째놈은 이제 고3이니 학교에 있겠지.그놈은 아마 현관문 열쇠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학교에 찾아가 봐야 겠다. 일어서다 말고 응주는 다시 강생이를 데리고 놀았다.학교가 어디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언젠가한 번 들은 적이 있는데...그학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상념이 체 끝나기전에 가정부 아줌마가 돌 아왔다.잔득 시장을 보고 오는 길인것 같았다.응주는 장의 일부를 받아 주었다.아줌마는 내심 궁금 해했다.그러나 얼른 문을 열어주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고 생각했는지 문 여는데 정성을 쏟았다. 아내가 어디 갔습니까? 응주가 물건들을 부억에 놓으며 물었다. 예,사모님은 이시간엔 아마 헬스클럽에 가셨을 거예요,아니면 수영가셨거나.. 언제쯤 돌아오죠? 사모님은 6시쯤 되면 들어오실 거예요.. 응주는 욕실로가서 뜨거운 물을 받았다.강생이 목욕을 시 켰다.강생이는 목욕을 하고나니 품종좋은 개답게 윤이 반질거렸다.이렇게 좋은개가 우리집에 와서 고생을 하는 군...응주는 갑자기 사냥을 하고 싶었다.개가 사냥개여서 인지도 몰랐다. 아줌마,개좀 말려주세요... 갑작스런 주문에 아줌마는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집에 드라이기 있죠? 예.아가씨들 방에 있을 거예요. 그럼 빨리 개좀 말려주세요. 비오는 날에 개를 말려서 어떻게 하겠냐는 듯이 주춤해 한다.그래도 할 수 없이 개를 말린다.응주는 가볍게 샤워를 했다.그리고 아줌마에게 사냥복을,엽총을 탄환을 준 비하라고 시킨다.그리고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고 한다.삼일 분량으로...아줌마는 군말이 없다.그래서 여태것 마누라 밑에서 10년을 버텨왔으리라. 사모님에게는 뭐라고 하죠? 날듯이 나가려는 응주에게 걱정스런 눈으로 아줌마가 묻는다. 그냥 보신대로 말씀하세요.그리고 삼일 일정으로 머리를 식히러 간다고..아무일 없다고 그렇게 말 해 주세요... 강생이는 멀미를 한다.구토를 하지는 않지만 힘이 없다.어디 조용한 국도에서 쉬어 가야 겠다고 생 각한다.쉴만한 장소는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개는 잠이 들었는 모양이다.해도 저물어 간다.어디서 쉬었다가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겠다.국도의 가장자리에 차를 세울려 하다가 마을로 진입하는 길을 발견한다.저 마을에서 민박을 해야 겠다.여행중인 듯한 청년하나가 마을의 좁은 길을 걷고 있 다.젊음을 그는 다시한번 부러워 한다.그도 십년만 젊었으면 아마도 저렇게 걸어서 여행을 했으리 라.응주는 차를 세운다.창을 열고 청년을 불렀다. 자네도 이마을에서 민박을 할건가? 청년은 피로에 지친 듯하다.눈이 참으로 맑은 청년이라고 응주 는 생각한다.청년은 잠시 피로에서 벗어나려고 정신을 모은다.인상을 찡그리고 응주를 본다.그리고 주머니에서 안경을 찾아 쓴다.비에 흠벅 젖어 있다.안경이 오히려 시야를 가렸었는가 보다.청년은 미소를 짓는다.그리고 짊어지고있는 텐트를 가리킨다.응주는 앞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본다.비가 그칠 것 같지는 않다.청년에게 차에 타라고 손짖을 한다.청년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차에 탄다.응주는 수 건을 건내준다.강생이가 으르렁 거린다.청년은 뒷자리로 밀려난 개를 돌아 본다.개는 힘이 없는지 그러다 만다.물론 응주의 때리는 시늉도 한몱을 한다. 자네만 좋다면 같이 민박을 하세.이런 날은 아무리 젊은 사람에게도 야영하기에는 좋은 날이 못 되... 청년은 아무말이 없다.창만을 내다본다.힐끔 응주는 보았다.청년이 고개를 야간 끄덕이고 있음 을...응주는 라디오를 틀었다.마을의 불빛이 흐른다. 방을 구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청년은 아무말도 없었고 응주도 별로 말을 붙이고 싶지 않았 다.피곤했다.응주는 도시락을 꺼내 청년에게 주었다.청년은 응주가 체 반을 먹기도 전에 하나를 다 먹었다.응주는 하나의 도시락을 더 주었다.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은-젓가락이 눈을 찌를까봐 걱정 이 되었다.-옆머리를 긁는 시늉을 했다.강생이도 이제 멀미를 그친지 도시락을 잘 먹었다.찬바람을 몰며 응주가 들어 왔다. 밖은 상당히 추운데... 응주가 말을 붙였다.청년은 도시락을 열심히 먹는다. 소주한잔 하겠나?바로 옆에 소주를 팔던데...갑자기 술생각이 나서 말이야.자네가 싫으면 혼자서라 도 해야 겠는데...술냄새를 좀 풍길 터인데..그정도는 이해 할수 있겠지? 청년은 옆에 세워 두었던 배낭가방에서 소주 2병을 꺼낸다. 허허,이런 곳에 술친구를 묻어두고 있었군... 응주는 젊음을 부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그 부러움을 전부 술로 마시고 있었다.마치 젊은이 만큼 술을 마시면 그 젊음을 뺏을 수 있는 것처럼 술을 마셨 다.젊은이도 술이 약하지 않았다.몇병인가의 소주가 더 방으로 들어 왔다.찌개도 몇개가 들어 왔다. 자낸 세상에 대한 갈증을 느껴본적이 있나?사랑에 대한 갈증이 아닌 세상에 대한 갈증을..? 응주가 약간은 혀가 고부라 지면서 말을 이었다. 난 말이야,조그마한 진료실에서 생을 보내면서 약간의 자기 만족으로 살아가려 했지..20년을 말이 야...하지만 그 조금의 자기만족을 얻기위해 많은 것을 잃고 오히려 뛰쳐나오고 싶어하네,그 저변에 는 세상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자기 만족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세상에 대한 증오심의 표출을 하고 싶어서...욕을하고 싸우고...정부에 대한 욕을하고,하루하루를 먹기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모종 의 연민도 느끼고 싶다네.내가 사는 공간에는 주눅든 가난뱅이나 바람둥이 밖에는 안와.불결하고 더 러운...그들은 내 얘기따위는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네.마치 정신병자 보듯 아니면 무식해서 죄송하다 는 듯...그러나 그따위는 불결함에 끼지도 못하지.내가 고칠수 있기에...하지만 더 더러운 것은 세상 이라네...나는 그것도 고치고 싶지만 ...도무지 내가 할수 있는 것은 없다네. 말뿐인 지식인.그것의 전 형이 나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것이 왜그리도 괴로운 것일까?.. 응주는 쓴소주로 입을 축인다.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된것 같은 느낌이 들고 떠들어 봐야 이해를 해 줄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설사 이해를 해준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그는 나보다도 더,무력할 터인데...응주는 벽에 기댄다.청 년은 소주를 계속 들이킨다.희릿한 시야가 더욱 흐린것 같았다.안경을 벗었다.눈을 감고 싶었다. 응주가 눈을 떳을때는 이미 10시를 넘어 있었다.청년은 이미 출발을 했다고 한다.쪽지 한장을 남겨 두고서... [세상은 보는 이의 마음에 의해 비춰진다고 생각합니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 듯이 세상을 위해 아름다운 마음을...주제넘게 드리는 말씀이지만.혹시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요... ...류현무라고 합니다.언제건 다시 뵙게 되겠지요..] 응주는 하늘을 보았다.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아주 푸르렀다.구름 한점이 없는 옥색의 하늘,참 으로 오래 간만에 느끼는 하늘이었다.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아내가 이시간에 전화를 받을지, 알수 없었다.전화를 좀 쓰자고 아줌마에게 부탁한다.아줌마는 쾌히 승락한다.시외전화라고 한다.아줌 마의 인상이 구겨진다.요금을 내마고 한다.아줌마는 방에서 탁상시계를 들고 나온다.시간을 잴 요랑 인 것 같다. 여보세요? 아내의 목소리이다.연예할때의 기분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응주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나야 아내는 잠시 조용하다. 당신을 사랑해. 응주 자신도 그런 말을 할지는 몰랐다.한번도...청혼할 때조차도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당시의 생각이 이런 식으로 말로 표현 되었다면 아마 결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의 돈을 사랑해. 이말이 튀어 나왔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응주의 입에서는 과거와 달리 사랑한다는 말이 튀어 나온것이다.아내는 계속 침묵한다.아줌마의 인상이 구 겨진다.이미 말없이 2분이 흘렀다. 당신은...그말을 하기가...그렇게.. 아내는 우는 것 같다.응주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오늘 저녁쯤 가리다.목욕물 준비해 주구려.당신도 목욕하고...당신을 갖고 싶어.. 시계를 보던 아줌 마가 얼굴이 벌게 져가지고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시계를 두고서... 아줌씨,10분 돌렸는데 얼마요..? 응주는 농담조로 던진다.방에선 말이 없다.응주는 만원짜리 한장을 전화기 밑에 둔다. 아줌씨 전화기 밑에 10분 돌린 값 두고 갑니다.즐거 웠수다. 응주는 빨리 새 몇마리를 잡아가지고 서 아내에게 가야 겠다고 생각한다.숙희는 새요리를 좋아했다.연예시절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절 반의 공신은 새였다.절반은 응주의 사냥 솜씨였고... 응주의 아내는 전화를 끊고 한참을 쏘파에 기대어 있었다.그녀는 25년 결혼 생활동안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그녀는 기대 감에 차 잇다.신혼때 보다도 더욱 더...그녀는 오늘 하 루가 분주하리라 생각한다. 일단 대청소 부터 해야 겠구,그보다 먼저... 그녀는 차기사를 부른다.차기 사는 실실 웃으며 들어 온다. 차기사 당신은 오늘 부로 해고야.. 사모님,이유가 뭐죠? 그는 전혀 겁따위는 먹지 않는다.오히려 더욱 기세가 덩덩 해진다.소파에 기 대어 앉는다. 새로운 기사를 채용하기로 했어,애인도 없고 더 튼튼한 기사말야. 차기사의 인상이 파랗게 변한다.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겨우 어제 처음으로 실패한 것을 가지고...그동안에 얼마나 열심히 해 주었는 데...무려 3년간을.. 섭섭치 않게 해주지,그동안의 노력을 봐서...얼마를 원해?다시는 내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조건으 로... 차기사는 손가락을 쫙 펼친다.500만원이면 은주랑 전세방에서 시작을 할 수는 있으리라...모아 둔 돈도 좀 있으니 어떻게든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티리라... 오천 만원은 너무 많아 2000어때? 차기사로는 갑작스런 말에 놀랐다.2000이면 포장마차라도 해서 먹고 살수 있다.차기사는 얼떨결에 끄덕인다.차기사는 수표를 들고 집을 나왔다.다시는 이집을 찾지 않으리라.차기사는 제비 스타일은 아니 었다.그만큼 사람이 모질지 못했다.그의 주머니에는 이제 이 천만원어치의 행복이 들어 있다.그는 집에다 대고 절을 꾸벅했다. 응주의 아내는 온몸이 벌벌 떨려 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어떻게 그런 연극을 해내었는지 그녀로 서도 알 수가 었었다.이를 꽉물고 청소를 시작했다.가정부 아줌마가 평소에 꼼꼼했던 터라 그렇게 많이 청소 할 것은 없었다.응주의 아내는 목욕물을 받았다.그리고 정성들여 목욕을 했다.아직도 응 주가 돌아올 시간 까지는 서너 시간이 남았다.그래도 몇번인가를 물을 새로 받으며 행복해 했다. 응주는 한참을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오늘은 재수가 좋다.노루도 한마리 잡았다.그러나 숙희는 새 고기를 더 좋아한다.숙희는 새고기 스튜를 더 잘 만든다.새를 이미 7마리나 잡았다.꿩5마리를 포함 해서...새를 한마리만 더 잡고 그만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강생이가 새를 발견한 모양이다.몰러 뛰어 간다.긴장된 상태로 하늘을 겨누고 있다.그러나 새가 날아 오르지 않는다.사람의 놀람 목소리.그리고 씩씩 거림...응주는 재빨리 휘파람을 불어 강생이를 불렀다.수풀에서 사람이 나온다.류 현무라던 그 청년이다. 자네..! 응주가 정색을 하며 반긴다. 또 뵙내요.. 현무가 약간은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 한다.응주는 술을 한잔더 하고 싶지만 이제는 가 야 한다고 말한다.현무도 자신은 할일이 있다고 말한다. 여긴 조심해서 다니게...초보인듯한 사냥꾼도 있는 것 같으니...개로 새를 날린후 쏘지 않고 마구잡 이로 쏘니... 응주는 남은 실탄을 빼고 총을 접는다. 오늘은 재수가 좋아.자 꿩한마리 갖게... 응주는 꿩중에서 가장 살찐놈을 골라 현무에게 준다.현무 는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포식하겠군요라는 말도 덧붙인다.응주는 노루도 자랑하고 싶어 차로 현무 를 데리고 간다.현무는 노루는 사량 금지 동물이라고 말한다.응주는 멋적어 한다. 25년 만에 처음하는 것이라서... 응주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 이었다.사실 자존심도 약간은 상했다. 할 수 없죠뭐.모르고 하신거니... 응주는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을 단단히 한다.서로 악수로 헤 어진다.현무는 홀로 일때까지 차가 지나간 길을 보았다.그리고 밥타는 냄새를 맡은 주부처럼 후다닥 새를 찾으러 발길을 돌렸다.그는 로사와 같은 새를 찾고 있었다.두번다시는 로사와 같은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어디에 가야 로사를 찾을 수 있을까?그로서는 절망적이었다.그러나 포기를 할수는 없었다.그에게 포기란 결국 절망의 구렁텅이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었고 그것은 그의 보호 본능이 용서하지 않았다.일찍 저녁을 먹고 쉬어야 겠다고 생각했다.어제의 술이 너무 과했던 것 같 다.꿩으로 포식을 하겠구나 생각했다.거의 대부분의 식사를 라면에 의지하던 그가 고기를 맛본다는 것은 대단한 기쁨이었다.대단한.아주 대단한.그는 꿩을 두고 깊은 갈등을 느꼈다.뭘 하면 오래 배부 르게 먹을까.일단 밥부터 지었다.라면은 사실 질렸다.구워서 먹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내장 을 꺼내고 털을 뽑았다.내장은 잘 씻어 코펠에 담았다.모닥불을 피웠다.어제의 비때문에 불이 잘 붙 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불을 붙일 수 있었다.고기를 굽고,내장을 밥으로 가득채워 약한 불에 훈제를 했다.연기가 꽤 잘올랐다.어제의 비덕에...사실 어제의 비의 덕을 많이 보았다.그중의 가장 큰 덕은 응주 아저씨를 만난 것이리라.그다음은 꿩,그리고 훈제에 필요한 연기...한참을 그러고 있었다.사실 고기를 잘 익혀야지 그렇지 않으면 기생충에 감염되게 된다.기생충.. 날이 무척이나 떠웠다.활짝연 창문으로도 한점의 바람조차 들어오지 않았다.멍하니 하늘을 바라 보 았다.자그마한 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파란 거울 같다.때한점 없는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눈 이 아렸다.공부 할 것은 쌓여 있는데,아마도 세상의 바람이 모두 가슴에 들어간 것 같다. 조그마한 꿀벌 한마리가 돌아다녔다.꿀벌은 가만히 있으면 물지 않는다.사실 현무는 벌한테 물려 본적이 없 다.물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고통스러워 정신의 일부가 몸을 빠져 나올까?마치 다른이의 고통을 본 것처럼 그렇게 기억 하게 될만큼 고통스러울까?약간 따가와서 차분히 벌이 자신을 무는 것을 기억 해 낼수 있을까?알수 없었다.경험이 없으니..한번 물려 볼까도 생각했다.그러나 그것은 약간의 후회 를 남길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현무로서는 그냥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벌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했 다.윙거리던 벌이 책상위의 물컵에 빠져버렸다.참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것은 고통을 그만큼 적게 느끼게 할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신경의 다발들로 엮어져 있는 인간에 비하면 벌의 신 경은 보잘것 없고 그런 신경이 감지할 수 있는 고통은 죽음에 있어서도 인간이 약간 생채기를 느낀 것 같은 것일수도 있다.물론 마치 치통처럼 죽음보다 더 할수도 있겠지만.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뭐라고는...단지 인간의 죽음 보다는 덜 고통 스러우리라 짐작할 뿐이다.현무 의 게으름에 죽어간 벌은아마도 현무가 건져 주기만 했어도 몇개월은 더 여름을,생명을 즐길 수 있 었던 벌은,며칠뒤 현무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을 펼쳤다.하얀 유리컵엔 맑은 물이 있었고 몇개의 먼 지가 떠 다니고 있다.언제 부터인지는 몰라도 벌은 두마리로 늘어나 있었다.아마도 벌은 홀로됨의 길을 아쉬워 했나보다.그보다도 홀로 갈 길을 서글퍼할 또하나의 길동무가 있었나 보다.우리는 홀로 됨의 가장 어려운 길을 맞이하게 된다.둘이라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것이건만,진정 우리가 가장 두려워 하는 길에서는 우리는 항상 홀로이다.둘이라도 나쁘지는 않지만 홀로이어도 좋을 길을 둘이 되는 경우는 많지만 둘이어야 할 길을 우리는 홀로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벌도 그러 했다.그가 홀로 이고자 할때 그의 뱃속에는-아마도 현무는 뱃속이라고 단정을 하고 있었다.두마리의 하얀 벌레들이 그와 함께 있었다.그의 것들을 함께하면서,심지어 굶주림 까지.그러나 그의 죽음에서는 그의 동무들 은 그의 배를 뚫고서 삶을 찾아다니고 있다.현무는 내심 잘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벌 한마리를 그 와함께 하도록 해 준 것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하나의 것을 더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그 를 버린 것들에 대한 응징.현무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신인 것이다.비록 생명을 주지는 않아도 생명 을 앗아갈수는 있는.열린창으로 컵을 던졌다.유리가 산산히 허공을 가른다. 배신자들의 공간이 부서 진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파편들이 아직도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나하나의 분열을 계 속하고 있다. 그 파편들이 배신자들의 몸을 산산히 베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배신자들이 하수구 로 생을 찾아 도망쳤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그것은 죽음보다 못할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죽었을 것 이다.뙤약볃에서 그들의 양심을 말리며,축축한 양심이 딱딱한 대나무처럼 곧아질 때까지 고통이 함 께 했으리라. 로사를 찾아 다닌지도 거의 2주가 다 되었다.그는 더이상의 여력이 없다.주머니는 조용하고 가볍다. 집에 전화를 하였다.아무도 없었다.그는 잠시 잊었었다.그가 홀로 살고 있다는 것을 통장에는 아마 도 시골의 땅을 붙여먹는 사람들이 부쳐온 돈이 들어 있을 것이다.그는 셋방에다가 통장을 두고 온 것을 후회 했다.이제 그는 돌아가야 한다.새는 찾지 못했다.이주간의 세월이 머리속을 흐른다.무엇을 한것이 있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한것이 있다면 후회요 찾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그리움 이리라. 오늘따라 축축한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차비조차 없다.그는 이틀쯤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먹을 것도 별로 없다.라면 2개.소주를 한잔 먹었다.밥은 떨어졌건만 소주는 아직 3분의 1병이 남아 있다. 빈속이라 속이 뜨거워진다.헛구역질도 했다.입김이 시야를 흐린다.안경을 벗어 닦는다.신발이 무겁 다.흠벅 물을 먹어서이다.아니 오히려 피로가 그의 발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바지전체가 무겁다.물이 흠벅 젖어서이다.아니 두려움이 그의 다리를 붙잡고 있어서 이다.그의 어깨가 무겁다. 비에 온통젖 어서 이다. 아니 피로가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어서이다. 숨이 가빠진다.그의 가슴이 심하게 뛴다. 그는 괜실히 머리를 돌려 목운동을 한다.목이 뻐근하다.차가 물소리를내며 지나간다.차에 타고서 집 에가고 있는 상상을 한다. 편안한 꿈을 꾸는 듯한 상상이다. 피곤한 현실에 눈을 떳다. 저차에 아는 사람이 타고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그러나 차는 무진장 빠른 속력으로 지나간다.금방 귀퉁이를 돌 아 사라진다.조용하다.비내리는 소리만이 소용히 들린다.또 차가 지나가는 소리.어디 허름한 민가를 찾아가서 옷이나 말렸으면 했다.따뜻한 라면 국물이나마 먹었으면 좋겠다.현무는 솔밭으로 갔다.비 는 그리 심하게 떨어지지 않는다.텐트를 치지 않았다.갑자기 한기가 들었다.그동안의 피로가 몽땅 쳐들어 온것 같았다.바닥도 축축하다.현무는 배낭을 다시 매었다.하늘이 검어졌다.아주 검게..번개불 도 친다고 생각했다.빈혈을 만난 사람처럼 약간 기우뚱한다.정신을 읽고 쓰러졌더라면 지나가는 누 군가에 의해 따뜻하고 밥이 있는 곳으로 옮겨졌을 지도 모른다.그러나 그의 정신은 젊고 그리고 독 했다.그렇게 독하지 않았던들 국립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는 여전히 걷고 있다.해는 졌다.차도 뜸하게 지나간다.언제쯤 태양이 뜰지는 알수 없었다.얼마를 걸었는 지도 알수 없었다.분명 한 것은 그에게 낯익은 풍경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문을 닫은 가게에 가서 비를 그었다. 허름한 가게,양철 지붕에 비가 떨어진다.양철지붕 밑으로 소리가 떨어진다.현무는 쭈그리고 앉았다. 눈을 감았다. 곧 잠에 빠져 들듯하면서도 잠을 자지는 못했다. 극도의 피로함을 느끼면서도 추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신들린 사람마냥 떨었다. 그래도 떠림이 멈추지 않았다. 다리를 팔로 감쌌 다. 양철지붕에는 비가 떨어진다. 가슴에는 슬픔이 떨어진다.양철지붕에 떨어지는 슬픔에 소리없다. 현무가 눈을 떳을 때는 양철 지붕에 물방울이 걸려 있었다.현무는 눈을 깜박였다. 빛이 그의 눈에 떨어졌다. 양철지붕에 걸린 물방울이 눈속에 들어 간것처럼 차다. 담배를 여느때처럼 물지 못했다. 떨어져 있었다. 꽁초하나가...현무는 뛰어갔다.그리고 온통 젖은 담배를 손에 묻히곤 입을 다셨다. 어 제밤의 비는 정말로 저주 스럽다. 콧물이 흐른다. 담배한대 피고나면 괜찮아 질 것 같은데 담배를 구할수가 없다. 주머니엔 동전하나 들어 있지 않다. 그것이 소녀가 아니 었다면,눈물을 글썽이지만 않았더라도 현무는 쉽게 담배를 피우고 있을 것이다. 아니 더욱 쉽게 집에 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쉽게 천원을 줘버리다니.. 약간은 아쉬운 듯이 현무는 입맛을 다셨다. 약간은 날씨가 차웠 다. 겨울비는 항상 서늘함을 몰고 다닌다. 날은 맑다. 식사부터 해결을 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라 면은 두개가 남았다. 한개를 끓여 먹을까 반개를 끓여 먹을까를 약간 망설였다. 쉽게 한개를 끓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웃는다. 그는 이제 배부르게 라면 국물을 마실 것이다. 하여간 좋다. 일단은 배가 부를 것이다. 아니 그렇게 굶주린 배를 채우지는 못할 것이다. 허기를 가시게는 할 것이다. 옷을 갈아 입었다. 펜티까지. 그렇게 상퀘할 수가 없었다.입었던 펜티이기는 하지만 뒤집어 있으니 별로 찜찜하지 않았다.좋다. 이제 하루를 걸으면 집으로 갈수 있다. 잘하면 히치 하이킹을 할 수도 있다. 라면을 푹익혀 먹었다. 식은땀이 몇방울인가가 라면 국물에 빠졌다. 개의치 않았다. 옛날에도 아마 라면을 이렇게 먹었던 것 같은 기억이 드는데 언제인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도 꿈속이었겠지. 라면한개로는 굶주린 배를 채울 수는 없었지만 참을 수 있을 만 했다.담배를 한대 피 웠으면 했다. 비가 그치기는 했지만 꽁초는 그렇게 쉽게 마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가면 비를 맞지 않은 꽁초를 구할 수 있을까?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지나가는 젊은 사람이 있으면 한대 빌려서 피워 볼까도 생각했지만 도무지 사람이 지나가지 않았다.짐을 챙겼다.걸었다.염 병할 비가 또다시 안개마냥 눈을 가리기 시작했다.무소유.몇가지의 옷과 코펠 렌턴등의 것들이 있기 는 했지만 진정 소유를 할 수는 없는 것 들 뿐이 었다.가도가도 눈에 익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초 조해 지기 시작했다.길을 잘못든 것은 아닐까?출발할때는 눈에 익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몰라했는데 지금의 그로서는 빨리 눈에 익은 곳이 나타 났으면 싶었다.지도라도 한장 구입해 서 떠날걸 잘못했다고 생각했다.도대체 길은 어디까지 뻗어있는 것일까?우리가 길을 안다는 것은 그 길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뜻할뿐만 아니라 그 길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나아 가면서 희망을 추억으로 바꾸어 가기에 사람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 하 였던가?그도 그러 하였다.희망의 출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고통이 비록 그를 제압하고 있더라 한데도 그가 그의 길을 멈추지 않는 이상 희망은 다가오고 추억을 남길 것이다...그러나 그추억마져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면 아궁이 속의 다이아 몬드처럼,한줌의 낙엽만큼의 쓸모 밖에는 가지지 못 한다.우리는 어떤의미를 부여하며 사는가?종이 조각에 가치를 부여하여 돈을 창조하였듯이 추억에 그리움을 부여하여 역동의 힘을 창조한다.미래를 나아갈 영원한 힘을... 현무가 길을 찾았을 때에 안개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이놈의 겨울비는 지루하고도 오랜동안 내리고 있었다. 망할놈의비. 그러나 기쁜마음이 일순 피로와 함께 그의 전신을 가득 채우 고 있었다.패배의 절망으로 아니 배신의 추락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그는 자기 만족의 이상을 찾아 다녔지만 허기와 피로 밖에는 남은 것이 없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그의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성미가 온 것이 아닐까? 현무는 갑자기 성미를 생각했다.헤어진지도 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방안 엔 아무도 없었다.누가 왔다갔을까?누가 왔다간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몇권의 책뿐인 방에 누가 열흘쯤을 살고 갔다고 한들 그 흔적이 남아 있을리가 없었다.현무는 일단 뭔가를 먹어야 겠다고 생 각했다.상법책을 털었다.그동안의 시간동안 만원짜리 한장이 곱게 다려져 있었다.무엇을 먹을까?현 무는 일단 가께에 가서 생각을 하기로 했다.이 허기를 달래줄 뭔가가 이방의 밖에있을 꺼라는 막연 한 기대가 그를 사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현무는 이제 방안에 누워져 노래를 듣는다.긴여행이었다고 생각했다.긴여행.현무는 되뇌겨 보았다.무 엇을 하였는가?그 긴 시간을 통해서.아무것도 이룬것이 없었다.또하나의 로사를 찾는다고 한들 그것 이 그때의 꿈 많던 시절처럼 자신을 채워줄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제 그는 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이다.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그것은 쉽게 그의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그 것은 그에게 이제 아주 중요한 것이 되어서 그의 정신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소유 그것은 물론 소 유에 관한 것이 될 것이고 소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그를 그렇게 지배하지도 않을 것이다.도대체 나는 무엇을 갖기를 바라고 있는 것인가?알수 있다면 알고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대부분 의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그들이 찾는 것은 현실의 일부분의 물질에 국한되어 있 으며 그 물질은 돈으로 해결될수 잇는 것읻기 때문이다.그러나 현무로서는 알수 없었다.아마 현무가 바라고 있는 것이 돈일지도 몰랐다.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져었다.그건 아닐거라고 생각했다.자신 은 학생이고 젊으며 부양할 가족도 없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돈에 묶여 있기에는 그는 너무나 달랐다.비록 지금은 고치 속에서 있지만 날 개를 갖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 였음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담배를 방안에 들 어오고서 부터 줄 곧 피워 댔더니 방은 완전히 안개로 뒤덥혀 있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눈에 담배 연기가 들어 갔기 때문이었다. 눈물도 몇방울이 흘렀다. 문열리는 소리에 눈을 떳다. 눈에 아 리는 눈물에 몇번인가 눈을 깜박이며 눈을 비볐다. 의진이 였다. 언제 왔어? 현무가 담배를 빨며 물었다.의진의 손에는 장을 봐 온것 같은 물건들이 가득 들려 있 었다. 오늘쯤 오실 것 같아서...시장하시죠? 의진은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선 부엌으로 갔다.현무는 눈을 감았다.피로가 한꺼번에 밀려 왔다.밥상을 들고오던 의진이는 현무가 잠이 들어있음을 보았다. 밥상을 내리고선 베게를 꺼내 현무의 머리에 받쳐 주었다. 밥상을 보았다. 정성을 들인 밥상이었는 데...그리고 현무를 보았다. 잠에서 깬 현무는 열심히 식긴한 밥을 열심히 먹어 줄것이다. 자고 있는 현무를 한참을 들여다보던 의진이는 현무의 곁에 누웠다. 현무씨의 옆에 누워보고 싶었다. 현무의 옆구리에 얼굴을 묻었다. 현무의 옷을 가지고 만지작 거렸다. 현무의 팔을 자신의 베게로 했다. 자 고 있는 현무씨가 쥐가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잠시만 아주 잠시만 그렇게 팔베게를 하고 눕 고 싶었다. 천장을 보았다. 의진이는 매우 행복한 눈을 했다. 그런데 해가 져무는 방의 천장에는 많 은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의진이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불을 켰다. 현무씨의 얼굴을 보았다. 불따위 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이 새록새록 잠이 들어있었다. 의진이는 미소를 지었다. 눈이 반짝였다. 여자와 돈의 공통점 1.오래되면 가치가 떨어진다. 2.많을 수록 좋다. 3.붉은 색을 띨수록 가치가 낮다. 4.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5.많이 있지만 필요할 때는 꼭 없다. 6.없는 놈은 통없고 가진놈은 너무 많이 가졌다. 7.은행에 가득차 있다. 8.방탕한 생활을 하게하는 주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9.모든 행복의 근원중 하나이다. 10.늙을 수록 적게 필요하나 꼭 필요한 것이 된다. 11.없었으면 불편할 것이다. 12.남자를 잡아 먹는다. 13.잊어버리면 아깝다. 14.종류에 따라 만배의 차이가 난다. 15.이것때문에 죽는다면 바보다. 16.많이 가져도 가치를 모르면 풍요속의 빈곤을 느낄수 밖에 없다. 17.점유가 있는 곳에 소유가 있다. 18.가치없는 것일수록 차면 소리가 크다. 19.구걸을 할수도 있다. 20.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 더 낫다. 그 투쟁은 과거에는 무력이었으나 현재는 제도적 적응성이 다. 21.잘생겼다고 많이 갖는 법이 없다.그렇다고 못생겼다고 많이 갖는 법은 더더욱 없다. 성실하지 못 하다면 운이라도 있어야 한다. 22.조개가 이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23.남자에게 힘이 나게 한다. 24.좋은 품질의 것을 만지만 짜릿하다. 25.잃어 버렸다는 놈은 많은데 주웠다는 놈은 드물다. 26.새것이나 헌것이나 가치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건 남의 손에 넘겨질때의 가치이다. 27.새것인체로 갖고 있기가 힘들다. 써보고 싶어서... 의진이는 방긋이 웃었다. 도대체 현무씨는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일까? 의진이는 나머지 것들 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나머지의 것들은 너무나 글씨가 작고 악필이라 볼수가 없었다. 의진이는 망 원경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올때는 망원경을 들고 와야지 생각했다. 배율이 좋은 것 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구석에 글자가 큰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럿은 현무씨의 바로 위에 있었다. 현무씨가 일어나며 잘볼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단념을 하기로 했다. 현무씨를 깨운다면 그는 피곤에 지쳐 화를 낼지도 몰랐다. 평소에 화를 거의 낸 적이 없는 그였지만...현무는 불빛에 잠 에서 깨어났다. 의진이가 웃는 소리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눈을 뜨지는 않았다. 의진이가 무엇을 하던 지금의 그에게는 피로가 가장큰 적이었다. 그러나 현무는 맛있는 냄새에 눈을 떴다.그의 입에 서는 어느새 군침이 돌았다.과자를 집어 먹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입이 껄껄 했다.의진이가 일어 서서 자신의 잡필을 볼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빨간 앞치마 까지 두르고...새색시 같다고 생각했 다.동내 아줌마들은 이제 의진이를 새색시라고 부른다.거의 매일을 찾아오고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 다. 현무가 일어나자 의진이가 멋적은 듯이 웃었다. "소녀에게는 느낌이 있다. 진한 향수의 느낌처럼 천박하지도 짧은 스커드의 느낌처럼 비열하지도,단 지 맑은 숭늉같은 깨끗함이 있다. 현무는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의진이가 화장이 너무 진했기 때문 이다. 현무선배.난 숭늉이 싫어요.요즈음 숭늉먹는 사람이 어딨어요? 의진이는 웃는다. 특유의 그 밝은 웃음이었다. 현무는 순간 자신이 의진이의 손에서 노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싫었다. 소녀를 만날때면 느낌이 있고 살아가는 하나의 기쁨이 있다. 나는 너에게 어떤 느낌이 될까? 단지 기다림만을 해도 기쁘다. 과거가 좋아지는 날이 지나면 과거도 싫어지는 추억이 되고 그 추억속에 서도 소녀는 언제나 미소와 함께 떠오른다. 나는 너에게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 람이 되라. 단지 소녀가 되어라. 현무는 밖을 보았다. 작은 창으로 비가 올것 같았다. 성미소식 들었어요? 갑자기 밥을 먹다가 의진이가 꺼낸말이었다.의진이는 평소에는 당당 하다가 성미의 애기에선 주눅이 드는 경향이 있었다.아직도 현무의 마음에서 차지하고 있는 성미의 존재를 과대 평가하고 있는 탓이기도 했다.때문에 현무는 성미의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현무가 성미의 얘기를 하는 것 자체를 스스로 싫어 하기도 했기 때문이 었다. 그러나 오늘은 성미의 얘기를 꺼내 었다. 현무의 타박이 싫어서 이기도 하고,성미의 그림자를 완전히 없애고 싶기도 해서였다. 현무는 성미의 생각을 하면 스스로가 괴로왔다.성미를 잊기 위해서 거의 알콜중독 증새를 보이기도 했다. 아니 현무는 스스로 그러한 증새를 창조했다.알콜중독을 일으키면 강력하게 과거를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그는 아픈 과거를 잊어 나갔다. 얼마간 자신의 높았던 아이큐 수치를 버려야 하 긴 했지만. 그래도 아픈 것을 잊기위한 약으로 그는 종종 그 방법을 선택해 왔던 것이다. 뭘? 현무는 한참을 밥을 먹다가 시쿤둥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그리고 맛이없을 것 같아서 젖가락 을 멀리해온 콩나물에 젖가락을 가져 갔다. 왜 콩나물을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을 머리속에 가득 채 우면서 그는 한줄기의 콩나물을 꼭꼭 싶었다. 씹을 수록 콩나물은 질겨서 입에 삼킬수가 없었다. 아니에요.! 의진이는 눈을 내리 깔았다. 현무는 의진이를 보았다.현무는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 다.수라와 놀아난 따위의 여자.만일 직접 그걸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그것을 보고 말았다.현무 자신과 마찬가지로 집으로 끌여 들여서 술과 함께 즐기고 있던 그녀 를 그는 보고 말았던 것이다. 시집간데요. 의진이가 한 말이었다. 목에 밥이 걸렸다. 입에 든 것이 밥이 아닌 것 같았다. 물을 마 셨다. 입속에 든것을 물과 함께 밀어 넣었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했다. 물그릇을 의진이에게 내밀었 다. 의진이가 현무의 기분을 맞추려는 듯 재빨리 물을 뜨러 나갔다. 현무는 콩나물 한가닥을 집어 입에 넣었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눈물이 타고 내렸다. 훔쳤다. 의진이가 들어왔다. 밥상을 물렸 다. 현무는 아주 공손하게 의진이를 다루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오늘은 의진이를 안아 준 것이다.그 저 꼭 껴안고 잠이 들고말았다. 의진은 그런 잠든 모습의 현무를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볼에다 뽀뽀 를 했다.언제나의 버릇처럼 잎술연지가 묻은 것을 딱기 위해 손을 볼에 향하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자신은 오늘 화장을 하고 있지 않음을 의식했다.현무와 사귄이후로 의진은 화장을 하지 않았다.현무 가 싫어 했기 때문이었다.술에 취해 현무가 언득 그런 말을 비친이후로 의진은 화장을 않은 것이다. 현무씨의 이른바 잡필도 한몴을 하였다. 그런 의진을 두고 현무는 더이상 멀리 할려 하려고도 지겨 워 하지도 않았다.그래서 의진은 화장을 하지 않았다.현무가 약간의 화운데이션은 해도 좋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의진은 그것은 한다. 화운데이션 마져 하지않으면 피부가 거칠게 타 버리게 되 버리 기에 의진이도 그건 하고 싶었다. 현무의 말을 아주 기꺼이 다랐다. 의진은 문득 집에 가야할 시간 이 되었음을 알았다. 현무에게 오늘은 한걸음 더 다가 선것 같아서 기쁨을 감출수가 없었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조그마한 차로 바꾸어서 골목길을 빠져 나갈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빨간색 훼라 리를 타고 다니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불만이었다. 이상하게 현무는 훼라리를 싫어 했다. 언제나 처 럼 스쳐가듯 싫다고 한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싫다고 그는 말한 것이었다. 의진은 현무씨와 훼라리 를 타고 다녔으면 했다. 그리고 그꿈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멋있게 현무씨를 차려 입히고 훼라리를 같이타고 다니는 것을 여러번 상상 했었다.사실 이런 조그마한 차를 타고 나닌다는 것은 여유가 없어져 버려서 싫었다. 원래 여유는 남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자신의 평가도 중요하지 만 남에 의해 평가되는자신이 높아질 수록 여유는 쉽게 생겨나는 것이다. 자신이 그런 여유를 만들 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고통과는 달리 약간의 돈만 있으면 만들어지는. 그래서 의진이는 외할아버 지를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이런 여유를 자신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사람인 것이다.그리고 그런 할아 버지에 주눅들어 소심히 살아가는 아버지를 좋아 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이런 여유를 만킥할수 있도록 터치를 하지않아 주는 것이다. 제 3장-편지,그리고 유서 현무는 늦게 일어 났다.그는 매일을 술로 보내 었다.수라의 장례식이 끝난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그러나 그로서는 알수가 없었다.왜 수라가 죽었는지.왜 그가 자살을 했을까?자신을 수라를 죽인 살 인마로 단정을 하며 지내던 현무는 술의 마력에 의해 점점 슬픔을 바라 볼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비록 술에의해 반쯤 정지해 버린 머리이긴 했지만 그정지해 버린 절반 덕에 술취하지 않은 것보다 더욱더 바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수라의 집에가서 수라의 일기라도 들쳐보고 싶었다.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더욱 수라의 부모님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다른사람의 슬픔따윈 보고 싶지 않다.자신의 슬픔으로도 그는 미치고 있다.아니 이미 미쳤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그의 마음은 더욱 갈구하고 있다.왜 수라가 죽었을까?수라는 왜 유서도 남기지 않았을까?비록 수라가 말수가 적기는 했지만 그 렇다고 죽음을 결심하고서도 아무런 말을 하고싶지가 않았을까?그렇지 않을 것이다.어디엔가 유서 가 남겨져 있을 것이다.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자살이 아닐수 있을 것이다. 특히 수라의 죽음을 받아 들이려 하지 않는 수라의 부모님들에 있어서는 유서가 없는 수라의 자살은 믿기지 않 는 일일것이다. 수의대옥상에 있다가 바람에 날려간것이 아닐까? 아닐 것이다.유서를 벗어놓은 신발 의안이나 바닥에 깔아두었을 것이다.그날의 바람은 그런유서를 날려버릴정도로 심하지도 않았다. 바 로 자신이 근처에 있지 않았던가. 근처에...현무는 마음이 찹찹했다.속이 쓰렸다.어제의 술이 너무 과 했던것 같다. 그저께의 줄도 너무 과했던것 같다.그그저께도...그그그저께도... 현무의 손은 어느새 소주병으로 가고 있다. 절반쯤 남은 소주병으로 손이 갔다.소주병을 입으로 가 져갔다. 구토물의 냄새가 났다. 어제 그는 구토를 한 입으로 이술을 마셨던 것 같다. 속이 너무나도 쓰렸다. 헛구역질이 났다. 가래가 입안가득 고였다. 눈물이 고여서 시야를 흐렸다.그는 벌떡 일어섰 다.창을 열었다. 조그마한 창으로 담배 연기가 빠져나간다. 널부러진 병들을 치웠다. 방을 쓸고 딱았 다. 이불을 깔았다. 불도 이미 꺼져서 방은 냉방이다.불부터 피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번개탄의 연기 가 맵다. 밥도 지었다.거의 1주일만에 먹는 밥이었다. 밥이 쓰다. 국을 한사발 들이키고 그는 잠이 들었다. 잠이 무척 달았다. 찜찜한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꿈이었나 보다. 아무런 기척도 없다.누웠다. 다시 잠을 들기는 힘들 것 같았다.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다. 세수를 하고 학교나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가지 않은 지도 꽤오래 되었다. 학교에가서 커피라도 마시면 머리 아픈것이 가실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나올려는 순간 그의 발밑에 작은 소포 꾸러미가 있었다. 누가 갖다둔 것일까?아마도 옆 방 아줌마가 두었나 보다. 아마도 아까의 부름소리는 옆방아줌마의 목소리 였나보다. 현무는 소포를 집는다. 그리고 이름을 본다. [류현무 귀우.] 분명 자신에게 온 것이었다. 현무는 고개를 갸우뚱그렸다. 이름이,수신자의 이름이 없었다.누가 소포를 부쳤을까? 현무는 사람을 그렇게 사귀지 않았다. 홀로인것을 더 좋아 했기 때문 이다. 현무는 봉투를 뜯고 내용물을 보았다. 시집이었다. 박현모라는 시인이낸..그리 알려지지 않은 시집이었다. 건성으로 몇장을 넘겼다. 통속시인 인것 같았다. 별반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 었다. 이 따위를 시라고 쓰나? 현무는 시의 내용보다도 누가 보낸 것인지가 궁금했다. 책에도 이름은 없다. 누가 보낸 것일까? 현무는 책갈피에 있는 돈을 찾듯이 책을 털었다. 얇은 갱지 한장이 날았다. 현무는 그것을 조심스레 주었다. 현무의 눈은 놀라고 마루에,문옆에 치워 두었던 소주를 찾았다.반병쯤 있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담배를 꺼내는 그의 손이 마구 떨리었다.담배를 떨어뜨렸다.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그는 온 몸을 신들린 사람처럼 떨었다.그는 허벅지를 잡았다.그래도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또아리를 틀었다. 온몸이 떨려서 그는 제대로 앞을 쳐다 볼 수도 없었다.머리를 숙였다.바지에서 심한 구토의 냄새가 짠내가 났다.그래도 어쩔수 없었다.그로서는 빨리 하루가 지나갔으면 싶었다. 술을 사러 그는 뛰어 나갔다. [류현무귀우] 니가 나의 편지를 발견할때 쯤엔 나는 아마도 이세상의 사람이 아닐 것이다.내가 죽지 않는다면 이편지를 받아보는 너의 기분이 어떨까?그리고 나의 표정은 어떨까?아마도 그런날이 온다면 그것은 나에게 죽음보다 더한 후회를 짊어지게 할것이다.나는 그런 경우를 선택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나는 좀더 편안하고 안전할 그길을 선택했을 것이다.나는 너에게 용서를 빈다.아니 용서따위는 이미 포기 를 했다.용서를 할 정도의 일이라면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죽을 정도의 것이라면 너는 아마 용서를 할려고 하겠지.아마도 넌 용서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나 자신의 후회의 짐은 너무 무겁고 고통스러 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나는 참을 수가 없다. 과오를 영원히 덮어두고 죽을까도 생각했다.그러나 죽음을 앞에 두고서 무엇을 망설일 것인가?알려 질 수도 있는 일이라면 직접 내가 들려 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죽음의 잠에 빠진후에 나는 변명의 기회조차도 없을 터이니...너도 약간은 눈치를 챘겠지만 나는 성미를 좋아했다.순수하지도 못했다.나 자신이 싫었다.그러나 나는 나였다.도저히 버릴 수 없는...노력을 않은 것도 아니었다.의진이란 여자 를 사귀어 볼려고도 했다.여자의 직감은 너무나도 빨랐다.그리고 정확했다.그런 현실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그리고 너에대해 증오를 키워 왔다.과거의 나는 한꺼번에 증오가 폭발하는 것으로 알았 다.그러나 그렇지 않았다.증오는 서서히 우리의 내부에 부패한 가스처럼 싸여 있을 뿐.언젠가는 제 풀에 폭파해 버리고 만신창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그 증오는 내가 성미를 너에게서 멀어 지게 한 것으로 종말을 맺었다.아니 종말을 맺었다고 생각했다.종말은 이제서야 났다.나의 상처로 내가 죽음으로서... 짜식 이따위로 죽다니. 현무는 담배를 물었다.담배를 떨어뜨렸다. 손이 약간 떨렸다. 그것이 너였 나? 현무는 이불을 덮어쓰고 누웠다. 이불속에서 채 뛰어나오기 전에 구토를 했다. 방안가득 구토물들이 스물거렸다. 현무는 주저 앉았다. 바지위의 구토물들을 대강 닦았다. 구토물들이 결코 더럽지 않다 고 생각했다. 더럽지 않다. 사람들의,부딪혀 오는 사람들의 행동에 비한다면... 제 4장-현대인력개발 한민은 책상에 앉았다. 간만에 앉아보는 책상이었다. 기자에게 있어서 책상은 일의 공간이 아니라 휴식의 공간이다. 기자는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수 있는 사람이 하는 직업이 아니다. 작열하는 태 양,이글거리는 아스팔트,귓전을 울리는 사람들의 비통의 한숨들. 이런것들을 한민은 끝없이 사랑했 다. 한민은 그런면에서 봐도 자신의 적성을 잘 찾아낸 사람중의 하나였다. 한민의 지론은 그것이었 다.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자신의 적성이라고...아무리 자신이 그것을 좋아해도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 지 못하면 차츰 흥미를 잃고 방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그것을 잘하면 차츰 흥미가 붙고 집 중을 할수 있는 것이다. 물론 흥미가 없는 일을 남보다 잘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흥미가 있는 일 을 남보다 못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그럴때는 지체없이,물론 숙고가 있어야 하지만,새로운 적성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인생을 망치게 된다. 절망감에 젖은체... 한기자 힘이 없어 보이는 데? 훈식선배가 다가오면 말을 걸었다. 아닙니다. 단지.. 너무 그렇게 일만하지 말아.우리들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몸을 망쳐.그게 이직업이야.자네도 봐, 벌써 얼굴이 맛이 가는 게 보이잖아.돈도 좋지만 쉬며 하라구.참,나도 잘나갈때는 돈도 숼찮게 만졌 는데.. 이런.. 한민이 갑자기 무엇이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양복을 들고 일어선다. 시계를 본다. 선배님, 깜박잊고 약속시간을 놓쳤습니다.은행부장건 이었습니다. 선배님이 아니면 큰일 날뻔 했습 니다.다음에 술이나 한잔하죠. 그리곤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어떻게 한 사천정도 융통이 되면 안될까? 훈식선배는 거의 애원의 눈빛이었다. 한민은 갈등을 하고 있었다. 훈식선배를 믿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돈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의 통장에는 사천정 도의 돈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돈은 이 진주와의 결혼 자금이었다. 훈식선배의 형편이 갑자 기 나빠진 것은 짐작이 했었다. 아무래도 손을 벌릴것이라는 짐작도 했었다. 그러나 안 만날수는 없 었다. 그에게 가장 친한 선배이자 믿는 선배는 훈식선배밖에는 없었기에 어쩔수가 없었다. 막상 훈 식선배를 만나니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선배의 아내가 유방암이라 했다. 죽어가는 사람 을 위해 마지막 희망을 주는 데에 그깟 돈 몇천 우수운 것이다. 때문에 없는 사람의 마음은 갈라진 다. 피로 물들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한민은 진주 생각을 했다. 비록 고등학교 밖에는 나오지 못했 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아가씨였다. 한민은 우연히 병원에서 그 아가씨를 만났다. 아니 하 늘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민은 늘 생각하고 있었다. 하얀 간호사복장이 잘어울렸다. 한민의 마 음을 사로 잡은 최초의 여자였다. 그리고 한민의 최초의 여자였다. 그런 진주와의 결혼이 늦어짐을 훈식선배의 아내를 위해서,그것도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을 위해서 빌려줘야 하는 지가 의문 이었다. 그러나 한민의 손은 이미 통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민은 한숨을 쉬었다. 과연 사표를 낸것이 잘한 것일까? 그로서도 자신의 결정에 회의적이었다. 그 러나 그 자신도 돈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훈식선배가 사천만원이라는 거대한 돈을 때먹고 도망 을 가다니... 기자라는 직업도 싫었다. 사람을 접촉하는 일이 지겨웠다. 조용히 스스로의 삶을 살았 으면 싶었다. 훈식선배는 한민이 믿은 몇안되는 사람중에 하나였다. 그런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한민 의 마음은 지칠데로 지쳐 버렸다. 그러나 사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공으로 빌려줄 한민은 아니었다. 변두리의 가게 하나를 담보로 잡았었다. 홀로 하는 일을 찾자. 그러나 여기에서 배운 것을 써먹는 방향으로 일을 찾아보자. 그는 쓰러져 가는 가게를 보았다. 돈천 남은 것으로 우선 가게부터 수선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한민은 간판을 달았다. 토요일 오후. 그의 현판식은 조촐하게 치루어 졌다. 진주와 자신이 그 자리 의 전부였다. 현대 인력개발 진주의 조언이었다. 한민으로서는 어쨌건 좋았다. 사실 요즘같은 시 대에 하는 일로 상호를 다는 데가 어디에 있는가? 화장실이 어디 화장하는 곳인가? uv로션이 어디 자외선 로션인가? 개소주에 소주가 들어가는가? 안경이 눈에 붙이는 거울인가? 별똥이라고 냄새가 나는가? 보신탕이 시원할수가 있는가? 현대인력개발 사실 하는 일이야 한민이 이때까지 해온 비 리의 뒷조사에 돈 띁는 것이거나 바람난 남편뒷조사나 해주고 푼돈이나 받는 것이지만 그래도 상호 는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비리를 찾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고 또한 비리를 캐는 데 는 어지간한 숙련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참으로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이 되었다.진주와의 잔을 들 었다. 잘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었지만 어디든 썩은 냄새는 존재하는 것이고 썩은 냄새가 나는 곳에 는 돈이 있기 때문에 한민은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한민은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장과 백원짜리 4개를 꺼내었다. 그는 지갑을 갖고 있지 않았다. 지갑 을 언젠가 갖고 다니던 시절을 생각했다. 그때는 크레디트 카드로 지갑이 가득했었다. 그러나 지금 의 그에겐 한장의 크레디트카드도 가지고 있지 않다. 카드는 커녕 만원자리 몇장도 없었다. 그저 밥 이나 굶지 않았으면 했다. 매일의 짜장면에 그는 질려있었다.사람사는 일도 모두다 새옹지마라. 어 찌 잡지사의 잘나가든 한기자가 이렇게 몰락할지를 누가 알고 있었을까.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지 금의 장사는 언제나 현금 장사이다. 따로 지출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었다. 사건만 많이 있다면 이 장사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일감이 생기는 일이다. 짜장그릇을 받으러 아줌마가 나타났다. 100cc오토바이를 몰고서 이른바 철가방을 들고서 아줌마가 나타났다. 문을 쾅하고 열고선 그릇을 챙긴다. 겨우 짜장면 한그릇인데도 아줌마는 군말이 없다. 언 제 시간이 있을때 탕수육이라도 한그릇 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언제 돈이 좀 생기면 탕수육 을 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짜장면을 그것도 한 그릇만 시킬려니 약간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 다. 요즈음에 짜장면 한그릇을 시키는 사람이 어디 있을라고.... 총각이제. 탕수육 생각을 하고있던 한민에게 뚱뚱하고 인상좋게 생긴 아줌마가 말을 붙였다.한민 은 어리둥절해서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보통때에는 말도 없이 빙긋이 웃고는 돈을 받아 문을 쾅하 고 철가방으로 밀고선 가버리곤 하던 아줌마였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한민에게 말을 붙여온 것 이다. 촌골짝에 사는 아줌마 답게 까무잡잡했다. 그런데도 연상 웃는 얼굴이었다. 공기 탓이려니 생 각했다. 햇볕탓이려니 생각했다. 매연땜에 인상찌푸릴 일도, 항시 햇볕속에 사니 인상 찌푸릴 일도 없기 때문이리다. 더군다나 그렇게 사람에 시달릴 일도 없기 때문이리다. 선한번 볼란교. 한민은 웃었다. 시골이 좋아질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도시형의 인간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무지 시골은 그의 체력이 버텨내질 못한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햇살,이동 할려면 어려운 교통,한밤의 기습군,모기.놀이시설의 부재,오락실도,당구장도,술집도,카바레도...더군다 나 섹시한 여자들이 없는 이런곳은 자신의 체질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츰 그런생각들이 잊혀지고 있었다. 그냥 먹고자고 일하고,시골의 일부분처럼 그렇게 자신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참한 아가씨여.서울서 공장다니다가 지 아버지 병간호하러 내려와 있는데.가진건 없어도 고등학교 까지는 나왔고,착한 아가씨여.내가 보증을 서제.매일 짜장면 먹기가 지겹지도 않는가벼. 한민은 그 저 웃기만 했다. 진주를 생각하고 있었다. 진주를 안본지고 꽤 오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훈식선배의 일로 마음도 몸도 고달픈 그였기에 연애따위를 할 여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경제적 사정은 더욱 그 런일들로 부터 자신을 멀게 하였다. 이제 일이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서서히 결혼준비를 해야 겠다 고 생각했다. 사람은 시가 있고 때가 있고 인연이 있는 것이니까.그 인연을 놓치기 전에 기회를 잡 아야 한다. 날이 덥다. 한민은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매미가 울고 있다. 도시의 가끔 듣던 매미의 소리가 아니 다. 사무실에 다시 들어 갔다. 자리를 들고 나왔다. 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았다. 누웠다. 핸드폰이 걸리적 거렸다. 벗어서 머리맡에 두었다. 아직도 일은 들어 오고 있지 않다. 우울이 그의 가슴 어느 부분에선가 스며 나온다. 그의 가슴을 한뿍 적시고 머리를 타고 나른한 온몸을 휩싸고 돈다. 아직은 죽을 나이가 아닌데도 세상이 서글프고 죽은 나무가 아름답다. 저 말라버린 솔나무 죽은 듯 매달린 잠자리 한마리 그 날개가 푸르러 잠시 눈을 감았다. 미소를 지었다. 붉었던 하늘이 녹색이 된다. 온 통 우울이 세상에 가득 날린다. 아름다운 세상에 나 그 아름다움을 다알기도 전에 매일 죽음을 조 금씩 맛보며 이상을,인생을 사랑을 이야기 했다. 취하지 않을 수 있을까?취하디 취한 세상에 나서 홀로 고독하기는 너무 외로워.사랑않을 수있을까?고독하디 고독한 세상에 나서 이 아름다운 하늘이 있기에.지구는 여지 없이 한바퀴 돌고 한민도 따라서 한바퀴 돌고 거대한 우주를 한바퀴 돈 기념으 로 오늘도 어제와 같이 낮잠을 청한다. 한민은 책상에 멀거니 앉아 있다. 도무지 일감이 없었다. 광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주머니는 카랑카랑하다. 어떻게 하면 일감이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렇다.요즈음 유행하는 벼룩시장에 광고를 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4회분의 광고비를 선불하면 6번을 실어준다고 했다. 한민은 좋다고 했다. 돈도 얼마들지 않았다. 광고가 뜬지 3일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연락이 한껀도 없는 것이다. 한민으로선 초조 했다. 책상에 엎드렸다. 다시 잡지에 취직할까도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럴수는 없다. 남자가 한번 자기 사업을 시작하고 나면 남의 밑에 있을수는 없다. 그것이 남자이다. 한민은 의자에 앉았다. 빈 자리.손님을 위한.구겨진 셔츠,걸려진 공허와 함께 편안함이 잠들어 있다. 턱턱 부딪히는 시간아래 홀로됨.철학과 역사의 그 시절이 사라졌다. 이제 쉬어 그 새로운 시작을 위 해.무한한 의미를 부여 하여야 한다. 단지 이름속에서 조차.모든것에 이룰수 없는 꿈을 이야기 한다 면... 총각자는가? 한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전의 짜장면집 아줌마가 아니었다. 항상 시끄럽게 등장을 하곤 하던 아줌마가 오늘은 소리도 없이 이미 그의 사무실에 서 있었다. 웬일이십니까? 짜장면도 안시켰는데요. 한민은 약간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참기로 했다. 도시의 인심과 다르다고 생각을 하기로 했다. 누구나 불쑥불쑥 찾아오는 곳이 바로 시골이 아니던가? 전번에 얘기한 것.약속을 정했어.내일이야.요 앞의 돌다방에서.두시 한민은 한동안 무슨 소리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곳 그것이 선얘기라는 걸 알수가 있었다. 도무지 사람들이 남의 의견같은 것을 도통 들을 줄을 모른다. 말대꾸라도 하면 아마도 젊은 것이 도무지 어른이 시키는 데로 하는 꼴을 못보겠다고 욕을 해댈 것이다. 참는다. 하루쯤 쉬어도 별 탈은 없을 것이다. 한민은 다방에 들어서면서 연신 주위를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했다. 사실 진주만을 생각할 만큼 자 신이 그렇게 성현이 될수는 없다고 자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주 보다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그럴 가능성은 없다. 진주에게는 정이라는 플러스의 요인이 작용을 하고 있지 않는가? 바 꿔치기 따위는 없다. 반복되는 쪼들림의 나날에서 벗어나자....오늘은 즐기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 면서도 연신 화장실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졌다. 자리에 앉기전에 쓱 훌터 보았다. 그렇게 눈에 띄는 아가씨는 발견 할수가 없었다. 한민은 자리에 앉았다. 삼십분쯤 일찍 왔기 때문에 기다리기도 했다. 시간을 죽이며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기다리는 재미가 훨씬 나았다. 짜장면집 아줌마는 아직 오지 않았다. 좌측에 다소곳이 앉은 여자가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작은 키에,긴 머리 를 온통 묶어 귀여웠다. 하얀 피부에 적당히 큰 눈알이 유난히 반짝 거렸다. 저 정도는 되어야 선 을 볼만한데..혹시 저 여자가 아닐까? 설마,꿈을 버려야지.어떤 여자가 약속시간 30분전에 벌써 나올 려고.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인데..쩝. 십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아줌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민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원래 여자란 동물은 남자와의 약속은 꼭 안지키는 버릇이 있다. 약속에 안나오는 여자는 잊어야 한다. 그러기에 남자는 언제까지나 기다려야 한다. 자신이 버림을 받은 것 인지,아직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민은 놀랬다. 짜장면 아줌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줌마는 짜장면 배달의 모습 그대로 였다. 도대체 선을 주선하는 사람이 철가방을 왜 들고 나왔을까? 한민은 아줌마를 불렀다. 아줌마는 한민쪽을 보고는 웃었다. 총각,벌끔 해 졌네. 진희야 너도 이리 오너라. 아줌마는 예의 그 아가씨를 불렀다. 진희라는 그 아 가씨는 현무가 기다리는 동안 줄곧 훔쳐보던 그 아가씨가 아니던가? 그 아가씨가 한민이 있는 곳으 로 왔다. 여자가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드문 일이었다. 한민은 멋적어 했다. 인사해라.야는 전번에 말한 가다. 진희니도 앉거라.내가 배달이 있어 좀 늦었다.괜찮제? 아줌마는 억수로 급하다는 듯이 말을 괭장히 빨리,그러나 아이를 다루듯이 목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여는 우리동네 사장님이다. 인사해라. 한민은 사장님이라는 소리에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진희라 는 아가씨의 인상을 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정말로 그말을 믿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민은 자리에 와서 앉아 버렸다. 진희라는 그 아가씨는 정말로 순진했다. 도무지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진주에게 너무 물이 들어서 였을까? 도무지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커피한잔값을 아끼기 위해 다방을 나왔고 풀위에서 선을 보았다. 그정도의 여자는 그가 접해보지 못한 여자에 속했다. 사 실 한민은 진주외에는 사귄적이 없으니까 진주와 다르면 이상한 여자에 속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래도 마음은 참으로 고운 여자였다.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고 나름대로의 공부를 하고...쩝.진주를 처 음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진희란 아가씨와 결혼을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전화는 울려오기 시작했다. 한민으로서는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이제 일거리는 쏱아지기 시 작했다. 광고의 효과를 다시한번 실감했다. 어디든 공급이 있는 곳에 수요가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눈코뜰새가 없었다. 오늘도 야근 내일도 야근.그렇게 하루하루를 야근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수입도 제법 짭짤한, 남편의 뒷조사였다. 한민으로서는 앞으로 간통죄가 없어지면 자신은 어떻게 살 아가야 할지를 걱정할 정도였다. 한민은 최근의 일로 들떠있었다. 큰 껀수를 물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렇게 큰 껀 수인지를 몰랐다. 단지 바람피우는 아내의 뒷조사정도의 일이었다. 그러나 조사를 하면 할수록 돈냄 새가 나는 집안의 일이었다. 전화는 일주일전에 왔다. 현대인력개발입니까? 목소리는 그저 바람피우는 아내를 쫒는 남자들이 그렇듯이 쉬쉬하는 듯이 목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예,그렇습니다.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셨습니까? 한민은 요즈음 갖가지 곳에 광고를 띄우고 있었으 므로 어느것이 효과적인지 알 필요가 있었다. 신문사이에 끼워진 광고지를 보았습니다. 엉뚱하다는 듯이 대답이 나왔다. 예.무슨일을 의뢰하실겁니까? 신분은 확실히 보장이 됩니다. 가격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요 안심 시키기 위해,그리고 의뢰비를 높이기위해 한민이 자주쓰는 수법이었다.백의백 이런말을 듣고 의뢰를 그만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경우 얼마든지 돈을 주고서라도 의뢰를 부탁하는 것이다. 김 안진.사십오세.4월 1일생 압구정에 살고있소.난 그의 남편이오.뒷조사좀 해주시오.보수는 걱정말 고.2주후에 다시 연락을 하겠소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한민은 골똘히 전화를 보았다. 자신의 실력 을 테스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알수 있었다. 한민에게 그정도의 큐만 있으면 사건은 거의 다 풀린 것이다. 그러나 한민의 성격에 이렇게 도전을 해온 사람을 가만 둔적은 없다. 의뢰인도 모르게 의뢰 인의 조사를 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며,어떤 목적에서 의뢰를 했는지를 알지 못하면 그의 직성이 풀 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이일에 빠져 들었다.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범죄자 같이 주거가 일정하지 않으면 몰라도 주거가 일정한 사람 은 10분안에 소재가 파악된다. 물론 그것도 돈이 드는 일이다. 경찰의 친구가 공으로 그런일을 해줄 리가 없다. 한민의 과묵함을 믿고 있는 친구이기에 다른사람에 비해서 싸게 해주고는 있지만 그래 도 돈은 들어야 한다. 그도 목이 잘릴날을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김안진이라는 사람의 주거를 찾 자말자 한민의 잠복근무는 시작이 되었다. 무엇을 하건 따라 다녔다. 김안진이라는 사람의 생활은 호화 바로 그것이었다. 아버지되는 사람이 재게에서도 알려진 이름이었고 남편은 의사였다. 그렇기 에 김안진의 생활은 거의 돈으로 감싸여진 생활이었다. 그외에는 이렇다할 별다른 점을 찾을수가 없었다. 다만 운전기사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것은 직감이었다. 카바레를 열심히 다닌 사 람만이 느낄수 있는.... 한민은 자리에 퍼 앉았다. 아니 의자에 거의 누웠다고 보아야 한다. 한민은 미간을 찌그리고 코를 벌렁인다. 새끼손가락을 넣는다. 고개를 흔든다. 코끝을 둘째 손가락으로 닦는다. 다시한번더 코밑을 둘째 손가락으로 닦는다. 손가락들이 가렵다고 생각했다. 한민은 벌떡일어났다. 어떤 느낌 때문이었 다. 그리고 진희를 보았다. 거기에 그렇게 서 있었다. 언제 부터 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서있었다. 이동네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등장을 하는 것이 좋은가? 그러나 생각을 그치고 말았다. 진희는 울고 있었다. 아름답다는 생각,왜 저렇게 울고 있을까라는 의문감,그러나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온통 뒤집고 있었다.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진희를 보는 시간이 오래 흘렀다고 생각했 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아는 남자라고는 사장님 밖에는 없어요. 그 렇게 돌아가시다니.. 진희는 앉았다. 그리고 울었다. 진희에게 다가갔다. 안아주고 싶었다. 여자가 운 다. 그리고 한민이 유일하게 달래줄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러나 한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 다. 오랜시간 생각을 하였다고 생각했다. 진희를 따라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을 해야할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단지 집에 도착하 자말자 장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쉽게 한 인간의 죽음은 끝이 났다. 마치 애필로그 처럼 인간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른 인생이 그려지고 추모의 이름으로 미화가 되었다. 그냥 그렇게 끝을 내면 더욱큰 슬픔으 로 인간의 삶도 살만한 것이 될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민은 생각했다.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무엇 을 한 것도 없이 그렇게 일주일이 그리고 두달에 걸쳐 번돈들이 다 날아가고 말았다. 마지막의 큰 껀수의 돈이 없었다면 장례식은 시시 했을 것이다. 아니 욕지거리로 가득한 장례식이 되었을 것이 다. 그리고 큰 껀수에 이은 새로운 일거리를 그 자리에서 얻지 못했다면 한민이 그렇게 쉽게 돈을 써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의사는 한민에게 아주 만족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일감을 주었 다. 이번에는 간호사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바로 은주의 뒷조사였다. 한민은 고개를 숙였다. 과 연 자신이 하는 일이 잘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잘된 일이다. 한민이 하지 않아도 대세 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일주일동안이나 일을 쉬었다. 빨리 조사해서 돈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장에 든 얼마되지 않는 돈에 손을 대어야 한다 응주는 진료실에 다시금 돌아 왔다.다시 신선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그러나 응주 자신도 알지 못 했다.자신을 그토록 근면하고 봉사적으로 만든 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사랑에 굶주려온 그가 사랑 을 가지게 되자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었다.어디 먼데로 바다나 산이나..여행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의 마음은 이미 부서져서 부드러운 케익처럼 되어 있었다. 좁고 답답한 진료실에서 쉽게 곰팡이 가 피어 버리는 그런 케익이 되어 있었다.하루의 진료시간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간호원들은 대찬성 이었다. 특히 열애중인 김간호원이 특히 심하게 찬성을 했다. 응주는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눈을 감았다.하늘을 하나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며칠간 병원은 또다시 휴진을 해야 겠구나 생각했 다. 졸음이 밀려온다. 따스한 햇살이 비쳐오는 것 같다. 풀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아니 꽂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 눈을 떳다. 아니 단지 그는 보았다.눈을 떳기 때문에 그녀가 보인 것이 아니라,그녀를 보기 위해서 눈을 뜬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의 눈속 에 있었다. 그토록 사람의 감정에 묘한 기분의 남기며,그녀가 그의 눈에 들어와 있었다. 그는 순식 간에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적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이 지나간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따위의 현실은.그는 음지속의 싹처럼 창백하고 여 렸다. 제 5장- 무죄 의진이는 누웠다. 현무씨는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 망원경을 들었다. 눈에다 갖다 대었다. 재미있 어 보이는 구석의 글에 눈을 돌렸다. 신과 인간의 의지라. 의진이는 제목으로 보이는 큰 타이들을 읽었다.웃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미소였다. 개 한마리 한마리의 개가 인간이 되고 팠다. 그 개가 인간이 될수 있는 확률은 십의 십만승의 십만승의 십만 승분의 일도 안 되었는데 개가 인간이 되어 버렸다.뭇 사람들은 신의 뜻이라 말했지만 그걸 이룩해 낸건 개였을 뿐이었다.-개가 인간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개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있다. 술을 먹어라.그러면 쉽게 개가 된다. 뱀 한마리 뱀이 배가 고팠다. 뱀이 한시간에 한마리의 지를 잡을 확률은 꽤 높았는데 잠만자다 죽었다.뱀이 자 연 상태에서 굶어죽을 확률은 몇천분의 일 정도도 안되었는데...뭇사람들은 신의 뜻이라 말했지만 주어진 확률에 접근하는 건 개체의 의지! 의진이는 다른 종이로 망원경을 들이 대었다.제목이 없는 글이었다.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무제였 다. 무사는 술로써 피비릿내를 가세고 기녀는 짙은 화장으로 남자의 손길을 가세고 선비는 묵향으로 써 그 고독을 잊었다. 세월이 가고 술과 화장은 남았지만 묵향이 사라졌다. 그리고 묵향이 사라질때 함께 사라진 것은 고독이 아닌 선비였다. goverment of blood] 참 좋은 말이야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서 시도 국제화 되어야 된다는 압박을 받던 나에게 떠오른 외 국어.피프리 노겐. 지미쓰발. 이런 순수한 한국어가 대접받던 소위 이른바 군부 독재가 끝나자 해변의 아이였던 김영삼. son of beach kim young sam, oh,no.my mistake. son of beach,young sam,kim 이런 외국어가 대접받는 소위 이른바 항간에 유행하는 말로 문민정부가 들어섰고 파업조차 없었기에 희생자조차 없었던 억압의 시대를 종식시킨 문민 정부는 생산하자면 생산하자며 불법파업의 희생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개핵하자며 개핵하자며 잘안되는 발음이지만 열심히 했고,덕분에 당당히 국제화시대에 발맞출수 있 게 되었다. 러시아의 유명한 영웅 스탈린 못지 않게 숙청에도 성공하고 미국의 사이비교주 못지 않게 여론도 구워 삶았고 그의 왼팔 하나만으로도 내무부를 이끌고 있다. no right man,hyung ju,lee. 응주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자신이 거부한 그여인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눈을 다시 떳을 때. 그때의 그느낌과 향기로. 자신의 이 갈증을 채워줄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에게 남은 마지막 출구였다. 그는 최근에 아내와의 이혼을 열심히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것은 그에 게 있어 지금까지의 지상의 과제였다. 아내에게 주눅이 들데로 든 그에게 있어 지금 필요한 것은 이혼이 아닌 삶의 활력소 였다. 젊었을 때에는 활력소를 찾아서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그것은 그에 게 있어 하나의 도전이었다. 현실의 압박,그리고 도피. 여자의 배위에 있을 때에는 적어도 모든 것 을 잊을수 있었다. 그 여자가 적어도 마누라만 아니라면...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런것들은 까마득히 오래전의 일들로 기억이 된다. 나이가 들자 그런것들은 시시하기 그지 없는 것들이 되어버렸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은 일이 되기 도 하였다. 그러나 그 일마저 싫증이 난 그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낙이 없었다. 단지 몇일전 자신이 부정을 했던 그 가슴설레임이 다시 있어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응주는 눈을 떳다. 그 여인이 다시 그의 눈앞에 있었다. 그는 손을 벌렸다. 그여인이 그의 품에 안 기었다. 응주는 눈을 감았다. 그 여인을 꼭 껴안았다. 그는 다시금 꿈을 놓지고 싶지 않은 듯 뼈가 부스러지듯 껴안았다. 그 여인은 별일이 없다는 듯 껌을 씹고 있었다. 그러나 응주에게 껌씹는 소 리따위가 들릴리가 없었다. 제 6장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그리움뿐이다. 응주가 또다시 신문을 구하려 도둑 고양이처럼 진료실을 빠져 나가려고 할때 김간호원이 이 간호원 에 안겨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멈춰서서 구경을 하고 있었 다. 이간호원이 응주를 보았다. 응주는 훔쳐보다 들킨 아이처럼 어쩔줄을 몰라 했다. 이간호원은 신 문을 응주에게 내밀었다. 응주는 신문을 받아들고 진료실로 왔다. 응주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응주 는 신문을 펴들었으나 도무지 글자가 눈에 들어 오지를 않았다. 사실 그는 여자가 우는 것은 거의 본 기억이 없었다.TV에서나 여자가 울지 현실의 여자들이 우는 것을 그는 거의 보지 못했다.그가 알고 있는 여자들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했다.아이들은 잘운다.그는 생각했다.의진이가 우는 것을 자 주 보곤 했으니까.그러나 이경우는 달랐다.성숙한 여자가 우는 것은 처음 보았던 것이다.응주는 신 문에다 정신을 쏟을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그리고 노력이 헛되지않아 신문은 두조각이 났다. 두조각이 난 신문사이로 이간호원의 얼굴이 들어왔다.응주는 자신이 신문을 찢은 이유조차도 잊어 버렸다. 김언니가 남자랑 헤어졌데요. 이간호원이 응주의 뒤로가서 응주의 어깨를 주물면서 말을 꺼냈다.응 주는 고개만을 끄덕였다. 어머 이 뒤통수의 흉터는 왠거에요.? 응주는 치부를 들어내 보인 것 같아서 싫었다.그는 흉터를 생 각할때마다 검은 안개에 휩싸이는 것 같았다.흉터를 생각하면 꼭 꿈속에 든 것 같아져 버린다.무언 가 재미 있는 꿈을 꾼 것은 확실한데 정작 무슨 꿈인지는 전혀 알수 없는 그런 달콤한 추억을 가슴 에 묻어 놓곤 했던 것이다.그러나 그 달콤함 뒤에느 믿을 수 없는 기억을 믿으며 살아 갈수 밨에 없는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의 하나인 완벽함의 갈구 때문에 짜증에 휩싸여 버리는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안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안개도 엮시 달콤한 양지의 날을 거친후,밤을 지난 추억에 의해 만들어 지듯이.양손에 잡은 신문을 접어 휴지통에 쑤셔 넣었다.그리고 이간호원의 손을 잡았다.이 간호원은 응주의 무릅에 걸터 앉았다.그리고 작은 몸집이 응주의 품에 사라졌다.응주는 이간호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헤어졌데? 응주는 그저 적막하니 있으면 무료하기도 하고 적막하기도 해서 그저 세상이야기를 자주 이 간호원을 통해 듣고는 했다.그 세상이야기라고 해봐야 주변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들 뿐이었 지만 그래도 신문을 보는 것보다 더 재미 있고 가슴에 와닿았다. 김간호원 언니 남자친군 놈팽이에요.잘헤어 진거죠.밥한끼 사달라니까 성을내곤 절교를 선언했데 요. 무슨소리야.겨우 밥한끼 사달라고 성내고 절교하는 남자가 어띴어? 얘기를 듣자니.그동안 언니가 먹여 살렸는데.우리 잔업 수당이 주니까 언니로서도 빠듯했나봐요.차 츰 기게 화근이 됐나봐요. 응주로서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그런데 같은 여자인 이 간호원으 로서는 덤덤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응주는 담배를 물었다. 이간호원이 응주의 담배를 뺏어 물었다.응주는 담배를 다시 하나 꺼내었다.그리고 이 간호원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시계를 보 았다.점심시간은 이제 10분이 남았다.새로낸 창으로는 차들이 지나간다.조그마한 새 한마리가 맑지 않은 창으로 응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의진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겨울이 채 되기도 전의 일이었다.현무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성미 와 하고 싶었던 모든 것 들을 이제는 의진이와 하고싶었다.밑바닥 깊은 곳에는 질투가 깔려 있는 지도 몰랐다.그러나 그는 그것을 용서라고 부르고 있었다.그는 용서 받고 싶었다.그것은 성미 한명 에 대한 것이 아닌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여자들을 향한 조용한 기도 였다.그가 알고 있는 모든 여 자들은 모두 그를 사랑해 주었다.그러나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그리고이제야 그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그때마다.조금씩 그들이 얼마나 자신을 위해 주었는지를 알때마다 그는 미쳐 버릴 것 같았 다.그리고 그것을 해소할수 있는방법을 자신도 몰래 연구 해온 것이다.그리고 하나의 것을 알게 되 었다.여자들의 대표로 현무의 주위에 있는 의진이를 위해 주자.그는 쉽게 결정을 내리고 천천히 행 동을 하는 스타일의 인간 이었다.그리고 이번의 경우도 그의 행동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조금씩 조 금씩 차분히 그가 생각한 방향으로 의진이를 밀려고 했었다.의진이는 보통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여자 였다.그러나 이번의 계획은 달랐다.어떤 변수가 작용을 했는지 그로서는 알수가 없었다.왜이러 게 일이 잘풀리지 않는 것일까?그로서는 의아해 할수 밖에는 없었다.의진이는 마치 어끗대지는 3살 어린애같았다.팔공산 사건도 그러 했다.현무는 열흘의 용돈을 모아서 의진에게 술을 한번 사줄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팔공산을 등반하고 내려 오는 길에 한잔을 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상쾌해 질거 라고 그는 생각을 했다.그런데 의진이는 막무가내로 일이 있다며 10분도 앉아 있지 않고는 그냥 가 버리고 말았다.도대체 10분을 앉아 있을 꺼면 왜 현무의 집에까지 왕복 1시간의 거리를 온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현무는 분석을 했다. 별로 한말도 없고 입냄새가 난 것도 아니고.. 현무는 가 정할수 있는 모든 이유를 가정해 보았지만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아마도 등산을 싫어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을 했다.그왜에는 도무지 다른 이유를 생각해 내지를 못했다.그러나 그의 한켠 구석 에는 찝히는 구석이 있지만 별로 기억하고 싶지가 않아서 가정의 상황에는 제외하고 있었다.성미를 만난 것을 아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이었다.그외에는 달리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겨우 몇십분을 이야기 한 것을 서울에 있던 의진이가 어떻게 알수가 있을까.현무는 고개를 잘래 잘래 흔들었다.별 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날만남에서 위로를 받아야 할 의진이가 수라의 죽음에 대해 현무를 위 로 했다는 사실 부터가 싫었고 그런 성미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자신이 싫었다.하여간 생각하기 도 싫었다.그러나 그는 몰랐다.의진에겐 수다스런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은 경대에 쫙 깔려 있음을. 현무는 밖을 향해 난 조그마한 창을 보았다.먼지가 뽀얗게 않아 있었다.조만간에.지금은 아니지만 창을 한번 닦아야 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의 몸은 너무나 피곤하다.도대체가 사는 것이 왜이리 피곤한 것일까 생각했다.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런 피곤함을 느끼고 생활을 할 것이다.그러나 그피곤 함을 느낄 여유가 없는 지도 모른다.아마 그럴 것이다.현무자신은 너무 나태하기에 이런 피곤을 느 낄만큼 시간이 많고 충분한 여유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사는 것일까?도무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그래 우리는 사는 이유조차도 규명을 하지 못한다.즉 본질적인 삶의 이해조 차 되어 있지않은 인간이 무엇에 의미를 두고 무엇을 위하여 살아갈수 있는가?그것은 만용이다.그 것은 허구이다.모든 출발점이 흔들리는데 무엇을 말할수 있는가?현무는 눈을 감는다.도무지 알수가 없다.우리는 잠을 왜자는가?현무는 벌떡 일어났다.천천히 학교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계영이는 잘 있 는 것일까? 계영이도 이제 내년이면 학교를 졸업하는 구나. 계영이가 보고 싶다. 멀리 보이는 당신의 모습으로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해는 점점 높이 솟고 이슬에 젖은 눈망울은 마르고서 스쳐 지나가는 당신의 향기로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유월의 끝없는 갈증은 결국 이유없을 갈등을 일으키고 전 백 기현임을 밝혀야 했습니다. 의진은 편지를 읽고선 또 읽었다. 표현은 하잘것 없는,오히려 유치하기 까지한 표현이었다. 기현이 란 사람은 이 편지를 쓰는데 아마도 일주일은 걸렸을 것이다. 밤새 시집을 뒤지면 아침엔 정리된 시구들이 휴지통에 구르는...고통의 나날들이 분명했을 것이다. 표현이야 어쨌든 문제가 아니었다. 의진이는 내용이 중요했다. 나에겐 현무 선배가 있는데...이사람도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의진은 순간 현무 선배를 생각했다. 의진이는 현무의 글들을 좋아했다. 현무 선배의 글을 볼때마다 도무지 자신은 그런 글을 쓸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해진은 깉은 절망의 늪에 빠졌었다. 법대생인 현무 선 배보다도 국문과인 자신의 글이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자신의 글도 10년동안 써온 어떤 글도 현무 선배에게 비길바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무는 의진의 글을 보면 항상 예쁜 조약돌 같다고 했다. 자신의 시는 상처뿐인 바위라면서...현무에게 있어 글은 마지막 울부짖음.죽어가는 늑대의 달보고 울 음이란걸 의진은 몰랐다.때문에 의진은 새벽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류현무의 향기어린 시구절을 생 각하고 다방에 홀로앉아 류현무와의 만남을 생각했다. 쉽게 음악에 빠져 홀로 웃었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류현무의 편지를 기다렸다. 의진이는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벌떡 일어섰다. 거울을 보았다. 침대에 눕 는 바람에 긴 머리칼이 약간 엉킬어 졌다. 머리 빗질을 했다. 화장은 완벽하다. 옷도 깔끔하다. 입술 을 깨물었다.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입술을 뜯었다. 천천히 현관을 빠져 나간다. 우체통을 확인한 다. 자신에게 온 편지는 없다. 각종 고지서뿐이다. 우체부아저씨는,오늘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의진이 는 차를 몰았다. 팀 이라는 커피솦에 차를 대었다. 시계를 본다. 3시 21분이다. 천천한 걸음이다. 얼 마쯤 걷다가 차문을 닫지 않았음을 알았다. 되돌아 가지 않았다.문을 열고 두리번 거린다. 한 남자 가 일어선다. 짧은 키에 억울하게 조합된 얼굴이다. 그 얼굴이 미소로 인해 찌그러 진다. 의진이는 미소짓는다. 찬웃음이다. 구석자리로 갔다. 예의 그 남자가 재떨이를 들고 따라오려 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난다. 의진이는 신경쓰지 않고 앉았다. 앞에는 의진이의 여자 친구가 앉아 있었다. 저사람이 그 너한테 반했다는 백기현? 친구가 웃으며 이미 문밖을 나서는 백기현을 보며 웃는다. 의진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메뉴판만 뚫어지게 들여다 보았다. 제 3부 - 사랑한 사람들 - 제 1장 어린날은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았지만 그속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확신은 서지 않았다. 너무나 두려운 현실감때문에. 현무는 계영이를 쳐다 보았다.이제 계영이도 5번째 생일을 맞이 하였다.계영이는 아주 이쁜 아이이 다.엄마쳐럼 아마 나이가 들면 고생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엄마처럼 검게 타 버릴지도 모르지 만 지금은 아주 하얗고 창백한 아이이다.현무는 방학이 되어서 참 좋았다.학교란 곳은 따분한 곳이 다.도무지 선생님이란 사람은 아는 것이 없다.현무는 지난 여름 방학때 상장을 하나 탈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다.공부는 너무 잘해 버리면 예전에 아버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많은 강요가 나를 붙 잡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그러나 방학 숙제에서 주는 상은 아무런 강요도 아마 없 을 것이다.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아버지를 포함해서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그 리고 상을 타면 정욱이만 좋아하는 우리반 여자에들의 보는 눈이 달라 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특 히 정혜경이 더이상 나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정혜경은 현무의 옆의 옆에 앉은 아이 였다.서울서 왔다.소나기의 그아이처럼.그래서 현무는 무조건 좋아했다.물론 계영이 보다는 덜 좋아 했지만 그래 도 좋아 했다.그러나 그아이는 한번도 현무와 말을 한 적이 없다.현무는 언제든지 말을 걸어 오면 대답을 해줄수 있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그아인 한번도 말을 걸어 오지 않았다.그러나 현무는 실망하지 않았다.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라고 생각했다.현무는 이번 방학 숙제를 통 해 자신을 그 아이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더구나 이번에 방학 숙제는 현무가 자신잉 있는 과학부분 이었다.아이디어 발명품을 하나 준비해서 오는 것이다.현무는 그 조그마한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방학의 이틀을 끙끙거렸다.생각을 해내는데는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직접 만드는데는 하루 로도 부족했다.특히 나무로 기어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다.몇번인가 기어를 부수고 손도 다쳐 가면서 겨우 만들수가 있었다.현무는 완성되자마자 계영이를 찾았다.계영이는 흙장난을 하고 있었 다. 계영아 이것봐라 오빠가 너한테 처음으로 보여주는 거야. 계영이는 흙장난을 하다가 고개를 들었 다.흘러내린 머리칼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현무는 계영이의 머리칼을 올려 주었다.약간은 노란색 을 띤 머리칼은 너무나 부드러웠다.현무는 자꾸만 머리칼을 만지고 싶었지만 꾹참았다.계영이는 흙 이 묻은 손을 내밀었다.현무는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곧 후회했다.게영이의 손에 진흙이 잔득 묻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현무는 싫다는 생각이 없이 계영이에게 자신의 노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빠 이게 뭐야? 계영이의 머리칼의 몇줄기가 흘러 내렸다.현무는 다시 머리칼을 올려 주었다. 이건 누워서 책을 볼수 있는 장치야 이줄을 잡아 당기면 한페이지씩 너넘어가도록 되어 있어.어 때? 계영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줄을 잡아 당겨 보았다.나무조각들이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계영이는 웃었다.하얀 얼굴에 파란 핏중이 보였다.현무는 방학동안 계속 계영이와 놀았다.계영이는 똑똑 했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본어도 꽤잘했다.따라서 엄마하고 계영이는 잘 놀았다.엄마가 밭일을 갔다 오면 현무는 심심했다.계영이는 현무보다도 엄마하고 놀았다.엄마가 오면 현무는 구석에 가서 책을 본다.그러나 책을 들고 있을뿐 열심히 계영이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그러면 계영이와 엄마는 일어로 여러가지 얘기를 한다.외할아버지의 이야기들.외할아버지는 외과 의사이며 친절하고 하얀 수 염을 기른 분이라는 이야기 태평양 전쟁에서는 48시간동안 한숨도 자지 않은 적이 있는 투철한 의 사라는 이야기.친할아버지는 무섭지만 사실은 괭장히 자상한 분이라는 이야기.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땅은 사실 할아버지가 사 준거라는 이야기.아버지도 사실 이제는 계영이 보다도 일어를 잘 못 한다.현무는 아마 아버지아 계영이의 중간쯤의 실력일 꺼라고 생각했다.최근에는 엄마와 얘기를 잘 하지 않아서 어느정도 말을 할수 있을지 알수가 없었다.현무는 빨리 방학이 끝났으면 했다.그러나 한편으론 계영이를 많이 볼수 없다는 생각에 방학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그러나 어쨋든 좋았다.상 을 기다리며 잠이 들곤 했다. 방학이 끝나고 현무는 참혹한 감정에 휩싸이고 말았다.그의 발명품은 다시 현무의 손에 쥐어졌던 것이다.상을 받는사람은 정욱이 였다.현무의 발명품은 숙제 검사를 위해 교단 옆에 내어졌다가,다른 쓰레기 들과 함께 뒹굴다가 다시 그의 손에 쥐어 진 것이다.정욱이의 발명품은 아주 거대 했다.때문 에 정욱이 집의 일꾼한명이 그것을 아침에 가지고 왔다.커다랗고 무거운 곡괭이 였다.다른 곡괭이와 달리 손잡이를 오돌도돌하게 만든 것 왜에는 별다른 점이 없었다.정욱이는 그것에 대해 장황한 설 명을 덛붙였다.아이들은 미쳐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약간의 감탄사를 내는 놈도 있었다.물론 그것도 특이한 아니 참신한 생각이라고는 생각했다.그러나 현무 자신의 발명 품에 비하면 장난이라고 현무는 생각했다. 아마 저 곡괭이를 쓰는 농부는 매일 손을 피로 물들일 것이다. 시커먼 얼굴의 아이가,코물이 2CM쯤 나온 아이가 집중해서 감탄의 눈초리를 보내며 고개 를 끄덕거리는 것을 현무가 본것은 정욱이가 거의 설명을 끝낼 무렵이었다.현무는 그모습이 우스워 서 견딜수가 없었다.억지로 참을려고 입을 틀어 막았다.그러다 코로 강한 바람을 내뿜어 내는 통에 코가 나왔다.현무는 조심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정혜경이 그런 그를 돌아 보았다.현무는 얼른 소 매에 딱아 버렸다.혜경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정면을 바라 보았다.현무는 자신이 상을 탈수 없게 된 것보다.그것이 더 불쾌했다. 현무는 방안에다 툭던졌다.짜증이 나서 그렇게 던지기는 했지만 부서질까바 조심해서 던졌다.계영이 가 걱정스러운 듯이 현무를 보았다. 오빠 왜그래? 계영이는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선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입술이 아주 붉었다. 힘이 없어 보였다.현무는 계영이의 볼을 만졌다.오동통한 볼이 뜨거웠다. 아마 계영이 너 어디아프니? 오빠.계영이는 힘이 없어. 계영이는 조끄마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방에 가만히 누워 있어라 엄마 데리고 오께. 현무는 계영이를 이부자리를 펴서 눕게 한다음 엄마 를 찾아 뛰어 다니기 시작 했다.현무는 한참을 생각했다.엄마에게 어떻게 의사 표시를 해야할지를 알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현무가 의사를 표시하는 일은 없었다. 모든 일들은 대부분 정 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작정 데려 와야 겠다고 생각했다.숨이 반쯤 넘어가는 현무가 엄마의 소매자락을 마구 당겼을때에 로사는 매우피곤했다.할일은 해도해도 많았다.이아이는 오늘따라 왜 치근데는 것인가?로사는 현무를 밀쳐 내었다.다.현무엑로 로사도 역시 현무에게는 말을 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기가 일쑤였다.현무는 그래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로사는 벌컥 화가 났다.피곤해 죽을지경인 에미를 이 아이는 도대체 뭘바라는 걸까? 말을해라.그러면가마. 로사는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웃음까지 새어나왔다.자신에 대한 자 책,허무였다. 엄마 계영이가 아파. 현무가 능숙한 일본어로 엄마를 부르자 로사는 처음엔 어리둥젛해 했다.그것 은 계영이가 아프다는 말을 들어서도 아니었다.현무가 아홉살이 다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던 현무 가 말을 시작한데 대한 기쁨때문이었다.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뿐 로사의 얼굴은 너무나 어두워 졌 다.현무는 당황을 했다.엄마의 얼굴이 너무나 두려움에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계영이가 아직 죽은 건 아냐. 단지 아픈것 뿐이야.그래서 현무는 가슴이 아파. 엄마가 빨리가 면 계영이는 나을 거야. 그러나 로사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아니 오히려 더욱 두려워 하는 기 색이 역역했다.로사는 뛰어갔다.현무는 엄마를 따라 갔다.로사는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현 무는 마음이 찹찹해서 견딜수가 없었다.설빈은 로사를 보았다.마음은 뛰고 있었지만 빠르게 걷는 그 렇게 할수 밖에 없는 여자의 몸을 가진,지치고 놀란 로사를 보았던 것이다. 무슨 일이야 설빈은 뛰어서 로사를 맞이했다. 우리 현무가 말을 해요.그것도 아주 유창하게.전 무서워요.저 아이는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생각 해 왔던가요 로사는 설빈의 품에 안겨서 울었다.절반의 기쁨과 절반의 두려움에 휩싸여서.현무는 그 옆에서 단지 발가락을 꼼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칭찬인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 거렸다.그는 그의 일 생에서 처음으로 칭찬을 들은 것이다. 계영의 볼거리는 금새 낳아 버렸다.그리고 예전처럼 떠들고 온통 흙장난을 하며 하루를 소일 했다. 현무는 로사가 흙장난을 할때면 항상 집안에 들어와 누워서 책을 보았다.아버지는 책을 좋아 했다. 때문에 집에는 많은 책이 있었다.방하나는 거의 책으로 가득차 있었다.현무는 그 책을 거의 한번씩 다 보았다.아주 어렸을때 읽었던 책은 다시 보았을때 일부분,아주 일부분이 생각날뿐이지만 응주 아 저씨의 책은 언제나 그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워낙 자주 읽어서 일것이다.오늘도 현무는 책을 하나 집어든다.무슨 책을 읽을까 한참을 망설였다.그리고 표지가 예쁜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책은 매우 가볍고 앏았다.현무는 그렇게 앏은 책은 처음 보았다.현무는 큰방으로 갔다.자신의 발명품에 책을 꽂았다.비록 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편하게 누워서 이제는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더군다나 자 신에게 말을 거의 걸어오지 않던 아버지가 자신의 칭찬까지도 했다.현무는 그걸로 좋았다.누워서 차 분히 책을 보기 시작했다.책은 매우 특이 했다.계영이랑 얘기하는 것 같았다.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확실하게는 알수 없었지만 이야기는 한장의 사진이 되어서 그의 머리속을 휘감고 있었다.밖에는 계 영이가 흙장난을 하며 웃고 있었다.까륵까륵하며 웃는다.그러다 쾍쾍거린다.아마도 또 흙을 먹었는 모양이다.현무는 뛰어 나갔다.계영이가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서 구토를 하고 있었다.현무는 계영이 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붉은 흙들이 마치 피처럼 계영이의 붉은 잎술을 흘러 내렸다.현무는 펌푸질 을 해서 불을 받았다.그리고 계영이의 입을 가시게 했다. 너 왜자꾸 흙을 먹는 거야?흙은 못먹는 거야.한번만 더 먹으면 계영이를 이 오빠가 때려 줄테야. 밥이라고 생각하면 먹고 싶어. 계영이는 구토를 멈추자 그말부터 했다.현무는 이해할수 있었다.현 무도 무릅까지 오는 동네 냇물에서 놀때면 그 물에 주저 앉아 헤엄을치고 싶었다.항상 그랬다.그러 나 현무는 냇물에 주저 앉지 않는다.물에 젖으면 기분이 엊쟎아진다.그는 주저 앉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현무는 계영이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계영이는 이제 속이 괞찮은지 장난스래 눈을 반짝이 며 소리없이 웃는다.계영이가 그렇게 웃으면 현무도 더이상 야단을 칠수가 없어져 버린다.현무도 미 소를 짓는다.그러다 계영이는 걱정스레 표정을 짓고는 묻는다. 오빠 정말 계영이 때릴꺼야? 현무는 약간은 슬픈,그러면서도 사랑에 가득찬 미소를 짓는다.그리고 조금 고개를 흔든다. 그래도 먹으면 안돼 계영이 아야해. 그리고 계영이를 꼭 껴안는다.계영이는 너무나 작고 너무나 여 리고 부드럽다.현무는 가슴깊은 곧에서 부터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음을 느낀다.도저히 이런 행복을 무엇에 비유할수 있을까?현무는 몇번을 자신도 모르게 꺽,꺽 거렸다.다행인지 아닌지 음식물은 하 나도 올라오지 않았다.단지 눈이 뿌옇게 흐려 졌다.눈을 훔친다.계영이는 현무를 민다.현무는 계영이 를 놓아 주었다.계영이는 걱정스런눈이다.현무는 펌푸가 있는 곳으로 계영이를 데려갔다.펌프질을 했다.세수대야에 아주 맑은물이 넘쳐난다.계영이를 세수대야앞에 앉혔다.계영이는 물이 차다고 투정 을 한다.현무는 수건을 계영이 목에다 건다.노란 수건을 목에 걸치고 있는 계영이는 병아리 같다 현 무는 계영이의 손을 물에다 담구었다.계영이의 손에서 흙이 씻겨져서 계영이의 손은 금방 뽀얗게 되었다.현무는 물을 버렸다.이런 더러운 물로 계영이를 계속 씻길수는 없었다.다시 뻠쁘질을 했다.물 은 금새 대야에 가득 찼다.계영이의 하얀손이 맑은 물속에서 하늘거린다.계영이의 얼굴을 씻길때 수 염이 덮수룩한 한 남자가 문을 기웃거렸다.현무는 신경을 쓰지 않을려고 했다. 그러나 자꾸만 신경 이 쓰였다.계영이를 딱이고선 방에 들여 보냈다. 오늘은 백설공주란 책을 찾아서 다읽어 계영이는 순순히 말을 들었다.계영이도 현무가 시간 있을 때 마다 글을 가르쳐서 읽고 쓸수가 있었다.그리고 현무는 많은 책을 읽도록 했다.매일 조그마한 책 하나씩.계영이도 이젠 차츰 책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고 있었다.현무는 다시 문에다 시선을 주었 다.좀전의 사람은 아직도 기웃거리고 있었다.그리고 현무가 시선을 주자 용기를 얻은 듯이 말을 건 냈다. 류 설빈씨네가 어디 있습니까? 아주 어렵게 발음을 하고 있었다.단번에 그사람이 한국인이 아님을 현무는 알수 있었다.현무도 요즈음 엄마와 일본어로 말을 하다가 우리나라 말을 할때는 조금씩 발 음이 구겨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 아버지 이름입니다.누구 신지요? 현무는 능숙한 일본어로 그에게 물었다.물론 현무는 낮 을 심하게 가리는 지라 소리를 크게는 내지 않았다.그래도 그 사람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듯이 굉장 히 기뻐하는 표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내가 니 외삼촌이란다.이름은 후지자와 리쿠르란다.후지자와 삼촌이라고 하렴.어디 보자 그놈참 씩 씩하구나.어머니는 어디 가셨니 아버지는 또 어디 가셨구? 그사람은 마치 벌때에 쫒기는 사람처럼 마구 찌껴대었다. 일단의 열풍이 지나갔다.그는 이제 잠든모양이다.대청건너의 후지자와 삼촌의 코고는 소리가 여기까 지 들려오고 있었다.현무는 턱에다 베게를 대곤 라디오를 들여다 보았다.삼촌이 선물한 것이다.계영 이에게는 아주 이쁜 원피스를 선물했고 아버지에게는 시계를,어머니에게는 금속 게이스 하나가득의 화장품과 목걸이를 선물했다.삼촌이 메고온 베낭에는 가득 선물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그렇게 선물 을 하고 나니 베낭은 텅텅비어서 삼촌이 둘둘 말자 고양이 보다도 더 적어 졌다.현무는 라디오를 틀었다.라디오는 아주 쪼금해서 현무의 손보다도 약간 컸다.충전이라는 것도 된다고 했다.현무는 사 실 건전지를 살돈을 걱정했다.그러나 충전이란 것에는 건전지가 필요 없다고 했다.그래서 현무는 안 심했다.라디오는 성능이 아주 좋았다.노래소리가 들려왔다.카셋또데이뽀라는 것이 있으면 계속해서 갔은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고 했다.그러나 현무는 그걸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래도 좋았다.아마 반 에서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쁜이라고 생각했다.아마 정욱이란 놈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 다.자랑하기 좋아하는 정욱이가 이걸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학교에 들고 왔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런 걸 한번도 들고 오지 않았다.현무는 라디오를 껃다.충전지가 닿을까봐 아까웠다.아버지도 차츰 코를 골기 시작했다.아버지는 삼촌과 술을 마셨다.사실 어머니 보다도 아버지가 삼촌과 더친한 모양 이었다.둘은 아주 많이 마시고 웃고 떠들었다.주로 누가 어떻고 누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 였다.궁금 해진 계영이가 이야기에 끼어들자 삼촌은 아주 영리한 아이라며 뽀뽀를 했다.계영이가 웃었다.현무 는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그래도 가만히 있었다.라디오를 받은 것을 후회를 했다.그러나 어쩔수 없 었다.삼촌은 계영이에게 아주 이쁜옷을 선물했다.계영이가 그옷을 입으니까 더 이뻣다.그래서 한번 만 참기로 했다.그러나 더이상 계영이가 이야기에 끼어들다가는 어떻게 될지 알수 없었다.계영이를 저큰 덩치로 안아서 계영이의 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현무는 말참견을 하기로 결심했다.계영이가 더이상 말참견을 못하도록... 삼촌의 어째서 아버지와 더친하죠? 갑작스런 말참견에 갑자기 조용해 졌다.삼촌은 분위기가 이상 하다는 듯이 망설이다 껄껄껄 웃었다. 아주 발음이 좋구나 일본 아이인지 한국아이인지 알수가 없어.한국말도 그렇게 잘하니? 현무는 아 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또다시 삼촌은 웃었다. 먼저 내가 대답을 해야 한다는 말이구나.그렇니? 현무는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 갔다.삼촌은 또다시 껄껄껄웃었다. 나와 너의 아버지는 같은 대학을 다녔어 동경대학을 말야.비록 과는 달랐지만 같은 곳에서 하숙을 해서 친해졌지.너의 아버지는 내 덕분에 너의 엄마를 얻게 됐단다.내가 꽃놀이에서 내 동생을 데려 왔더니 단번에 반해서..하하하. 아이에게 오빠는 못하는 소리가 없어.. 로사는 낮을 붉히며 삼촌의 말을 막았다.또다시 삼촌은 웃 었다. 근데 누가 그렇단 말야?.그 왜 편지에 썼던아인? 갑자기 방안은 조용했다.설빈은 술잔을 입에 가지 고 갔다. 저 아이라우. 설빈은 현무를 술잔든 손으로 가리켰다. 쟤가? 삼촌은 껄껄껄 웃었다. 너희들이 나를 잡을려고 작정을 했구나.내가 아무리 동경 제일의 외과의사라고 해도 천재를 상대 로 정신분석을 하란 말이야.하하하.난 천재가 아냐 삼촌은 현무를 장난기 어린 눈으로 보았다. 편지를 할때까지만 해도 말도 못하고..방안에 틀어 박혀서...저놈때문에 속썩인것만 생각해도...근데 갑자기 보통아이 이상의 언어 능력을 보이니까...물론 그건 기쁜 일이었지만 평범한 우리로선 감당 을 할수가 없어..하여간 자네만 믿네. 설빈은 술을 들이 켰다. 휴가는 아직 1주나 남았어.그동안 자네 걱정을 말끔이 씻어 주도록 노력하겠네.그러나 마음의 준비 는 해두게. 우린 이미 반은 포기했네.아이의 갑작스런 언어 능력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긴 하지만. 그런 준비가 아닐세.평범이상의 아이를 키우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란 말일세.자넨 너무 준비를 해두지 않았어.아마 매우 힘든 일이 될걸세.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준비를 끝낸것 같으니.. 현무는 잔득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삼촌은 나의 머리속을 들여다 보려 할 것이다. 현무는 싫 었다.두려웠다.동네 가게에서 한번 뿐이긴 하지만 물건을 훔친것이랑 하얀 살결이 보고 싶어 계영이 의 옷을 모두 벗긴 것이랑 아버지의 책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것이랑 들켜 버릴지 모른다.현무는 들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두려웠다.한번도 맞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다.또다시 계영를 가까이 있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아무런 말도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그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계영이와 한마디의 말도 없이 일주일을 지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아니 고통스런 일이 될것이다.책도 보지 말아야 한다.무슨 책을 읽건 무슨 행동을 하건 그는 추론을 해낼 것이다.그것이 무서운 것이다.현무가 아는 바로는 그의 잛은 지식으로도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들키지 않는다.옆집 한민이를 바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물론 지금도 한민이가 바보가 아니라고 는 생각지 않지만...한민이가 지난 여름에 수박서리를 한적이 있었다.아무도 알수가 없었다.그는 대 범하게도 혼자서 했던 것이다.정욱이내의 수박은 달기로 유명했다.수박밭이 이 좁은 마을엔 많지 않 았기 때문에 더 그러했는지 모른다.하여간 아이들은 정욱이네의 수박을 맛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소원의 하나 였다.그러나 덩치킨 개가 지키고 있어서 아무도 접근을 하지 못했다.아이들은 몇번이나 시도를 했지만,없는 살림에 생선 머리까지 구워 받쳤지만 그때마다 개에게 쫒겨 혼비백산해서 도망 을 치곤 했던 것이다.동네 아낙들은 정욱네 집의 인심을 혀를 차며 입방아 찢기도 했지만 수박서리 를 할수 있도록 개를 없에 달라고는 아무도 말하지를 못했다.그것은 어디 까지나 주인의 마음에 달 린 일이었기 때문이었다.그런 정욱이네 수박밭을 한민이가 어떻게 털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민이는 영웅이 되어 버렸다.현무로서도 알수 없었다.한민이가 주는 수박을 그저 먹을 뿐이 었다.아이들은 서로 더 많이 먹을 려고 아귀다툼을 벌렸다.그런 아이들에게 한민이는 골목대장답게 똑같이 나눠 주었다.그러나 아이들의 배는 그동안 굶주려 있었다.그보다도 환상을 먹고 있었기에 배 는 전혀 차오지 않았다.현무는 수박을 먹다말고 아이들에게 내밀었다.아이들은 이상한 놈은 할수 없 다는 듯이 수박을 챙겨 먹었다.한민은 미소를 지었다.현무에게만 보내는 그런 미소 였다.현무는 잠 시 섬듯한 바람이 자신에게 불어오고 있음을 알았다. 며칠뒤에 한민이는 수박 서리를 하다가 개한테 물리고 말았다.옷을 찢겼다고 하루 왠종일 벌을 서 고 있었다.아이들은 이상해 했다.도대체 그동안은 어떻게 수박을 가져 올수 있었을까?모두가 궁금해 했다.그것만 알게 된다면 배가 터지도록 수박을 먹어 볼텐데.모두 입만만 다실뿐 결코 그것을 알수 는 없었다.한민이는 아마도 이 더운 여름이 가기 전까지는,아마 여름이 다가버려도 정욱이네 개가 죽기 전까지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한민이는 물려서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다.현무는 수박조각을 내 밀던 한민이의 모습이 떠 올랐다.얄미운 정욱이의 얼굴도 떠올랐다.현무는 어떻게 수박을 따올수 있 었는지 알고 있었다.그것은 최근에야 안 일이었다.그것도 아주 우연히.그날도 한민이네 누렁이의 심 장소리를 듣다가 배에 대고 있던 손에 묘한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현무는 알수 있었다.이제 모든 것 은 아주 쉽게 그 결론에 달한 것이었다.정욱이놈 잔머리는 잘굴린다고 생각했다.현무 자신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일이 었다.현무로서는 그럴 이유가 없긴 했다.현무는 수박을 좋아 하지 않았다.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사실 정욱이네 받에서 난것은 쌀한톨도 먹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현무가 생각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한민이에게 선물을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한민이네 개는 안될꺼야. 그래서 한민이가 물렸을테고. 쉽게 해결을 낼수 있었다.숙자네 개를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숙자네 개는 현무를 잘따랐다.현무가 몇번인가 데리고 가서 놀고 온적도 있었다.더구나 숙자네는 현무가 놀 러가면 아주 즐거워 했다.숙자가 아직 어리긴 했지만 현무를 잘따랐고 아직 숙자네는 아들이 없었 기 때문이다.미록 그들은 현무가 말을 건넨적은 없지만 현무가 언젠가는 말을 할꺼라고 믿는 몇안 되는 순박하고 인정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 였다. 사실 개들이 그짓하는 그것을 옆에 두고 수박 서리를 한다는 것은 현무로서는 별로 즐거운 일이 아 니 었다.그러나 현무는 직접 그일을 했다.그것도 혼자 갔다.아무도 몰래 7덩이를 들고 온다는 것은 현무로서는 굉장히 힘든 일이 었다.7번을 왔다 갔다 했다.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겨우 냇가까지의 10m쯤이긴 했지만. 숙자네 개는 아마 집을 찾아 갈 것이다.그리고 수박들은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 쉽게 떠내려 갈 것 이다.아이들에게 단지 손가락으로 수박있는 곳을 가리키기만 하면 될 것이다.아이들은 오늘 오줌을 쌀지도 모른다.그래도 꿈은 행복들 할 것이다.현무는 수박들이 떠내려 가는 것과 속도를 맞쳐 걷지 않았다.약간은 빨리 도착해서 한동이는 한민이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아이들에게 거의 도착할 무렵 숙자네 개가 꼬리를 감추고 숙자네 집으로 뛰어가는 것이 어스럼 달빛에 비췄다.모든 것은 잘되었다.현무는 한숨을 쉬었다.정욱이네 밭을 망쳐 놓은데 대한 한숨이기도 했고 책을 보는 것이 더 낳았을 것 하는 그런 생각때문이기도 했다.어쨌던 좋았다.오늘 하루는 한민이를 위한 날이 다.그리고 모든 일은 다 잘되었다.그리고 숙자네 집에도 새로운 생명이 잉태를 한 즐거운 날이 아닌 가? 달은 약간은 구름에 가려진 것이 좋아. 현무는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다. 현무로서는 후지자와 삼촌을 이해 할수가 없었다.방안에서 뒹굴기만 했다.콧노래를하기도 하고...도 대체 신경이 쓰여서 현무의 신경은 아주 날카로와 지고 있었다.뭐라도 물어 오거나 말을 걸어 온다 면 단단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그의 의도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계영이와 얘기 라도 나눌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도대체 말을 건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현무가 말을 걸지 않자 계영이도 힘없이 혼자 책을 보기만 했다.계영이가 책을 보는 것은 더 신경쓰이는 일이었 다.계영이가 책을 읽을때면 후지자와 삼촌은 꼭 계영이 옆으로 굴러 가서는 계영이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는 했다.주로 책의 내용에 관한 것 들이었는데 계영이는 아주 대답을 잘했다.그럴때마다 후지자와 삼촌은 아주 과장된 표정으로 계영이를 안아주거나 들어 올리거나 때로는 코를 물기도 했 다.계영이는 뭐가 좋은지 까륵까륵 웃기만 했다.현무는 더이상 볼수가 없었다.뭔가 속에서는 뜨거운 것이 꽉 막혀 버린 것 같았다. 도대체 삼촌은 무엇을 노리는 것 인가?현무로서는 알수가 없었다.아 마도 조금씩 조금씩 나의 머리속을 들여다 보려고 할 것이다.아니 벌써 들여다 보기 시작했는지 모 른다.그러나 이대로 무력하게 나가 떨어질수는 없다.지켜야한다. 일주일이면 그는 떠난다. 현무는 무 엇부터 해야 할지를 알수 없었다.아니 할수 있는 것조차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후지자와는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는다.이것이 가장무서운 것이다.말은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현무에게 있어서 그것은 충분히 방어를 할수 있는 개의 짖는 소리와 같다.개가 짖으면 나무에 올라 가 버리면 된다.소리가 없는 바람은 피할수 없을뿐만아니라 사람의 구석구석을 모두 만지고 지나간 다.현무는 차츰 집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방과후면 곧장 산으로 도망을 쳤다.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서 보내던 그로서는 밖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너무나 짜증나는 일이었다.그러나 현무는 세상이 참으 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그것은 아주 쉽게 현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어떤 책에서도 나와 있지 않았던 감명을 그에게 주었다.그것은 아주 조그마한 사건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현무가 삼촌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뒷산을 혼자 걸어다니고 있을때였다.새들은 어디선가 숨어서 지져 귀고 있었고 조그마한 풀벌레들의 소리도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하늘은 맑았고 계곡의 물흐르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오고 있었다.현무는 그러한 것에는 정신따위를 쓰지 못했다.후지자와삼촌이 빨 리가기를,그리고 다시 예전의 그편안함이 다시 그에게 돌아오기를 기대하였다.지금의 그의 마음은 찹찹하고 돌이 하나 그의 마음속에 들어간것 같았다.한참을 걸었을때.현무는 자신이 길을 읽었음을 알았다.그러나 현무는 결코 당황을 하지 않았다.현무는 곧잘 길을 읽어 버렸고 그럴때마다 헤메기만 하면 길을 찾을수 있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달랐다.산은 동네완 달랐던 것 이다.그러고 곧 해가 질려고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걱정따위를 하지 않았다.그리고 조금을 더 돌아 다니자 곧 눈에 익숙한 길을 찾을 수가 있었다.그때 자신이 돌아다녔던 길을 그는 되돌아 보았다.아 주 맑고 붉은 저녁놀이 그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세상에 계영이 잎술보다도 더 이쁘잖아. 현무 는 실망을 하고 있었다.그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도무지 계영이보다도 그의 마음에 감동을 줄수 있 는 것이 있다고는 생각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에서는 엄청난 감동이 밀려 오고 있었다.해가 질때까지 그는 노을을 계속 보려고 했다.그러나 금새 그는 발길을 돌려 내려오고 말았다.자연은 아주 차분한 사람만이 그 진가를 알수 있다.그러나 현무의 지금마음은 그걸 준비할수 가 없었던 것이었다. 삼촌은 여전히 뒹굴고 있었다.계영이도 흙장난을 했음인지 손이 흙투성이 였다.현무는 계영이를 씻 겼다.계영이는 씻자마자 삼촌이 뒹구는 곳으로 쪼르르 달려가서는 삼촌과 떠들기 시작했다.계영이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계속해서 떠들고 있었다.현무는 갑자기 피곤함을 느꼈다.별로 시원하지도 않 았지만 하품을 했다.몸이 찌뿌둥해 옴을 느꼈다.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몸은 너무나 서글프다.그 러나 잠은 잘 오지 않았다. 자야 한다. 현무는 열심히 되네이고 있었다.그러나 잠들지 못했다.잠은 오지 않는다.몸은 몹시 피곤하다.시계의 소리는 또각 또각 거린다.잠을 방해한다.잠은 그 포근한 모 습을 감추고 두려움과 공포의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그녀의 밤은 쉽게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그리고 마음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다.현무는 예전의 그녀를 이제는 기억하지 못한다.그녀는 이 제 그에게 괴로운 상념들을 일깨우고 현무의 생각을 지배하며 그의 넓은 사고의 폭을 한마디의 말 로 표현 할수 있을 만큼 황량하게 만들어 버렸다.사막.어떠한 변화도 없고 어떠한 아름다움도 없는. 낮의 사막이라면 나름대로의 무수한 변화를 만들어 낼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밤의 사막은 조용히 들려오는 검은 우울함과 차가움이 고작인 그큰 공간을 가득매운 쓸모 없는 거대함 일 뿐인 것이다. 현무가 눈을 떳을 때는 태양은 문풍지 사이로 검푸레 하게 떠오르고 있었다.첫닭이 운지가 얼마 되 지 않은 듯이 아버지의 인기 척이 밖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현무는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기를 기다 렸다.어머니의 설거지도 곧 끝났다.현무는 그 잠깐의 시간이 지루해서 견딜수가 없었다.그것은 아주 짧게 생각 될 수도 있었던 조급함 이었다.현무는 어머니가 상을 치운 뒤 나가는 소리가 멀어지자 곧 일어 났다.삼촌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체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현무는 계영이를 보았 다.계영이는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다.아주 깊게 잠이 든 듯 색색 거리며잠이 들어 있었다.눈을 감고 자는 모습이 흡사 갖 태어난 토끼 새끼 같았다.현무는 방안에 있는 것이 몹시 힘이 들었다.도 무지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 보기는 정말 처음이었다.현무는 무작정 옷을 입고 산으로 올랐다.발간 해가 조금씩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현무는 앉았다.멀리 버스가 오고 있었다.첫차인 모양 이었다.서 울로 가는 사람,학교에 가는 고등학생들,그리고읍내에 장보러 가는 아줌마들이 이용하는 버스 였다. 현무는 아침 노을을 보는 것을 그만두었다.단지 현무는 버스에 모든 정신을 쏟고 있었다.현무는 마 구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무엇때문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는 버스를 탈려고 하는 것이 었다. 현무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자신이 버스에 타고 있음을 알아쑈다.무엇때문인지느 알수 없었 지만 그는 굉장한 전율을 느꼈다.그러나 그것은 누구에 의한 두려움이 아니었다.미지에 대한,한번도 마을 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자신이 싫어섰는지도 모른다.그는 이른바 모험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무엇을 하여야 할지는 알수 없다.그러나 모험은 언제나 주인공을 위해 있는 것이고 지금의 모험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인 것이다.무엇을 망설일 것인가 무엇을 두려우뜻대로 잘 이루어 질 것 이다.그렇지 아놓다면 이것은 모험이 아니다.그래서 모두들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가?문득 쓸 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눈에 어떤한 소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마을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눈이 맑은 소녀였다.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소녀의 눈이 또렷하게 보였는지는 알수 없었다.그러나 소 녀의 눈은 언제 까지나 지워지지 않으 려는 듯이 현무의 가슴에 까맣게 색져 버렸다.나이는 현무와 거의 비슷해 보였다.그러나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얼굴이었다.현무는 버스에서 내렸다.그것은 언제나 현무가 그러하듯이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고 현무가 현실을 인식하였을 때에는 그것은 돌이킬수 가 없었으며 앞으로 나가가야 할길만이 주어져 있었다.그러나 도대체 앞으로 나아가 무엇을 해야할 지는 도무지 결정을 내릴수 없는 아니,결정은 내려져 있었지만 행동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럽고 바보 같은 일이었다.현무는 소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소녀의 ㅇ각을 했다.그러면 소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원래 걸음이 빠르다는 것을 소녀에게 보여 줄수가 있는 것이다.그러나 현무는 빨리 걷지 않았다.소녀가 현무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한 그리고 현무의 관찰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깡총거리며 뛰어 보기도 하고 파란하늘을 보며 걷기도 하고 쓸데없이 길로비져나온 파란 벼 들을 한움큼 쓸어내기도 했다. 이런 빌어먹을.영식이 아저씨는 부자도 아닌데. 현무는 영식이 아저 씨가 붙여먹느게 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했다.그러나 말리지 않았다.십여짝만 더걸으면 그다음 부터 는 정욱이네논이다.영식이 아저씨 한테는 미안하지만 한두번만 더 이아이가 논을 망치면 그다음부 터 수천여짝은 정욱이네 논이 쑥밭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그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현무가 직접 나설필요도 없이 잘난척 하는 정욱이를 골탕먹을수 있는 일이다. 으악.신난다. 드디어 소녀가 정욱 이네 밭을 응징할 무렵에 아니 당연히 응징을 하여야할 순간에 소녀는 발걸음을 옮겨 반대편 길의 노란 들꽃으로 달려 갔다.그리고선 노란꽃을 한송이 땄다.현무는 짜증이 났다.영식이 아저씨한테 어 떻게 낯을 들어야 할지 알수 없었다.영식이의 가난에 찌들린 얼굴도 생각났다.현무는 굉장히 싸증썩 인 얼굴로 빨리 걸었다.삼촌이고 뭐고 이제 될데로 되어 버려라는 생각이 들었다.아까 영식이네 논 을 망치려 할때 말렸어야 한다는 생각이 현무의 정신을 가득 메웠다.현무는 고개를 잘래 잘래 흔들 었다.계영이를 빨리 보고 싶었다.계영이를 보면 마음이 누그러 들것 같았다.영식이에게도 반찬을 나 눠 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영식이의 바보같이 웃는 얼굴이 자꾸만 떠 올랐다. 얘.이동네 사니? 소녀는 길옆으로 빨리 가고있던 현무에게 물었다.현무는 소녀를 보았다.짤은 치마 가 붉은 체크 무늬 였다.체크 무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은 달랐다.현무의 얼굴이 화끈달 아 올랐다.그래도 눈을 다시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도 않았다.이미 그 맑은 눈은 현무를 쳐다 보고 있었다.현무는 걸었다.소녀는 매우 당황을 한듯이 현무를 계속해서 쳐 다 보았다.짝발을 짚은체. 제 2장 누가 영웅인가? 영웅,살아남은 사람. 현무가 집으로 돌아 왔을때에는 학교갈 시간이 거의 다되었다.후지자와 삼촌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 지 않는다.계영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듯이 보였다.계영이는 졸린눈을 비비고서는 일어난다.작은 공주님치고는 부지런하다.그리고 현무의 말도 잘듣는다.그러나 오늘은 다르다.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다.삼촌도 거든다. 더 자게 두렴 내가 씻겨 줄테니.물론 밥도 내가 챙겨주마.어린이는 푹자야해. 그러고선 또 잠이 든 다.닭도 이제서야 운다.우리집이 갑자기 게으른사람들의 집합소가 된듯하다.현무는 씻고 밥을 먹었 다.밥을 먹다가 문득 소녀를 만났을 때에는 씻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기분이 나빴다.아주 아주 나빴 다.밥은 잘 넘어가지 않았다.마구 쑤셔 넣고는 학교로 향했다.학교에는 왁자지껄 생동감이 넘친다.도 무지 무엇을 알기에 저들은 저렇게 지껄이는가?현무가 알기로는 그들은 쓰잘데 없는 것 만을 안다. 그리고 그 쓰잘데 없는 것을 위해 선생님들이 때리는 것도 감수하며 기회만 있으면 떠들어 데었다. 현무는 침울해서 자습시간에 한번도 선생님을 보지 않았다.전학생이 한명 온듯한데 그것도 별로 보 고 싶지 않았다.빨리 일주일이 가기를..그리고 다시 예전의 조용한 생활이 돌아 왔으면 했다.일주일 은 너무나 멀고도 긴세월이다. 현무가 쉬는시간에 졸리지 않은 눈을 감았을때에 현무의 머리를 치는 아이가 있었다.현무는 고개를 들었다.아이들 모두가 빡 소리에 조용해 졌고 멍청한 두눈을 크게 뜬체 현무를 때린 장본인을 주 시 했다.현무는 수박사건 이후에 정욱이에게 들킬까봐 쉬쉬하면서도 한민이에게 인정받은 만큼 아 이들에게 후한대접을 받고 있었다.그런 현무를 막 전학을 온 아이가 그것도 계집아이가 현무를 때 린 것이다.현무는 그아이가 누군지를 알수 있었다.눈을 보았기 때문이다.그눈을 계속해서 쳐다 볼수 가 없었다.눈을 살며시 돌렸다.그러다 정욱이가 혜경이 앞에서 깝죽되던 정욱이가 공포에 질린 눈으 로 그 아이를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현무는 웃음이 헤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러다 문득 참을수 없는 슬픔이 가슴을 메웠다.아직도 일주일이 남았다.현무는 다시 눈을 감았다.졸음이 왔으면 싶었다. 넌 이름이 뭐야.내이름은 밝혀 졌으니 니 이름도 알아야 겠어. 현무를 내려다 보며 소녀는 차분하 지만 위엄있는듯한 말소리를 내었다. 일주일이 빨리 갔으면.그리고 난 네이름도 몰라. 현무는 이 거 머리 갔은 아이가 떨어져 나가도록 종이 울렸으면 했다.그리고 종이 울렸다.또한시간이 끝났을때 선 생님이 나가지 않고 교단옆의 작은 책상에 앉아 계셨기 때문에 그 소녀는 오지 않았다.현무는 슬픈 눈을 감아 아픈 마음을 달랠수가 있었다.점심시간이 되자 그아이는 밥을 빨리 먹었다.왜그리 빨리 먹는지 한민이로서는 알수가 없었다.그러나 곧 알수 있었다.어느 섬에서 왔다는 최은주라는 아이는 또다시 현무의 책상으로 다가왔다.이번엔 한민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현무의 자리로 골목대장의 위풍을 갖춘체 슬금 슬금 다가 왔다.한민의 똘마니 들도 하나둘씩 다가왔다.현무의 진영에는 거의 20명의 아이들이 모여들어서 현무를 감싸며 잡담을 했다..현무는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빨리 학교 가 끝났으면 했다.밥을 먹는둥 마는 둥 쑤셔 넣고는 책상에 업드려 잠을 청했다. 현무가 갑자기 섬득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보니 선생님이 바로뒤에서 한민이를 노려보고 있었다.말 썽피우기로 유명한 한민이가 선생님의 눈에는 가시였으나 한민이는 능숙한 언변으로 피해 가고는 했던 것이다.이번도 그런 것 같았다. 이렇게 졸고 있는 현무에게 무엇을 물을려고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주위에 있었지? 아주 중요한 산수 문제를 물으려고 했습니다.우리들 중의 아무도 그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그래서 현무에게 묻자고 제가 그랬습니다. 현무가 산수문제를 푼다는 말이지.예전에도 물은 적이 있는가? 예,전 항상 모르는 문제는 현무에게 묻습니다. 여자에들은 쑤근거리고 있었다.한민이가 지금까지는 잘버텨 왔지만 오늘은 거짓말이 너무지나치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었다.그리고 오늘로서 한민이 의 운도 다했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한민이를 맘속으로 좋아하고 있던 아이들은 안타까워 하 고 있었다.대담하고 언변 좋은 한민이도 막판에 와서는 그 벼랑에 서고만 것이다.최은주를 욕하는 아이도 있었다.현무를 욕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현무의 눈에는 훤하게 비쳤다. 아무도 풀수 없는 문제란 말인가?정욱이 마져도?그런 문제를 현무가 푼다는 말이지.내말이 맞는 가? 예 한민이는 자신도 벼랑에 선것을 벌써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그러나 이제는 돌아 갈수가 없다. 이렇게 된바에야 그냥 맞고 말자.맞을 바에야 나의 명성에 금이가지 않게 끝까지 가는 거다.맞아서 죽기야 하는가? 선생님은 칠판에 아주 어려운 문제를 내었다.아이들 모두가 헤하고 입을 벌렸다. 현무,나와서 풀어 봐라.그리고 다들 조용히.선생님은 약한 아이를 놀리는 것을 제일 싫어해요.현무 가 비록 말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여러명이 놀린다는 것도 잘못된 일이고...거짓말은 더욱 나빠요.선 생님은 거짓말하면 어떻게 한다고 했죠? 선생님은 아주 입술을 깨물며 화를 참으며 좋은 말만을 골 라 쓰고 있었다.그리고 화끈한 단어. 스무방요. 이구동성의 아이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특히 정욱이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힘을 가 해서 저 표악스런 손으로 한민이의 엉덩이를 때리면 한민이는 더이상 학교를 다니지 못할지 모른 다.가뜩이나 공부를 못하는 한민이 인데... 한민이를 위해 이문제는 풀려고 마음을 먹고 나왔는데 자 신이 없엇다.무슨 함성이 있을 때마다 바보 갔던 표정을 짓던 그아이,이민재. 오늘은 더욱더 바보갔 던 표정을 지은 그아이를 보고 나온 현무는 솔찍이 자신을 읽은 상태였다.그러나 정욱이가 미워서 라도 이문제만은 풀고 싶었다.현무는 칠판을 쳐다 보았다.현무는 도무지 우스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 쉬운 것이었다.몇일전에 풀어 보았던 유형의 문제 였다.그러나 이것은 수학이 라는 책에 나와 있었던 것이었다.이등변삼각형의 두변의 길이와 한 각이 주어지고 높이를 구하는 문제였다.그런데 현무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문제자체가 잘못된 것이 었다.가뜩이나 국민학생에게 어려운 문제를 더 어렵게 보이기 위해서 그 밑변의 크기를 너무 크게 하는 바람에 삼각형의 성비조 건인 가장큰 변의 길이가 작은 두변의 합의 길이보다 작아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 었다.현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출제자의 의도는 알수 있었다.한 각이 45도 였으므로 높이는 밑변의 절반 길이면 되는 것이 었다.밑변이 455였으므로 높이는 227.5였 다.현무는 이답을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한참을 망설였다.평소의 시험이라는 이따위 문제가 실려 있는 시험지 자체를 빈칸으로 체출할 터이지만 지금은 한민이의 의리가 달려 있는 문제 였다.그러 나 이것을 풀게 되면 책에서 그만큼 삼가하라고 했는데,그것을 어기는 것이다.더군다나 배우는 사람 의 양심이 달려 있는 문제 였다.현무는 칠판에다 조그맣게 227.5라고 썼다.그리고 다시 지웠다.그리 고 다시썼다.양심과 남을 위한다는 두 측면의 사이에서 현무는 갈팡질팡하고 있었다.현무를 잠시 쳐 다보곤 선생님은 한민이에게 시선을 옮겼다.한민은 이미 담담히 현실을 받아 들일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선생님은 회심의미소를 지었다. 한민이 나와라. 한민은 담담히 교단 쪽으로 걸어 왔다.선생님은 몽둥이를 들었다. 거짓말을 한 것 스무방과.... 선생님이 말을 하고 있을 때 칠판에 분칠이 큰 족적을 남기는 소리가 들렸다.선생님은 칠판을 보았다.현무가 큼지 막하게 227.5를 쓰고 있었다.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비쳤 다.아이들은 그 답이 맞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현무가 그것을 아주 크게 썼다는 것과 그리고 선생님이 말을 중단한 것에 잔득 호기심을 가지고 모두 조용히 했다.모든 시선은 현무와 선생님을 주시하고 있었다.선생님은 당황을 하고 있었다.도무지 현무가 이 문제를 풀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우연히 맞춘 것이라고는 하지만 답은 정확했다.한민은 눈을 살포기 떴다.이미 내려졌어야 할 채벌이 시작이 되지 않고 모두들 조용했기 때문이었다.한민은 칠판을 보았다.하얗게 분필이 가득 칠 판을 스멀거리고 다닌다.한민은 선생님을 보았다.당황을 하고 있음을 한민은 분명히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기쁨이 자신을 소스라치게 하고 있음을 알았다. 최은주는 이제야 알수가 있었다.현무란 아이는 원래 말을 못하고 바보로 취급받는 불쌍한 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한민이라는 아이의 존재와 한민이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현무를 존경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알았다.현무란 아이는 화산과 같이 조용히 흐르는 무서운 아이라는 것을. 현무는 분필을 놓았다.하얀 분필이 두 손가락에 묻었다.분필은 하얗지만 손가락에 묻어버리자 흙보 다도 더 추한 모습으로 손에 걸쳐져 있는 것이었다.현무는 두 손가락을 신경질 적으로 비벼 대었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을 보았다.아직도 분필은 그 자욱이 다가시지 않았다.현무는 손가락을 옷에다 닦 았다.손가락은 많이 깨끗해 졌다.현무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한민이도 자리에 가서 앉았다.선생님은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억제하며 한민이에게 국어 14페이지를 읽으라고 했다.그리고 자신은 고개 를 푹숙이고 책을 보고있는 듯한 현무를 유심히 쳐다 보았다. 방과종이치자 현무는 날아갈것 같았다.고단한 하루가 드디어 간 것이다.예전의 편안하고 안락한 생 활로 되돌아 가고 싶었다. 삼촌 때문이다.삼촌이 오고나서 부터는 모든 안락이 송두리체 날라가 버 렸다.하늘이 흐리다.비가 올것같았다.비가 온다면 대지는 씻기울 것이다.잘 생각해 보면 씻기울 것도 씻어야 할 것도없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그것이 사는 것이다.현무가 끝이 나다고 생각한 하루, 그 나른한 오후가 매미소리를 울리고 있다.집까지의 길은 멀다.그러나 현무는 항상 혼자 다녔다.한 민이 등의 아이들과도 길은 같았지만 현무는 혼자 하는 것을 더 좋아 했다.아이들이 다 집에 도착 할 무렵에야 현무는 학교 담장에서 숨기던 놈을 일으켜 집으로 향했다.한두번은 선생님에게 들키기 도 했지만 책만을 보고 있던 현무에게 그들은 더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가장 오랫동안 관심 을 보인 사람은 3번이나 찾아와 빨리 가라고 종용을 하던 교장 선생님이었다.하나 현무가 대답없이 꾿꾿이 버티자 그도 더이상의 간섭을 하지 않았다. 날은 맑았다.너무 맑아서 약간은 더운 날이 었다.매미가 너무 울어서 싥은 날이 었다.바람한점 없어 더욱 싫었다.집에서 계영이랑 뒹굴고 있을 삼촌이 생각났다.비가 왔으면 싶었다.갈증이 났다.흙은 바 싹 메말라 하얗다.때아닌 아지랭이가 핀다.삼촌의 얼굴이 아지랭이에 흐려진다.싫었다.삼촌의 도도 한,웃는듯한 인상이.어쩔수 없다.매일 물한사발을 떠 놓고 죽으라고 기원할수도 없다.사람은 얼마든 지 많고 삼촌이 죽는다고 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삼촌이 이번 차례인 것에 감사 해야 할지도 모른다.삼촌이 아니 었다면 더 흉직한 일을 당했을 지도 모른 다.그렇게 생각을 열심히 해 댔지만 현무는 어쩔수 없었다.지금 당장은 삼촌이 싫었다. 현무야. 현무는 깜작 놀랐다.움찔하고 몸을 경련한 것에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현무는 뒤를 돌아 보지 않았다.전학온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도대체 이아이는 이시간까지 무엇을 한 것을까.또 이 여 자이이는 나를 패기 위하여 이 시간 까지 여기에 버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니 나를 줄곧 감시 하며 따라 왔던 것이 아닐까? 현무는 벌컥 겁이 났다. 제 3장 공허,공허,공허. 허공에도 책에도 허탈한 빈공간 뿐이었다. 화장실에도... 슬프다 이렇게 슬픈것을 격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것이 고통이라는 이름의 즐거움일 것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알지도 못하고 현무에게 있어서 사랑은 사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아파 한다. 오늘처럼 이렇게 마음이 아픈것은 정말로 처음인것 같았다. 그래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시 체를 쳐다보고 있는 나의 영혼처럼 차분히 그 슬픔을 즐길수 있다. 그래 나는 잘못을 저질렀다. 누구나 저지르는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가슴이 아프다. 도덕이라는 이 름의 잣대로 재어진 나의 모습은 몇점일까? 현무는 반문을 해본다. 그렇게 슬프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즐겁게 느껴지기위해서는 세월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아주 오랜시간 아주 오랜 시간 식혀져야 한다. 마치 한조각의 돌이 태어날때의 그날처럼. 현무는 글을 쓴다. 슬픔을 가시는 마약인지도 모른다. 슬픔을 가시게 하고 차분하게 한다. 닥치는 대로 글을 쓴다. 오늘의 현무는 쓸꺼리가 많다. 왜 볼리비아에는 아이들이 죽어가는가? 비극이다. 이것은 비극이다. 마치 현무가 지저동에 살고있는 것과 같이. 왜 소말리아에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가? 이것은 비극이다. 진정한 의미의 비극이다. 마치 현무가 쌍꺼풀이 없는 것과 같이.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 놓고 사는 것인가? 한번쯤,휴가를 받아서라도 우리는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해 보아야 한다. 아무리 모든 인민들의 이상이 부자가 되는 것으로 굳어져 있어도 사고는 하는 사람의 미래구상은 현실적이다. 적어도 하나이상의 목표는 가져라.하나이상의 목표를 가질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커다 란 목표는 적어도 둘이상이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성취는 홀로 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것을 잃는 도 중에 적은 것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밥을 팔아서 삶은 콩한줌을 얻은 격이다. 가슴속에 조그마한 따스함이 들어 있다. 그녀에 관한 것. 말을 줄여야 한다.나의 사람이 아니다.단지 사랑하고 있을 뿐.나의 사람에 대한 관념마져 없다면 나 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너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 어제는 꿈을 꾸었다. 한번도 그런 가득찬 가슴을 느끼지 못했었다. 단 한번도...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던 그녀에게 조차도. 현무는 누워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대단할 만큼 즐거운 현무. 그의 생각은 무엇인지 슬픈 미소를 띄우고 있다. 응주는 창을 보았다.이제는 퇴근을 해야한다. 이 간호원을 볼수 있는 것도 이제 10분을 남겨 두었 다.오늘은 이 간호원과 놀았으면 했다.그러나 이간호원은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다.데이트가 있다 는 핑계를 대었다.응주는 이 간호원의 사생활을 간섭하지는 않는다.그것은 최소한의 자기 보호책이 었다.이 간호원과는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육체적인 관계를 가져 왔지만 이간호원에 대해선 아는 것이없다.이 간호원도 마찬가지이다.응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응주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러면 이 간호원도 묻지 않는다.이 간호원은 별로 내세울 것이 없으리라.때문에 무언가 얘기를 하 고 싶은 것을 스스로 발견 할때 까지는 가만히 둔다.그러면 언젠가는 얘기를 할 것이다.그것은 응주 도 마찬가지이다.가정에서의 자기의 모습,그리고 현제의 자신의 모습은 그렇게 내보이고 싶지 않았 다.왜냐하면 이 간호원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피신처 였으며 그에게 물러날 길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나이가 들었음을 스스로 알고 있다.젊지 않다.그것은 무엇보다도 큰 스트레스로 작용을 한다.그레이 로맨스를 그는 하고 있는 것이다.이간호원이 무엇을 원하든 그는 관계치 않는다.그에게 있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그는 모든 희망을 잃었다.무엇이 그에게 지금 즐거움을 줄 것인가?아무것도 없었다.그는 너무나 피곤함을 느끼는 것이다.돈과 명예와 학문의 열정은 사라졌다. 그는 쉬고 싶어한다.그러나 그 쉼은 그에게 홀로임을 강요한다.그 홀로됨을 그는 즐길수 없었다.이 미 이 간호원이란 따뜻한 안식처를 찾아 냈기 때문이다. 응주는 퇴근 준비를 한다.마지막 손님이 좀더 늦게 까지 있어 줬으면 했다.그러나 오늘은 이상하게 도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토요일이라서 그런 것일까?토요일에 뭐그리 할일이 많아서 병원에 오지 않는다는 말인가?이런날 병원에 와서 치료를 느긋이 받고는 집에가서 푹쉬면 그것이 바로 수준높은 의료써비스를 받는것이아닌가?우리나라 사람들은 몸관리를 너무 안한다.신약만 먹어댄다.그리고 약 기운에 살아간다.잔다는 것만큼 좋은 약은 없다.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만병통치약이다.시간이 없다 고 우겨되는 사람이 있다.희생이 없이는 무엇도 얻을수 없다.그것을 우리는 기회비용이라고 하지 않 는가?우리는 생명의 기회비용으로 약간의잡일을 멀리하면되는 것이다. 선생님,퇴근하겠습니다. 꾸무적거리는 응주에게 간호원들이 인사를 한다.사라져 간다. 이 간호원도 퇴근하지. 예.요것좀 정리하고요. 우리먼저간다. 이 간호원도 꿈적되고 있다. 이 간호원은 나를 위해 오늘 시간을 내 줄려는 것인 가? 10분이 지났다.이간호원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응주는 염려가 되었다. 나를 위해 화장을하고 있 는 것인가?화장을하지 않아도 이쁜 것을.. 응주는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문을 조금 열어 환자 대기실 을 본다.아무도 없다.접수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아무도 없다.응주는 조심시레 걷는다.올림픽 복권의 마지막 한자리를 맞추어 보는 심정으로 그는 화장실을 간다.아무도 없다.이 간호원을 찾을 수 없었 다.이 간호원은 이미 조용히 사라졌던 것이다. 응주로서는 찾을 수 있는 곳은 오늘의 현재의 시간 밖에는 없었다. 나머지의 시간의,여생의 나머지의 시간의 어떤 때보다도 지금의 응주는 이간호원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무엇을 망설일 것인가?응주는 밖으로 나왔다. 그것이 그가 선택할수 있는 최 선책이었다.밖에도 무엇을 할것이 었었다 .그는 무작정 걸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생 각했다. 그도 알 수가 없었다. 제 4장 누가 미래를 알수 있었을까? 현무는 바닥을 보고 걸었다. 최은주라는 아이는 계속해서 현무를 쫒아오고 있다. 무슨 말이라도 하 면서 현무를 귀찮게 한다면 오히려 현무는 안심을 할 것이다. 말임많은 사람은 분석이 가능하다. 그 는 모든 것을 노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만 하더라도 마구 잡이로 지껴되던 아이가 이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삼초의 얼굴이 떠 오른다. 왜 이아이에게서 삼촌 의 모습이 떠올랐을까?아마도 삼촌처럼 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싫다. 빨리 이 아이도 삼 촌도 사라져 버리고 예전의 평안함이 되돌아 왔으면 했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빨리 집으로 가서 계영이의 얼굴을 보았으면 했다. 그리고 이아이의 얼굴이 빨리 사라졌으면 했다. 이아 이의 집은 여기서 가까운 것인가?이 동네에는 이사온 아이가 없다.도대체 이아이는 어디서 온 것인 가? 빨리 사라져라.나는 이런 운명을 받아 들일만큼 자라지 못했다. 현무가 집에 도착했을 때에도 은주란 아이는 현무의 뒤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저주스런 그림자 처럼 그의 뒤에 붙어서 집에 까지 따라 온 것이다. 현무는 문안에 들어 와서야 뒤를 돌아다 보았다. 현무는 한숨을 쉬었다. 은주 란 아이는 현무의 집을 기웃거린다.도대체 이아니는 무엇을 배웠기에 이다지도 교양이 없는가? 현 무는 담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삼촌을 보았다. 삼촌은 담옆에 쪼그리고 앉아 계영이와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계영이가 흙을 권하고 삼촌이 먹는 흉내를내면서 둘이 까륵까륵 웃고 있었다. 현무의 눈이 증오의 눈으로 부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현무를 본 삼촌은 웃었다.그리고 최은주라는 아이를 보았다. 삼촌은 괭장히 반가운 듯이 은주란 아이를 반겼다. 7ㅕ340 은주는 무슨 말인지를 알아듣지 못했다. 손가락을 빨고 있던 계영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통역을 해 주었다. 어서 들어 오시레요.그리고 만나서 반갑데요. 은주는 굉장히 놀라는 눈치를 했다. 아마도 계영이의 똑똑함에 놀랐을 것이다. 계영이는 참으로 똑똑한 아이다.현무는 가방을 들고 자기방으로 들어 가려 고 했다. 방에가서 책이나 싫것 읽을려고 했다. 그러나 삼촌의 베시시 웃는 얼굴이 은주란 아이를 방으로 끌여 들였다.물론 계영의 통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현무는 누워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현무는 괴로우면 책을 읽었다. 그러면 괘로움은 사라지고 하루를 보낼수가 있었다. 오늘은 책이 매우 재미있을 것 같았다. 현무는 더이상 삼촌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삼촌을 피할려다 가 은주 같은 아이를 만난걸이 아닌가. 현무는 이제 더 이상의 외출을 피한다. 그는 충분히 삼촌에 맞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삼촌은 은주란 아이와도 잘 놀았다. 현무는 책에 집중할 수 없었 다. 현무는 남이 있을때는 책을 보지 않는다. 다만 멍청한 듯한 표정으로 그들의 근처에 있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닥쳐서 그는 책을 은신처로 삼았고 책에 빠져 들어 있었기 때문에 얘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간간히 책의 유 혹에서 빠져 나와서 들은 이야기는 옆마을에 은주가 살며 아버지가 읍내의 공무원 이라는 것과 계 영이가 참이쁘다는 잡다한 이야기 뿐이다. 역시 이야기는 감나무집 아줌마의 이야기를 훔쳐 듣는 것이 가장 재미가 있다. 아줌마는 현무가 근처에 가면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응주의 욕을 해 댄다. 소작료가 너무 비싸다느니 로사같은 일본년은 돌로 쳐죽여야 한다니니...하기사 감나무집 아줌마는 아버지를 일본사람에게 잃었다. 그 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현무는 이해를 할수가 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잊는 것은 죽었을 때뿐 일 것이다. 하지만 아줌마도 현무에게는 잘해준 다.옥수수를 주기도 하고 예날 얘기도 들려줬다. 니 애미 탓도 아닌데 천벌은 네가 대신 받았구 나.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그 감나무집의 조카가 은주 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아줌마는 예기를 잘한다. 그런데 은주는 얘기를 제대로 못한다. 아줌마한테 은주는 배울 것이 많다. 말을 많이 하는 방법,특히 마음을 드러내고서 이야기 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배워야 할 것이다.감 나무집 아줌마는 그런 점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해 왔지 않은가? 현무로서는 그런 아줌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최근에 시집온 이초시네 새댁만 해도 그렇다.도무지 말 을 하지 않는다.날이 좋아도 좋다는 얘기를 할줄 모른다.바람이 불어도 바람이 부는 줄을 모른다.비 가 와서 옷이 젖어도 웃기만 한다.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헤 벌린 입이 다물줄을 모른다.빨래만 하고 현무가 옆에서 해바라기를 열심히 하고 있어도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건 정말 싫은 일이다.그런 사람도 싫다. 지금 은주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촌이 물으면 웃기만 하고 바른 대답을 하지 않는다. 왜 왔으며 아버지는 무엇을 하시는지...삼촌은 아주 간단하고 대답하기 쉬운 것들을 골라서 묻고 있는데 이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다.삼촌 도 더 이상 질문 할 꺼리를 찾지 못했는지 부엌으로 갔다.아마도 식사 준비를 할 모양이다. 삼촌이 저녁을 차려올 때까지 은주는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밥을 먹고 갈 생각인 모양이다.사실 감나무집 아줌마에게 있어서는 밥그릇농사도 매우 보탬이 되느 것이다.그런 의미에서는 은주는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은주가 있으므로 해서 삼촌의 시선을 피할수 있었으므로 현무에게는 반대의 여지따위 는 없다.삼촌은 계영이와 노는 것도 잊고 은주를 쳐다보고 있었다.계영이가 통역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계영이를 삼촌에게서 완전히 때어 놓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삼촌의 시선만큼은 떼어 놓을 수 있어서 현무로서는 매우 즐거운 일이다.더군다나 삼촌이 식사 준비를 위해서 부엌으로 가서 한 참을 있을 때는 더욱 즐거웠다. 삼촌은 한국말을 못해 답답해서 인지 계영이의 곁을 잘 떠나지 않았다.엄마가 있을 때나 계영이의 곁을 떠났지만 그때면 계영이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 버린다. 현무는 삼촌이 떠날 날짜를 헤아 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고 있었다.오늘 같은날을 비유하자면 한 여름의 소나기 처럼 시원한 날이 었다고 비유가 될수 있다.오늘 현무는 거대한 두개의 벽들과 싸워야 했다. 그런데 그 두개의 답답함 이 만나서 현무는 시원한 해방감을 맛볼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세상은 모든 것이 다 악은 아니다. 악과 악이 만나서 좋은 일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보라 세상은 얼마나 악으로 가득차 있는지를...그리고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들이 많은지를...현무는 아버지의 방으로 갔다. 아버지의 방에서 삶에대한 글을 본적이 있다. 그것을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책을 다시 찾을 수 있을 지는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며칠을 뒤집고 다녀서라도 그책을 보 아야 겠다고 현무는 생각을 했다 . 현무는 의진이를 보았다. 의진이는 다시 예전의 그녀로 돌아가 있다. 항상 밝고 명랑하고 자신감에 가득차 있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얽어 놓았던 자신에 대해 그리고 그런 자신의 얽매임을 좋은 추 억이었다고 말한 그녀를 위해 바람결에 웃음을 날렸다.그녀는 예전의 페라리를 다시 몰고 다닌다.봄 바람을 몰고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어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예 전의 그녀에게로.그것은 그녀가 버릴려고 했던 세계였다. 아니 현무와 바꾸려고 했던 세계였다. 그 세계는 밝고 슬픔이 없는 가난한 자의 동경의 세계였다. 그러기에 현무로서는 의진을 그런 세계에 서 자신에게 오라고 말할수 없었다. 그것이,그런 말을 한번도 하지 못한 것이 의진을 되돌아 가게 한 것이다.현무는 벌써 자신이 3학년이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나 자신이 3학년 이 되었음을 벌써 3번째 맞이하는 대학의 봄에서,벌써 3번째 맞이하는 대학의 신입생들에게서 느끼 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학교는 먼 방학을 끝내었다. 모든 것은 자신감에 가득차서 여름을 노래하고 있다. 겨울은 참으로 길 었다. 이제 짧은 봄이 지나가 버리면 예전의 겨울을 그리워 할 여름이 올 것이다. 현무는 어깨를 바 로 세웠다. 이제 방황은 끝이다. 모든 것은 그의 입학식과 같아 졌다. 단지 그가 새내기가 아니라는 것이 달라 졌을 뿐. 학교는 여전히 아름답다. 또다시 해가 지고 노을이 붉게 빛나리라. 본관앞 잔디 에는 후일이 오면 놀러온 사람들과 그리고 그들을 좇아내는 수위 아저씨들과 의 싸움이 시작되리 라.슬리퍼를 끌고 아이업은 아줌마와 놀러온 아저씨들..법대 솔밭에는 밤마다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 들이 벤치를 찾아 다니리라. 벤치가 없어도 좋고, 있어도 좋을 그들,러브로드의 조명은 살포시 그들 을 훔쳐 보리라. 현무는 자신의 대학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수의대로 옮겨간 팻말을 보았다. 현무는 수의 대로 향했다. 그러나 몇분을 있지 못하고 일어서고 말았다. 수의대는 안타깝게도 앉아 있을 만한 곳 이 없었다. 현무는 난감함을 느꼈다. 도무지 어디에서 담배를 피워야 할지.그리고 커피를 마셔야 할 지를 알수가 없었다. 현무는 정문의 오락실로 갔다. 수업까지는 아직 4시간 여의 시간이 있었다. 현 무는 오락을 정신없이 했다. 그러나 별로 재미잇는 오락을 발견하지 못한탓에 삼십분 만에 오락실 을 나오고 말았다. 예전이 좋았다. 지적소유권이 별로 문제되지 않았던 시기의 오락실은 좋았다. 일 본의 최신의 오락기가 바로 한국에 있었고 한국의 오락실은 그야말로 성황을 누리고 있었다. 아이 들은 백원이 생기기 무섭게 오락실로 향했고 그들의 어린시절을 오락과 함께 보내었다. 현무는 오 락을 별로 하고 자랒지 못했다. 아니 거의 하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나 현무가 오락을 시작하자 모 든 오락을 마스터 했다. 현무의 오락취향은 수팅쪽이었다. 퍼즐류나 어드벤처류는 수자도 적었고 잘 해도 별로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런 현무에게 오락실은 스트레서 해소의 제 일선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언가 생각할 것이 있으면 현무는 오락실로 향하는 버룻이 생겼다. 그리고 몇번 인가를 오락에 전념하여 모든 것을 잊어버린후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새로운 방향에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그의 방법이 별로 나쁘다고 현무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사 고의 폭을 넓힌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무는 후지자와 삼촌을 배웅했다. 아버지는 아끼시던 백자를 들고 삼촌의 뒤를 따랐다. 백자는 아 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현무의 삼촌이 돌아가시면서 남겨주신 유품이었다. 조선시대의 유명한 공 인이 준 거라고 했다. 57대조 할아버지가 흉년에 굶어 죽어가는 그 공인집안을 보리 한섬을 줘서 살려줬다고 한다. 그러자 그 공인이 그 보리한섬을 갚을 길은 없고 딸을 57대조 할아버지에게 주었 다고 했다.그러나 할아버지는 종은 3명을 넘게 거느리지 않는다며 돌려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10년 이 지났는데 그 공인은 마지막으로 백자를 구웠다. 그것이 그 공인의 마지막 가마였다. 그리고 그 가마에 자신의 혼을 넣기위해 자신의 몸을 그 가마에 던졌다고 한다. 가마의 앞에는 유언장이 있었 다. 현무의 57대조 할아버지에게 그 백자를 드린다는 글과 함께. 식구들이 가마를 뒤졌으나 뼈조각 하나 찾아내지 못하였다. 가마에는 단 한개의 백자가 놓여져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식구들이 오열을 하며 그 백자를 할아버지에게 갖다 주었다. 할아버지는 백자를 받으셨다. 백자는 이상한 모양이 있 었다. 도저히 그 공인의 백자라고는 생각되어지지 않았다. 백자는 티가 있으면 그 값어치가 떨어지 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찾아와서는 모두 그 백자를 보려고 했다. 할아버지는 순순히 그 백자를 보여주었지만 그 백자를 본 그 누구도 백자를 훌륭하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할아버 지는 웃기만 할뿐이었다. 그리고 홀로의 시간이 되면 그 백자를 들고서는 그 모양을 감상하시곤 했 다. 하얀 백자위에 물방울이 걸려있는 듯했다. 할아버지도 역시 그 백자의 뜻을 몰랐다. 그 백자의 뜻을 알수 있는 사람은 죽은 공인 밖에는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 백자를 소중히 여기었다. 그리고 대를 이어서 전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아버지의 손을 거쳐서 삼촌에게로 가고 있는 것이다. 200년 이상을 지키고 있던 손을 떠나 200년 이상을 지키고 있던 땅을 떠나 바다를 건너려 하고 있 는 것이다. 현무는 어찌했건 좋았다. 삼촌이 지금 바다를 건너는 것이다. 그러면 예전의 모습으로 모든 것은 돌아오리라. 삼촌은 버스를 탄다. 아버지도 버스를 탄다. 아버지는 부산까지 바래다 주실 것이다. 아,즐겁다. 현무는 고함을 치고 싶었다. 웃음을 큰 소리로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괭장히 슬프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 만일 삼촌이 현무가 삼촌가는 것으로 즐거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가지 않겠다고 해버린다면 현무의 행복은 공중으로 사라져 버릴 것 이다. 현무는 참기로 했다. 그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즐거움이 바로 눈 앞에 있으며 이 순간 을 참으면 영원히 즐거울 수가 있는 것이다. 현무는 머리를 긁고 있다. 그는 요즘 머리를 긁는 것을 무슨 낙으로 여기고 있다. 언제부터 그런 정 신장애를 앓았었는 지를 자신도 알지 못했다. 단지 코피를 흘리는 것처럼 머리를 긁고 있을 뿐이다. 코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를 흘린다. 그의 팔도 그러하였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꼬추를 긁고 머리를 긁고 코를 후비고 이빨에 낀 파를 빼낸다. 그는 눈을 감는다. 머리를 흔든다. 머리를 긁는다. 그의 입에선 한숨이 나온다. 단지 그것이 싫었다. 가슴이 아프다는 것. 그것은 슬픔의 징조 였다. 밥을 먹다가도 가슴이 아프면 슬펐다. 잠을 자다가도 가슴이 아프면 슬펐다. 무엇보다도 책을 보다가 가슴이 아프면 슬펐다. 가장 오랜 시간을 지내는 독서의 시간에 가슴이 아프면 슬펐다. 너무 슬펐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또한 슬픔이었다. 조금 아주 조금,구토와 함께 오는 눈물외에는 그에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울었으면 했다. 포근한 품에 안겨서. 울었으면 했다. 소리내어서.울었 으면 했다. 성미의 이름을 부르면서...그러면 가슴이 후련할것 같았다. 피해의식의 동일 선상에서 성미를 생각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더욱 의진이와 시간을 보낼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성미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러면 너무 슬펐다. 슬픈것은 싫었다. 눈 물이 나지 않는 것도 슬펐다. 구토를 해야 하는 것도 슬펐다. 별이 뜨는 것도 해가 지는 것도,학교 의 노을이 지는 것도 싫었다. 성미와의 동일 선상에서. 아이에게 기대를 걸고 있나? 기차를 기다리면서 후지자와가 한 말이었다. 그렇지 않다고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지.나의 소중한 아이인데.더군다나 우리가 가질수 있는 사내 아이로서는 마지막이야.아내가 더이상 아이를 가질수 없다더군...의사의 말로는... 설빈은 고개를 숙 였다.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후지자와도 말이 없었다. 빨리 기차가 와서 이 슬픔에 서 벗어 났으면 했다. 기차가 왔다. 그리고 후지자와는 서둘러 짐을 쌌다. 희망을 버리라고는 얘기를 하지 못하겠네.그러나 괜한 슬픔을 오래 간직할 필요는 없어. 후지자와 는 못내 슬픈 표정을 지켰다. 설빈은 웃음을 보일려고 했다. 슬픔을 감추고 싶었다. 단지 그렇게 하 는 것만이 가는 사람을,그리고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얼굴은 슬픔의 그 림자로 검게 변해 있었다. 조심해 가게 나의 친구야. 후지자와가 손을 흔든다. 설빈도 손을 흔든다. 잘있게 나의 친구야. 후지 자와는 창에 기댄다. 이미 설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설빈은 기차가 보이지 않을때 까지 손을 흔들었다. 마치 기차와 함께 그의 슬픔이 절망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것처럼.... 현무는 오래간만의 자유를 만끽하려고 방과 후에 동네 순시에 나섰다. 계영이는 어머니 곁에서 잠 을 잘것이다. 현무로서도 계영이를 이해 못할 것은 밭에서도 잘 잔다는 것이다. 현무는 그러지 못했 다. 낮에는 도무지 잠을 자지못했고 더군다나 밭에서 잠이 든다는 것은 도무지 있을수 없는 일이었 다. 우물가에서는 여전히 아줌마들의 수다가 계속되고 있었다. 역시 감나무집 아줌마의 이야기가 이 우 물가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현무는 언제나 그렇듯이 우물근처의 버드나무 그늘아래에 자리를 잡 고 가만히 있었다. 현무가 온 것을 감나무집 아줌마는 아는지 모르는지 이야기를 계속떠벌리고 있 었다. 오늘의 주제는 정욱이 아줌마였다. 정욱이 아줌마는 우리 엄마와 더불어 감나무집 아줌마의 입에 항상 오르네리고 있었다. 오늘은 감나무집 아줌마의 목소리가 좀 작았다. 이상하게도 정욱이 엄마의 이야기는 현무의 엄마를 욕할때에 비해서 그 목소리가 작았다. 중요한 대목에서는 항상 목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때문에 현무는 감나무집 아줌마가 현무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현무는 일찍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재미있는 이야기는 있을것 같지 않았다. 현무를 계속 따라다니는 은주란 계집아이도 일을 거들지 않고 뭐하고 쳐자빠졌냐는 감나무집 아줌마의 말에 집 으로 가버려서 현무는 더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이초시네 며느리가 왔다. 이초시네 며느리는 말이 별로 없다. 그저 웃기만 했다. 그것도 소리를 내지 않고 조 용히 고개를 떨구는 것이 다였다. 입도 가렸다. 이초시네 며느리도 가끔 감나무집 아줌마의 입에 올 랐다. 그러나 다른 이유였다. 현무의 어머니와 정욱이 어머니가 주로 욕을 하기 위해서 였는 반면에 이초시네 며느리는 칭찬을 하기 위한 이유였다. 오늘도 이초시네 며느리는 물만 깃고는 가버렸다. 감나무집 아줌마가 갖가지 말을 걸었다. 그러나 웃기만 했다.그리고 가버렸다. 가는 뒷꽁지에, 들리 지도 모르는데 감나무집 아줌마의 칭찬이 시작 되었다. 참,차분하고 이쁜 색시여.으쯤 저리 수더분할까? 늦시집을 들긴했어도 나이든 태는 안나잖아.고생을 많이 했을 건데. 할아버지도 독립운동 하셨다면서요? 이때다 싶은 영식이 아줌마가 말을 더들었다. 그럼,상해에서 독립운동 하셨지.우리 아버지도 거기 계셨는데 아마도 만나셨을지도 몰라..그뿐아니 라 새댁의 아버지도 독립운동을 했다네.아주 용감하셨다네.훈장을 받은걸 본 사람도 있어.참으로 대 단한 가문이야.저런 가문이니까 저런 참한 딸이 태어 났지 감나무집 아줌마의 이야기가 봇물 터지 듯이 나오기 시작했다.그러나 점심때가 늦었기 때문에 아줌마들이 서둘러 가버렸다. 할 말이 많은, 비로소 감나무집 아줌마가 열변을 할수 있는 이야기가 나왔는데도 사람들이 가버렸기 때문에 감나 무집 아줌마도 할 수 없이 가 버리고 말았다. 아줌마는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이초시네 며느리의 자랑을 조금더 하다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고 자신의 아버지의 화 장실가는 습관까지 이야기 할때가 되면 의례히 현무의 어머니의 욕을 시작했을 것이다. 현무는 그 것을 바랬다. 그렇게 무르익은 이야기가 끝나면 현무를 본 감나무집 아줌마가 떨어진 홍씨 하나쯤 현무에게 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오늘은 운이 없다. 현무는 일어섰다. 어머니가 일하는 밭으로 갔 다. 계영이는 자고 있었다. 계영이를 깨우지 말고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현무는 홀로 집으로 왔다. 텅빈 방안에서 현무는 책을 보았다. 요즈음은 시집을 열심히 본다.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시는 누가 쓰는 것일까? 현무로서는 감탄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몇줄의 글에 현무를 왠종일 사로잡혔다. 이것은 다르다. 이것은 인간이 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할수 없는 말들의 절연...도 무지 알수가 없다. 현무는 몇줄을 읽고는 책을 덮고 온갖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새가 무엇인가? 왜 죽여야 하는가? 현무로서는 알수 없었다. 도무지....나이가 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많은 것을 이해할수는 있는 것.현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자신의 키를 보고선 한숨을 쉬었다. 우물가에서 오늘은 이초시네 며느리가 혼자서 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현무는 다가 갔다.뒤에 은주가 아무말도 없어 따라오고 있었다. 현무는 그아이가 따라오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듯 행동했다. 그러나 예전에 그러하듯 학교 담장 뒷편에서 책을 읽지는 못했다. 묘하게도 은주는 계속 현무를 뒤 쫒아 왔으므로 현무가 조그마한 틈이라도 보이면 말을 붙이려 할 것이다. 한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현무는 이제 더이상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집 으로 향할수도 없었다. 현무는 묘안을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도무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담 장에서 계속 생각을 했다. 무슨 묘안이 없을까 하고.그러나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현무가 생 각을 하는 동안에 몇번이나 은주가 말을 붙였지만 현무는 알아채지 못했다. 현무는 묘안을 찾지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순간 현무는 은주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현무는 생각했다. 아마 내가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은 멍청하게 보여서 이아이도 접근을 하지 않는 구나. 현무는 날아갈듯이 기뻤다. 멍청하게 생각을 하는 것.그것은 지금의 현무에게는 아 주 쉬운 일이었다. 현무는 요즈음 시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무는 매일 시 한 수씩을 외었다. 그리고 그 귀절 귀절을 방과후에는 그늘에 앉아 그 귀절들을 생각하며 아이들이 집 에 돌아갈때까지 기다렸다. 오늘도 여전히 아이들이 다 간 뒤에야 현무는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은주는 그런 현무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현무는 현무가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 는 동안 은주가 무엇을 할까? 궁금해 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무는 생각을 멈추고 은주가 하는 일을 훔쳐 본적도 있다. 은주란 아이는 현무의 옆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책을 보고 있다.현무는 책제목 을 알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잘못하다간 들킬지도 몰랐다. 오늘도 은주는 책을 읽다가 현무가 일 어서자 뒤따르기 시작했다. 현무는 길을 똑바로 걷지를 않았다. 무엇을 생각하는 지 길을 잘보지 않 고 걸었다. 때문에 항상 삐딱하게 걷다가 길을 벗어나기 직적에 다시 반대쪽으로 삐딱하게 걷기 시 작하는 것이다. 그런 현무가 우물을 쪼그리고 앉아 물속을 보고 있다. 현무는 항상 우물 근처에서 또한번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는 것이 일과 였다. 그런데 오늘은 우물을 들여다 보는 것이 다. 우물에는 아줌마 한명이 나물을 다듬고 있다. 이초시네 새댁이 현무를 보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현무는 이초시네 새댁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얼굴도 쳐다보지않았다. 그냥 물만 바라 보았다. 새댁은 아직까지도 한마디로 없다. 감나무집 아줌마라면 이럴땐 그놈 참 잘생겼다. 혹은 니 애비를 닮아서 잘생겼다....애미가 염병인것은 왜 닮아 가지고선...쯧쯧. 이초시네 새댁은 물을 뜨 고선 가버린다. 현무는 새댁이 가는 모습을 흘겨 보았다. 은주는 눈치를 못채게....순간 현무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새댁의 뽀얀 허벅지가 순간적으로 보였다. 현무는 집으로 곧장 돌아왔다. 계영이를 데릴러 가지도 않았다. 현무는 책을 보지도 않았다. 뽀얀 허벅지가 또 생각이 났다. 현무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현무는 우물가에서 물 을 구경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다음날도 자신이 우물가에서 물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그 다음날도 자신이 우물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현무는 자신이 초라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현무는 이 제 우물따위는 가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이초시내 새댁의 허벅지를 볼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 나 자신이 중학생이 되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현무는 사실 중학생이 된다는 것에 뛸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현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뭔가 가슴속에 뛰어 오르는 기쁨을 삼키고 있었다. 중학생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를 현무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관계가 없었다. 무조 건 이 우울하고 배울것 없는 곳에서 벗어났으면 했다. 더군다나 은주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은 무엇 보다도 좋았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해방이었다. 감시자가 없는 삶.그것은 바로 자유인 것이다. 현무는 이초시네 며느리를 따라 나섰다. 따라오라는 이초시네 며느리의 언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동네의 바보로 낙인찍힌 현무에게 행동의 속박은 없다. 그것을 믿고 있었다. 현무는 연열흘 정 도를 이초시네 며느리의 허벅지를 다시한번 봤으면 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환상,그 환상의 끝 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열흘간을 좌절로 일관했던 현무에게 있어서 그것은 다시한번 꿈 에 젖기를 바랬는 것인지도 몰랐다. 현무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현무는 이초시네 며느리의 뒤 를 무조건 따랐다.동네 아낙들이 이초시네 며느리에게 현무를 눈짓하며 속닥거리곤 했지만 현무는 그런것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것은 현무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소 쩍새의 울음이었다. 원하면 그것은 슬픔의 통곡일수도 있지만 원하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항시 들리는 개울소리보다도 못했다. 이초시네 며느리는 현무가 뒤따라와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듯이 보였다. 딴 아낙같으면 현무가 뒤따라가면 걸음을 빨리 하든가 아니면 현무에게 말을 걸든가 둘중 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이초시네 며느리는 그 어느 부류도 아니었다. 단지 바람이 산을 향하듯 그 렇게 변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현무는 못내 불안을 느겼다. 그것은 현무에게 드문 일이었다. 사람 의 행동을 분석할수 없다는 것. 그것은 부지였고 부지의 인간은 항상 두려울 수 밖에는 없는 것이 다. 현무는 이초시네 며느리의 집까지 따라와 버렸다. 이초시네 며느리는 평상에 앉아 풀들을 다듬었다. 현무는 그렇게 생각했다. 풀들을 다듬는 이초시네 며느리는 언젠가 책속에서 보았던 자연의 어머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 지는 현무로서도 알수가 없었다. 자연의 어머니는 풀로 만든 옷을 입고... 그림에서는 허벅지가 다드러나 있었다. 현무는 평상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초시 네 며느리의 장단지가 보였다. 현무는 잘왔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계속되어온 보리흉년에 장단지가 어디인가? 장단지도 하얗고 뽀송뽀송한 솜털이 나있었다. 만지고 싶었다. 그러나 만질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잘못한 일을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동네가게에서 사탕을 훔치고 싶을 때 들 던 마음처럼 그렇게 싫었다. 고구마 주까? 이초시네 며느리가 평상에서 내려서며 현무에게 최초로 말을 걸었다. 현무는 말이 없다. 이초시네 며느리는 부엌으로 갔다. 현무는 갑자기 일어서고 말았다. 이초시네 며느리가 말을 걸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가 바라던 아름다움의 끝을 본 것도 아니었다. 아니 거기에는 접근도 하 지 못했었다. 그가 뚜렷이 할일이 있어 그것을 하여야 겠다고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이초 시네 며느리의 무릅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초시네 며느리의 무릅에는 때가 끼여 있었다. 이초시네 며느리가 고구마를 들고 평상으로 왔을때에는 현무는 없었다. 이초시네 며느리는 멍하니 고구마를 들고 한참을 서있었다. 그러다 문득 밭에 점심참 내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선 현무따위는 잊고 말았다. 현무는 방으로 곧장 들어와 버렸다. 아버지의 책장으로 갔다. 마당에는 이미 은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은주는 죽었다. 정말로 죽을 일이 아니었다. 현무로서는 은주가 싫어서 혼내준 다는 생각 뿐이었다. 정욱이를 혼내준 것과 같은 방법이었다. 병으로 죽은 소의 뇌를 은주의 도시락 에 콩알만큼 넣었다. 정욱이 같은 경우는 많은 아이들 앞에서 구토를 해대었다. 교실이 거의 정욱이 의 구토로 덥힐때 까지 정욱이는 구토를 했다. 콩나물도 나오고 시레기 같은 풀들도 나왔다. 누리끼 리 한것이 똥같았다. 여자아이들의 거의 모두가 코를 싸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더군다나 그로 부터 일주일을 정욱이 따위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현무는 그날 피식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가 없었다. 현무가 피식피식 웃는 것은 어쨋든 관계없는 일이었다. 현무는 바보가 아닌가? 더군다나 미쳐보인다면 그것은 더욱 금상첨화이다. 은주도 그정도로만 아프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은주의 경우는 그대로 죽어버렸다. 은주의 잘못이다. 그래 전적으로 은주의 잘못이다. 현무는 생각했다. 현무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현무 가 고른 책은 죄와 벌이었다. 벌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벌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현무는 책을 보면서 떨었다. 사시나무 떨뜻이 그렇게 떨었다. 현무는 몸을 움추렸다. 자궁속의 아이 가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을 움추리듯 그렇게 몸을 움추렸다. 현무는 머리를 흔들었다. 버드나 무가 제머리에 든 바람싫다하듯 그렇게 머리를 흔들었다. 편안한 냄새가 편안하고 부드러운 따뜻함 을 느꼈다. 현무는 갑자기 눈을 떴다. 어머니가 현무를 안았기 때문이다. 괜찮니 현무야. 현무는 바보같은 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현무의 이마에 있는 땀을 훔쳤다. 현무는 어머니의 품에 안기었다. 현무는 어머니를 꼭안았다. 어머니도 현무를 꼭안았 다. 현무도 로사도 그것이 그들 모자간의 마지막 포옹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포옹이 짧지는 안았을 것이다. 현무가 로사를 밀었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이 로사를 보았 다. 로사는 사랑에 넘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네 외삼촌이 오신단다. 휴가를 우리와 보내실거야. 현무야 너도 기쁘지? 로사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현무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현무의 얼굴은 하나도 기쁜 표정이 아니었 다. 그렇다고 그렇게 슬픈 얼굴도 아니었다. 후지자와는 또다시 거리를 헤메고 있었다. 후지자와는 원래 방향감각이 잘없었다. 오늘도 여지없이 거리를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한시간쯤을 헤멘 끝에 눈에 익은 듯한 길로 접어들어섰다. 그러나 자 신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위치를 남에게 물어서 알아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왔던 후지자와로서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물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마침 한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사실 신분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 다. 그것은 그가 일본인 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한국과 일본의 국교가 수립된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반일 감정이 많이 남아있음을 한국을 갔다온 사람을 통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시같은 경우는 활보를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농촌은 아직도 위험하다는 말을 들엇다. 한 국어를 완벽히 할수 있다면 표시가 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로서는 그럴 자신이 없엇다. 후지자 와는 그동안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둘걸이라고 후회를 했다. 그러나 사실 그럴시간이 없었다. 연일 계속되는 외과 수술로 그에게 조금의 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쭈삣쭈삣 거리던 그는 길을 묻지 않았다. 그에게는 또하나의 인생철학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자 할때는 눈 이 정확한 사람을 선택해서 그의 길을 밝히라는 것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한쪽눈이 없고 한쪽 눈 은 뒤집어 있었다. 한참을 가던 후지자와에게 한명의 사람이 눈에 띄었다. 눈도 정상인것 같고 더군 다나 여자였다. 그것은 일단 후지자와에게 공포감을 줄여줬다. 후지자와는 접근을 했다. 주소를 보 였다. 그 아줌마는 고개를 쭉빼서 몸은 엉거주춤 내뺀체,주소를 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길을 가 르쳐 주었다. 후지자와 생각했다. 역시 한국의 여자들은 참으로 아름답고 마음씨도 곱구나.저 몸매 하며.. 후지자와는 힐끔 고무다라이를 든 여자를 보았다. 한복에 온통 몸이 가렸는데도 후지자와는 살포시 드러난 어깨선에 감복을 하고 있었다. 여백의 아름다움. 사람의 상상으로 채워지는 미는 한 국의 으뜸의 미가 아닌가. 후지자와는 일본에 있는 자신의 아내를 생각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기모 노를 입어도 후지자와는 자신의 아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결혼전에는 어느정도의 여백의 미는 있었다. 미니스커트를 즐겨입고 나시를 즐겨 입어서 그렇게 큰 여백의 미는 느낄수가 없었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것은 천국이었다. 요즈음은 아니 결혼을 한 다음 날부터는 그의 생활은 완전히 꽉찬 화선지의 세필자욱으로 가득차서 그는 숨도 쉴수가 없었다. 일본의 그림. 그렇다 자신 의 아내는 일본의 그림의 전형이었다. 세필로 섬세히 그려진듯한 몸매를 가지고 그 세필위에 조목 조목내려 앉은 꽃잎처럼 화려하기 그지 없었지만,도무지 여백의 미라고는 없는 자신의 마누라에게 그는 질려 버린 것이다. 자신의 아내는 팬티를 입지 않았다. 그것이 아내의 도리라고 그녀는 말했 다. 언제든 남편이 원하는 때에 어느 장소에서 든지 남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그녀는 그 것을 입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자신은 일말의 사랑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총각때보다 더욱 여자를 접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총각때는 장안의 기녀들과 거의 이틀에 한번씩을 했다. 친 구들은 보통 일주일에 한번씩 밖에는 못하는 데 그는 특별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그렇게 자주 하 지 못한다. 일본의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아내하고는 두달에 한번정도밖에는 못한다.그리고 기녀들과 는 일주일에 세번으로 많이 줄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이탓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가 무능한 탓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여자는 얼마나 특별한가 그는 연신 생각하고 있었다. 감사의 말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런 한국의 여인과 말을 한 것도 일생의 기억이 될것 같았다.그러나 자신이 그 여인을 찾았을 때에 는 여자는 이미 10m쯤을 가고 있었다. 그는 입맛을 다셨다. 그도 자신의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 다. 그러다가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여인도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흔들었다. 이초시 네 며느리가 얼핏 길묻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을 때 누구를 닮았다고 생각을 했다. 과연 그것이 누 구 이던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얼굴인데 어디서 보았는지는 도무지 기억을 해 낼수가 없었다. 걸어가다가 문뜩 생각나는 것이 있어 그녀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손을 흔들고 있다. 손을 흔들고 있다. 손을 흔들고 있다. 순례는 손을 흔들었다.웃는다. 순례도 웃는 다.그 남자는 사라진다. 광에 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칼은 치마를 관 통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칼을 뽑았다. 순례는 울었다. 어머니는 순례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순례는 울기만 했다. 어머니의 인상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순례는 발악하듯 운다. 어머니가 일어선다. 머 리칼에는 지푸라기가 걸려 있다. 어머니는 머리를 가다듬는다. 피는 연신 흐른다. 어머니는 방안으 로 들어선다. 순례는 광에 흘려진 피를 본다. 아버지를 데려 와야 겠다고 생각한다. 뒷산으로 뛴다. 동굴에는 아버지가 없다. 이곳도 피가 낭자하다. 순례는 운다. 집으로 뛰어갔다. 어머니의 목에는 새 끼줄이 걸려 있다. 순례는 운다. 운다. 순례는...발악한다...발악을... 이초시네 며느리는 고함을 치며 잠에서 깬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남편은 하루 이틀 의 일이 아니라는 듯, 몸을 뒤집어 잠이든다. 이초시네 며느리는 부엌으로 간다. 달이 밝았다. 달빛 에 부엌칼이 보였다. 잡았다. 발길은 현무네로 향하고 있었다. 누구야? 설빈이 눈을 떳을 때는 사태를 짐작을 할수가 없었다. 그림자는 방을 떨치고 나와 달리 고 있었다. 설빈은 불을 켰다. 로사가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설빈은 로사의 진맥을 짚었다. 맥이 없었다. 설빈은 땅바닥을 힘없이 친다. 설빈은 뛰어나갔다. 달빛에 대숲으로 들어가는 그림자가 보 였다. 설빈은 마구 달렸다. 눈물이 달빛을 흐렸다. 그러나 달렸다. 거의 접근을 했다. 그림자는 칼을 돌려 들었다. 설빈은 움찔했다. 그러나 그의 분노는 그림자를 향했다. 칼을 뺐아들었다. 이초시네 며 느리였다. 설빈은 고개를 저었다.머리를 뜯었다. 왜?.왜?.왜?... 설빈의 고함소리는 대숲을 울렸다. 한줄기 등골을 타고드는 바람이 불었다.대숲이 운 다.이초시네 며느리는 순간 설빈의 손을 잡고선 뛰어들었다. 순례의 표정은 미안함의 표정도 아니었 고 분노의 표정도 아니었다.그저 편안함의 표정이었다. 그런 편안함의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죽어가 면서도 숨죽여 울고 있었다.. 후지자와는 소란스러움에 눈을떳다.계영이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후지자와는 설빈의 방을 보았다. 계영이는 온방에 가득한 피에 파랗게 질려서 울고 있었다. 현무는 연신 나오는 피를 막아 볼려고 손으로 막고 있었다. 그 작은 손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후지자와를 보자 간절한 도움의 눈 길을 보내었다. 그러나 손을 떼지는 않았다. 현무의 눈에는 눈물이 걸리기 시작했다. 후지자와는 고 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현무가 그 작은 손으로 잡으려 하는 것은 이미 세상을 떠나 있었다. 후지 자와는 슬픔이 분노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도 자각을 하지 못했다. 벌써 자신의 손에는 부엌칼 이 들려 있음을 자신도 알지 못했다. 맨발로 방안을 뛰쳐 나왔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죽여 버릴려는 듯이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설빈이 대숲에서 버석거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설빈의 손에는 칼이 그리고, 피가 그를 적시고 있었다. 후지자와가 본것은 그것이었다. 설빈의 손에 들려진 칼과 그를 물들이고 있는 피. 야>>> 후지자와는 설빈에게 달려갔다. 설빈은 후지자와의 눈을 보았다. 말을 하려고 했다. 무엇 을 이야기해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속의 해명들은 눈에서만 맴 돌고,슬픔으로 가득찼던 설빈의 눈은 고통으로 변해 있었다. 칼이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의 눈은 마지막 슬픔을 토했다. 제 5장-자유,투쟁의 산물 오빠 식사 하세요. 밤 11시.이제야 들어온 현무에게 계영이가 식사를 들고 왔다. 현무는 계영이를 보았다. 어릴때의 그 귀여운 모습을 약간은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세월은 계영이의 얼굴을 한층 성숙한 여인으로 만 들고 있었다. 건축공사의 최고봉,마치 준공검사를 곧마친 건물처럼 계영이는 산듯한 분위기를 풍기 고 있다. 오빠 나 남자 친구를 사귈까봐? 현무는 계영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밥을 막 먹으려든 참이었다. 뭐하는 놈인데? 현무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밥을 입속에 쳐 넣었다. 우적우적 소리를 내었다. 계영 이가 지금쯤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계영이는 말이 없다. 현무는 계영이를 쳐다 보았다. 계 영이는 현무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오빠,오빠하고 닮은 사람,본적 없어? 무슨 소리야 오빠하고 닮은 사람이 있으면 남자친구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헛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현무는 밥을 우적우적 먹었다. 도대체 무엇을 먹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현무는 그따위 것들은 신경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현무는 요즈음 딴 생각에 빠져 있었다. 무엇을 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 다. 항간에 유행하는 암이란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원래 암이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생기 는 것이라고 했다. 현무는 지난 주일의 일을 생각했다. 현무는 시험에서 최초로 자신이 생각하는 점 수를 받지 못했다. 그 생물선생때문이다. 현무는 생물을 가장 좋아했다. 생물만큼은 누구에게도 지 지않을 만큼 능력을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물교사가 그것도 임시로 들어온 생물선생 이 현무가 알지 못하는 문제를 낸 것이다. 현무는 그 문제를 곰곰히 들여다 보았다. 도무지 알지 못 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현무는 도저히 상상을 하지 못했었다. 현무가 색약이라는 사 실.그 사실을 알고 난 뒤로 현무는 딴 공부는 뒷전이었지만 생물공부는 정말로 열심히 했다. 남들이 영어책을 들고 있을 때,현무는 킴볼 생물학을 들고 있었다. 남들이 수학 공식을 외우고 있을 때, 현 무는 분류학을 외우고 있었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비록 법학을 하더라도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것 에 현무는 모든 것을 투자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런 현무가 모르는 것을 생물선생은 알고 있는 것 이다. 현무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 이었다. 현무는 다른 문제는 풀지 못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문제만을 들여다 보았다. 문제를 들여다 볼수록 마음은 차분해 졌다. 현무는 어지럽다고 생각했다. 글자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속에서 분노가 갑자기 치밀었다. 이래선 안됀다고 생각했다. 현무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현무는 시험을 치다가 말고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갔다. 구토를 했 다. 어제 저녁에 먹은 밥알이 뛰어 나올만큼 열심히 했다. 입을 가셨다. 얼굴을 씻었다. 물이 차다고 생각했다. 어쨌던 좋았다. 부서질 것 같은 머리가 차츰 정신을 차렸다. 어쨋든 좋았다. 밥은 새로 먹 으면 된다. 공부는 새로 하면 된다. 얼마나 많은 날들이 현무에게 주어질지는 알수 없었지만 현무는 새로운 희망을 가득안을 수있었다. 그러나 현무는 서서히 불행해 하기 시작했다. 생물 선생이 현무를 불렀다. 그리고 현무는 자신이 교 무실에 있음을 알았다. 왜 내가 여기에 있는가? 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 아마도 뛰어나가는 것을 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현무는 스스로 비참함을 느꼈다. 스스로에게 있어서 실패를 자인 하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자신의 능력도 한계가 있음을 색약이 된후로 알게 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자신의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에 대한,한명의 인간에 대한 패배였다. 현무는 갑자기 그날의 분노가 가슴속에서 떠오름을 알았다. 화장실로 뛰어갔다. 또다시 구토를 했다. 점심을 많이 먹은 탓에 화장실 변기 가득히 구토물이 넘실거렸다. 변기를 자세히 보았 다. 예전에 어머니가 남긴 구토물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가 죽을 때에도 그러하였다. 엄청난 구토물을 어머니는 남기고 돌아가신 것이다. 현무의 머리속에 아직도 그것들 중의 일부가 남아 있 었다. 현무는 이초시네 며느리를 보았다. 며느리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현무는 이초시네 며느리의 얼굴을 보았다. 예전의 말수없던 이초시네 며느리가 아니었다. 한 밤중이었지만 현무는 똑똑히 볼수 가 있었다. 아니 똑똑히 보았다고 생각했다.무엇을 생각하는 듯한 얼굴도 아니었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얼굴도 아니었다. 현무가 익히 접해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현무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자 고있는 어머니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편안한 얼굴이었다. 현무는 어머니를 깨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 당시에는 그런생각따위는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자고있던 어머니가 이초시네 며느리 한테 칼을 찔린후 그날이 지난지도 몇년이 흘러간 후에야 든 생각이었다. 이초시네 며느리가 어머 니를 찌르자 어머니는 한번 눈을 떠 이초시네 며느리를 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외마디 소리 도 없었다. 편안히 돌아 가셨다고 생각했다. 현무는 사지를 벌벌떨었다. 두려움이 가득했다. 빨리 아 버지를 깨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현무가 깨우려 하자 일어났다. 그리고...현무의 기억은 흐 릿해 졌다. 이초시네 며느리는 죽었다. 다들 그렇게 이야기 했다. 아버지도 죽었다. 다들 그렇게 이 야기 했다. 그러나 현무는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언제나 논에 계시 기 때문이다. 비가 올때면 언제나 울듯이 웃듯이 하늘을 보시던 아버지를 언제나 볼수 있다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번인가 본적도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것으로 족하다. 단지 어머니는 분명 이초시네 며느리에게 죽음을 당하셨기에 현무는 어머니는 그리워 한다. 그것은 분명 현무가 이해를 하지 못했던 시들의 슬픔이라고 현무는 생각했다. 현무가 생물선생에게 다시 찾아 갔을 때는 생물선생이 걱정스러운 듯이 현무를 쳐다 보았다. 현무 는 단지 속이 좋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생물 선생은 현무의 생물점수를 보여주며 참 잘했다는 칭찬을 했다. 현무는 시험을 치다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수에 찌들린 마음은 구토후에 다 시 시험을 친것 같았다. 한개를 빼고는 다 맞았었다. 현무는 교실로 돌아왔다. 점심시간 까지는 아 직 2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지만 현무는 밥을 먹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천천히 걸어 갔다. 화장실의 문을 닫고선 천천히 구토를 했다. 종이 칠때까지 현무는 화장실의 문을 열지 않았다. 종이칠때 현무 는 화장실의 물을 내리고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눈에 걸린 눈물을 채 닦지 못한 현무는 서둘러 눈 물을 딱고선 교실로 갔다. 작열하는 태양,귓전을 울리는 엔진파열음.윤활유가 쉴새없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현무는 썬 그라스를 꼈다. 하늘을 보았다. 엔진소리에 맞춰 심장이 뛴다. 오늘은 학교의 개교 기념일이다. 일년 에 한번 이날은 계영이와도 놀아주지 않고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하였다. 작년이맘에는 서울에 갔었다. 그러나 오늘은 서울엔 가지 않을 계획이다. 서울은 너무나 분답다. 도대체 그런 곳 에서 무엇을 하며 산단 말인가? 풀한포기 나무 하나도 모두 울고 있는 곳이다. 현무는 서울이란 곳 에서 잡초를 보았다. 아주 작고 말라 비틀어진 잡초였다. 가로수밑의 옹골진 땅에 근근이 뿌리를 내 리고 있었다. 단지 자신만의 생존이 있을 뿐이었다. 그의 아이들은 더이상 그렇게 딱딱하고 메마른, 그리고 조그마한 땅에서 뿌리를 내릴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놈의 잡초의 부모도 마찬가지 이다. 그 저 나름대로의 생존을 하고 씨를 뿌리고 그중의 한개가 우연히 아니면,그강인한 생명력으로 근근히 뿌리를 내렸을 따름이다. 번성.그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단지 홀로의 삶에 충실할 뿐이다. 현무는 문득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현무는 잡초를 가져다가 자신의 학교에 심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씨를 뿌르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이 아스팔트에서 뒹굴다가 메말라 죽어가는 것을 보며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생존의 의미 이다. 아이들을 키우고 그리고 죽어가는 것.자신의 아이들이 커가서 자신을 닮고 자신의 모습을 기 억하는 사람은 없어도 자신은 영원히 존재를 계속 해나갈 것이다. 아니다. 누군가 기억을 해줄수도 있다. 그것은 그리 오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그런 의미를 스스로 부여를 하며 사 는 것이다. 잡초이것에게 삶이 무엇을 의미하던 현무가 생각하는 삶은 아니다. 그래 이것을 학교에 다 심자. 교장선생은 매년 여름이 오면 아이들을 시켜서 잡초를 제거 할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비 를 내리고 뿌리뿐인 잡초가 다시 자라서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보여줄 것이다. 단지 잡초제거라는 이름의 소일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느 날,어느곳에서 이러한 것들에 의미를 두는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것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것이 현무의 아이들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현무는 오토바이의 엔진을 끄지 않았다. 단지 손을 뻗어 잡초의 뿌리까지 천천히 뽑으려 했다. 그러나.... 잡초란 놈은 여간해서 뽑히지 않았다. 현무는 아주 천천히 줄기를 당겼다. 아주 줄기가까이 까지 손 을 뻗어 끊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아주 쉽게 잡초줄기가 끊어져 버렸다. 젠장 현무는 줄기를 버리고 멋적은 듯이 하늘을 보고 웃었다. 이미 해가 져가고 있다. 서둘지 않으 면 오늘내로 마실에 도착하기가 힘들것 같았다. 계영이도 걱정을 할 것이다. 현무는 오토바이를 천 천히 몰아가기 시작했다. 해가 곧 질것 같았지만 봄과 여름을 한꺼번에 즐길수 있는 오늘같은 자유 의 날은 즐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현무는 문득 한무리의 오토바이를 보았다. 맹열히 정말로 맹렬 히 달리고 있었다. 현무는 그들이 텔레비에서 보던 폭주족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실에서 깡패같은 놈들이 100cc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것은 보았지만 이런 놈들은 처음보았다. 전부다 125cc급이상 이었고 그것보다 더큰 오토바이도 몇대 끼어 있었다. 현무는 문득 호기심이 발동했다. 현무의 오토 바이는 125cc급이었지만 현무나름대로의 개조를 통해 1기통이 아닌 2기통이었으므로 사실은 250cc 급이었다. 더군다나 배기통도 현무가 마실의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현무가 설개한 대로 만든 것이었 으므로 웬만한 500cc보다도 성능이 좋았다. 100km까지의 도달속도 2.5초 최대 속도 230km까지 나 오는 현무의 보물단지였다. 현무는 중앙선을 넘어 턴을 했다. 저 멀리 폭주족들이 달리고 있다. 현무는 가속을 시작했다. 현무 의 오토바이는 힘이 넘쳤다. 기어를 바꿀때 마다 온몸이 뒤로 쏠렸다. 이런 쏠림을 현무는 무척이나 즐겼다. 직선도로여서 폭주족들이 보였지만 사실은 오육십미터는 차이가 나있었다. 그러나 현무의 오토바이-현무는 가지노또かせのと(바람의 아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별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고 있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현무는...바람이 빰을 스치고 바람이 하늘을 스치고 구름마 저 흐르고 있다. 바람은 얘기를 한다. 바람은 속삭인다. 바람은...색색의 빛들이 흐른다. 색색의 오토 바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현무는 마지막 한대의 오토바이를 추월하고서도 계속해서 달렸다. 저 멀리 아스라이 경찰차의 싸이렌이 울린다. 그리고 아스라이 멀어져간다. 현무는 백밀러를 보았 다. 반딧불처럼 모여있던 오토바이불빛들이 폭발한다. 그리고 한개의 불빛이 현무에게 다가 온다. 현무는 뒤를 돌아 보았다. 그리고 앞을 보았다. 머리칼이 바람에 마구날린다고 생각을 했다. 비록 짧게 깍은 머리칼이지만...백밀러에선 불빛이 튕겨져 다가오고 있다. 현무는 속력을 내었다. 쉽사리 접근을 할수는 없었지만 꾸준히 뒤따라 오고 있다. 현무는 속도를 줄였다. 브레이크를 잡는 일따위 는 하지 않았다. 브레이크등을 켬으로써 무명씨에게 호감을 표시하기는 싫었다. 엔진브레잌을 걸었 다. 속도는 순식간에 100km정도로 떨어졌다. 현무의 뒤에 쫒아오던 무명씨는 바싹다가 왔다. 브레 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급하게 좌회전을 했다. 이제 현무는 시골로 내려가려 하는 것이다. 이길부터 는 집으로 가는 길이다. 따라오던 놈은 현무의 급좌회전을 흉내내려다가 미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쿵하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현무는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아주큰 소리를 내며 어딘가에 부 딪혔을 것이다. 현무는 뒤를 보았다. 오토바이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현무는 노래를 불렀다. 어둠이 백밀러를 가득 메우고 있다. 현무는 더이상 백밀러를 보지 않았다. 백밀러따위야 어둠에 삼 켜지든 말든 현무는 알바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오늘도 현무는 작년의 오늘처럼 서울로 가고 말 았다. 서울의 그 잡초는 더이상 존재를 하지 않았다. 그의,아니 그녀의 아이들도 없었다. 단지 딱딱 하고 볼쌍사나운 아스팔트가 그곳을 온통 차지 하고 있을 뿐이었다. 현무는 예전의 그 길을 다시 달렸다. 폭주족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홀로 천천히 달리다가 다시 집으로 향하는 수 밖에는 없 었다. 그날처럼 현무의 귀가는 늦었다. 국도는 조용하고 어둡다. 길거리에 싸여있는 몇대의 주차차 량을 빼면 아무것도 아닌 나무들만이 즐비하게 서 있을 뿐이다. 그리고 현무의 목숨을 노리는 함정 들이 바로 눈앞에서 나타나고는 했다. 그러나 현무는 능숙하게 그런 함정들을 피하며 달렸다. 엔진 이 열을 받자 속도감은 더욱 높아졌다. 엔진도 규칙적으로 폭발하고 있다. 엔진의 뜨거운 열기가 신 발을 통해 발로 젼해졌다. 손이 시렸다. 장갑을 끼고 나설것을 잘못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 쩔수 없다. 장갑따위야 어쨋든 할수 없는 일이다. 이미 초여름이 아닌가? 이것은 그 혹독한 겨울의 바람에 대면 바람도 아니다. 이것은 기껏해야 여름의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즐거움이고 시 원함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 아무도 없다. 차도 사람도 이제 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일생에서 이렇게 사람과 단절되어 있을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낮잠 을 청해도 동네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산에 올라도 사람들의 인사를 묵묵히 받아줘야만 한다. 바다에 가도 누군가의 배를 빌리고 그 배에는 누군가가 조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절.그런 단절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일생에 있어서,아니 생존하는 동안만에 있어서는 지금이 그 시간인것 같다. 누군 가 현무의 속력으로 달린다면 현무의 뒤를 따라온다면 현무의 이 사색을 방해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무의 속력으로 달릴수있는 차는 없고 현무의 솜씨로 위험에서 벗어날수 있는 사람은 없고 현무의 생각처럼 죽음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 이것은 진정한 사색의 시간이다. 죽음들... 어느새 불거져 나온 아스팔트들,함몰된 아스팔트, 보 이지 않던 경게판에 새겨진 급커브,어둠속에 묻혀버리는 중앙선,산에서 흘러나와 아스팔트를 촉촉히 만든 물들,어느새 내리고 있는 이슬들,이 모든 것들이 현무가 브레이크를 잡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무가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현무를 덥쳐서 모든것을 어둠속으로 묻어 버릴 것이다. 현무는 브레이 크를 잡지 하지 않았다. 문득,문득 브레이크를 잡을까하는 유혹이 들기도 했다. 이 오른발에 홍그레 뛴박질하듯 힘을 줘 버리면,미끌어지며 현무의 가지노또와 함께 불거져 나온 바위속으로 영원한 안 식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현무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무는 한번도 그러하지 않았다. 환상은 언제나 이성을 이긴다고 했다. 현무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에 있어서만은 언제나 생존이 죽음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무는 비겁자가 되어버린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잡을 것이다. 죽음은 생존을 이긴다. 거스릴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비겁한 죽음을 맞이할 뿐이 다. 현무가 집에 도착했을 때에 집에는 아무도 없다. 계영이 마저도...현무는 고개 두 다리사이에 묻었 다. 방은 홀로 이다. 홀로의 생활...일년전 오늘은 계영이가 일본으로 떠난 날이다. 아침에 마중까지 했지 않는가? 아니다 그것은 일년전의 오늘이다. 계영이는 우리 말을 이해 하는 것이 서툴렀다. 한 국말의 메커니즘을 완성하기도 전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고 말수가 적은 현무의 보살핌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무와의 대화에서 주로 사용한 것은 일어였으므로 계영이의 한국어를 이 해하는 실력은 형편이 없었다. 중학교를 나온 계영이는 갈수 있는 고등학교가 없을 만큼 성적이 나 빴다. 현무는 모종의 결단을 내기로 했다. 외삼촌을 찾아서 계영이를 부탁하기로 했다. 외삼촌은 계 영이를 흔쾌히 공부시키겠다고 했다. 계영이의 유학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간간히 삼촌의 편지 를 받아보면 계영이는 곧잘 공부를 한다고 한다. 친구도 많이 사귄다고 했다. 현무로서는 당장 계영 이를 볼수 없는 것이 두렵긴 하였지만 그래도 으리한 빙시매로 이한국을 살아 가는 것보다 똑똑한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서든 용머리가 되는 것이 제일 좋지만 닭머리도 가끔은 좋을 때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무엇이 그리도 한이 되는 지는 몰라도 한이 우리의 마음 을 이루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그 한이 우리의 것이 될쯤엔...응어리진 한이 오랜 시간이 흘 러 풀리지도 그렇다고 해서 폭발하지도 않는 시간이 될쯤해선 우리들 모두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른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어떤 방향에서건 우리를 침묵하게 만들고 고뇌를 혼자 삭이게끔 만들고 그리고 다른 사람을 자신을 이해하듯 이해하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국인 에 게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한이 그의 가슴에서 오랜시간 자신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아 그것이 권위로, 인간성으로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 4부-버드나무가 바람싫다 머리를 흔든다. 제 1장-정적속의 구토들 응주는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밎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간호원을 바라 보았다. 이 간호원은 응주의 무릅에 걸터 앉았다. 응주는 이간호원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이간호원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이간호원은 웃는다. 수줍은 듯한 표정이다. 응주도 웃는다. 그의 얼굴은 조금 일그러 진듯하 다. 그러나 껄껄 웃는다. 그는 이 간호원을 안는다. 이간호원의 조그마한 그리고 녹색의,모자가 벗겨 진다. 긴머리칼이 찰랑거렸다. 응주의 얼굴엔 이간호원의 머리칼이 가득하다. 밖은 여름비가 내리 고 있다. 차들이 물위를 달린다. 열어놓은 창을 통해 한 줄기 바람이 들어왔다. 머리칼이 흔들린다. 응주의 얼굴이 잠시 비쳤다. 한가지 결심을 한듯한 응주의 얼굴이.... 성미는 엄마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대학생이 결혼을 생각한다 는 것을... 엄마,난 이제 대학 졸업도 안했어요. 성미는 못내 못마땅하다는 듯이 엄마를 보았다. 응주는 한통의 서류를 받고서는 못내 침묵을 하고 있었다. 서류의 봉지에는 현대 인력개발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놈의 장마는 언제나 되어야 끝이 날려는 것인지 응주는 창을 괜히 내었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응주는 캐비냇을 열었다. 그탓에 새워둔 서류 봉지 하나가 쓰러졌다. 그 봉지에도 역시 현대 인력개발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응주는 책상위의 서 류봉지를 캐비냇에 넣고선 자물쇠를 잠그었다. 열쇠는 자신의 책상에 넣고선 다시 자물쇠를 잠그었 다. 책상열쇠는 그의 차키와 함께 그의 주머니에 넣었다. 여보 나좀봐. 응주는 신문을 접었다. 아이들은 슬금슬금 윗층방으로 다들 들어가 버렸다. 응주가 신 문을 걷는 것은 드문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응주의 얼굴이 누군가를 나무랄 기색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거실에는 응주와 아내만이 남았다. 텔레비젼소리가 시끄럽다는 생각을 했는지 응주가 리 모콘의 스위치를 눌렀다. 이혼을 했으면 해. 아내는 응주의 얼굴을 보았다. 순간적으로 아내는 움찔했다. 이기사가 월급을 올 려달라는 때를 쓰는 것을 너무 방치했구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에요? 숙희는 신경질적인 발음을 한 자신을 탓했다. 손이 떨려서 손을 어 디에 두어야 할지 생각을 했다. 팔짱을 꼈다. 당신과 나는 잘못된 길을 걸었어.서로의 인생을 다시 찾자고. 숙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기 껏 몇만원때문에 이혼을 당하게 되었다고 생각을 하니 분통이 터져미쳐 버릴 것 같았다. 직설적으로 얘기를 해요. 뭐가 문제죠? 버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얼만큼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얼 만큼 악화될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응주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도무지 유리창 을 깬 아이처럼 잘못했다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응주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응주로서는 불가능했다. 왠지 큰 불안감이 자신을 가득메우고 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 줄이고 미화하고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것이 편했다. 삼십년 도 더된 옛날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 사랑했던 여자를 버렸던 기억때문에 이번에는 버릴수가 없 다고 얘기를 할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가장 가슴속 깊이 숨겨둔 이야기다. 그 얘기를 해 버린다면 응주의 가슴속에는 공허함과 삼십년의 후회로 가득차 버릴 것이다. 하하하하 응주의 아내는 웃는다. 하늘을 본다. 하늘이 없다. 천장뿐이다. 응주는 담배를 물었다. 미 친년 응주는 잘했다고 생각을 했다. 이런 버림을 받는 생활을 해 왔다는 것이 비참하기 까지 하다. 그러나 어쨋든 일은 잘되었다. 이런 여자와 거의 반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생각하니 담배맛도 몰 랐다. 현무는 또다시 술을 들고 있다.한동안 조심하면서 지내온 자신에게 온 한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현 무는 다시 편지를 꺼내 들었다. 현무씨에게 외사랑이라 하셨습니다. 그 사람의 모습만 보면 좋아지는건, 혹 보이지 않아도 설레며 사는 건, 외사랑이라 하셨습니다. 사랑,진정 사랑한다고 생각하였다면 구속이랬습니다. 밤 홀로 깨어 봅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 이었습니다.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미움의 헐벗음을 원한다면 당신을 위해 그렇게 하십시오 그러나 당신은 그러지 않을 것을 압니다. 그러기에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슬퍼집니다. 마지막 당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결혼식으로,제가 당신에게서 떠나므로서... 성미올림. 현무는 술을 비웠다. 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리속을 지나갔다. 그러나 무엇이 그의 마음을 그토록 저 미는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현무는 또다시 담배를 물었다. 한동안 자중해 왔던 담배였다. 그러 나 이제 그에게 살아남을 애착을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현무는 계영이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계영이도 없다. 계영이도 없다.계영이도 없다.계영이도 없다. 계영이도... 현무는 작게 자꾸만 되까렸다. 계영이한 테 전화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화기가 곧 울릴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채 끝나기 도 전에 전화기가 울렸다. 두번을 울리지 않게 했다. 현무는 미소가 코로까지 튕기는 것을 참지 못 했다. 계영이였다. 현무는 자꾸만 시계를 보았다. 계영이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벌써 일주일전,현무에게 있어 서 그 동안의 일주일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그토록 지겨운 날들이 가고 드디어 오늘 이제 한 시 간만 기다리면 계영이가 오는 것이다. 많이 컸겠지,동경 대학의 대학생이 되었다니 이제 아버지도 기뻐하시겠지.그것도 아버지가 하시던 공부인 법학을 하니...어머니를 잃고 시름에 온통 일밖에 모르시는 아버지도 이제 한시름 놓을꺼야. 현무는 줄곧 계영이의 생각을 했다. 얼마나 컸을까. 많이 이뻐졌겠지. 계영이는 많은 인파를 뚫고 현무의 앞에 서있다.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서...현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되다니. 현무는 자신의 눈에 눈물이 약간 글썽함을 느꼈다. 그러나 언제나 처 럼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울수 없게 된것이 아닌가하고 현무는 생각하고 있었다. 도무지 국 민학교 이후에 시원히 울어 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운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다만 가 끔씩하는 구토에서 눈물이 눈에 걸리기는 하긴 했지만...어쨌든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은 없다. 계영이 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현무는 일단 호텔을 잡아 두었다. 자신의 자취방에는 이제 다큰 숙 녀가 된 계영이를 재울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현무에게 있어 호텔방을 비록 하루긴 하지만 잡는다 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돈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예약을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러나 그런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의 사랑하는 동생 계영이가 바로 나의 앞에 있지 않는가 그 리고 무려 일주일씩이나 나와 있다가 돌아간다고 하지 않는가? 현무는 삼촌이 고마워 지기 시작했 다. 그러나 삼촌에게 애정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삼촌은 왠지 현무가 싫어하는 눈빛을 가지고 있다 고 생각했다. 오빠 인사해! 내 남편이야.켄따로 미네아루 반갑습니다.켄따로 라고 불러 주십시요. 현무는 간만에 일본에를 듣는 것이 못내 이상했다. 때문 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거의 십년이상만에 듣는 일본어여서 도무지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계영이가 결혼을 하다니,이런 조금씩은 일본어를 해둘껄.이상한 식으로 들리는 군,친구라고 말하는 것인모양인데 자꾸 남편이란 소리로 들리니.. 오빠,바로 들은 거야 나 결혼했어. 예.바로 들으신 것입니다. 켄따로란 자식이 한마디 거들었다. 현무는 켄따로란 자식이 싫었다. 이상 하게 생긴놈이 썬그라스나 끼고 계영이의 옆에 얼쩡거리기에 현무는 계영이의 가방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이 계영이의 남편이자 현무의 매제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현무는 다시 한번 매 제라는 사람을 보았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털이 숭숭난 다리를 한껏 들어낸 다리,그리고 징그럽게 웃고 있는 얼굴,두무지 어울리지 않는 썬그라스. 현무는 끙 소리를 죽이며 입을 한껏 힘 주어 다물었다. 호텔에 짐을 푸는 것을 보고선 도망치듯 빠져 나온 현무는 홀로인 자취방을 기어 들어갔다. 의진이 가 와 있었다. 방학이 되었고 의진이는 다시 현무의 여자친구로 돌아와 있었다. 동생은 잘 만났어요.밤새 얘기 할거라면서요... 현무는 아무 말도 없이 베게를 장농에서 꺼내었다. 그러다 장농속의 상자도 따라서 떨어졌다. 현무는 상자를 본체 만체 그저 엎드렸다. 잠도 오지 않는 눈을 감고만 있었다. 의진이는 상자를 들여다 보았다. 여러겹의 랩으로 잘싸여진 상자에는 조그마한 하얀쥐가 열 대여섯마리 들어 있었다. 어머,귀여워라.얘들 어떻게 숨쉬어요? 현무는 상자를 빼았아 안았다. 그리고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웃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의진이도 피식 피식 웃었다. 현 무는 의진이를 당겨서 눕혔다. 그리고 껴안았다. 의진이는 현무의 품을 파고 들었다. 의진이의 옷이 하나둘씩 벗겨 졌다. 의진이는 드디어 현무를 갖게 된다는 생각에 눈을 꼭 감았다. 비록 육체 뿐일 지라도... 동생을 보겠다고 따라 나서는 의진이를 뿌리치고 현무는 혼자 호텔로 향했다. 둘은 아직도 단잠을 자고 있었다. 현무는 기침을 했다. 문이 열렸다. 노출증환자인 매제는 팬티만을 걸치고 나타났다. 그 것도 한국사람들이 입는 팬티가 아니라 훈도시 라는 기저귀 같은 것을 걸치고 나타난 것이다. 현무 는 한숨을 쉬었다. 매제가 듣지 못하기를 바랬다. 그래도 매제란 놈은 알지 못할 것이다. 원케 얼빵 한 원숭이 멘쿠로 생긴 놈이므로... 일찍 오셨군요.어서 오세요. 현무는 역겨움을 느꼈다. 역겨움 그러나 구토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방안에 들어선 현무는 성미를 보았다. 샤워 가운을 입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성미가 결혼을 했다는 것.현무가 어제밤에 그토록 부정하던 현실을 현무는 다시 확인을 했다. 샤워가운사이로 하얀 허벅지 가 보였다.현무는 조그마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구토였다. 우리는 흘러가고 있음을 안다. 세월의 강을 따라서,흐름을 역행할 수도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강이라면...그러나 목적도 없이 거스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가진 배는 단지 자신의 몸뚱아리 밖에는 배를 움직일 것이라고는 없다. 현명한 자는 쓸모없이 뱃머리를 돌리기 보다는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편안히 살며,나머지의 시간을 이용해서 사랑을 한다. 먹으려 한다면 그는 자연이 주는 비를 맞아 들 일 것이다. 자연이 주는 끊임없는 애정을 받아 들일 것이다. 쉴수는 없다. 자연이 우리에게 쉽을 강 요한 것은 없다. 단지 최소한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수확이라는 노동을 하여야 한다. 그것이 비록 죽음을 앞에둔 자라해도... 사랑을 하여라.그것이 우리의 끝없는 여행의 가장큰 행복이 될것이다. 노동을 하여라.그것이 우리의 지루한 여행의 조그마한 행복이 될것이다. 믿어라. 자연을 그것이 우리를 아름답게 할 것이다. 우리 는 인간이다. 세월의 강을 여행하는 잡귀이다. 우리는 인간이다. 끝없이 긴 강을 여행하는 자연의 피조물이다. 죽을 수도 있다. 그것이 우리의 선택이든 아니든,자연이 속삭임을 들어라. 죽음으로 우 리는 더욱 자연임을 확인할수 있다. 슬프다면 슬퍼하여라.그것이 자연이다. 믿으려면 믿어라.그것이 자연이다. 죽이싶으면 죽여라. 그것 이 자연이다. 죽음을 재촉하는 자 죽어라.그것이 자연이다. 단지 그것이 진정 자신의 바램인지를 생 각을 해 보아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것이 자연이다. 우리는 모두 누구를 죽이기를 원치 않는다. 먹 기위한 소라고 해도...그러나 간접이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우리는 죽이기를 강요한다. 간접이라는 방 법을 사용해서 죽음을 재촉한다. 우리는 사악한 인간들이다. 자연을 보아라. 죽이기 위해 태어난 자 라도 우리처럼 죽이지 않는다. 자연을 보아라. 우리의 가장 선량한 사람보다도 토끼한마리는 더 선 량하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죽인다. 샌드위치 한조각을 먹을 때 우리는 한마리의 참치를 죽음에 몰아 넣었다. 닭걀이라는 생명을 죽음에 몰아넣었다. 참치고기 한줌을 먹기위해서 우리는 생 명을 죽음에 몰아넣었다. 한줌의 살만을 도려내고 생명을 살려준 적은 없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정 직하다. 자인의 법칙과 졸랜의 법칙을 떠벌리는 자여...어리석은 인간이다. 나는 말한다. 나는 자연의 일부이다. 나는 알지 못한다. 자연을 그러나 나는 자연의 일부이다. 나는 자연을 보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자.나여..위대한 자연의 일부여.그리고 자연이여....오늘 사람을 죽인 자...자연이여 위대한 자연이여...그리고 오늘 형장의 피이슬로 사라져가 자여...자연이여 위대한 자연 이여...그대들은 자연을 보았다. 나는 말한다. 우리는 자연이다. 자연이여 ...시간의 침묵이여...말하는 슬픔이여...말하는 기쁨이여...기다림이여. 내가 알지못하는 존재여...내가 알지 못하도록 한 존재여... 그리고 내가 알수 있도록 한 존재여...자연과 더불어 나는 죽음을 간다. 말라리아의 피를 먹은 모기 들이 날아다닌다. 모기장속에서...모기장속에서 나의 사랑하는 계영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나의 처남이 보인다. 오이디프스의 컴풀러스여...나에게 붙여질 이름아..자연 아 나에게 가르쳐준 느낌아...아름다운 것들이 결코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을 안다. 나에게 가 르쳐준 자연아 ... 내방에 누웠다. 자연의 모습을 본다. 조금은 강해진...독속에서..독의 물질들에서 살아남지 못한 말라 리아를 위한 세레나데...나에게 선택되어진...아니 스스로 자연다워진 말라리아들이 그렇게 작은 쥐들 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양심적인 자연들...먹을 만큼만 먹고 고통도 없이...생명을 계속해서 창조하 는 모기들이 날아다닌다. 아름다운 자연들이 날아다닌다. 계영이가 열로 울고 있다. 흐느낌도 없는 그저 눈물뿐인 울음을 울고 있다. 회계의 눈물일 것이다. 처남이 계영이를 보고 있다. 다함께 병석에 누운체로 ... 죽은 존재여... 자연으로 가누나... 제 2장-말라버린 구토 현무는 수라의 뒤쪽으로 다가 갔다. 오늘은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수라의 뒤쪽으로 다가간 현 무는 수라의 눈을 가렸다. 수라는 평소와 달리 현무의 손을 치웠다. 현무는 수라의 곁에 앉았다. 수 라의 인상을 살폈다. 수라는 웃지 않는다. 현무가 웃는데도... 자살을 하면 어떻게 될까? 현무가 수라의 곁에 앉아서 처음꺼낸 말이었다. 수라는 갑자기 얼굴이 흑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현무는 수라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글쎄, 자살이 그렇게 쉬울까? 관심이 없다는 듯이 수라가 얘기를 받았다. 나는 말이야 수의대의 옥상문을 매일본다. 만일 그 문이 열리는 날은 내가 자살을 하는 날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떨어질때의 기분은 어떨까? 아마도 눈을 감게 될꺼야. 적어도 눈을 다치고 싶지는 않거든. 때문에 후회할 많은 일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가고 나는 깨끗한 기분으로 죽을 수 있을 거 야 현무는 평소의 그 답지 않게 기분이 좋은 듯이 많은 말들을 했다. 수라는 말이 없다. 현무는 담배를 물었다. 그에게 있어 수라는 요즈음에 있어서는 조금 서먹서먹하다. 아마도 수라가 술에 취 해서 성미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라 로서는 그당시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날의 현무의 눈을 보고서는 그렇게 말 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무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마치 신처럼 앉아 있었고,목 사처럼 그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성미가 말을 했을 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술김에 자신이 성미에게 키스를 한것을. 그날 성미는 수라의 뺨을 쳤다. 그리고 침을 뱃었다. 그것 만으로도 수라는 충분히 비참했다. 그런데 그런일이 있은후 삼일 후에 현무가 갑자기 술을 먹자고 했다. 수라는 그 술을 먹고 자신의 치부를 모두 드러내고 만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아냐 별일이 아냐 내일 점심이나 같이하자 오늘하고 싶은데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안되겠고 내일하자. 수라는 현무 의 말에 약간 당황을 했다. 내일은 성미와 약속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공돈이라고 생긴거냐? 그래 언제나 얻어 먹을수가 있냐? 왠,공돈인데? 주웠다. 현무는 웃었다. 수라는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현무가 밥을 산다는 경우는 좀처럼 없 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언제 만날까? 수라는 인상을 숨기고선 말을 했다. 그건 내가 저녁때 전화해 줄깨 일찍 해주라. 알았어, 부모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해주께. 내가 전화하면 술먹고 늦게 들어가는 걸로 오해하시니 까. 수라로서는 약속이 겹칠까봐 겁이 났다. 조금 일찍 전화를 받고선 거기에 맞추어서 성미와의 약속을 정하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무는 부모님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니 다행이다고 생각 했다. 내일 12시에 보자 현무에게서의 전화는 일찍 왔다. 그래 그러자.장소는? 전화상태가 별로 안좋으네.뭐라고? 어디서 만날까? 수라는 전화기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맘놓고 고함 을 지를수 있었다. 수의대 ***에서 보자 갑자기 수의대 다음의 말을 할때 전화기에서 잡음이 났다. 어디라고? 수라는 또다시 고함을 질렀다. 이놈이 전화를 끊었나? 여보세요.여보세요.끊은 모양이군 현무는 그러고선 전화를 끊었다. 수라도 전화를 끊었다. 내일 12시에 수의대에 있겠지. 수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수라는 현무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았다. 그러나 못내 일어서기가 아쉬웠다. 앞에는 자신의 바로 앞에는 그토록 자신이 목마르게 찾았던 성미가 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수라 자신도 놀 랐다. 그토록 현무가 사랑하는 여인이 현무의 친구인 나와의 데이트를 받아들인것, 성미가 비록 자 신의 앞에 있었지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기도 하고 현무에게는 약간은 미 안하기도 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이었다. 벌써 두달을 사귀지 않았던가. 비록 수라의 아버 지의 이름과 명예와 권력과 돈이 작용을 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수라가 아버지에게 감사 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라에게 있어서는 아버지는 남보다도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러나 이번은 달랐다. 아버지의 힘에 성미의 어머니의 독주가 가능했던 것이 주효했다. 첩살이로 살 아온 성미의 어머니가 유일하게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프랑스 유학까지 갔다온 플룻이었다. 그리고 그 실력으로 독주회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그러나 수라가 그것을 현무에게서 들었을때 그것이 무리가 아닐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아버지 같지 않은 아버지라 해도 때를 쓰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성미의 어머니의 독주회가 끝나자 성미는 쉽게 옷을 벗었다. 수라를 위해서. 아니 사실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더 좋은 곳에서 더큰 독주 회를 약속받고서... 응주는 은주와 헐떡거리며 일을 끝내었다. 오늘도 점심시간이 다끝났다. 은주는 휴지를 가져와서 응 주의 것을 닦아 주었다. 자신은 닦지도 않은체 펜티를 입었다. 이것으로 이짓도 끝이야. 응주가 서류봉투를 은주에게 건네주었다. 은주는 베실베실 웃으며 봉투 를 받았다. 뭐에요? 우리 혼인 신고서. 응주의 담배 연기가 창을 두드리고 있다. 약속시간이 벌써 10분이 지났는 데도 현무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라로서는 현무가 약속시간이 잘 늦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더군다나 수라는 성질이 약 간 급했기 때문에 누구를 기다리질 못했다. 수라는 혹시 다른 층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어제의 전 화를 제대로 못들은 것을 후회를 했다. 다시 현무의 자취방에 전화를 하는 것인데... 수라는 한층 한층 올라갔다. 4층까지 올라갔지만 현무는 없었다. 한층을 더올라가면 옥상이었다. 수라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문득 현무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머리에 뭔가 번득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단숨에 올라왔다. 옥상이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었다. 혹시 이놈이. 수라 는 옥상으로 올라왔다. 옥상에는 소주병이 널버러져 있다. 현무의 신발도 보였다. 그리고 눈앞이 아 찔했다. 수라는 정신을 잃었다. 현무는 각목에서 자신의 붉은색 런닝을 벗겼다.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다. 수라의 머리를 보았다. 외상도 없었다. 이제 떨어져 죽으면 검시의들은 혹정도는 우습게 여길것이다.붉은색 런닝을 입고 새 로산 검은색 셔츠를 입었다.수라를 업어다가 옥상의 가장자리에 눕혔다. 정신이 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현무는 그동안 지문을 다시한번 지웠다. 문손잡이에 특히 신경을 썼다. 그리곤 소주병을 깨고 물탱크의 사다리도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는 옥상의 구석에 있던 먼지들을 문손잡 이와 물탱크의 사다리에 뿌렸다. 수라의 신발을 벗겼다. 그리고 가지런히 놓았다. 아이스박스에 준 비해왔던 어름을 꺼내었다.그리곤 주머니의 비닐봉지를 꺼내 담았다.얼음을 넣으면 수라도 깰지몰랐 으므로 아이스박스부터 공사후에 남은 쓰레기 틈에 놓고는 바닥의 모래를 아이스박수에 뿌렸다. 비 닐봉지에서 얼음을 꺼내 수라의 목에 넣었다. 마침 알맞게 녹아 있었다. 몇번의 실험을 하기는 했지 만 옥상이라서 얼만큼의 열이 날지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실험용보다 조금크게 얼렸는데 알맞은 크 기로 녹아 있었다. 이제 웬만큼 입을 크게 벌려서는 얼음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 떨 어지는 순간 부러져 시체의 주위에 어슬렁거릴것이다. 누가 시체를 옆에 두고서 얼음에 신경을 쓸 것인가? 부러지지 않는다고 해도 부메랑꼴이므로 그냥보아선 입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 다. 바닥에 떨어져서는 피가 범벅이 되었을 테니까 누구도 접근을 않을것이고 피에 잘보이지 않을 것이다. 병원에 당도할 쯤엔 녹아서 바닥을 흐르리라. 수건을 꺼내 물이 흐르지 않게 조심을 했다. 검은 비닐에 녹은 물은 마시고 입을 닦았다. 비닐은 손수건으로 닦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입에 얼음 을 쑤셔넣자 수라가 눈을 떴다. 현무는 반쯤 벗고있던 신발을 벗고는 양말신은 발로 수라를 밀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떨어지면 사람의 회피본능이 작용하지 않아서 자살과는 다른 외상을 남긴다 고 한다. 따라서 현무는 수라의 정신이 들기를 기다린 것이다.모든 것은 다 계획되로 였다. 뒤도보 지 않고서 현무는 뛰어 내려왔다. 4층에누가 있는지 살피고 뛰고 3층에 누가 있는지 살피고 뛰고 다행히 일층에 사람이 얼쩡대는 것이 보였을 뿐 아무도 없었다. 그 사람들도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뛰어갔다. 현무는 천천히 내려왔다. 그리고 천천히 동전을 넣어 콜라를 뽑았다. 그리고 법대를 향했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수라는 보이지 않았다. 어쨌건 범인이 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진리아닌 진리에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때 법대의 운동권 선배가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차 현무는 다 시 발길을 돌리지 않을수 없었다. 원래가 운동권은 나서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반죽은 수라의 곁에 서 얼쩡거릴 것이 분명했다. 현무는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갔다. 운동권선배가 수라에게 거의 접근을 하고 있었다. 수라 현무는 고함을 질렀다. 어떻게 된거죠? 현무는 운동권 선배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콜라를 쏟았다. 마침 얼음이 들어간 콜라여서 수라의 입에서 부서져 나온 얼음을 사람들눈에 띄지 않게 해 주었다. 현무는 수라의 상태 를 보았다.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조그맣게 숨을 쉬긴하지만 숨이 붙어 있었다. 겨 우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알아챌수 있을 정도의 호흡이었다. 현무는 너무 낮은 건물에서 일을 진행시 킨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일단 일은 터졌다. 현무는 일을 마무리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심장에다 귀를 대었다. 심장도 약하나마 뛰고 있었다. 엠부란스가 좀 늦게 오면 모든 것이 끝나리라 생각되었 다. 우선 심장이 멈추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심장이 멈었다. 심장맛사지를 않으면 죽 을 것이 확실했다. 운동권선배가 심장맛사지를 하기전에 자신이 먼저 손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현무는 수라의 배위에 올랐다. 그리고 심장이 있다고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왼쪽 허파를 눌러대었 다. 조금만더 오른쪽으로 눌러대면 심장이 뛸지도 모르기 때문에 현무는 조심해서 허파를 눌러대었 다. 왼손을 오른손위에 약간 겹치게 하고선 오른손에만 힘을 주고왼손은 오른손으로 치우친 심장마 사지를 눈치채지 못하게 가리기만 했다. 현무는 시계를 보았다. 적어도 10분은 심장이 소생해선 안 된다. 그렇게 10분이 지나면 적어도 백치이다. 식물인간이다. 현무는 인공호흡을 했다. 도저히 허파 만을 눌러 대는 것은 힘들고 그렇게 시간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앰부란스가 생각보다 일찍왔다.겨 우 심장이 멈은지 5분이 지났을 뿐인데...다행히 구급차에는 의사가 타고 있지 않았다. 겨우 인공호 흡기 한대가 있을 뿐이었다. 현무는 죽은 시체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모든일이 끝 나감을 알았다.시계도 이제 10분을 넘기고 있었다. 안도의 마음이 들자 현무는 정신을 잃고 운동권 선배에게 몸을 기대었다. 현무가 눈을 떳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현무가 눈을 떳을 때는 병원 벤치에 누워 있었다.Q선배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일어 섰다.잠시 기절을 했었던 것 같았다.약간은 어지러웠다.손을 보았다.덜 딱 인 핏자욱이 남아 있었다. 수라 홀로 중얼 거렸다.현무는 사방을 둘러 보았다.응급실로 뛰어 갔다.널버려진 사람들.그중에 수 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안내에게로 갔다. 방금 들어온 응급환자는 어떻게...? 수위복을 입고서 안내를 보는 사람이 돋보기를 낀체로 올려다 보았다.그리고 뭔가를 찾는 것 같았 다.누군가 현무의 어깨를 잡았다.Q선배 였다.뛰어 다녔는지..땀이 송글 송글 맺혀 있었다.그가 이끄 는 데로 갔다.수라의 어머니와 아버지와...그의 동생이 와 있었다.내가 들어가자 또 다른 파도가 밀 려 온 것 처럼 모두가 흐느껴 울었다.현무는 멍청히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았다.술에 취한 것 처럼 목운동 하듯이 고개를 천천히 흔들다가 하늘을 보았다.바람이 세상싫다 몸을 흔들듯,그렇게 머리를 흔들었다. 현무는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눈을감았다. 이 악몽에서 깨어 났으면 했다. 현무의 머리는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 했다. 제 3장-정화(淨化) 응주란 의사도 참 멍청이야. 곧 죽을걸 아는 사람이 결혼은 왜 했을까? 은주의 머리를 쓰다듬으 며 한민이 말을 꺼내었다. 그 얘기는 또 왜해? 은주가 심드렁하게 말을 받았다. 내가 그얘기 했던가? 우리를 하늘이 버리지 않은 거야. 돈푼께나 뜯자고 한일이 금싸라기땅에 삼 층 빌딩이라니. 이제 죽은 사람 얘기는 그만둬. 은주가 신경질을 부렸다. 죽은 응주가 한말이 기억나서였다. 죽을 사람이 결혼은 왜 했어요? 자식이란 아내를 다버리고.. 은주는 울고 있었다. 응주가 손을 내 밀었다. 아주 과거의 이야기란다. 너하고 닮은 아이였지.나도 그때는 아이였고... 응주는 가슴을 쥐었다. 은 주가 급히 약을 먹였다. 난 행운아야 죽을때 아내가 간호원이라니...하하. 응주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웃었다. 은주는 울음을 참았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그것은 너무 욕된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제 말은 그만 하세요.곧 나으실 거에요. 응주가 모든 것을 버린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정말로 너를 꼭 빼닮은 아이였지. 부모님 몰래 만날수 있는 곳은 어디든 마다 않았어. 헛간에 서도,뒷산에서도,젊은 날에 열정은 그아이와 다 불살라 버린것 같아. 사춘기의 정열은 하루에 세번 을 만나고도 또 만나고 싶었단다. 그런 정신없는 날들중에 그아이가 임신을 했다더군.그제서야 정신 이 바짝 들더구나. 나도 아버지가 되는 구나. 두렵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난 결혼을 할려고 했 어. 아니 사실은 결혼을 하는 것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지. 이유따위도 없었어.그아이는 알고 있었 어. 종의 딸일뿐이라는 것을...그때 왜 잡지 않았을까? 평생의 후회가 될일이었는데...너를 통해 대신 보상을 하려 했나봐. 응주는 한동안 천장을 보았다. 은주는 응주의 뒷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십분 이가도 이십분이가도 응주의 뒷말은 영원히 없었다. 은주는 일어섰다. 케텐을 치기는 했지만 오후의 햇살은 여지없이 은주의 몸을 비추고 있었다. 아름 답다고 생각을 했다. 커텐을 투과한 태양은 황금빛이었다. 한민은 담배를 피웠다. 은주는 물을 냉장 고에서 물을 꺼내었다. 침대에 앉으며 한민에게 물을 권했다. 한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은주는 물을 마신다. 입술을 타고 물이 목을 흐른다. 반짝인다. 하얀가슴과 배로 물이 흐른다. 한민은 갈증이 났 다. 이슬마냥 은주의 몸에 묻은 물을 핧고 싶었다. 그러지 않았다. 골방에서 혼자있을 진희가 생각 이 났다. 벌써 임신 8개월째이다.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년이랑은 언제 헤어질거야? 조금만 기다려봐 한민은 담배재를 털었다. 재떨이에만 눈을 고정시켰다. 벌써 몇번째야? 조금만 기다려봐,조금만 기다려봐,이제 더이상 그런 얘기는 듣기 싫어. 은주가 펙하 고 돌아앉았다. 어깨가 가냘프게 떨린다. 한민은 은주를 껴안았다. 차가운 은주의 몸이 좋았다. 은주 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화장기없는 얼굴이 해맑다고 생각했다. 한민은 은주의 눈물을 핥았다. 짜다 고 생각을 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핥았다. 은주가 돌아앉으며 한민을 껴안았다. 은주의 가슴이 한민 의 가슴에 와닿았다. 차가운 여자의 몸은 정말로 좋다. 입술을 포개었다. 왜 내가 그 늙은 것과 놀아났는지는 당신이 더 잘알잖아. 흐느끼며 은주가 말했다. 그래 훈식 선 배가 아니었으면 그런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린 잘 살았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며 아이들을 놓고...한 민은 키스를 하면서도 집에 있을 진희가 걱정 되었다. 한민은 옷을 입었다. 삐삐가 부르르 떨리고 있다. 벌써 한시간전에 삐삐가 와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이 민재검사님? 그래,나 한민이다. 왜? 이번도 사건뒷조사야? 아니라고? 뭐라고? 너 미쳤 냐? 뭐 그런것을 시키냐? 어렵겠는데...아니 하루만에 어떻게? 알았어. 무얼로 넣고 싶은데? 특이한 주문인데...! 무슨 웬수지간이라도 되냐? 하하. 짜식 똥줄이 급했군. 응 주소하고 전화번호랑 주문사 항은 10분쯤 있다가 펙스로 넣어. 펙스가 차에 있거든 가는데 그정도 시간이 걸릴거야. 내가 전번에 부탁한 사람들 중에서 이면우 신상명세서도 같이 좀 넣어라. 의뢰인의 성화가 불같아서 그래. 집에 서 뭐하냐? 아프냐? 짜식 비밀도 많다. 알았어. 그럼 박진태것만 넣어. 최대한 알아보께. 무슨 검사 직이 파리목숨이냐.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그럼 누가 검사하냐... 알았어..그리고 이번에 동창회할때 는 꼭와라.제일 출세한게 너잖아...그래 이번엔 시간좀 내 제 4장-비 일공이번 면회다. 현무는 일어섰다. 감방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현무를 보았다. 현무는 당 당히 걸어갈려고 했다. 그러나 다리가 헛것을 짚을 것처럼 힘이 없었다. 현무는 똑바로 보고 걸었 다. 심장이 터질것 처럼 쿵쾅거렸다. 머리속으로 심장이 들어가서 마구 뛰는 것처럼 머리가 울렸다. 벽을 짚었다. 간수 두명이 현무의 팔을 부축했다. 떨치지 않았다.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예의 일 것 이라고 현무는 생각을 했다. 현무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현무가 품에다 손을 넣자 간수가 움찔했 다. 꺼낸것은 보자기에 곱게 싼 책같은 것이었다. 간수에게 건네었다. 뭐야? 간수가 움찔된 것이 싫었는지 짐짓 근엄한척 물었다. 이검사에게 전해주세요. 이런것 건네주는 것 안되는 것 알잖아. 현무가 간수의 눈을 보았다. 결코 분노나 증오의 눈이 아니 었다. 간절한 부탁의 눈이었다. 면회할때 딴 사람에게 부탁해. 현무가 고개를 숙였다. 멈춰섰다. 간수를 보았다. 간수가 한숨을 쉬 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현무가 미소를 지으며 건네 주었다. 간수가 품속에 넣을때 까지 연신 현무 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빨리가요. 난 용서를 빌고 싶었어요. 현무가 저만큼 갈때까지 간수들은 멍청히 있었다. 현무가 손짓 을 하자 그제서야 젠걸음으로 현무에게 다가왔다. 현무는 모든 것을 즐기며 걸었다.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현무는 연신 두리번 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하늘을 보며 눈부신듯 눈을 찌푸리며 미소를 지었다. 간수들이 보기에는 어두운 복도의 끝까지 빛이라고는 차디찬 형광등 쪼가리 뿐이었 다. 류현무씨 면회를 왔는데요. 의진이는 몇가지 넣어줄 물건이랑 돈몇만원을 간수에게 내밀었다.간수 는 의진이의 얼굴을 보았다. 보호자되십시까? 의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요. 간수는 뒷방으로 가더니 또다른 간수와 수근거렸다. 몇분뒤에 간수가 나 타났다. 조그만 보자기와 서류를 들고 나왔다. 여기다 서명하세요. 지장도 되나요? 연신 미소를 지으며 묻는 의진이를 의야스럽다는 눈으로 간수는 보았다. 의진이로 서는 헌법소원이 가능하다는 변호사의 다짐을 받고 오는 길이었다. 사형을 면하게 할수 있다는 이 야기 였다. 변호사는 연신 재판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했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더 이상 이래서 는 안된다는 말로 시작해서 법을 믿으라고 했다. 그리고 수임료의 이야기로 끝을 내었다. 미소가 나 오지 않을 수 없었다. 까짓 돈 몇천정도야 차만 팔아도 만들수 있는 돈이다. 차대신에 현무씨의 목 숨을 구할수 있는 것이다. 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진이가 지장을 찍자 간수가 조그마한 보자기에 싸여진 옹기를 내밀었다. 이게 뭐에요? 화장한 겁니다. 좋은 곳에 뿌려 주세요. 간수가 한동안 머뭇대다가 말을 했다. 의진이는 멍청히 옹 이그릇을 보았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왜 이리 떨리는 지도 알지 못했다. 단지 눈물이 나왔다. 눈을 감았다. 현무씨가 생각이 났다. 어깨가 떨렸다. 눈물이 마구 흘렀다.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 눈물을 참으려고 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언제나 의진이가 울때 마다 있어주던 현무씨의 품이 그리웠다. 의진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뒤 돌아 나왔다. 어느새 교도소의 문밖에 서있는 자신을 보았다. 자신의 차가 보였다. 빨간 훼라레,현무 씨가 싫어하던 차이다. 학생,학생. 한 간수가 의진이의 어깨를 잡았다. 의진이가 돌아 보았다. 눈에는 눈물로 간수의 모습 이 흐릿했다. 의진이는 눈물을 훔쳤다. 좋은 사람이었제. 몹쓸 여자를 만나 그랬제. 우야노,죽은사람을...이리와 보라이. 간수가 담장쪽으로 숨으며 의진이를 끌었다. 품에서 보자기에 싼 노트를 꺼내었다. 이거는 현무가 이검사 주라칸 건데,나같은 사람이 감히 이검사를 우예만나노.아가씨가 현무의 보호 자라 카이까네 아가씨가 이검사를 주라이.내가 줬다는 얘기는 하면 안된데이.알았제.아가씨도 똑똑 한 사람이니까이 무슨 말인지 알꺼 아이가.알았제 의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에 고인 눈물이 간 수의 손에 떨어졌다. 간수가 의진이의 눈물을 훔쳤다. 간수복에 손을 딱고선 주위를 둘러보다가 교 도소내로 사라졌다. 나는 카폰을 들었다. 시계를 보았다. 이제 바다의 결혼식까지는 1시간이 남았다. 카폰을 놓았다. 다 시 카폰을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는 모양이다. 전화기에서는 국번이 없거나 결번이오니..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전화를 끊었다. 헨들에 머리를 쳐박고 한참이라고 생각드는 시간을 그렇게 있었다. 머리속에서는 나의 명석한 머리속에서는 멍청한듯 하면서도 갖가지 변수들이 미로 처럼 엉키고 있다. 헨들에서 머리를 떼었다. 카폰을 들었다. 심호흡을 했다. 나 이검사인데...전번에 말한 기소중지자중에 박진태,그래,그래, 명실예식장에 있다는 정보야. 아마 결혼식을 하고 있을 거야. 과태료 미납의 문제는 작은거고.이건 별건구속이야. 무조건 구속해. 알았 듣겠어.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구속해. 만약 구속하지 못하면 옷벗을 각오해. 이건 농담이 아냐. 야이 자식아. 정말로 옷벗고 콩밥먹고 싶어? 오십줄에 옷벗으면 얘들은 어떻할래? 범죄자의 자식들 이 결혼이나 똑바로 하겠어? 산지토건에서 얼마를 받아먹은지 알고 있어도 눈감아 줄려고 하니까. 오락실에서 상납받는 돈도 삼삼했지? 부장검사가 뭐라고 해도 잡아 알았어? 그다음은 내가 책임져. 빨리가 시간없어. 알았다니까. 빨리가. 알았어. 개새끼가? 전화기로 서장이 뛰어나가는 소리가 들리 는 것 같았다. 카폰을 껐다. 나는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검사된지 4주만에 유명인에,부장검사의 사위까지 별건구속으로,그것도 결혼식도중에 잡아 넣었다면 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최고의 명물 로...하하하. 나는 시동을 걸었다. 차의 시동은 나의 미래처럼 쿵쾅거렸다. 초보자인 탓에 예열을 잘 하지 않는 버릇탓이다. 어떻게 집까지 왔을까? 의진이는 피곤함을 느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의진이는 옹이그릇을 침대맡 에 두었다.의진이는 옷을 벗었다.배가 나와있었다. 당신의 아이에요. 세시간이면 도착할 길을 무려 5시간이나 걸려 도착했어요. 위험한 운전을 하지 않았어요. 생의 애착이 강해졌기 때문일거에요. 당신을 꼭 빼닮은 아이가 될거에요. 난 강해 질래요. 아버지의 시신을 잡고 우는 사이 당신을 잃었어요. 이제는 울지 않을 거에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현무씨의 아내가 될수는 없을 거에요. 난 당신의 영원한 아내에요. 그리고 아 내 답게 사내아이를 낳을 거에요. 당신처럼 맑은 웃음과 당신처럼 가슴속에 슬픔을 간직한,당신과 똑같은 아이를 놓을 거에요. 내일이면 당신을 당신이 사랑한 신천에 뿌릴 거에요. 당신을 잊기 위해 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그랬죠. 신천만큼이나 나를 사랑한다고...이 아이도 당신만큼 신천을 사랑할 거에요. 첫사랑의 추억도 그곳에서 간직하게 될거에요. 듣고 있나요. 당신...오늘만은 울래요. 내일은 울지 않을 거에요. 현무씨 당신의 어머니 만큼이나 강한 여자가 되기 위해서에요. 그리고 당신의 어 머니가 그러하듯이 나도 당신을 놓겠어요. 언제나 당신의 모습이 보일거에요. 당신은 나를 떠나지 못해요. 아니 당신은 나를 떠났어요. 그러나 내 마음에서 영원히 당신의 모습을 지우진 못할 거에 요. 사랑의 이름으로 나는 당신을 생각할 테니까요. 비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뼈가루를 뿌리는 날은 원래 비가 와야 된다고 생각을 해온 그녀 였다. 그런데 날은 무척이나 맑았다. 의진이는 웃었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미소도 아니었다. 조소 였다. 천천히 뼈가루를 한옴큼씩 신천에 뿌렸다. 물에 뿌옇게 뜨면서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고 생 각을 했다. 호루루르 호각소리가 들렸다. 의진이가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 뭘버리는 거야? 순경이었다. 새파랗게 젊은 순경이었다. 의진이는 다시 뼈가루를 한 옴큼 쥐어서 신천에 뿌렸다. 아주 나쁜놈을 버리는 중이에요. 순경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순경이 다가 왔다. 의진이의 너무 멀어서 의진이의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인지, 이해를 못한것인지 순경이 의진이에게 다가왔다. 그러다 가 의진이가 들고 있는 옹이 그릇을 보았다. 나쁜놈을 버리는 중이에요. 의진이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순경은 말이 없었다. 문득 의진이의 치마 를 보았다. 노란치마에 핏자욱이 스미고 있었다. 아가씨,거기... 순경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의진이는 치마를 내려보았다. 하혈을 하고 있었다. 의진 이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듯이 뼈가루만 뿌려대었다. 아이를 떼었거든요.별거 아니에요. 순경은 의진이가 뼈가루를 몇번뿌릴때 까지 그옆에 아무말 없 이 서 있었다. 의진이는 계속해서 뼈가루만 뿌렸다. 순경은 뻘쭘해져서 주위만 둘러보았다.발은 잘 떼지 못했다. 마침 술에 취해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을 보았다. 호각소리를 부르며 순경은 자리를 떴 다. 나쁜사람,이 나쁜사람,나를 위해 수라씨를 죽였다면 용서하겠어요. 나를 위해 성미를 죽였다면 영 원히 사랑했을 거에요. 아니 침묵만이라도 했더라면 영원히 그리워 했을 것에요. 뼈가루가 남은 옹 이 그릇을 신천에다 던졌다. 돌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지며 뼈가루가 바람에 날렸다. 어떻게 되신 겁니까? 내가 들어서자 서장이 일어서며 말을 꺼내었다. 잡아뒀어? 네. 서장은 똥씹은 표정으로 연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데려와. 커피를 입에 갖다 대었다.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벌써 데려다 놨습니다. 서장이 손을 만지작 거리며 말을 했다. 젠장. 나에게도 생각을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늘은 왜 이다지도 무심한가?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은 나이지만..그래도 어제 하루 종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나의 정성을 봐서라도 쥐구멍은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진이란 분이 꼭 뵙겠다는 데요. 미쓰신이 기쁨의 소식을 전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하늘 을 날듯이 기뻤다. 적어도 한시간은 시간을 벌수 있다. 오 신이여 감사 합니다. 정녕 나는 당신의 아들이군요. 오 신이여. 감사합니다. 어찌 경대의 불디붉은 노을을 보면서 신을 부정하오리까? 어떻 게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파릇이 돋아나는 풀들의 경이를 보며 당신을 믿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영원하며 당신은 영원합니다. 찬미하세 찬미하세. 검사에서 짤리면 당신을 믿고 당신의 이름으로 교 단이나 하나 만들까 합니다. 당신을 믿고 당신을 영원히 찬배하며...약간의 돈도 벌고... 서장님은 조금있다 들어오시라고해.그리고 의진이란 사람 들여보내. 한민이에게서는 왜 이다지도 전화가 없는 것일까? 한민이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아니 기다려 보기로 한다. 아직 은 박진태의 구속시간이 10시간 이상이 남아 있다. 의진이란 사람이 들어왔다. 의진이란 사람은 예 뻤다. 비록 내가 아는 여자에 대한 표현방식은 예쁘다,이쁘다,우아하다,쥑인다,뽕간다,날라리하다,영 아이다 등으로 다양하지만 의진이란 사람에 꼭맞는 표현어를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것은 나의 과실이 아니다. 그냥 영 아이다의 반대말인 이쁘다 정도로 표현할수 밖에 없는 우리말의 흠결에서 그 탓을 해야 할 것이다. 앉으시죠. 나는 정중히 자리를 권했다. 그런데 그여자는 앉지도 않았다.때묻은 노트 몇권을 내놓았 다. 이게 뭐죠? 그여자는 말이 없었다.나는 노트한권을 집어 대강 훑어 보았다. 빽빽히 글들이 놓여있 었다. 현무씨가 당신에게 주는 거에요. 나는 침울했다. 벌써 죽어버린 사람을 위해 이여자는 복수를 하 러 온 것인가? 그럼 나의 안전을 위해 이여자는 빨리 보내야 하나? 그럼 부장검사의 사위는 어떻게 하고? 이런 난감할 때가...우선은 이여자에게 칼을 맞는 쪽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런 허약해 보이는 여자에게 칼을 맞아도 죽기야 하겠나? 더군다나 핸드백도 없으니 칼이 있다면 주머니정도,긴것도 아닐것이다. 병원에서 몇개월 쉬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 찔러라 찔러 콱콱찔러라. 다만 좀 들아 프게 찔러라. 심장을 피해서 맞아주마. 잘하면 텔레비에도 나오겠네. 그래 텔레비,강렬한 라이트 불 빛이 병상을 비춘다. 그곳에는 한국의 치안의 부재에 희생당한, 아니다 치안의 부재는 내탓이니까, 그래,흉악해지는 범죄에 희생당한,그리고 공권력에 도전한 범죄에 희생당한 열성적인 검사가 누워있 다. 나는 초최하지만 한국의 정의실현을 위해 죽어가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한다. 그것도 아름다운 여자 리포터와...이런 재수가 있나? 나정도의 외모이면 텔레비에 한번만 나가면 무슨 칼럼은 따논 당상인데...더군다나 정의의 화신이니 몇년은 텔레비에 꾸준히 나가겠지? 그래 옛부터 요재지이,아니 주마가편,아니 하여간 말을 얻고 다리부러지고 전쟁안가고 뭐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나도 그짝이 나는 듯 하다. 그럼. 의진이란 여자가 인사를 하고 간다. 이런 이런, 아가씨 그냥가면 어떻하는 거야? 나는 어떡 하란 말야. 나는 당신의 애인을 형장의 이슬로 만든 사람이다. 배쪽으로 영점일미리라도 찔러주고 가야 할 것이 아냐? 피만 나면 되는 거야. 칼이 안된다면 물기라도해야 할 것이 아니냐. 비위가 약 해서 물지 못한다면 꼬집기라도 해야 할 것이 아냐? 아니다. 얼굴을 꼬집으면 텔레비에는 못나간다. 칼이 낫겠다. 무는 것도 좀 낭만이 없지. 이런 문을 나설려고 한다.안된다. 당신은 나의 구세주이다. 한민이에게서 전화도 안온 시점에서 서로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닌가? 한민의 전화는 더이상 기다리 지 않기로 했다. 더이상의 희망은 없다. 당신 뿐이다. 당신은 원수를 갚고,나는 실직과 문책으로 부 터 벗어나고.. 원망하지 않나? 나의 말에 의진이란 사람은 돌아 섰다.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 만 목소리도 차분히 깔린 것이 검사다왔다. 나는 이제 몸과 마음이 모두 검사가 된 것이다.의진이란 여자는 천천히 걸어왔다. 아차 책상에 앉아 있는 내가 지금당하면 목이나 얼굴이다. 나는 일어서서 책상에 걸터 앉았다. 천천히 의진이란 사람이 경계하지 않도록 움직였다. 이제 한발작만 더움직이면 의진이란 사람은 공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지금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칼을 꺼내 한번만 찔러 라. 피가 많이 나오면 좋고 아프면 싫다. 목숨에 지장이 없는 부분으로 골라 찔러라. 의진이란 사람 은 책상 앞까지 왔다. 책상에 양손을 얹고는 나를 째려 보았다. 이 노트를 봐요.원망을 하겠는가? 여자의 목소리는 작고 앙칼졌다. 나는 의진이란 사람이 나갈까 봐 노트를 천천히 집었다. 그리고 훑어 보았다. 십분이십분쯤이 흘렀다고 생각이 들었다. 의진이란 사람은 꼼짝을 않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순식간에 노트를 다 잃었다. 정말 현무란 놈은 소설 을 잘쓰는 사람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초반에 사고를 외곡시켜 독자를 속인후에 후반에 털 어 놓은 방법은 작자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트리고 항상 독자를 긴장시켰다.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 고 나선 감동에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그리고 재미 있는 책을 읽고 나서의 평소 버릇대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약속을 지켰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순간 의진이란 여자가 한말이 생각났다. 인상을 감추고 싶었지만 인상은 놀라움에 찌 그러졌다. 의진이는 그제서야 나갔다. 아무런 말도 없이. 이건 분명히 법적으로 볼때 나에게 이 노 트의 저작권을 나에게 준다는 묵시의 표시로 볼수가 있다. 재수다. 이제는 밥걱정은 없다. 변호사는 부업으로 하고 저작권료만 받아도 평생 땡강땡강놀수가 있다. 말은 그렇지만 검사만 하겠는가? 주 위를 둘러 보았다. 아쉬운 곳이다. 이제 미련은 없다. 꿈같은 검사생활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가누 나. 이때 밖이 소란스러웠다. 한민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문이 쿵소리를 내며 열렸다. 신비서에게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한민이 귀에다 속닥이며 안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내었다. 나는 한민의 눈을 보았다. 한민이 눈을 찡긋하며 손가락 3개를 폈다. 까짓 3백이야 주지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민이 서류를 책상에 놓았다. 그리고한민은 유유히 나아갔다. 나는 전화기도 쓰지 않고 큰소리로 비 서에게 말했다. 서장.빨리 들어오라 그래. 서장은 한 젊은이를 데려왔다. 부장검사의 사위. 아니 아직은 사위가 아닌. 그렇다고 사위가 아니라 고 볼수도 없는 그런 허무맹랑한 놈이 들어와 있다. 나는 질투심에 얼굴이 붉어져 오는 것을 느꼈 다. 잘못했으면,내가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바다와 결혼을 해서 어제 밤부터 바다의 온몸을 핥고 다녔을 놈이 아닌가? 그래 이제는 후회는 없다. 너 같은 놈이 감히 순결한 바다와 밤마다 헐떡거린 다고 생각을 하면 이따위 개도 안물어갈 검사직 따위는 버려도 아까울 것이 없다. 바다는 나와 감 미로운 사랑을 해야 한다. 나와 살아야 하고 나와 이야기 해야 하고 나와 웃어야 한다. 나만 사랑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신은 알고 있다. 신은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신이 너를 사랑하였다면 왜 이 좋은 검사를 시키지 않고 빽빽거리며 살아야 하는 회사원을 시켰겠냐? 나는 검사를 짤려도 수억버는 변호사라도 하지,너는 짤리면 실업자야.나는 자살하면 텔레비에 그것도 아홉시 뉴스에 각 종 해석을 덧붙인 해드라인 뉴스로 나오지만 너는 자살하면 지방신문에 그것도 구석 어디쯤에 나오 고 말아.그걸 알고 설쳐라 이 나쁜놈아. 부장검사님의 사위나 되는 놈이 강간을 해? 내 앞에서 쫄고 있던 부장검사의 탈락사위는 놀랐다는 듯이 고개를 빠짝들었다. 과태료 체납으로 기소중지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무슨 과태료? 차가 오래되서 매연단속에 걸렸습니다. 아는 놈이 왜 안내었어? 통지서가 안날아와서 잊고 있었습니다. 통지서가 왜 안날아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잘만 받던데. 이사를 몇번 했습니다.혼자 자취를 하기때문에 그거 내는 게 문제가 아냐.작년 7월 17일에 어디에 있었어? 아니 작년 7월 17일에 제가 어디 있었는지 어떻게 압니까? 왜 기억이 안나? 최은숙을 여관으로 유인해서 강간 했잖아.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은숙은 대체 누굽니까?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정다방의 미쓰최라고 해야 아는가? 정다방? 회사앞의 그거요?..아니...무슨...강간을... 그런 여자에게 합니까? 그여자의 고소장에는 싫다고 저항을 하자 가슴을 세게 움켜쥐어 타박상을 입히고 귀를 물었다그리 고 옷을 강제로 벗겼다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천천히 고소장을 읽었다. 돈까지 줬다고요.그여자를 산 겁니다. 혼절해 있는사이 돈을 뿌리고 사라졌다. 여기까지 읽고 나는 고소장을 책상에 놓았다. 탈락사위는 머리를 움켜 쥐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민이 이놈은 소설가를 해도 될만큼 사건을 잘 만들어 놓았다. 정말로 한민이의 능력은 이 계통에서는 최고라고 할만했다. 그런 최고의 브로커를 가지고 있는 내가 크지 않을 이유는 없다. 물론 한민이는 나에게 물어온 사건을 다시 변호사에게 불어주어 돈을 챙기긴 하지만 가끔 나에게까지 용돈을 주는 놈이 아닌가? 참 훌륭한 동창을 둔 것 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때 부장검사로 부터의 호출이 떨어졌다. 20분전의 나라면 쥐구멍이라도 찾 아야 했을 터이지만 지금의 내가 피할 이유는 없다. 당당히 휘파람을 불며 부장검사실로 향했다. 부장검사실에 문을 노크했을 때 부장검사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지긋이 입술을 깨물고 있을 것이 눈에 선했다.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재떨이가 날아올지는 알지 못했다. 이왕 맞은것 비굴하게 아픈척 하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핑도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다행히 끈적한 피가 흘러 내린 덕분에 수건을 꺼내 이마를 딱으며 눈시울도 닦았다. 왜 그랬어,나를 봐서 하루쯤은 연기할 수도 있는 거였쟎아.그깟 과태료로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들 어? 이마의 피가 주효했는지 말은 많이 누그러 졌다. 따님의 행복을 위해서 입니다. 무슨 말이야? 무슨 흉악범이라도 된다는 말이야? 왜 그랬어? 내 딸이 탐이 났나? 정곡을 찌르는 부장검사의 질문은 오랜 검사생활의 징표였다. 여기서 정곡을 찔린 말을 리테이크 해서는 안된다. 눈치를 채게 된다. 말은 되물어야 하는 것이다. 흉악범인것을 아셨습니까? 조금은 멍청한 질문이고 조금은 치사한 방법이었지만 그래도 주효했다. 무슨말이야? 강간으로 기소됩니다. 그런 놈에게 따님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부장검사님의 얼굴때 문에 별건기소를 하기는 했지만...사실 별건기소를 하기위해 몇일의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나를 위해서 결혼식을 풍지박산을 냈다는 말인가? 부장검사님의 사위될 사람을 강간죄명으로 수사할수는 없었습니다. 부장검사는 손짓을 했다. 가까 이 오라는 뜻이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부장검사가 귀에다 속삭였다. 너에게만 정보통이 있는게 아냐. 놀란 내가 귀를 떼려 하자 부장검사가 귀를 잡아 당겼다. 마치 골 목대장에게 걸린 약골처럼 귀를 잡힌체 있어야만 했다. 속일생각을 마라. 내딸을 그토록 탐낸다면 주도록 하지. 검사사위가 나쁜 것은 아니니까.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검사는 귀를 놔주었다. 더이상의 분탕질은 하지마라. 부장검사의 말이었다. 나는 큰절을 했다.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 앉은 김에 큰절을 해버렸다. 부장검사는 손을 까딱여서 나를 보내고는 집에 다 전화를 했다. 나를 들으라고 그렇게 큰소리를 냈는지는 몰라도 술상을 봐노라는 것이었다. 퇴근이다. 나는 바다를 보러 간다. 언제나처럼 차가 쿵쾅거리며 나아간다. 예열을 잘하지 않는 까닭 이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좋은차를 타고 있는 덕에 미끄럽게 앞으로 질주할수 있었다. <끝>